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23
밥만 먹고 레벨업 1224화
민혁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자였다. 그는 단번에 배달원 콩이를 해고했다.
대신 주방에서 일하게 했다. 민혁은 태초의 신 아테네의 리뷰를 가게 앞에 가장 크게 내걸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3일 차의 밤이 지나가려 하고 있다.
[3일 차의 현재 매출 245플래티넘입니다.]민혁은 이 아테네의 리뷰와 어제 처음 주문했던 고객들에 의해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을 직감했다.
그때 반가운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의 목소리.] [죽음을 다스리는 신이 말합니다.] […….]“…….”
반갑지만 어색한 사이. 그것이 바로 죽음의 신 루이스와 민혁의 관계다.
죽음의 신은 신의 목소리를 발동해놓고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오랜…….]“저기…….”
언제나처럼 둘은 어색했다. 다시 침묵이 지나갔다.
“메뉴 좀 추천해 줄까? 이 시간이면…….”
음식들은 시간대에 따라 판매율이 달라진다. 낮엔 커피와 간단한 밥 종류가 많이 나가며, 저녁엔 야식류가 많이 나간다.
“족발 어때?”
[그, 그래.]주문을 받은 민혁은 곧바로 죽음의 신에게 요리하여 보냈다.
* * *
죽음의 신은 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의 하루는 언제나 같았다. 삭막하고 악취가 가득 나는 이곳의 썩어가는 왕좌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것.
그녀의 연인 헬라는 죽음의 신이 변화하길 바랐다.
그 누구도 쉬이 들어올 수 없는 곳.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끔찍한 곳에 음식이 배달되었다.
“…….”
음식을 내려다보는 죽음의 신은 감회가 새로웠다.
음식에는 민혁의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막국수는 서비스.]“…….”
어쩌면 나의 변화의 시작은 민혁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변화가 루이스를 변하게 하고 있다.
쪽지를 보며 헬라가 바라던 걸 생각해 본다.
‘친구라…….’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고독하고 슬픈 신. 쪽지를 바라보며 그는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식사를 시작해 본다.
쪽지의 뒤편엔 먹는 방법이 적혀 있다.
사실 죽음의 신은 조금 두려웠다.
그는 커피는 즐겼지만 헬라가 죽은 후 단 한 번도 음식을 즐긴 적이 없었다.
입맛이 없었고 이 지옥의 쓰레기 같은 음식물을 입에 넣고 싶지도 않았다.
살코기를 집어 든다.
먼저, 민혁의 조언대로 새우젓에 족발을 찍어 먹어본다.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족발 고기의 맛이 그의 표정이 변화하게 한다.
짐짓 두려운 듯한 표정을 짓던 그가 수십 년 만의 식사에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상추를 펼친다.
그 위에 쌈장을 푹 올린 뒤, 고기를 얹고 마늘과 고추를 올린다.
그다음 크게 한 쌈 먹는다.
아삭거리는 채소와 족발 고기가 어울려 작은 감탄을 내뱉게 한다.
천천히 씹으며 음미하던 그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 앞엔 함께 보내준 순두부찌개도 있었다.
순두부찌개를 한입 떠먹어본다. 컬컬함이 느끼함을 씻어내 준다.
쪽지에는 ‘꼭 이렇게 먹어라’라고 적힌 것도 있다.
그것대로 해본다.
막국수 위에 족발 고기를 한 점 올렸다. 그다음 함께 집어 후루루룩 입에 넣어본다.
“……!”
눈이 휘둥그레지는 맛이다.
새콤달콤한 막국수에 맛있게 씹히는 야채와 그 안에서 풍부한 맛을 내는 족발의 조화는, 지옥에서 천상의 하모니가 들려오게 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다시 쌈을 싼다. 그 쌈 위에 민혁은 막국수를 올린다.
그리고 싸서 입에 넣는다.
“…….”
작은 미소를 그리는 죽음의 신은 자신도 모르게 멈췄다.
그가 하늘을 바라봤다.
‘이게…….’
헬라가 원했던 걸지도 모른다.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는 것.
‘행복이란 거겠지, 헬라.’
민혁은 매번 작은 것 하나하나로 사소한 것을 깨닫게 한다.
순식간에 식사를 끝낸 죽음의 신 루이스.
그도 기다리는 배달원을 보았다.
짐짓 겁에 질려 있는 배달원을 보며 그 또한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고자 한다.
서비스를 먹기 위함은 아니다.
고작 한 명 있는 ‘친구’라는 그 낯간지러운 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함이다.
하지만 죽음의 신은 한참이나 고민했다.
자신은 이런 것을 적어본 적이 많이 없기 때문에.
잠시 고민했으나 그저 평소의 자신처럼 적어 내려갔다.
* * *
민혁의 예상대로였다.
보좌관들을 옆에 끼고 산책 나온 신들이 물었다.
“이, 이게 진짜입니까? 아테네께서 이 가게에서 커피를 드셨단 겁니까?”
“물론입니다. 여기 리뷰 보이시죠?”
“아테네 님께서 맛있다고 하실 줄이야. 근데 배달원이 불친절? 아테네 님께 불친절하게 할 수 있는 자가 있단 겁니까?”
“……아무튼 맛있습니다.”
일반적인 신들은 태초의 신 아테네를 절대적인 존재로 여긴다.
물론 그것은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그들의 마음을 더 사로잡는 건 절대신들이 남긴 다른 리뷰에 있었다.
그 결과.
[4일 차의 매출 433플래티넘입니다.] [4일 차의 매출 458플래티넘입니다.] [4일 차의 매출 571플래티넘입니다.] [4일 차의 매출 613플래티넘입니다.]빠른 속도로 주문이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혁은 아직 부족함을 느꼈다.
‘2,000플래티넘의 몇 배를 해내면, 브로우는 더 큰 상인의 권능을 얻는다.’
브로우는 천외제국을 위해 살아가고자 하는 상인이 되었다.
그가 아테네의 최고 상인이 되는 것은 곧 천외제국의 부흥이며, 루브앙 제국도 갖지 못한 자를 얻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약속된 2,000플래티넘은 달성할 수 있어도 그 이상의 것은 얻어낼 수 없다.
그때 배달을 갔던 배달원이 돌아왔다.
배달원은 대부분 이 신들의 땅의 천민들을 고용했다.
아직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 배달원이 민혁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죽음의 신께서 리뷰를 남기셨습니다.”
민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자신이 아는 그는 절대 이런 것을 참여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민혁은 곧바로 확인해 봤다.
[죽음의 신: 맛있다.]“…….”
짧고 강렬했다. 죽음의 신답다.
쓸데없는 말들은 전부 빼고 적힌 내용에 민혁은 웃음이 나왔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라고 적었을 그를 생각하자 기분이 좋았다.
민혁은 그 역시 그것을 앞에 내세웠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거 진짜입니까?”
아테네의 리뷰에 관심을 보였던 신들은 많았으나, 실제로 주문하지 않은 자들도 많았다.
한데, 죽음의 신의 리뷰에는 감탄을 넘어 경악의 표정을 짓고 있다.
“우리 신들의 땅과 벽을 쌓고 계시는…… 죽…… 으음, 그분께서…….”
신들은 차마 그분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무슨 볼드모트야……?’
아무튼 그런 그들은 아테네 때보다 훨씬 경악했다.
그리고 민혁은 엄청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배달이 폭주합니다.] [신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립니다.]죽음의 신에 의해 엄청난 배달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다.
민혁은 폭주하는 배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 * *
신들의 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민혁이네 식당이란 곳에서 그분이 음식을 시켜 드셨다는 게 사실인가?”
“세상에, 어찌 그분이 그런 음식을…… 그 리뷰라는 것엔 뭐라고 남기셨지?”
“뭐!? 그분께서 맛있다고 남겼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우리도 시켜보지, 아, 절대신들이 드셨다던 커피도 시키고.”
볼드모트급의 죽음의 신에 의해 신들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호기심에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커피를 맛보고 놀랐으며, 음식을 맛보고선 감탄했다.
내기 5일 차. 신들의 땅 곳곳에서 ‘신속배달’이 적힌 옷을 입은 자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신들은 모이면 그냥 모이지 않았다.
“하하, 커피 한잔하겠나? 내가 사겠네. 밴의 커피는 정말 기가 막히지.”
“밤도 늦었는데, 뭐라도 먹을까? 조금 출출…… 하하, 내가 출출하다고 하니 이상하군.”
실제로 출출하진 않다.
영원을 살아가는 신들은 도리어 새로운 활기를 찾은 것 같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졌다.
가지지 못한 것이 없다. 때문에 더 이상 어떠한 욕심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삶’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인간들도,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 속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자신을 쉽게 위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먹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보다 더 오래 살았기에 훨씬 더 지루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
심지어 살조차 찌지 않으며 화폐의 가치조차 잘 알지 못할 만큼 부를 가진 신들은, 요리의 신이 만든 요리처럼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민혁이네 식당을 계속 찾을 수밖에 없었다.
“안주 좀 시켜야겠군.”
술의 신은 하루 세 번 안주를 시켰고.
“점심엔 뭘 먹지?”
신들은 이제 뭘 시켜 먹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그대들도 민혁이네 식당의 밥 한번은 먹어봐야지.”
자신들이 거느리는 신하들에게 베풀기까지 했다.
빠르게 매출이 상승하던 때 민혁은 또 다른 변화를 주었다.
새로운 전단지가 뿌려졌다.
[민혁이네 식당에 이은 민혁이네 도서관 오픈!]신들은 이번엔 무리수라고 확정 지었다.
신들의 땅엔 ‘신들의 도서관’이 존재했고, 감히 인간들이 따라올 수 없는 위대한 책들이 있다.
우리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한 책 배달 서비스는 그들에겐 황당한 것이었다.
그런데…….
[왕자님은 오늘 밤 왜 외출했는가. 아르벨 지음.] [아앗, 나의 황제님. 아르벨 지음.] [시녀의 이상한 마법도구 101가지. 아르벨 지음.] [강추 최신작. 옆집 신을 훔쳐보는 신. 아르벨 지음.]“……?”
제목이 특이했다. 심지어 장편으로 되어 있는 책들의 1권은 무료였다.
1권을 열람하는 데 돈이 들지도 않기도 하고, 제목도 특이했기에, 신들은 주문해 봤다.
그날 밤, 많은 신들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 * *
상인의 신은 신들의 땅에 불어온 바람에 놀랐다.
사실 그도 어제 민혁이네 식당에서 커피와 음식을 시켜 먹어봤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연계의 상인의 힘에 더해진 식신의 힘.’
실제 그 맛은 신등급 재료로 한 요리만큼 맛있으며, 그 가격은 맛에 대비해 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나 리뷰라는 시스템은 극찬할 만했다.
그로 인해 판이 완전히 뒤집혔으니까.
[7일 차 매출 8,797플래티넘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매출이다.
민혁이네 도서관 때문에 어제 매출이 3,000플래티넘으로 확 하고 뛰어올랐다.
물론 일시적인 거다.
책은 결국 한정적이고, 한번 구매하면 다시 살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도 5,000플래티넘을 넘었을 거다.
상인의 신은 이 신들의 땅의 유통을 담당하는 자다.
그리고 명색이 인간들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장사의 신이라 불린다.
그런 그에게 민혁은 치가 떨리도록 싫은 자였다.
감히 내가 해내지 못한 것을 차세대 군신이란 이름을 내세워 이루겠다고 하는가?
그에 자신은 그를 비웃으며 조롱했다.
‘이제 그 조롱은 나에게 오겠지.’
입안이 썼다. 하지만 상인의 신은 인정할 건 인정했다.
그는 똑똑한 방법으로 자신조차 해내지 못할 일을 해냈다.
그와 마주 선 상인의 신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를 비웃던 상인의 신은 부끄러워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대단하십니다. 약속했던 매출의 네 배 이상을 달성하셨군요. 물론 약속대로 브로우에게 제힘들을 주죠.”
그리 말하는 상인의 신이 자조 섞인 표정을 지었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제가 가소롭고 경멸스럽기 짝이 없습니까?”
그는 스스로를 한탄하기까지 했다.
왜 나는 그처럼 해내지 못했을까.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당신을 비웃던 저를 비웃는 심정은 어떻…….”
상인의 신은 그리 말하며 처음으로 민혁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처럼 자신을 비웃는 표정도 또는 박장대소하지도 아니했다.
씁쓸한 미소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당신을 이해합니다.”
“…….”
“제가 상인의 신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차세대 군신이란 이름을 내세운 자가 ‘꼭 해냅니다’라고 했을 때 얼마나 황당하고 같잖았을지요.”
상인의 신은 차세대 군신을 딱 그의 말처럼 생각했다.
군신을 등에 업은, 딱 그 정도의 인물.
“당신을 비웃은 적 없습니다. 내가 해낼 수 있던 이유는 여러 운이 작용했을 뿐이고, 심심했던 신들의 지루함을 채워줄 것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의 나이는 고작 스물한 살이라 알고 있다. 올해 상인의 신의 나이 2천 살에 육박한다.
상인의 신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헤쳐 나가야 할 길이 멉니다. 그런 저는 상인의 신의 힘을 알고 있습니다.”
읊어나간다. 상인의 신이 지상에서 만들어낸 신화와 신들의 땅에 기여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하는 민혁을 보며, 상인의 신은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는.’
겸손하였고.
‘그는.’
사람의 마음을 살 줄 알았으며.
‘그는.’
가장 위대한 신일지 모르나 말하고 있었다.
“앞으로 제가 걷는 길은 너무도 험할 것입니다.”
상인의 신의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이런 자가, 이렇게 어린 자가, 또 이렇게 마음이 넓은 자가.
“그 험난한 길에 당신 같은 뛰어난 신이 있었으면 합니다.”
내게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다.
“나와 함께 걷겠습니까?”
“…….”
상인의 신은 말이 없었다.
그 답을 알림이 대신했다.
[상인의 신과의 친밀도가 MAX가 됩니다.] [상인의 신이 차세대 군신을 강력히 지지합니다.] [상인의 신과의 내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상인의 신과의 내기의 대가 중 하나에 상인의 신이 신들의 땅에서의 당신의 사업을 일부 도와주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보상이 변경됩니다.] [상인의 신이 민혁이네 식당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자 합니다.] [그는 이 순간 민혁이네 식당을 신들의 땅에서 가장 위대했던 식당으로 기억되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알림으로 답했던 그가 민혁을 보며 작은 웃음을 짓는다.
“함께 걷겠습니다. 당신 같은 군신이라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음을 맞추며 가장 힘차게 걷겠노라 그는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