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6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63화
온라온과 곽상현을 차에 두고 먼저 회사로 들어간 멤버들은 인터넷에서 파다하게 퍼진 온라온의 진단서에 대한 이야기를 직원에게 전해 들었다.
야심한 시각에 호출돼 회사로 튀어나온 직원은 숙소에서 불법 카메라가 십수 개나 발견되어 놀랐을 멤버들을 배려해 상황을 “라온이 진단서가 유출되었다.” 정도로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직원이 자리로 돌아간 각자 휴대폰으로 사건에 대해 자세히 찾아본 멤버들은 충격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 약한 견성하는 진단서 사진을 보았을 때부터 눈물을 보이고 있었고.
“나는… 이 정도로 심했을 줄 몰랐어요. 걔가 그동안 너무, 아무렇지 않게…….”
“아니야.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건 라온이가 그렇게 보이길… 우리가 그렇게 대해주길 원해서였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강지우마저 눈시울이 뜨겁게 붉어져 눈언저리를 손으로 꾹꾹 누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안간힘을 써서 참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럴 때일수록 의지가 되어야 하는 존재인 자신이 여기서 눈물을 흘려 버리면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리더니까, 더 잘 알고 신경 썼어야 했는데.’
그런 후회가 강지우의 어깨를 짓눌렀다.
반요한과 서문결이 받은 충격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제까지 온라온이 보였던 모습들, 자신이 온라온에게 건넸던 말들, 온라온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얼어붙은 얼굴로 하나하나 되돌아보게 됐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두 사람 왜 이렇게 안 와?”
“밖에 차 없어.”
말없이 움직여 밖에 나갔다 온 서문결의 말에 깜짝 놀란 강지우가 대표로 온라온에게 연락했다.
나 [막내 어디?]
우리막냉이 [상현이 형이랑 어디 들렀다 가서 좀 늦어]
“막내 어디 들렀다 온대.”
“이런 상황에 어딜…….”
온라온이 오면 깨워줄 테니 잠깐 눈이라도 붙이고 있으라고 직원이 권했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회사 입구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멤버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밤샘 하루 정도는…….”
“애가 안 왔는데 어떻게 자요.”
그들이 초조하게 문 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이번에는 숙소에 침입한 사생들을 다수 발견했다는 소식이 직원을 통해 들려왔다.
“찾았어요? 어디서요?”
모처럼 좋은 소식에 작게나마 기뻐하려던 멤버들의 낯이 이어진 말에 파랗게 질렸다.
“그게, 라온이가 예전에 지내던 오피스텔에 있었대…….”
어떤 이유로든 오피스텔에 간 온라온이 확실히 제정신은 아닐 사생들을 마주쳤을 상황을 상상한 멤버들은 아연했다.
“왜 하필…….”
낮고 괴롭게 잠긴 견성하의 목소리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오르카(ORCA)가 라이브를 시작했습니다.오르카(ORCA): (소리 나지 않는 확성기 이모티콘)]
멤버들의 휴대폰에도 라이브 방송 알림이 도착했다.
* * *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던 모든 에어리가 예상치 못한 라이브 방송 알림을 받고 깜짝 놀랐다.
온라온만 빼고 멤버들이 회사로 돌아왔다든가, 숙소에 경찰이 왔다든가.
그런 진위가 불분명한 얘기까지 암암리에 떠돌아 불안함이 조금씩 불어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르카가 비앱을 켰다.
‘이 와중에 비앱을 한다고?’
‘시드 정신 나갔나……. 이걸 안 막고 허락해?’
‘설마 비앱 방송 켠 게 라온이는 아니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팬들이 떨리는 손으로 비앱에 접속해서 보니 방송을 켠 사람은 다름 아닌 온라온이었다.
낮에 뮤직팡팡이 방송되고 잘생기고 귀엽다고 새삼스럽게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얼굴이 화면에 크게 떠올랐다.
그렇다고 주변에 다른 멤버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즉, 온라온이 단독으로 켠 비앱 라이브 방송이라는 것이다.
아직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외국인 팬들은 평소처럼 인사를 건넸지만, 한국인 팬들은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온라온의 얼굴을 살폈다.
– ??
– 라온이당
– 라온아 괜찮아?
– 걱정했어 ㅠㅠㅠㅠㅠ
– 지금 방송 켜도 돼?
평소 같았으면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을 온라온은 라이브 방송 제목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희다 못해 창백해 보이는 얼굴에 힘이 들어간 것은 아니라 화가 난 것처럼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특별히 기분이 좋아 보이지도 않아 이제는 외국인 팬들도 무슨 일 있냐며 하나둘 걱정의 말을 보내왔다.
옆에서 운전하는 곽상현이 오히려 더 불안해져 힐끔거릴 정도로 온라온은 아무 말도 없었다.
‘부탁하는 얼굴이 너무 간절해 보이고 별 얘기도 안 한다길래 허락해 주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아무 말도 안 할 줄은 몰랐다.
온라온이 때때로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면 팬들은 실시간 영상이 아니라 사진인 줄 알았을 것이다.
곽상현이 지금이라도 라이브 방송을 중단시켜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동안에도 시청자 수는 계속 늘어났다.
– 오르카 라온 비앱 켰는데 지금 5분째 아무말도 안하고 있대
┗ 아직 하고 잇슴?
┗ ㅇㅇ
현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인공이 비앱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는 놀라운 소식은 순식간에 번져.
이제는 팬 아닌 사람들까지 호기심을 가지고 방송에 다수 접속하고 있었다.
– 뭐해요?
– 지금 어디야?
–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방송사곤가
– 다른 멤버들은 어디에 있는가?
– 오늘도 예쁘다
때때로 잘게 흔들리는 몸이나 배경을 보니 움직이는 차 안에서 방송을 켰다는 사실을 팬들은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사생 저격하려고 켰나?’
‘팬들 안심시켜 주려고 방송하는 거면 감동인데 일단은 가만히 있어줬으면 좋겠다.’
‘근데 지금 너무 말이 없는데…….’
사람들의 추측이 무색하게.
온라온은 이 상황에 뜬금없이 방송은 왜 켰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원래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영상 없이 목소리만 나가는 형식으로 방송을 켜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말도 안 할 텐데 얼굴까지 안 보이면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방송사고 혹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까 봐 나중에 논란이 일 것을 감수하고 얼굴이라도 보인 것이었다.
말을 포함한 행동을 아무것도 안 하니 온라온이 할 수 있는 일은 여느 때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을 보는 것밖에 없었다.
– 무슨 일이야?
– 왜 말 안하는거지
– 화면 멈춘 줄
– 잘생겼다
– 라온아 괜찮은거 맞지ㅠㅠㅠㅠ
– 상파울루에 있는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 괜찮다고 한마디만 해주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와중에 어그로가 난입했는지 악플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 팬들은 자기때문에 난리났는데 방송 켤 정신은 있나봐
– 라온아 한좀 그만 먹여 이러다 체하겠어 ㅠㅠ
– 차안이네 정신병원 입원하러 가는 길?
팬들이야 미친놈들 아니냐고 SNS 같은 곳에서 분개했지만 정작 온라온은 대수롭지 않게 악플들을 흘려넘겼다.
한동안 중간중간 끊겼다, 올라갔다, 갑자기 갱신됐다 하는 것을 반복하는 채팅창을 응시하던 온라온은 라이브 방송을 켜고 싶던 이유를 불시에 깨달았다.
– 이걸 볼지는 모르겠지만.. 모르는 게 아니라 아마 못 볼 거라고 생각하지만… 라온이가 나한테는 커다란 행복을 주고 매일매일 힘이 되는 사람인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비록 공방이나 팬싸도 못 가는 안방팬이지만 많이 사랑해♥♥♥
낯이 뜨거워졌다.
“…….”
바보같다.
팬들에게 배신감을 느낀 게 조금 전인데, 바로 그 팬들에게 다시 위로를 받으라고 하다니.
그러나 바보 같고 한심하다고 여기면서도 온라온의 시선은 채팅창을 한시도 쉬지 않고 읽어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10여 분이 다시 고요하게 지났을 때.
– (아티스트) 너 보고 싶어
– (아티스트) 빨리 와
채팅창에 아티스트 인증 마크가 당당히 붙은 채팅 두 개가 연이어 올라왔다.
아티스트가 보낸 채팅은 여타 채팅들처럼 바로 위로 쓸려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 채팅창 위쪽에 고정되어 있어, 그것을 보지 못한 에어리는 없었다.
– 헐
– 누구야?
– 지우니???
– 얘들아…ㅜㅠㅠㅠㅠㅜㅜ
– 나 우럭 ㅜㅜㅠㅠㅠ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르카 채널의 아티스트라 함은 당연히 멤버들을 말하는데.
온라온이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이상 채팅을 보낸 사람은 당연히 강지우를 비롯한 멤버들일 것이다.
오르카를 구성하는 따뜻하고 끈끈한 관계를 여과 없이 날 것으로 마주한 기분이라 일부 에어리는 기어이 울컥했다.
온라온 역시 그 채팅을 보았다.
눈이 조금 크게 뜨였다.
그리고 미세하게 입술을 달싹였다.
‘나도.’
간단한 말이었기에 온라온의 입모양을 손쉽게 읽은 팬들은 채팅창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 나도ㅠㅜㅜㅠㅠ
– 나도??ㅠㅠㅠㅠㅠ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얘들아 나도 ㅠㅠㅠ퓨ㅠㅠ
– 이거 누가 보낸건지 나중에 꼭 알려줘야 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오르카는 가족이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 이후로 아티스트 채팅이 다시 올라오는 일은 없었다.
방송을 시작한 지 20분.
“거의 다 왔다.”
괜찮게 흘러가는 상황에 그제야 안심한 곽상현이 회사에 거의 도착했음을 알렸다.
목소리를 낮추기는 했지만, 라이브 방송에도 그 목소리가 들어가 팬들은 곧 방송이 꺼질 것을 알아차렸다.
– 이제 가?
– 라온아 잠 푹자고 무리하지 말고ㅠㅠㅠㅠ
– 잘자 라온아
– 얼굴 봐서 좋앗어
– 걱정했는데 방송 켜줘서 고마워 울랑구
“안녕.”
온라온 또한 자세를 조금 더 반듯하게 고치며 방송을 시작할 때보다는 평온해진 얼굴로 담담히 작별을 고했다.
“내일 봐요.”
재회를 약속하는 말과 함께.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그리고 끝이었다.
지극히 예사로운 문장 한마디만을 남기고 방송이 종료되어 검게 변한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 에어리의 눈이 왈칵 이지러졌다.
누군가에게는 포근한 이불을 목 아래까지 푹 덮고 자면 아무렇지 않게 찾아오는 내일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생각하기만 해도 힘겹고 벅찬 내일을 기약하는 온라온의 단단하고 아픈 마음이.
그 한마디로 온전히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