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669
약먹는 천재마법사 669화
랜덤박스(4)
안타레스가 꺼낸 물건 오싹한 정도로만 주변 반응.
하지만 레녹은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보는 느낌
거대한 기계상자 앞에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선 안타레스.
“단장…….”
“반의 연락을 받고 온 거야?”
저택에 모인 용병과 프리랜서들이 다소 놀란 기색으로 용병단장을 바라보았다.
특히 그의 사무소에 소속된 용병들이 오히려 더 놀란 듯한 표정.
마치 이런 자리에 안타레스가 직접 나타날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런 곳에서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인걸.”
“단장도 맥주 한잔할래?”
“오늘이야말로 반드시 떡상 종목을 추천받고 말겠어……!!”
안타레스는 그런 이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끄러미 시선을 들어 주변을 바라보았다.
“멋진 집인걸. 네 취향인가?”
그는 레녹의 저택 곳곳에서 번뜩이는 균열과 광채에는 조금도 놀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외려 스쳐 지나가는 번개의 잔향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머리를 살짝 기울이기만 할 뿐.
파직!!
자연스레 귓가를 스친 벼락의 파편이 기계상자에 내리꽂히며, 그 마력을 활활 불태웠다.
레녹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생각보다는 가까운 곳에 있었군. 애초에 연락이 닿지 않을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지.”
안타레스가 담담하게 동의했다.
“동대륙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거든.”
“처리해야 할 일?”
“긴 여행이 끝난 뒤에도, 짊어진 짐을 내려놓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
안타레스가 눈을 감았다.
“그들이 한때 맡았던 역할을 돌려받을 생각이다. 너무 늦었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지.”
아주 오래전에, 안타레스는 그와 뜻을 함께한 이들과 함께 오랜 여행을 떠났었다고 들었다.
그가 말하는 여행과 짐에 대한 이야기는, 그때의 일을 아직 내려놓지 못한 미련을 의미하는 것일까.
늘 그렇지만 안타레스의 말은 다분히 은유적이라, 레녹도 그 이상의 설명을 요구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모두 끝나서 늦게라도 이렇게 찾아왔다는 말이군.”
“아니. 예정에 없던 일이라 일정을 급히 변경해야 했다.”
안타레스가 대답했다.
“즐거운 날에는 기대가 이해에 우선하는 법이지. 한 가지만 확인하고 나면 돌아갈 생각이야.”
“…….”
레녹이 전해준 연락과 랜덤박스의 존재 때문에 찾아온 것은 맞지만.
랜덤박스의 선물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말일까.
그런 안타레스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한 레녹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안타레스는 결말을 미리 보고 온 대가로 제한적인 전지를 손에 넣은 예지능력자.
그런 그가 하필 이 시점에 자신의 계획을 바꾸어 움직였다면.
“지금 이 자리가 네게는 예지되어 있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인가?”
“그 반대다. 예지가 시작되었기에 너를 찾아온 거지.”
안타레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보이지 않았어야 할 영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에 온 건 그 전말을 확인하고 싶어서야.”
“…….”
“괜찮겠지?”
안타레스는 레녹이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예지능력자이자,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바쳐 존재하지 않는 결말을 보고 돌아온 전지의 파편이다.
하지만 그런 안타레스가 레녹에게 호의를 보이는 이유는, 레녹의 존재가 그의 예지에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레녹이 벌인 이 파티가 안타레스의 예지에 잡히기 시작했다면,
그건 지금 안타레스의 앞에서 흔들리는 거대한 기계상자의 존재 때문이 아니겠는가.
안타레스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 이곳에 찾아왔고, 자신이 승천문을 확인해 봐도 괜찮겠냐고 묻고 있었던 것이다.
“말했듯이, 상관은 없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능력자가 작동시키는 랜덤박스라.
적어도 이 자리에서 가장 ‘운’이라는 요소를 제멋대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행운 자체를 앞서 내다보고 조정할 수 있다면, 안타레스가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도 마냥 틀린 이야기는 아닐 터.
안타레스가 과연 저 안에서 무엇을 보고 뽑아 들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늦게 온 사람이 그쪽 하나만은 아니라서 말이다.”
“…….”
그 말과 함께 레녹의 등 뒤에 소리도 없이 내려선 흑발의 여성.
양손을 두툼한 점퍼에 꽂아 넣고, 얼굴을 살짝 가리는 모자를 쓰고 있다.
가볍게 마실을 나온 듯한 차림새. 하지만 그 몸놀림은 이 자리의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기민했다.
모자 사이로 살짝 빛나는 녹색의 눈동자만이, 그녀가 누구인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줄 뿐.
한눈에 그 정체를 알아본 사람들이 미미하게 그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벨린 마르시아…….”
“현궁이 어째서 여기에?”
“반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던 소문이 사실이었군.”
제니의 술집에서 이벨린을 만난 이들도 있고, 그녀를 이 자리에서 처음 보는 이들도 있다.
에이전트의 에이스이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궁사.
적어도 발칸의 음지에서 그 이름과 위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하물며 온갖 범죄조직과 용병단을 상대로 활동해 온 그녀를 용병들이 경계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
이벨린은 그런 이들의 시선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레녹을 지나쳐 거대한 기계상자 앞에 섰다.
두두두……!!
간이 승천문을 사이에 두고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안타레스와 이벨린.
자기개변의 일곱 가지 위계를 넘어, 인간의 몸으로 미답의 경지에 도달한 두 괴물들의 대면에 모두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거 괜찮은 거 맞지?”
“오늘 멀쩡히 돌아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군…….”
“반이 있으니 그래도 몇 명은 구해주지 않을까?”
[너무 형편 좋은 소리라 듣기 거북할 지경이군. 혹시 너희들도 예비육체를 갖고 있는 건가?]곳곳에서 들려오는 실없는 대화를 뒤로한 채, 이벨린이 안타레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안타레스.”
“마르시아.”
안타레스가 웃었다.
“이치를 한발 앞서 나가는 기민함은 여전하군.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당신에게서 보이는 정경은 다르지 않아.”
“구경만 할 생각이었지만, 그쪽이 관심을 보이는 걸 보니 한 번 확인하고 싶어져서 말이야.”
가벼운 차림새와 은밀했던 기척은, 애초에 구경만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나.
이벨린의 녹안이 안타레스 사무소의 용병들을 쭉 훑었다.
“네 사무소의 활동이 줄어서 이상한 놈들이 음지에서 설치고 있어. 중앙의회와의 거래를 잊은 건 아니겠지?”
“사무소 운영은 전적으로 스텔라에게 맡겨두고 있어. 필요하다면 연결해 줄 수 있다.”
“스텔라?”
사무소 부단장의 이름을 중얼거린 이벨린이 살짝 표정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아는 그 스텔라 말하는 거 맞아? 그쪽 사무소에 들어가 있었다고?”
“바람은 한번 흘러 지나친 이들을 기억하지 않지.”
안타레스가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당신은 언제 어느 시점에서든 그대로군.”
“……왜 자꾸 사람을 이상한 비유에 갖다 붙이는지는 모르겠는데.”
팔짱을 낀 이벨린이 손가락을 가볍게 까닥이는 순간, 날카로운 예기가 공간을 휘감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찰나에 가까운 의지의 발현.
그것만으로 일대 사방의 대기가 날카롭게 일어서, 궁사의 의지에 호응하고 있는 것이다.
“난 기억력이 나쁜 것도 아니고, 맺고 끊는 게 깔끔한 사람도 아니야. 그런 식으로 단정을 짓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건가?”
“…….”
안타레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외려 그의 대답이 되어주었다.
굳이 그 사실을 설명하거나, 납득시키려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당장이라도 한번 충돌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날카로운 의념의 격류.
하지만 먼저 마력을 거둬들인 것은 이벨린 쪽이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이벨린이 챙 아래로 녹안을 감췄다.
“하아…… 그만하자. 이런 자리에서까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당신을 달라지게 만드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
안타레스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기분이 들었다.
“변명은 하지 않겠다. 보고 들었던 것만이 전부는 아니야. 나 역시 편견에 갇힌 맹인에 불과하지.”
“…….”
“바람이 머무를 곳은 그 너머에 있던 걸까?”
그의 시선이 순간 레녹을 향해 눈짓하는 듯했지만, 이벨린은 더 이상 안타레스의 말에 동요하지 않았다.
귀찮다는 듯 점퍼에 다시 손을 꽂아 넣은 채, 나른한 몸짓으로 고개를 까닥였을 뿐.
“됐으니까 순서나 정해. 그쪽이 먼저 할 거야?”
“원한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따지고 보면 이벨린이 안타레스보다 조금 먼저 도착하기는 했지만, 레버를 당기는 순서는 상관이 없다는 말일까.
레녹이 일단 불러서 오기는 했지만, 그녀는 랜덤박스의 능력을 확인했음에도 그렇게 큰 관심은 없어 보였다.
안타레스는 그런 이벨린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펜터렉트로 만들어진 레버를 조용히 응시하던 안타레스가, 이내 한 손으로 그것을 잡았다.
그다지 힘을 주지 않고 자연스레 레버를 당기는 용병단장의 모습.
째깍째깍째깍…….
다른 이들과는 달리 요란한 효과음도, 머리 위에서 폴짝거리던 영체의 속삭임도 없다.
마치 타이머가 울리는 듯한 기계적인 소음.
규칙적인 진동음과 동시에, 무언가가 걸리는 듯한 느낌만이 울려 퍼졌을 뿐.
“…….”
탁!
어딘가 불길하게 느껴지는 타이머 소리.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초침 소리를 엿듣는 듯한 기분에 휩싸인 찰나.
벌컥!!
랜덤박스의 문이 활짝 열렸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 대신, 싸늘하게 얼어붙은 숨결만이 박스 안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뿐.
후욱……!!
“……!!”
그 순간, 상황을 지켜보던 펠릭스와 이벨린의 표정이 확 변했다.
“뭐야?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뭔가…… 이상하군.]대부분은 제니나 조든처럼 아예 지금 상황에 어리둥절해할 뿐.
밀라와 웨이안처럼 감이 좋은 이들이나 살짝 낯빛이 안 좋아진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야, X발 이건…….”
“드, 들여다보는 것 같은데……?”
“……”
레녹 역시, 어째서 펠릭스와 이벨린이 저렇게 반응하는 것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지직, 지지지직……!!
지금 승천문의 공허 저편에 멈춰있는 것은 단순한 구세계의 유물이나 기억이 아니다.
지성을 지닌 생명체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기괴하게 비틀린 사념의 발로.
그 존재가 이 자리에 내려앉는 것만으로, 공간이 칙칙하게 죽어 침잠하는 기분이 든다.
온몸이 본능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가라앉는 듯한 절망적인 감각.
그리고 그 사념이 흘러나오는 승천문 앞에서, 안타레스는 말없이 박스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타레스.”
레녹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불렀다.
아무런 마력도 없이, 가만히 그의 이름을 부르기만 할 뿐.
하지만 안타레스는 그것만으로 문 너머에서 시선을 떼고, 레녹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래.”
쓴웃음을 지은 그가 천천히 레버에서 손을 떼자, 곧바로 박스의 문이 닫히며 굉음을 터트렸다.
쿠우우웅!!
동시에 그 자리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진 사념의 파동.
“하아, 하아……!!”
“조, 조금만 늦었으면…….”
밀라와 웨이안이 헐떡이며 주저앉는 사이, 안타레스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혹시나 했지만, 기대 이상이군. 설마 여기서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어.”
“무엇이 나오려 한 거지?”
“금기를 저지른 죄인의 마지막.”
안타레스가 웃었다.
“그곳에도 있을 줄 알았지. 왜 이 시점에 갑자기 예지가 통했는지도 그렇고.”
“…….”
“정말 대단한 물건을 만들었어, 반.”
천천히 레버를 놓고 뒤로 물러난 안타레스가, 레녹의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물건이다. 알고 있겠지?”
“…….”
“우리 같은 이들은, 문 너머에서 소망과는 다른 것을 보게 되지.”
주머니에서 작은 종잇조각을 꺼낸 안타레스가, 손가락을 두들겨 글씨를 써 내려간다.
펜도 없이 손짓만으로 종이 위로 글자를 새기는 신기.
안타레스는 복잡한 일련번호와 같은 숫자들이 적힌 종잇조각을 레녹에게 건넸다.
“즐거운 분위기를 망쳐서 미안하군. 하지만 이게 필요한 일일 수도 있으니.”
“……위치 좌표인가?”
“금기를 범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천벌.”
쓴웃음을 지은 안타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최후에 대한 이야기가 그곳에 있지. 원한다면 한 번쯤 찾아가 봐도 좋겠다.”
“…….”
당장 간이 승천문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레녹에게 알려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까.
안타레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등을 돌렸다.
“단장…….”
“갈 땐 가더라도 맥주 한 잔쯤은…….”
이 와중에도 술을 먹이려는 용병들을 웃으며 바라보던 안타레스가, 어깨를 두들겨주고 돌아섰다.
정문 쪽으로 몇 걸음 내딛는 것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용병단장의 모습.
불쾌한 기색으로 표정을 찌푸리고 있던 이벨린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래서 예지능력자는 짜증 나. 자기가 뭘 하는지 알면서도 항상 저렇다니까.”
“안타레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군.”
“뭐, 그렇지.”
레녹의 말에 이벨린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언제부턴가 이해는 못 해도 의미는 알게 되더라.”
“…….”
“단어선택과 시제표현이 엉망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고치려 들지도 않잖아. 저 정도 수준에 오른 초인한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지.”
안타레스와 비슷한 경지에 접어든 이벨린이기에, 그가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듣지는 못해도 같은 선상에서 본질을 접하고 있다는 것일까.
그녀는 레녹이 안타레스의 말을 이해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의미를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뭐, 그럼 다음은 내 차례네. 그래도 저 녀석이 한 일을 보니까 나도 궁금하긴 한걸?”
점퍼 소매를 걷어붙인 이벨린이 레버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는 사이.
레녹이 그녀의 어깨를 두들긴 뒤 딜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미안하지만 레버를 당기는 일은 잠깐 기다려 줄 수 있겠나?”
“뭐?”
“시간이 없어. 어쩌면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
“어, 어라…….”
“금방 돌아오지.”
방금 안타레스가 연 박스 너머의 기척 때문인지, 딜런의 기척이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피곤한 것처럼 힘겹게 천막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
손을 뒤로 감추고는 있지만, 레녹의 마안에는 그 심장이 조금씩 딜런의 손안으로 녹아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희미하게 맥동하는 심장소리.
두근, 두근……!!
쥐고 있는 푸른 심장과 딜런의 존재감이 기묘하게 겹쳐지는 환상.
더 늦었다가는 아마 돌이킬 수 없어질지도 모르지.
“……반?”
“딜런, 이쪽이다.”
레녹은 딜런을 이끌고 곧바로 저택 지하 연구실로 향했다.
찰칵!
위이이잉!!
사방에 불이 들어오고 화려한 연구장비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딜런이 힘겹게 시선을 들어 올렸다.
멍하니 주변을 바라보던 딜런이 짐짓 감탄한 목소리를 꾸며냈다.
“까리한데…… 이걸, 구경시켜 주려고 불렀냐?”
“그럴 리가. 당연히 다른 용건이다.”
레녹이 그렇게 대꾸하며, 딜런의 손에 들러붙은 푸른 심장을 가리켰다.
“그건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 알고 있겠지?”
“…….”
“구체적인 연원은 조금 다르지만, 교단의 물건이다.”
심장을 바라보는 레녹의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이 섬기는…… 실패한 신의 힘이 깃든 제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