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53
밥만 먹고 레벨업 1254화
살육도(殺戮島).
㈜즐거움이 유저들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곳이다.
현재 약 90%까지 완성되었으며 이 안에는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이 살아가고 있다.
거대벌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 다섯 종이 넘는 몬스터들이 있다.
개중 준보스급으로 등장하는 녀석으로 ‘진화한 드레이크’가 있었다.
드레이크는 드래곤의 하위호환이다.
하늘을 날지 못하나 드래곤처럼 단단한 피부를 지녔고, 마법은 발동 불가하나 브레스는 뿜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진화한 드레이크는 하늘을 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높이, 아주 멀리.
민혁에겐 1시간 동안 살육도를 탐험할 수 있는 특혜가 쥐어졌던바.
민혁은 진화한 드레이크를 꼬셨다.
어떻게?
간단하다. 놈이 좋아할 만한 요리를 구운 후 먹였으며 그다음은 자신의 말을 들으면 또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하늘로 날아오른 민혁은 곧바로 183명이 탄 악룡을 격추시켰다.
[미쳤습니다!] [민혁은 초반에 가장 많은 랭커들을 지울 생각입니다.] [저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어지간한 랭커들이라고 할지라도 성치 못하겠군요.] [유저들이 추락하는 와중에도 민혁은 계속 공격하고 있습니다.]자아의 쇠사슬을 소환한 민혁은 닥치는 대로 유저들을 끌어당겨 베었다.
추락한다는 것은, 곧 균형이 무너짐을 뜻한다.
‘랭커는 랭커란 건가.’
하지만, 그들은 추락하면서도 빠르게 균형을 유지하고 대비를 하고 있었다.
민혁이 스킬들을 퍼부었다.
“무형검.”
“천우검.”
“은룡갑.”
수백 자루의 보이지 않는 검이 추락하며 대비하는 유저들을 베고 지나간다.
천우검에 의해 생성된 수백 자루의 검은 4분 동안 모든 적이 죽을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하늘에서 쉴 새 없이 랭커들이 공격당하고 있다.
하나둘 잿더미가 되어 흩어지는 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그때 한 유저가 유저들을 짓밟고 날아오르고 있었다.
몇몇 눈치 빠른 유저들은 손을 깍지껴서 그의 발판을 만들어줬다.
하늘로 날아오른 유저는 다름 아닌 발렌티노.
아테네의 가장 위대한 방패다.
민혁과 그의 시선이 교차된다.
자만심 가득했고 자격지심 덩어리였던 발렌티노는 이제 천외제국의 자랑스러운 인재가 되었다.
한때 이탈리아를 이끌던 왕으로 군림했던 그가 천외제국의 밑에 순순히 들어감으로써 많은 변화를 일구어냈다.
모두를 보듬는 것이 아닌 보듬음을 받으며 성장했고, 천외제국 강자 가신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벽을 몇 단계 넘어섰다.
방패의 신은 곧 그에게 완전한 계승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다.
발렌티노의 굳건한 방패가 허공에 박힌다.
“발렌티노의!”
본래 ‘방패의 신 벤티노’의 이름을 본땄던 스킬명이 변화했다.
“등껍질!”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적-!
사각방패가 하늘 위에서 거대해지더니 말 그대로 거북이의 등껍질의 모양새를 만들어냈다.
그 거대한 등껍질은 놀랍게도 모든 유저를 품을 수 있을 정도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거북선……?’
거북이 등껍질 사이사이가 뚫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 작은 틈에서 누군가는 활을 쏠 수 있고 누군가는 마법을 쏠 수 있으며 누군가는 검기를 날려 보낼 수 있다.
발렌티노는 탱커들의 왕이다.
그는 오로지 ‘막는 것’에만 특화된 것에 의해 이 힘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거대해진 등껍질이 모든 유저들을 품었다.
민혁이 로그아웃시킨 유저들은 고작 열한 명 정도.
곧바로 등껍질의 작은 틈 사이로 유저들의 공격이 퍼부어졌다.
가장 빠르게 뻗어 나가는 건 먀오의 힘이다.
“유성샷.”
파아아아아앙-!
하늘 위에서 유성처럼 수백 개의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추가 데미지 900%의 데미지를 내는 이 화살은 1분 동안 한 명의 적을 죽일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먀오는 희열했다. 지존 민혁을 죽일 순 없어도 이 힘을 이용해 그에게 강대한 데미지를 입힐…….
까, 까가가가, 까가까가강……!
“……?”
먀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화살들이 은룡갑과 충돌할 때마다 ‘튕겨’ 나가고 있었다.
민혁의 레벨은 700을 넘었고 방어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체력 스텟은 모든 유저들보다 몇 수 높다.
거기에 더해진 은룡갑의 힘은 어지간한 데미지를 무력화시킨다.
[허용하지 않는 자.] [적의 공격을 45% 확률로 데미지를 반사합니다.] [근거리 공격에 한해 70% 확률로 반사합니다.] [허용하지 않는 자 발동 시 순간적인 방어력이 1.3배 상승합니다.]“꺄아아아악!”
심지어 먀오는 데미지를 돌려받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게…….’
그녀는 황당했다.
45%의 확률로 반사된 데미지.
일 초에 다섯 회의 공격이 자신에게 반사되어 돌아오고 있다.
정작 시전자인 자신의 HP는 급락하는데 민혁은 편안했다.
‘어지간한 스킬로 죽이려고 하면 되레 내가 죽는다는 건가?’
유성샷으로 수천 마리의 몬스터를 학살한 적 있는 먀오다.
그녀가 서둘러 유성샷을 해지했다.
공격을 퍼붓던 다른 유저들도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뭔데!”
“뭐 이딴 경우가……!”
작게 나 있는 구멍으로 자아의 쇠사슬이 들어갔다.
한 유저의 팔에 휘감긴 쇠사슬이 힘껏 그를 끌어당겼다.
“으, 으아아! 뭔데!”
민혁의 검이 평타로 수십 회 베어냈다.
그럴 때마다 쏟아지는 핏빛구슬이 민혁의 HP를 회복시켰다.
[HP가 100%가 됩니다.]“……?”
“……?”
우리가 네임드급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던가?
물론 스킬에 의거한 회복력이지만 상상을 초월한다.
민혁이 웃음 지었다. 그의 검에 광의 낙인이 새겨졌다.
“민혁. 이 등껍질을 부수려면 적어도 랭커 다섯 명이 1시간은 꼬박 때려야…….”
쿠콰카카카카캉-!
광의 낙인이 새겨진 힘이 등껍질을 가격한다.
등껍질은 꽤 효율적인 방패이지만 유저들이 자유롭게 공격할 수 없다는 제한을 가진다.
심지어 민혁은 현재 그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영겁의 검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등껍질의 내구도가 85%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등껍질의 내구도가 81%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등껍질의 내구도가 78% 미만으로 하락…….]쉴 새 없이 내리꽂히는 내구도. 발렌티노는 감히 자신이 측정할 수 없는 데미지에 말문을 잃었다.
물론 광의 효과로 쉴 새 없는 낙뢰와 찢어발기는 바람의 힘, 폭발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하나 그렇다고 해도 랭커 다섯 명은 있어야 1시간 안에 격파 가능하다.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에는 이것도 있다.
이러한 방패의 경우 손재주가 비약적으로 높은 민혁에게 붉은 점이 보인다.
그 붉은 점을 정확히 가격하면 데미지는 1.5배 이상 상승한다.
추락하는 등껍질에 달라붙은 민혁의 검은 빨랐다.
쌍검술까지 펼치고 가격하는 민혁의 솜털이 곤두섰다.
“민혁 님.”
등 뒤에 두 사내가 서 있었다.
“…….”
돌아보자 수백 마리의 데스나이트가 민혁에게 떨어지고 있다.
데스나이트는 피해량을 반사당해 데스가 피해 입지 않는다.
스가가가가가각-!
데스나이트 수백 마리가 민혁을 베어낸다.
곧바로 백색 마법사 알리가 웃음 지었다.
“알리, 오랜만이네!”
[사일런스.] [모든 스킬이 1분 동안 통제됩니다.]민혁의 마법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민혁의 방어력을 비집고 상태이상 마법을 성공했다는 건, 그만큼 알리의 마법 공격력이 비상식적이라는 의미다.
이로써 민혁의 반사스킬은 1분간 통제된바.
쏟아지는 데스나이트들이 민혁의 온몸을 부여잡았다.
“……!”
“죽으십쇼.”
[시체폭발.]데스나이트들의 폭발이 형용할 수 없는 데미지를 만들어낸다. 하늘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그 힘은 은룡갑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
곧바로 꽂히는 백색 디스가 민혁을 신음하게 했다.
[HP가 5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4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2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어쩌면 고작 둘.
또 어쩌면 엄청난 둘의 힘은 다른 랭커들이 하지 못한 걸 해내고 있다.
[HP가 1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민혁의 HP가 곤두박질쳤다.
알리와 데스가 희열했다. 고작 자신 둘이서 민혁을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거다.
하지만 곧 그들은 민혁의 웃음 짓는 입을 볼 수 있었다.
“이거 팀전 아님?”
“……!?”
“절대방어.”
푸른 배리어가 그를 감싸며 민혁은 학살자의 검을 이용해 등껍질을 가격했다.
[등껍질의 내구도가 8%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떨어지는 민혁은 더 이상 어떠한 데미지도 받지 않게 되었다.
데스와 알리는 민혁을 공격하기보단 ‘매스 텔레포트’를 이용해 다른 유저를 구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300m가량 지상과 가까워진 등껍질의 추락은 더 이상 막을 수 없었고.
쿠화아아아아아앙-!
운석이 떨어지듯 지면과 맞닿은 순간 거대한 파동을 일으키며 지축을 거세게 흔들었다.
콰자자자자자작-!
무너져내리는 등껍질 안엔 백육십 명이 넘는 랭커들이 탑승해 있었고, 그들 상당수가 그 충격에 의해 HP가 급락했다.
민혁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흙먼지 사이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들 사이로 꼭두각시 인형 빌을 소환.
자아의 쇠사슬, 민혁, 빌이 동시에 날아든다.
“꿀꺽-”
추락하며 포션 한 병을 마신 민혁은 중첩되는 즐거움도 사용한바.
고작 6초.
그 사이에 수십 명을 도륙한 민혁이 몸을 빼내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모든 유저가 살육도에 도착하였…….] [정정됩니다.] [살육도의 유저 총 58명이 전사하였습니다.] [민혁이 25%의 이상의 유저들을 제거하였습니다.]그들은 착륙도 전에 입은 큰 피해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무슨 초네임드 보스몬스터 한 마리 왔다 갔냐……?”
“나 한 대 맞았는데 HP 12% 달더라…….”
“이 정도면 마왕 아니냐…….”
유저들은 흙먼지를 털고 일어나며 이 상황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사이에 한 유저가 바닥에 떨어진 영겁의 검을 발견했다.
299자루의 가짜와 1자루의 진품이 존재하는 이것들은 죽은 유저에게서도 드랍된다.
아직은 때가 아니기에 최대한 뒤로 빠져 있던 그가 천천히 손을 뻗어 영겁의 검을 쥐었다.
“확인.”
[영겁의 검을 확인합니다.] [진품입니다.]“……?”
검을 든 사내.
그는 살육도에 오자마자 처음으로 300자루의 검 중 1자루를 쥐었을 뿐이다.
당연히 가품이라 생각하고 집었는데 역시 운빨겜다웠다.
[알렉산더가 영겁의 검의 진품을 획득합니다.]살육도에 울려 퍼지는 알림에 모든 유저들의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
절대 얻지 말아야 할 유저가 영겁의 검을 쥐었다.
* * *
[살육도에 유저들이 내린 지 4시간째. 간혹 민혁 유저가 발견되곤 있으나 특별한 전투는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계는 계속 좁아지고 있군요.] [무수히 많은 전문가들과 시청자들은 무기의 주인이 해당 아티팩트를 얻음으로써 이제 민혁과 1:1승부도 충분히 가능하다 판단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1인칭 시점으로 유저들의 화면이 송출되고 있습니다.] [민혁 유저의 경우만 1인칭 시점에서 방송되지 않습니다.] [어떠한 이들은 지존 민혁이 알렉산더가 영겁의 검을 획득함으로써 전투를 포기했다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를 포기했어도 결계는 계속 좁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1시간 후면 모든 결계가 좁혀져 모든 유저와 민혁이 1㎞ 내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본래 민혁은 하나둘씩 유저들의 숫자를 줄여나감으로써 마지막에 유저들과 충돌해야 가장 훌륭한 조건이 충족됩니다.] [사실상 130명의 유저를 1㎞의 좁은 공간 안에서 한 명의 유저가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지존의 도망’이란 타이틀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지존 민혁만 1인칭 시점으로 방송에 송출되지 않는 이유.
바로 ‘재미’와 ‘급박감’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보통 유저들이 네임드 몬스터와 싸울 때, 유저들을 비추지 몬스터는 비추지 않는다.
단지 유저들의 시야에서 놈이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뛰어난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민혁이 대놓고 숨어다니자 오히려 이는 역효과를 냈다.
그랬기에 ㈜즐거움의 박 팀장은 투명화 모드로 직접 민혁을 찾아 나섰다.
‘10분 전에 마지막으로 발견된 지점이 이곳.’
물론 박 팀장은 관계자였기에 쉽게 민혁을 추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투명화 모드로 걸음을 옮긴 박 팀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1:130의 싸움은 내가 봐도 불가능인데.’
정말 알렉산더가 영겁의 검을 얻자 지레 겁을 먹은 걸까?
‘그럴 수도 있긴 하다.’
자그마치 무기의 주인과 최고의 검이 만났다.
더불어 나머지 130명까지 상대해야 한다.
도무지 승산이 보이질 않는 싸움이다.
그때 박 팀장은 민혁을 발견했다.
“……?”
민혁은 다름 아닌 거대벌집에서 꿀을 채취하고 있었다.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습니까.’
어지간한 거대벌들은 지금 꿀을 따러 간 듯싶다.
물론 거대벌의 꿀은 진귀한 재료이고 그 어떤 꿀보다 맛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보고 있는 방송 중이다.
‘어차피 진 싸움. 꿀이라도 얻자 이겁니까?’
처음이었다. 박 팀장이 민혁에게 이토록 실망한 것은.
그러나 곧 박 팀장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해봤다.
‘잠깐만, 꿀이라고?’
만약 자신의 가설이 맞다면 민혁은 포기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