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46
흔히 사람의 인생은 쳇바퀴처럼 굴러간다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사는 사람은 조금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일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이 되면 언제나와 똑같은 일상을 마주하고는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졸린 눈으로 샤워를 하고서는, 분주하게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서 회사를 향해 노곤한 몸을 이끌어간다.
어떤 날은 작은 실수에도 혼날까봐 조마조마해 하며, 어떤 날은 기대에 가득차서 퇴근하는 시간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인다.
또 어떤 날은 하루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혼자 캔맥주를 사서 돌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고 다음 날이 찾아오면, 또 어제와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버릴 뿐인 인생.
그런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문득 자신이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고는 한다.
실제로는 나 하나쯤 빠져버린다고 해서, 사회가 멈춰버리는 일은 없을텐데도 말이다.
“후…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
그럼에도 사람이 다음 날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은, 저마다 삶의 이유가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
그도 아니라면 자신만의 소중한 무언가.
나에게 있어서 게임은 그러한 삶의 이유를 만들어가는 자그마한 파편들 중에 하나였다.
지루하던 삶의 굴레를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는 스마트폰 너머의 세계.
그곳에서는 모험도 도전도 거리끼지 않으며, 실패하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조잡한 게임 하나가 나에게는 일상의 탈출구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게임이나 잠깐 하다가 라면 끓여야지.”
집에 돌아온 내가 짐을 집어던지고 게임부터 실행하는 것은 그런 이유였다.
물론 언젠가는 게임이 질리는 순간이 찾아오고, 애정으로 하던 게임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
또 게임에 시간과 돈을 허비한 자신을 책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게임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울 따름이었다.
이렇게나 비좁은 스마트폰 화면 너머의 세계를,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카르마가 얼마나 들어왔으려나.”
꾸욱.
스마트폰의 화면을 터치하자 메인화면이 사라지면서 게임이 로딩되었다.
게임을 실행하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누적되어있는 카르마의 수치였다.
이 방치형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재화는 누가 뭐라고 해도 카르마였다.
카르마를 모아야 플레이어 레벨이 올라가고, 카르마를 소모해야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게임의 목표들 중 하나가 100만 카르마에 도달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 아래에 해당하는 조건을 충족시킬 때마다, 의 진행도가 한단계 상승합니다.
– 사용 가능한 카르마 : 715 / 999999 (미완)
– ??? : 0 / 1 (미완)
– ??? : 0 / 1 (미완)
– ??? : 0 / 1 (미완)
– ?????? (미완)
현재까지 누적되어있는 카르마의 총량은 715.
스킬의 목표치에는 많이 못미치지만, 다음 사도를 만들기 위한 수치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근들어서 카르마의 수급량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었다.
새롭게 획득한 카르마의 대부분은 쿠에베르그와 에스타시아가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런 페이스라면 머지않아 새로운 사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날이 늘어가는 카르마의 모습을 보며 만족하고 있으면, 화면의 아래쪽에서 메세지가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 뭐야? 레벨업인가?”
나는 시선을 아래쪽으로 내려 새로 떠오른 메세지들을 읽어보았다.
출력되어있는 메세지의 대부분은 쿠에베르그의 카르마 획득 메세지였다.
지금 이 시간에도 쿠에베르그가 분주하게 카르마를 만들어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쿠에베르그의 메시지 아래, 오랜만에 레벨업 메세지가 떠올라있었다.
무더기로 카르마가 쌓인 끝에 드디어 레벨이 오른 것이었다.
– 레벨 8이 되었습니다.
– 이 성장합니다.
– 이 되었습니다. 이전보다 더 명확한 시선으로 대륙을 관찰할 수 있게됩니다.
당연하지만 레벨이 오르면서 출력되는 메세지는 대부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킬의 성장. 마력수치의 상승.
그리고 에 의한 경고 메세지.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언제나와 비슷한 출력 내용이었다.
– 경고 : 한쪽 방향으로 지나치게 편향된 카르마는 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 기울었습니다.
– 낮은 수준의 이 발생했습니다.
– 인과율 보정 진행도 : 4%
쿠에베르그에 의해 대량의 카르마를 획득하게 되면서, 의 인과율 보정은 4%를 넘어서게 되었다.
물론 그것도 에스타시아가 계속해서 인과율 보정치를 깎아낸 결과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인과율 보정이 6%에 도달하고도 남았을거라는게 내 계산이었다.
그만큼 쿠에베르그는 적극적으로 사냥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얼굴은 보기 싫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든든한 교단의 희망이었다.
– 의 새로운 조건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평소와 다른 내용으로 출력된 메세지가 하나.
바로 스킬의 다음 조건이 공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스킬의 진화 조건들은 내가 게임의 엔드컨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는 내용이었다.
첫번째로 열린 조건부터가 너무나도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사용하지 않은 카르마를 100만 가까이 모아야 한다니.
어떻게 사람이 카르마를 쓰지 않고 100만이나 모을 수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100만의 카르마를 모을 수 있을지도 가늠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가혹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새로운 퀘스트 내용은 확인해봐야지.”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스킬을 내버려두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결국 언젠가는 클리어할 목표가 아니겠는가.
쉬운 목표가 있다면 그것부터 차근히 달성해나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스킬의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면, 숨겨져있던 진화 조건 하나가 새롭게 공개되어있었다.
– [성유물 : 에르거스의 말뚝] : 0 / 1 (미완)
스킬의 새로운 진화조건은 바로 지정된 아이템의 획득이었다.
아이템의 이름은 [성유물 : 에르거스의 말뚝].
마검이나 신기와 같이 성유물 카테고리로 분류되어있는 아이템이었다.
처음 보는 성유물이라는 카테고리에 나는 깊은 고민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성유물? 이건 또 뭐야.”
아무래도 뽑기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닌 것 같았다.
설마 그런 것까지 스킬을 개방하기 위한 임무에 넣어놓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게임속에 존재하는 신들과 관련된 아이템은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고있던 도중, 문득 성기사였던 에반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에반은 내 사도가 되기 전까지 여신을 섬기는 신실한 성기사였다.
혹시 에반이라면 [성유물 : 에르거스의 말뚝]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반한테 물어볼까.”
이 게임의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와 일정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소통기능을 사용해 물어본다면 에반에게 대답을 듣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에반이 성유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면, 에반이나 다른 사도들에게 성유물의 회수를 지시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결심을 세웠다면 굳이 대화를 미루어놓을 이유는 없었다.
나는 곧장 도시에 있는 에반을 찾아내어, 에반의 머리 위에 떠오른 말풍선 버튼을 눌렀다.
– 전송하실 메세지를 입력하세요.
제2사도, 에반 알레미어.
오랜만에 나누어보는 사도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 * * * * *
– 구오오오오오오.
나무들이 쓰러진 산길에 쿠에베르그의 기이한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쿵. 쿵. 쿵. 쿵.
쿠에베르그의 거체가 움직일 때마다 숲이 무너지고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심연의 군주 쿠에베르그.
깊은 심연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그는 태생부터가 포식자였다.
빛이 들지 않는 심연에서 태어나 자라왔으며,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바깥 세상의 침입자. 시끄러운 동족.
그리고 쿠에베르그를 잡아먹기 위해 배회하는 심연의 마수들까지.
무엇 하나 쿠에베르그의 입안에 넣어보지 못한 것이 없었다.
– 구오오오.
쿠에베르그의 덩치가 기괴할 정도로 커져버린 것도, 그가 지금까지 집어삼킨 먹이들의 힘을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무수한 심연의 생명체들을 먹어치우고 힘을 흡수한 쿠에베르그는 강력한 힘을 가진 심연의 군주가 되었다.
모든 동족들이 쿠에베르그를 따르고, 온갖 심연의 괴물들이 쿠에베르그를 피해 도망쳤다.
심연 전역에서 그와 대적할 수 있는 마수가 열을 넘기지 못할 정도였다.
자신보다 위대한 존재의 부름에 쿠에베르그가 응답한 것 역시 그러한 심연에서의 생활에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 “나도 많이 나약해졌군.”
하지만 심연에서 태어난 쿠에베르그가 지상에서까지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쿠에베르그는 어디까지나 심연에서 나고 자란 생명체였다.
쿠에베르그의 신체구조부터가 지상에서의 움직임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라면 순식간에 지나쳤을 거리도 지상에서는 며칠이나 이동해야만 했다.
게다가 지나치게 거대한 신체 탓에 오랫동안 움직이는 경우 상당한 피로를 느껴야만 했다.
그는 여전히 강력한 포식자였으나, 심연에서의 위용은 완전히 사라진지 오래였다.
– “빨리 많은 것들을 먹어치우고 성장해야겠어.”
그렇다고 해서 쿠에베르그가 지상에서의 성장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상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느꼈다.
지상에는 심연에서 보지 못한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지식이라는 힘으로 자신들보다 강한 동물들에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을 먹고 배우며 학습하면 쿠에베르그는 이전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다.
그리고 쿠에베르그를 내려보낸 위대한 존재 역시 그를 보며 기뻐할 것이다.
그것이 쿠에베르그가 심연마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였다.
– 생명을 수확하라.
촉수를 움직여 앞으로 걸어나가던 쿠에베르그의 머리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쿠에베르그를 심연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존재의 목소리였다.
위대한 존재의 목소리는 그가 지상에 도착한 첫날부터 반복되어왔다.
위대한 존재는 계속해서 쿠에베르그가 생명을 거두어들이길 바라고 있었다.
쿠에베르그 역시 그것을 원하고 있었으니, 어느쪽도 거리낄만한 이유는 없었다.
쿵. 쿵. 쿵. 쿵.
빠른 속도로 산맥을 벗어난 쿠에베르그가 마침내 드넓은 평야에 들어섰다.
– “인간들인가.”
그리고 그런 쿠에베르그의 시선에 모여있는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수많은 인간들이 돌을 쌓아올려 만든 거대한 구조물을 등지고 그 앞에 서있었다.
쿠에베르그는 그간의 학습을 통해 인간들이 등지고 있는 구조물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성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인간들을 방어하기 위한 구조물이었다.
물론 쿠에베르그와 같은 거대한 존재를 상대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였다.
인간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모양인지, 인간들 중 일부가 성채를 등지고서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괴물이 오고 있다!”
쿠에베르그를 발견한 인간 하나가 목이 터져라 주변에 외쳤다.
우우우우웅!
웅장한 나팔소리가 울려퍼지며 인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한 인간들의 움직임 역시 쿠에베르그가 이미 학습해둔 내용이었다.
인간들은 여럿이 뭉쳐 움직이면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를 흉내내는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간혹 인간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상위종도 사냥당하는 것을 보면, 저러한 인간들의 움직임은 상당히 효율적인 것이었다.
– “어리석은 인간들이 한곳에 모여있구나.”
그러나 모여있다는 사실 자체는 쿠에베르그의 관점에서 무척이나 어리석은 일이었다.
벌레가 한가득 모여봐야 쿠에베르그의 앞에서는 벌레에 불과하다.
포식자인 쿠에베르그는 벌레같은 인간들을 한입에 넣어 집어삼키면 되는 일이었다.
오히려 집어삼키기 편하게 모여있어 쿠에베르그가 이동할 수고를 덜어주고 있었다.
모여있는 인간들을 발견한 이상, 저곳을 놔두고 다른 곳으로 향할 필요는 없다.
쿠에베르그는 눈앞에 놓인 탐스러운 먹잇감을 거절하지 않았다.
– 구오오오오오.
쿠에베르그의 흉악한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이내 쿠에베르그가 인간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쿠에베르그의 거체가 움직일 때마다 지축이 흔들리며 먼지가 자욱히 올라왔다.
온갖 장비로 중무장한 인간들 역시 그에게 맞서기 위해 무기를 들어올렸다.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
쿠에베르그와 인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