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329
약먹는 천재마법사 329화
천성의 강함(2)
쿠웅!!
크로켄이 몸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박살 난 함선이 한 번 더 기울어지다가 뚝 부러진다.
자기폭풍 속에서도 끄덕하지 않고 그 형체를 유지하던 함선이, 고작 저 남자의 걸음 한번에 스티로폼처럼 박살 나고 있는 것이다.
천천히 허리를 펴는 악어거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레녹이 빠르게 마력을 끌어올렸다.
“시간을 벌겠습니다. 최대한 멀리 도망치세요.”
“돕겠어요.”
아리스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레녹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게 무슨…….”
“직전의 전투로 이미 모든 여력을 다 소모하셨을 텐데요?”
“…….”
“방해만 될 뿐입니다. 위성도시 쪽으로 도망쳐서 펠릭스를 찾아주세요.”
철컥!!
충전식 샷건을 거머쥔 레녹의 날카로운 말에, 아리스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다소 가혹한 말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크로켄 아실러스를 상대로 마력이 부족한 아리스는 도움이 되기 어려운 상황.
빠르게 현실을 인식시키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세 사람이 모두 함께 도망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수백 미터 거리를 전이시켜 주는 것이 한계인 에낙필의 다섯 손가락으로는 이 사막지대를 벗어날 수 없다.
그나마 가장 여력을 많이 남겨둔 레녹이 시간을 끌며 지원을 기다릴 수밖에.
아리스 역시 레녹의 어조에서 얼마나 지금 상황이 다급한지 알아차린 듯 입술을 깨물었다.
히나가 그녀를 부축하고 빠르게 에낙필의 다섯 손가락을 발동시키려던 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서 나타난 크로켄이 그대로 히나를 걷어찼다.
뻐억!!
“카학!!”
히나의 몸이 수십 미터를 쏘아져 모래더미 사이에 처박힌다.
모래 먼지가 폭발하듯 날아오르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콰앙!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죽여 버리고 싶어지니까.”
발을 내린 크로켄이 웃었다.
“약하군. 하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아.”
“하으윽……!!”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히나의 얼굴.
덜덜 떨리는 그녀의 손에는, 늘 들고 다니던 그녀의 칼날이 유리조각처럼 박살 나 있었다.
히나는 놀랍게도 그 찰나의 순간 크로켄의 발차기를 칼날로 받아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완벽하게 방어에 성공했음에도 목숨을 부지한 수준에 그쳤다는 것.
하지만 눈앞의 괴물을 상대로는 그것조차 기적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수준에 비해 반사신경이 지나칠 정도로 좋은데. 네 작품이냐?”
레녹이 걸어준 증강마법 [여뢰신]에 의한 기적.
그 이유를 단번에 알아본 크로켄의 노란 동공이 레녹을 내려다보며 길게 휘어졌다.
“꽤 실력이 괜찮아졌군. 그 사이에 위계를 완성시킨 거냐. 흠, 이러면 나도 명 그놈한테 할 말이 없는데…….”
심드렁한 어조로 턱을 만지작거리는 크로켄의 말에, 누구도 함부로 대답하지 못했다.
단신으로 수천 미터 상공에서 떨어져 내리며 함선 하나를 아작 내버린 그 충격적인 등장.
그 파괴행위가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초월적인 힘으로 가득 찬 육체.
레녹이 침을 꿀꺽 삼킨 뒤 물었다.
“40번대 구역에서 모습을 감춘 지 한참이 지났다 들었는데……. 여긴 무슨 일이지?”
“이것 때문에 말이다.”
악어거인이 씩 웃으면서 왼손을 들어 올렸다.
두꺼운 비늘로 뒤덮인 그의 손안에서,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흑색 구체가 조용히 회전하고 있었다.
레녹은 그것이 함선의 곳곳에 뚫린 구멍 사이에 부착되어 있던 무언가임을 깨닫고 숨을 죽였다.
“이 함선에 탑재되었다고 반중력 엔진. 이 물건이 구세계의 유물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지.”
“…….”
“혹시나 해서 와보기는 했지만 틀렸군. 구세계의 것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효율에 집중한 느낌이란 말이지…… 뭔가 기분 나쁜 그런 집착이 없어.”
시큰둥하게 중얼거리는 크로켄의 말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시의회에서 프로젝트의 일부로 제작한 함선. 거기 탑재된 엔진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다짜고짜 함선을 때려 부수고 그 탑승 인원을 전부 죽여 버린 건가.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혼란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판데모니엄은 여전히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탕!!
등 뒤에서 쏘아지는 권총 탄환. 맞은 내색조차 하지 않고 크로켄이 고개를 돌린다.
완전히 박살 나 불타오르는 함선의 잔해 사이에서, 어깨에 별이 달린 노인이 총을 들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감히, 복마전의 개 따위가…….!!”
어딘가 낯이 익은 목소리. 방금 전까지 레녹을 협박하던 함선에서 울려 퍼지던 그것이다.
이 난리 속에서 살아남은 것을 보면 남자 역시 상당한 수준의 육체능력자겠지.
권총을 등 뒤로 던진 남자가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사브르를 빼어 들었다.
“시의회에 거역한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잘 알고 있겠지. 네놈들을 전부 처형장의 이슬로 만들어주마……!!”
“그러고 보니 아직 일이 안 끝났었군.”
걸걸한 웃음을 터트린 크로켄이 성큼 함선의 잔해 사이로 뛰어내렸다.
사브르 날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직선으로 달려드는 남자의 질주. 레녹의 눈으로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수준이다.
시의회 직속 함선을 운용하는 함장이라면, 필시 그만한 실력자에게 지휘와 운용을 맡겼을 터.
“죽어라, 괴물아!!!”
쐐애애액!
허공에서 여러 번 미끄러지며 순식간에 열 번이 넘는 각도로 휘어져 들어가는 칼날.
악어거인의 강건한 체구. 목과 머리통을 이어붙이는 비늘 사이를 절묘하게 노리는 날카로운 일검이다.
그리고 크로켄은 가만히 그 사브르 날을 바라보다, 한 손으로 칼날의 끝을 그대로 움켜쥐었다.
콰직!!
초월적인 악력에 사브르 날이 엿가락처럼 구부러졌다.
그 비상식적인 광경에 경탄하기도 전에, 구부러진 날을 쥔 손을 그대로 남자의 가슴팍에 꽂아 넣는다.
뻐억!
북이 찢어지는 듯한 기이한 소음. 그러나 더 경이로운 것은 크로켄의 괴력 그 자체다.
남자가 날린 필사의 일극을 끝에서부터 거꾸로 욱여넣어 심장을 짓뭉개기 위해서 도대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할까.
크로켄은 그런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빨을 길쭉하게 밀어 올렸다.
“재밌어. 금제율령이 풀리면 이런 시건방진 놈들이 늘어난다는 말이지?”
“…….”
비명조차 없었다. 두 눈이 새빨개진 남자가 온몸에서 피를 줄줄 쏟아내며 고꾸라졌다.
“그건 좀 기대되는데.”
파앙!!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가벼운 손짓.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반중력 엔진 부품이 사라진다.
허공에서 파공음이 일며 남자의 머리통이 통째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엔진 부품이 대신했다.
피분수를 터트리며 주저앉은 시체를 뒤로 한 크로켄이 어깨를 주무르며 고개를 돌렸다.
“할 일도 다 끝냈고, 죽일 놈도 다 죽였으니 이제 좀 제대로 놀아볼까?”
“……무슨 의미지?”
“거미에게 부탁을 받긴 했지만, 사실 이딴 고물덩어리를 회수하려고 먼 걸음을 한 건 아니거든.”
“…….”
“그때 살려준 가능성이 얼마나 큰 꽃을 피웠는지…… 이제 슬슬 확인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아서 말이다.”
쿠구구구구……!!
치솟아 오르는 살기. 양쪽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마력의 중압감.
크로켄의 샛노란 두 눈동자는, 이 괴물의 진짜 목적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레녹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번 일에 참가했던 것이다.
딱딱하게 굳은 레녹을 올려다보며 크로켄이 씩 웃었다.
“실망시키지 마라. 그럼 죽여 버릴 거니까.”
그 직후 한걸음. 그대로 수십 미터를 뛰어넘은 크로켄이 주먹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아앙!!!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온 권압만으로 사막의 모래가 해일처럼 일어나 거대한 파도를 그린다.
중첩되어 터져 나오는 파동. 그 막대한 파괴력이 거인의 포효처럼 공명하며 사막 한가운데 타원형의 잔흔을 남겼다.
일대 모래지형을 통째로 뒤집어엎는 괴력의 중심.
그 한가운데서 버티고 선 레녹의 모습을 확인한 크로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군. 좀 더 해볼까?”
“여기서 싸우고 싶은 생각은……!!”
콰아앙!!
10중첩 실드와 다중빙벽.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쏘아낸 [항뢰]와 [편뢰]의 공명조차 크로켄 앞에서는 소모품이나 다름없다.
지금 이 순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역으로 공격을 때려 박아 상쇄시켜야 하는 모순.
등을 돌리고 도망치려 한순간, 레녹의 몸을 보호하는 모든 술식과 조치가 박살 나고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
‘빌어먹을……!!’
레녹이 빠르게 히나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리스가 히나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살짝 거리를 벌린 잠깐의 순간.
두 사람이 격돌한 여파에 휩쓸리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대로라면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도 시간문제다.
으드드드득!!
박살 나는 것과 동시에 수복되는 10중첩 실드. 상시 레녹의 몸을 둘러싼 배리어의 수복력 자체는 내구도보다도 월등하게 조정되어 있다.
하지만 크로켄은 한 손으로 재생되는 실드를 모래알처럼 으스러뜨리고 그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콰직!
“위계를 완성시켰다면 내게 보여줄 만한 재롱이 하나 늘었을 텐데.”
“……!!”
“죽고 싶지 않다면 이 자리에서 꺼내 봐라.”
히죽 웃은 크로켄이 말했다.
“단장과 명보다 네놈의 영역을 먼저 확인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이런 일을……!!”
쿠우우웅!!
“호오?”
크로켄은 자신의 손을 가로막은 갑각 더미를 확인하고 눈에 이채를 띄웠다.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데. 네가 직접 만든 물건이냐?”
“…….”
레녹은 크로켄의 말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방금 그 일격을 받아낸 직후, 갑각더미 최외곽에 희미한 균열이 일어난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식 이상의 강도를 자랑해 오던 사도의 외갑조차 크로켄의 힘 앞에서 버티지 못한다는 의미.
여력을 남겨두고 시간을 끌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것을 깨달은 레녹이 흔들리던 마음을 바로잡았다.
파아아아아아아아!!!
레녹의 발밑에서 터져 나오는 무채색의 파동.
뜨거운 모래먼지를 순식간에 뒤덮고 사방을 다른 색으로 물들이는 그 모습에 크로켄이 웃음을 터트렸다.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 애송아!! 네놈이 정면에서 날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상대할 생각이 없다고 처음부터 말했을 텐데.”
레녹이 품 안에서 마력회복제를 다발로 씹어먹으며 대꾸했다.
“그쪽의 스카우트는 한참 전에 거절했어.”
다비의 정령영역으로 트레펜을 쓰러뜨리면서 남아 있는 아주 희미한 여력.
그 얼마 되지 않는 정신력을 억지로 고양시켜 가며 전개하는 자성영역의 정경이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얼마나 통할지는 알 수 없지만 레녹은 지금 이것 말고는 어떤 돌파구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했다.
어중간한 각오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철저하게 잡아 죽이겠다는 의지와 생각 없이는 제대로 된 공방조차 교환할 수 없는 괴물.
전력으로 응전하는 그 순간만이 생사를 보장받을 수 있음을 확신한다.
우우우웅!!!
무채색의 파동이 사방을 점유하고 영역을 그리는 찰나의 순간. 순식간에 사방이 어두워지고 광활한 공허가 자리 잡았다.
피할 수 없는 전장에 서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크로켄만이 혼자 웃음짓는다.
“그래도 주제파악은 빨라서 마음에 드는군. 조금만 더 꾸물거렸-”
꽈아아아아앙!!
그 순간, 느닷없이 허공에서 내리꽂힌 폭격이 그대로 크로켄이 있던 자리에 쏟아졌다.
레녹의 등 뒤에서 날아든 수십발의 포탄이 쉴 새 없이 갑각뭉치 바깥을 집중사격. 박살 난 함선과 함께 그대로 화려하게 불태웠다.
쿵!!
그와 동시에 등 뒤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진동.
고개를 돌린 레녹이 그 진동의 정체를 깨닫고 굳은 입매를 풀었다.
방위군의 점유 아래 위성도시에서 충전을 거듭하고 있던 이동요새 2호기,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갑판 위에서 이곳을 내려다보는 새머리 거인의 모습.
레녹이 탈취한 제어권한을 인계받은 펠릭스가 위성도시의 상황을 정리하고 레녹을 돕기 위해 나타났던 것이다.
한쪽 어깨에는 묵직한 전투망치를 짊어지고, 손을 들어 올린 펠릭스가 신호를 보내자 이동요새의 포문이 열리고,
수백 발의 포탄이 그대로 단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폭음이 겹쳐지며 마치 폭포 소리처럼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그 말도 안 되는 열기의 중심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레녹이 곧바로 등을 돌리며 내달렸다.
여기서 크로켄의 의사대로 자성영역을 전개하는 것은 자살행위.
오히려 쏟아지는 요새의 폭격에서 그를 지켜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크로켄의 시선이 분산된 지금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고 후일을 기약해야 한다.
“다비……!!”
레녹이 품 안에서 몬스터 바이크를 꺼내 드는 것과 동시에 다비가 그 움직임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부아아아아앙!!
거친 모래 구덩이 사이를 내달린 바이크가 길쭉하게 휘어지며 아리스와 히나를 스쳐 지나간다.
직후 두 사람의 목덜미를 마력사로 붙잡은 레녹이 안장 여분에 아리스와 히나를 앉히고, 그대로 요새를 향해 내달렸다.
안색이 파랗게 질린 아리스가 무어라 입을 열려던 찰나.
콰아아아앙!!
크로켄을 향해 폭격이 쏟아지던 착탄지점에서 역으로 섬광이 번뜩였다.
소리를 넘는 속도로 쏘아진 무언가가 역으로 이동요새의 갑판을 관통하고 터져나갔다.
“흐아아아아악!!”
“씨발, 뭐야!!”
크로켄과의 거리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천 미터 남짓.
이런 거리에서 반격이 들어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프리랜서들이 경악 섞인 고함을 내지르고.
갑판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펠릭스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여전하군. 저 사람은…….”
“빌어먹을, 도대체 뭘 던져대는 거야?”
흙투성이가 된 팔라드가 펠릭스의 옆에서 먼지를 털어내며 묻는다.
펠릭스는 이동요새를 이끌고 레녹을 돕기 위해 움직이다, 먼저 기계구체에서 탈출한 팔라드까지 주워 움직이고 있던 것이다.
“포탄이다.”
“…….포탄이라고? 우리가 방금 열심히 쏴 젖혔던 그거 말인가?”
“설명할 필요도 없겠군. 직접 봐라.”
모래먼지가 걷히면서 수천 발의 포탄을 쏟아붓던 착탄지점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포탄의 비. 팔뚝만 한 구경을 자랑하는 그 폭격 사이를 악어거인이 유유히 걷고 있었다.
사방을 휘감고 불태우는 화염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근방에서 다가오는 포탄을 그대로 꼬리로 휘감아 멈춰 세운다.
끼익!
그렇게 멈춘 포탄을 던져올려 움켜쥐고 그대로 어깨관절을 회전. 전력으로 투구하듯 내던졌다.
크로켄의 손안에서 사라진 포탄이 음속의 속도로 요새를 향해 질주. 눈부신 섬광이 되어 갑판을 박살 내고 요새 안쪽에서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
흔들리는 요새 갑판 위에서 팔라드가 말없이 두 눈을 끔벅거렸다.
콰아아앙!!
세 번째 섬광이 터져 나오고, 맨손으로 포탄을 던져 단신으로 요새를 박살 내는 그 모습을 현실로 받아들인 팔라드가 물었다.
“지금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괴물.”
철컥!!
전투망치의 손잡이에 달린 실린더를 이리저리 잡아당긴 펠릭스가 말했다.
“우리 단장조차 정면승부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투신이지.”
치이이익!!
육중한 해머 사이로 이리저리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마력광이 은은하게 번뜩인다.
필요한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리미터를 풀어제끼자 해머의 단면 사이로 새카만 마력이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모두 저 남자한테 찢겨 죽을 거다. 그 전에 담판을 지어야 해.”
“……도대체 왜 하필 지금 복마전이 나타난 건지 모르겠군. 이것도 시의회의 농간인가?”
“그럴 가능성은 낮을 걸세.”
펠릭스가 피식 웃으면서 슬쩍 자세를 낮췄다.
“왜냐면 이게 바로 판데모니엄이 움직이는 방식이니까.”
투웅!!
새머리 거인의 신형이 그대로 수십 미터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까마득하게 펼쳐진 사막지대. 모래먼지가 몰아치는 평야 한가운데서 두 거인이 동시에 시선을 마주쳤다.
팔라드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오늘따라 마르시아 팀장이 너무 그립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