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124
몬스터 웨이브 (1)
한바탕의 복권사태가 지나간 다음 날 아침.
나는 같은 번호를 여러장 구매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라면을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복권에 대한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이 되었겠다.
이제는 어제 획득한 마법서를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마법서 : 몬스터 테이밍].유테니아에게서 공양받은 물건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었다.
“몬스터 테이밍이라··· 몬스터들에게 대화로 명령을 내리기는 힘들테니, 아마도 내가 몬스터들을 조종하게 될 것 같은데.”
테이밍이란 보통 플레이어의 영향력 아래에 몬스터를 놓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내가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캐릭터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게임은 대화를 걸거나 스킬을 사용하는 것으로만 캐릭터들의 움직임에 간섭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내가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생긴다는 것은, 기존보다도 게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나는 기대에 가득찬 마음으로 [마법서 : 몬스터 테이밍]을 터치했다.
마법서를 사용하자 사용여부를 물어보는 안내창이 떠올랐고, 나는 당연하게도 ‘예’를 눌러 스킬을 습득했다.
– 을 습득했습니다.
– 이제 마력을 소모해 몬스터 테이밍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됩니다.
스킬의 습득을 알리는 메세지와 함께, 화면의 하단에 의 스킬 아이콘이 생겨났다.
테이밍이라는 단어와 어울릴만한 직관적인 아이콘은 아니었다.
그리고 스킬의 상세설명 역시 전반적으로 두리뭉실한 편이었다.
사용 시, 필드 위의 몬스터를 테이밍 할 수 있다.
스킬에 대한 자세한 설명따위는 보이지 않는, 무척이나 추상적인 내용뿐인 설명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스킬을 직접 사용해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근처에 지나가던 농부를 바라보았다.
“이거 혹시 사람한테도 통하나?”
툭.
스킬 아이콘을 터치하자 대상을 지정하는 버튼이 떠올랐다.
라이트닝과 마찬가지로 단일 타겟을 지정해야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표적지를 지나가던 농부에게로 옮겨, 표적을 확정시키고 스킬을 발동해보았다.
스킬이 발동하면서 농부의 몸에 빛이 감돌았다.
스킬에 직격당한 농부를 바라보고 있으면, 농부가 잠시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었다.
– “방금 눈앞이 번쩍였는데······.”
– 지성체에게 을 사용했습니다.
농부에게 일어난 변화는 그것이 전부였다.
나는 움직이는 농부를 따라다니며 농부를 계속 관찰했지만, 그에게 이렇다할 변화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농부의 머리를 두드려봐도 비명만 내지르고 말 뿐이었다.
결국 은 사람에게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사람한테는 안먹히나보다.”
사람도 테이밍이 가능하면 좋을텐데 말이다.
스킬이 따로 있는 게임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랬던 모양이다.
이렇게 된 이상 몬스터를 찾아서 테이밍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농부를 테이밍하는데 실패한 나는 맵의 어딘가에 있을 몬스터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스윽. 스으윽.
화면을 움직일 때마다 온갖 식물로 뒤덮힌 울창한 숲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일까.
예전과는 다르게 동물들이 제법 자주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슴. 거북이. 늑대. 설마 너네도 몬스터냐?”
숲속을 돌아다니던 동물들을 바라보던 나는 한가지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과연 눈앞에 보이는 동물들 역시 몬스터로 취급받을 것인가.
보통 게임에서 마주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몬스터로 취급받기 마련이었다.
몬스터의 사전적 정의와는 조금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몹으로 생각하면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물을 마시기 위해 개울가에 다가온 사슴의 모습에, 일단은 스킬을 한 번 사용해보기로 결심했다.
뭐든지 실험해봐야 자세히 아는 법이니까 말이다.
– (물 마시는 중)
“주변에 보이는게 동물밖에 없네. 너도 그냥 몬스터 해라.”
나는 머리 위에 이모티콘을 띄우고 있는 사슴을 향해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스킬의 표적지를 사슴 위에 올려놓았다.
꾸욱.
표적지의 한가운데에 놓인 사슴을 클릭해 스킬을 발동시키면, 화면에서 환한 빛이 터져나오며 물을 마시던 사슴을 휘감았다.
빛에 휘감긴 사슴과 함께 화면 하단에 메세지가 떠올랐다.
– 을 사용했습니다.
– 의 효과가 27시간동안 유지됩니다.
사슴에게 사용한 스킬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일까.
이번에는 효과가 27시간동안 유지된다는 메세지와 함께, 마력 게이지에서 대량의 마력이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의 스킬 효과를 받은 사슴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사슴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피어오르며, 검은 아우라가 몸에서 흘러나오는 모습이었다.
나는 강화된 사슴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화면 한가운데에 나타난 보석 모양의 아이콘을 응시했다.
“이건 뭐야. 내가 스킬을 사용해서 나타난건가?”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나타난 아이콘의 모습에 궁금해하던 찰나.
그런 내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듯이, 화면 하단에 스킬에 대한 메세지가 나타났다.
이전과는 다르게 스킬의 사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는 메세지였다.
– 유도 마커가 나타난 방향으로 테이밍한 몬스터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 마커를 움직여 몬스터를 유도해보세요.
아무래도 화면에 나타난 마커를 통해 몬스터를 유도할 수 있는 모양이다.
자세한 조종은 못하고 이동방향만 제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의 효과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메세지의 내용을 따라 유도마커를 움직여보았다.
스킬에 의해 테이밍된 사슴이 마커의 방향을 따라 붉은 눈동자를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안광을 내뿜는 사슴은 입을 벌리며 머리 위에 말풍선을 띄워올렸다.
– 크르르르르.
울부짖는 사슴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나온다.
이제 사슴보다는 늑대에 더 가까운게 아닌가 싶은 광경이었다.
나는 그런 사슴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주변에 있던 다른 동물들을 향해서 마커를 움직여보았다.
테이밍한 몬스터를 조종하기 위해 마커를 옮기면, 사슴의 고개가 마커의 방향을 따라 돌아갔다.
멀찍이 떨어진 위치에 마커를 잡아당기며 사슴의 행동을 유도해보았다.
“오, 그렇지. 이동해야지.”
내가 유도 마커를 움직이기 무섭게, 사슴이 마커의 방향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숲속에 사슴의 말발굽 소리가 울려퍼진다.
숲을 내달리며 가속하기 시작한 사슴이 마커의 궤도에 있는 동물들을 순차적으로 들이받았다.
콰아앙! 콰앙! 쾅!
날카로운 뿔이 동물들과 충돌할 때마다, 사슴뿔에 치인 동물들이 멀찍이 어딘가로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나는 태양까지 날아갈 기세로 회전하는 동물들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와, 이건 진짜······.”
마커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달려가면서, 충돌하는 동물들을 하나같이 날려보낸다.
그럼에도 사슴은 속도를 죽이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는 모습이었다.
마커를 이용해 제어가 까다로운 경주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마커를 지그재그 방향으로 변주시켜 움직이더라도, 사슴은 약간의 딜레이만 거칠 뿐 궤도에 있는 모든 것을 받아내었다.
물론 테이밍된 사슴이 무적은 아니라서 그런지 뿔이 심하게 망가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원초적인 재미에 감동받은 나는 가장 이상적인 꿈을 그려나갔다.
“이건 진짜··· 공포의 사슴군단으로 만들어야겠다.”
드넓은 들판을 달려나가는 붉은 눈의 사슴무리.
그런 사슴들이 지나간 자리는 모든 것이 쑥대밭으로 변할 것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광경에 나는 마커를 움직이며 분주하게 주변을 탐색했다.
주변 어딘가에 숨어있을 사슴을 찾아야만 했다.
모든 병종을 기병으로 도배한다는 사슴군단의 꿈을 위해서 말이다.
* * * * * *
“성역에 오신건 처음이신가요!”
높은 상공에 떠올라있는 부유하는 섬.
그곳에서 지팡이를 든 페린이 피터를 향해 이야기했다.
교단의 모든 이들이 성역이라고 칭하는 장소에 올라온 피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안에게 이야기를 들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발을 딛여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교단의 사람이라면 모두가 동경할만한 장소에 비로소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비록 피터 본인은 교단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었지만, 이 장소를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성역······.”
섬의 모퉁이에 발을 딛은 피터가 아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피터의 뺨에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중이었다.
뺨에 닿는 바람을 느끼며 피터는 페린이 말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페린의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 성역에서는 바람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이그드라실의 결계가 성역에 들어오는 거친 바람을 차단해주기 때문이었다.
허나 지금은 피터가 성역에 들어오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일시적으로 결계를 해제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비로소 피터가 이런 식으로 바깥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하늘에서 보는 세계는 멋지지 않나요?”
“······그러네.”
성역에서 보는 지상의 모습은 무척이나 작아보였다.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던 마을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광경이었다.
지상위의 모든 것을 자신의 아래에 두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하늘에서 지상을 다스리는 신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어쩌면 이 성역은 악신이 사도들에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자 만들어낸 곳일지도 몰랐다.
피터가 지상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감탄하고 있으면, 페린이 손으로 이그드라실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유토도 무척이나 좋은 친구기도 하고요.”
“유토?”
“성역을 공중에 띄워주고 있는 정령이에요. 특별한 정령이라서 정령계로 돌아가지는 않지만요!”
“아··· 정령이 성역을 띄우고 있었구나.”
섬 하나를 공중에 띄워놓을 수 있는 정령이라.
피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이야기였다.
피터의 허리춤에 성기사가 사용하던 특별한 검이 있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유테니아가 쥐어준 것에 불과한 물건이었다.
결국 피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평범한 채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붕대로 감은 피부에 영웅의 표식이 찍혀있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피터는 아려오는 기분이 드는 붕대를 붙잡은 채로, 사근사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페린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다음에도 성역에 다시 오실거라고 하셨죠?”
페린은 요정이었다.
피터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한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종족말이다.
옛날 이야기에서나 볼법한 요정이 성역의 수호자가 되어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피터는 눈앞에 있는 요정이 낯설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만들어낸 신비의 마력이었다.
“로안이··· 아니, 대주교님이 돌아오는 김에 요새화에 뭐가 필요한지 봐달라고 해서.”
“성역에 요새를 만드나요?”
“물론 결계가 있으면 굳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조금 더 커지면 집이나 만드는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성역은 그런 요정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거대한 나무와 바닥을 장식하는 푸른 풀잎들.
구석에 박혀 마정석을 살펴보는 노인 하나만 제외한다면, 동화속의 요정이 거주할만한 낙원이 분명했다.
마정석을 살펴보는 노인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피터가 다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그의 눈에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 저게 뭐야······.”
피터의 발밑으로부터 아득히 떨어진 어느 지면.
그곳에서 거대한 흙먼지가 퍼져나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흙먼지를 퍼뜨리며 이동하는 것은 피터에게 있어서도 익숙한 생명체였다.
우람하고 날카로운 뿔.
그리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네 개의 다리.
일사분란하게 이동하는 그들의 정체를 확인한 피터가 놀라서 입을 벌렸다.
“사, 사, 사, 사슴······?”
붉은 안광을 내비치며 달리는 익숙한 동물.
그것은 광기에 젖은 사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