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52
“그래도 마법을 고스란히 튕겨내는 술식이라니, 특질계열중에서는 굉장히 강력한 성능이잖아.”
“아리스 교수님이 괜히 외부에서 스카우트해온게 아니겠지. 아마 조교수님이 가진 술식 관련해서 따로 특강을 열어주시지 않을까?”
“오, 그건 진짜 좀 들어보고 싶은데.”
연마장 가까이서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프리실라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조교수님. 아무리 그래도 뭘 해보기도 전에 베일리를 날려버리시면…..”
“………”
프리실라의 말에도 레녹은 대답하지 못할만큼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방금 일어난 일은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아무렇게나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는 다비가 로든이 사용한 마법을 반사시켜서 단번에 상대를 제압한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인과관계가 엮여있었다.
‘아무런 마력도 느낄 수 없었어.’
로든이 사용한 것은 마법사들 중에서도 상당히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충격계열 고유마법 [충각(衝角)].
그런 마법을 정면에서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술식을 사용하더라도 상당히 수준높은 술식을 사용해야 할 터.
심지어 로든을 그 거리까지 날려보낼 정도라면 처음 그가 사용했던 마법의 원형을 거의 완벽히 유지한 상태로 반사시켜야한다는 말일텐데.
그건 지금의 레녹도 영역을 전개하지 않고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기예였다.
그런 복잡한 마력조작을 이 한순간에, 그것도 레녹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마력운용으로 이뤄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것보다 더 확실한 대답이 있다는 것을 레녹은 알고 있었다.
‘다비.’
[확실합니다.]양쪽 앞발로 보이지 않는 보석을 끌어안고 있던 다비가 대답했다.
[방금 제가 사용한 것이 바로 유물의 능력인 것 같군요.]“……….”
세바스찬은 최상급 고대 유물들이 가지는 능력은 현대 술식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면모가 있다고 말했었지.
그렇다면 지금 다비가 사용한 마법을 튕겨내는 능력이 대천사의 연민이 가진 능력의 일부라는 가설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심지어 마법을 튕겨내는 능력도 아니야. 이건……’
만약 다비의 몸을 기준으로 마법을 반사해냈다면, 마법이 쏘아지고 돌아오는 과정이 존재했어야 할터.
하지만 레녹이 확인한 마력의 흐름으로 볼때 그렇지 않았다.
로든의 양쪽 손에서 출발한 마법은 단 한번도 그 방향을 바꾼 적이 없다.
그리고 마력의 흐름이 바뀐 적이 없음에도, 현실에서 쏘아진 그 마법이 거꾸로 주인을 향해 칼날을 돌렸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후우…..”
레녹은 떨리는 심정을 억누르고 품안에서 연초 한개피를 꺼내 마력을 불어넣은 뒤 다비에게 던졌다.
그 순간 다비의 몸이 다시 한번 번쩍이고.
“어? 왠 담배가 여기 떨어져 있는거지?”
프리실라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연초를 주워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
확실하다.
대천사의 연민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보조능력의 일부.
마력이나 마력이 담긴 물건을 공간채로 전이시키는 전이능력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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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레녹은 기절한 로든을 병동으로 보내고, 남은 학생들을 상대로 다비가 전격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무지갯빛의 보석을 통해서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전이술식을 깨우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다른 학생들에게 일러둘 필요가 있나.
여기서는 오히려 다비의 생김새에 걸맞는 전격계열 마법을 보여주고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했다.
파지지직…!!
다비는 망연하게 허공을 뛰놀고 있을 뿐, 어차피 전격을 조작하는 것은 레녹의 일이다.
그녀의 몸 주변에서 피어오른 전격을 붙잡아 이리저리 묘기를 부리다 하늘에서 낙뢰를 내리꽂고 나자, 학생들의 반응이 격렬하기 그지없었다.
“버, 번개를 불러냈어!!”
“다비 최고야…!!”
“정령 만세!!!”
도중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 찝찝한 감정을 날려버릴만큼 시원시원한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학생들을 보며 레녹이 희미하게 웃었다.
소문을 듣고 구경을 나온 다른 학부의 학생들이나, 학교 관계자들도 지금 이 연마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정도 능력을 보여준다면 앞으로도 레녹의 거취에 대해서 별다른 말이 나오지는 않겠지.
레녹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모두에게 떠받들려지고 있는 다비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녀는 족히 수백명이 넘는 사람들의 중심에서 엄청난 박수와 환호성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좀 더 저를 높이 띄워올려주세요. 모두의 정수리가 잘 보이도록…!]“………”
정령에게도 과연 인성교육이 필요한 걸까? 레녹은 고민에 잠겼다.
전뇌정령이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닿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입단속을 시키기는 해야겠지.
어쨌든, 결과적으로 일이 잘 풀렸으니 다행이었다.
강의가 끝날 시간이 되었으니, 이제 적당히 학부생들을 해산시키고 도서관으로 가면 될 것 같았다.
‘뜻하지 않은 우연이지만, 이번 일로 얻은 수확이 적지 않아.’
설마 이런 우연한 계기로 유물이 가진 능력을 하나 밝혀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반으로서 전투에 임할때 다비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은 아예 상정하지 않았으니, 순전히 이 학교 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우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오르는 흥분을 차분하게 짓눌렀다.
‘침착하자…. 전이능력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계속해 속으로 그렇게 되뇌이지만, 마음이 들뜨는 것은 래녹의 이성으로도 억누르기 힘들었다.
전이능력. 이 능력이 가지는 가치가 어느정도인지 레녹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 희귀하다는 공간계열의 능력을 손에 넣은 것도 수확일진대, 심지어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전이능력이라니.
유물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혹시나 했지만, 이건 틀림없다.
만약 레녹이 생물체를 전이시키는 유믈의 능력을 손에 넣는다면.
그는 마나중독증의 페널티를 받을 필요 없이 순간이동에 맞먹는 기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혹시 모르는 일이지만.
보석만으로는 부족했던 전이능력이, 지팡이와 완전히 결합됨으로서 사용자까지 전이 시킬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면?
“……….”
상상만으로도 흥분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그건 레녹이 지금까지 탐사단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모든 스탠스를 완전히 갈아치워야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으니.
이리나 페스필드가 움직임을 보일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움직여야 한다.
손에 넣은 무지갯빛 보석의 반쪽. 양쪽에 은빛의 날개가 달린 지팡이를 손에 넣어야 했다.
‘돌아가면 곧바로 세바스찬에게 연락을 넣어야겠는데.’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객석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 레녹을 향해 걸어왔다.
이제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상황을 지켜보던 아치우드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레녹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저 비루한 놈들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모양이지만, 내 눈은 못 속여.”
아치우드의 눈에는 아주 강한 확신의 빛이 담겨져 있었다.
“정령의 힘을 빌린 척 했지만 나는 모두 봤다. 놈이 사용한 마법의 공간에 간섭하는 그 순간을…..!! 분명 그 말도 안되는 마력조작능력으로 놈을 가지고 논 거겠지.”
“………”
이름난 마탑 출신에, 촉망받는 인재 중 하나라고 하더니 그래도 그 안목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치우드는 레녹이 전이능력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짐작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방금 레녹이 공간 자체에 손을 댔다는 사실은 알아차린 것이다.
그건 아마 그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마법사들과 인연을 쌓아오면서 꾸준히 안목을 길러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
레녹의 무표정한 얼굴을 본 아치우드의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신의 추측에 대한 확신을 얻은 뒤에야, 그가 비로소 범접할 수 없는 마법사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된 것이다.
태연한 척 하려고 했지만, 얼굴에 깃든 희미한 두려움은 숨길 수 없다.
“정말 말도 안되는 실력이군. 어째서 당신같은 괴물이 이런 대학의 원소학부에 들어온거지? 혹시 다른 마탑에서 보낸 감찰관이라도 되는 겁니까?”
경어와 반말이 뒤섞여 나올만큼 그의 심정이 어지럽다는 것은 알겠다.
희미하게 떨리는 그의 몸을 보고 나니, 그가 얼마나 큰 각오를 하고 이 질문을 던졌는지 짐작하게 만들었지만ㅡ
굳이 그에게 정답을 알려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레녹은 뭐라 대꾸하기도 귀찮아서 슬쩍 의미심장한 웃음만을 지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반응에서 아치우드는 확신을 얻었는지, 이제는 혼이 빠져나갈 것 같은 얼굴로 덜덜 떨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힘없이 등을 돌린 그의 입에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앞으로 무슨 일이든 전적으로 협력하겠다. 제발 더 이상 내 마력을 빼앗지 말아다오.”
허탈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아치우드를 바라보는 사이, 강의동 사이의 거리에서 청명한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강의 시간이 끝났다는 알림.
뿔뿔히 흩어지는 다른 학부생들의 인사를 받아주면서 레녹은 곧바로 도서관이 위치한 방향으로 걸음을 돌렸다.
본의 아니게 아치우드의 완전한 굴복을 받아내기는 했지만,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일단 대학 내부에서 적지 않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것도 꽤 괜찮은 도움이 될 테니.
레녹은 적당히 그에 대한 고민을 접어두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시간이 그리 널널하지는 않다.
오늘 안으로 관련 자료를 대충 훑어보려면 서둘러야 했다.
휴대폰을 꺼내 세바스찬에게 데이터를 빠르게 넘겨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마력을 끌어올려 쏟아지는 시선을 가렸다.
[저는 저 인간들과 같이 있으면 안되겠습니까?]…..슬슬 헛소리를 하기 시작한 다비를 챙겨가는 것도 잊지 않기로 했다.
라바테논 대학에서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준비 (1)
삐빅. 삐빅.
어둠속에서 나직하게 울려퍼지는 클릭음.
귓가를 거슬리게 만드는 작은 소음이 몇번 더 울려퍼지고 난 뒤에야, 한쪽 벽면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빔 프로젝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써보는거라 말을 잘 듣지를 않는군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은 두툼한 몸집에 안경을 끼고 입으로는 쉴새없이 무언가를 질겅거리는 중년의 남자였다.
첫인상과는 달리 셔츠에 슬랙스라는 상당히 깔끔한 행색이지만, 어딘가 구부정하게 서 있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한손을 주머니에 꽃아넣고 손에 든 리모컨을 삑삑 눌러대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깍지를 낀 채 고개를 푹 숙인 한 사람의 눈치만을 보고 있을 뿐.
그녀가 고개를 들어올리자 연갈색 머리칼 사이로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한순간, 코끝에 짙은 피비린내가 풍긴 것은 착각이었을까.
이리나 페스필드가 나직하게 대답했다.
“아뇨….. 신경쓰지 마세요. 계속하죠.”
“예. 그런 의미에서 설명을 계속하자면…. 일단 탐사단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는 모두 세 명이 있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무심하게 벽 위에 떠오른 슬라이드를 몇장 넘겼다.
경매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가면을 쓰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들과 직접 대면했던 탐사단의 멤버들이 전멸한 탓에 제대로 된 신상을 파헤치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브룩이 추격전 직전에 보내온 연락이 없었다면 이렇게 정보 조직을 통한 조사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화면에 떠오른 세명의 사진을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말했다.
“일단 첫번째 후보는 최근 그라베인 마탑에서 주목받고 있는 천재 마법사, 알라데일 바머. 오랜 도제 생활을 청산하고 최근들어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현장에 남아있던 강력한 조작계열 마법의 흔적과도 딱 들어맞는 후보죠.”
짙은 갈색의 피부와 시원스러운 미소. 훤칠한 얼굴이 인상적인 청년이 양 손가락을 호쾌하게 놀리자, 그를 향해 달려들던 사방의 마수들이 무차별적으로 썰려나간다.
이리나를 비롯한 남은 탐사단의 멤버들은 그 동영상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느끼자 남자가 슬라이드를 넘겼다.
“두번째는 최근 번외구역 수용소에서 탈옥했다고 알려진 1급 수배범, 샤 마라흐가 있습니다. 굉장히 강력한 초능력자로, 그가 가진 염동력을 이용하면 역시 현장에 남겨진 참혹한 전투의 흔적을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죠.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만….”
심드렁하게 중얼거린 남자가 마찬가지로 동영상을 틀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꼬질꼬질한 인상의 남자가 손도 대지 않고 주변 사람의 머리통을 터트리거나 불태우는 장면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적나라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음에도 여기서 눈살을 찌푸리거나 시선을 피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발칸의 생활방식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 여기 탐사단의 멤버들은 나름대로 거친 환경에서 매 순간을 공유하는 실력자들이다.
이 정도의 잔혹함이나 유혈에 동요할 정도로 어리숙한 사람은 탐사단에서 일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런 실력자들조차 허무하게 스러질만큼, 지금 탐사단의 적이 강대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겠지만.
탐사단의 반응이 심드렁하자 남자는 헛기침을 하고 마지막 후보를 향해 슬라이드를 돌렸다.
“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것은….”
흑발에 마른 인상의 청년. 눈에 크게 남는 외견이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나, 화면 너머로도 알 수 있을만큼 날이 서 있는 표정이 인상적이다.
앞선 두 사람과는 달리, 정면에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아니라는 것도 특기할만 했다.
뒤쪽에서 다가오는 카메라를 마치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슬쩍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쳐다보는 듯한 사진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새카만 코트 자락 너머로 보이는 흐릿한 시선 사이에는, 눈동자가 아니라 새파란 안광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일단 이 후보는 공식적인 신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프리랜서인데다, 스스로가 사진에 찍히는 것을 굉장히 능숙하게 피해내는 편이라. 저도 이쪽 자료를 구하느라 고생을 좀 했죠.”
“그렇게 말하니까 이제야 좀 돈값을 한 느낌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