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24
밥만 먹고 레벨업 1325화
[천무한: 감히 우리 중국 공산당을 무시하다니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지존이요? 한낱 게임의 지존 따위가 위대한 중국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철저히 보여주겠습니다. 먼저 싸오미를 압박해…….]악랄하게 웃는 천무한이 쉴 새 없이 귓속말을 써내려간 후 보냈다.
[민혁 님이 차단하셨습니다.]“……?”
시원하게 차단당한 천무한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으아아아악, 이 빌어먹을 새끼!”
게임을 종료한 천무한이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스크린샷 증거를 가지고 있는 민혁에 의해 섣불리 나서지 못할 터.
하지만 천무한은 안하무인이다.
‘어떻게 해야 놈을 나락으로 떨어트리지? 아니, 어떻게 해야 놈이 힘들어하지?’
이제 다른 건 필요 없다. 천무한은 그저 민혁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던 그의 머릿속에, 언제간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두 번째 폭식결여증 환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 중국 정신병원 원장이 두 번째 폭식결여증 환자를 데리고 있었다 한다.
당시 원장은 공산당 간부와 연줄이 있었으나 원장의 무수히 많은 비리를 막을 방법이 없어 원장은 처형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소녀를 민혁이 데려갔다.
천무한의 잔머리가 돌아간다.
‘소녀는 그리스에서 중국으로 넘어왔다고 알고 있다.’
분명히 중국에 머물렀던 것이다.
즉.
‘소녀를 중국인으로 주장하며 그녀를 귀화시키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소녀를 데려오며 그녀를 데리고 있던 민혁은 확실한 중국인이라고 못 박는 거다.
천무한은 곧바로 일을 추진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민혁의 개인 SNS계정에 하루에도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돈을 빌려 달라며 DM을 보낸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이 자신의 피로 ‘널 죽일 거야.’란 협박편지도 보낸다.
누군가는 일화그룹을 폭파해 버릴 거라며 협박한다.
지존의 삶은 그런 것이다.
화려함 뒤로 감당해야 할 무수히 많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공산당 간부인 천무한은 그들과 좀 달랐다.
실제 영향력이 있었으며 중국은 세계가 상상도 못 할 정책을 펼치는 국가다.
십수 년 전엔 청소년들의 하루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3시간으로 줄인 적 있다.
또 언제는 세계적인 여배우를 일 년이 넘게 가둔 적이 있다.
모두 세계적 이슈가 되었다.
전 세계의 비난에 중국은 콧방귀를 끼었다.
이처럼 소수의 중국인들은 상식을 벗어난 짓을 한다.
특히나 공산당 간부들의 명은 곧 법이 되는 세상이다.
‘함부로 못 움직이겠지.’
그런 간부조차 민혁을 협박했던 스크린샷이 드러나면 세계적 비난에 그치지 않을 거다.
중국 내에서도 큰 문제를 일으킬 거다.
자존심과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곳이니까.
아무튼 천무한을 뒤로한 민혁은 떠오른 알림을 보았다.
[12시간 후 첫 번째 기둥회동이 시작됩니다.]모든 기둥들이 모이는 자리다.
아직 어떠한 정보도 없었기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시시한 자리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기둥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놀라운 일이다.
‘라우쉬가 한국에 놀러 온다라.’
라우쉬.
즉 로스차일드 가문의 가주이자 켄라우헬이다.
오늘 그가 한국에 놀러 온다고 했다.
바로 민혁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를 만나기 위해 로그아웃했다.
* * *
라우쉬는 어지간한 대부호들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인물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5경을 넘는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그런 것이지, 비공식적으로 하면 10경을 훨씬 넘어선다.
그런 라우쉬는 살면서 부모님의 얼굴을 많이 본 적이 없다.
오로지 집에서 경영수업만을 받아왔고, 그 안에서 아테네란 게임이 삶의 활력소가 되어줬다.
친구도 없었다.
그런 라우쉬의 인생에, 아테네에서 친구들이 생겼다.
만나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라우쉬는 그것이 너무도 재미있었다.
로크는 여자 한 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울기도 하며 웃기도 하며 뽀뽀도 한 적 있다며 소리도 친다.
민혁은 시종일관 먹는 것으로 시작해 먹는 것으로 끝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배가 고파진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실없는 이야기를 할 뿐인데 즐거워지곤 했다.
그래서 부쩍 라우쉬의 한국 방문이 잦아지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민혁의 자택에 도착한 라우쉬는 오창욱을 만났다.
“민혁이는 지금 씻고 있어요. 곧 나올 겁니다.”
라우쉬는 소파에 앉아 민혁을 기다렸다.
그런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빼꼼-
누군가 벽 뒤에 숨어 있었다.
위험을 직감한 라우쉬. 그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침입자다. 샷건 가져와.”
“……?”
오창욱은 당황했고 곧 알 수 있었다.
‘아…… 맞아. 라우쉬는 세상 물정을 모른다 했지…….’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국가는 꽤 있었고 라우쉬는 세상 물정을 모른다.
진지한 그 목소리를 들은 오창욱이 손사레 쳤다.
“침입자가 아니라 필로스예요.”
“필로스?”
아아,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다.
두 번째 폭식결여증 환자이자 고아인 소녀를, 민혁이 법적 보호자 자격을 얻어 데리고 있다고.
말 그대로 말만 들었다.
라우쉬는 바빴고 아테네에서도 사냥만 했기에 실제로 필로스를 본 적이 없다.
라우쉬는 관심을 껐다.
‘시끄러운 애새끼들은 전부 별로다.’
TV에서만 봐도 그랬다.
애들은 꼭 문제를 일으켰고 시끄러웠다.
관심을 끈 라우쉬가 민혁을 기다릴 때였다.
살금살금 필로스가 걸어왔다.
그러더니 그 큼지막한 눈으로 라우쉬를 올려다봤다.
‘예쁘게 생기긴 했군.’
사실 라우쉬는 가족의 정 같은 감정이 전혀 없다.
부모들 얼굴을 살면서 다섯 번 정도 봤던가.
그를 키운 건 집사다.
심지어 외동아들이기에 가족의 정 따위 몰랐다.
자신을 올려다보던 소녀 필로스.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는 소녀가 갑자기 소파로 올라오더니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었다.
“…….”
마치 붙임성 좋은 강아지처럼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잠든 필로스를 보며 라우쉬는 알 수 없는 ‘따스함’을 느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자신을 보면 두려워하거나 존경했다.
모두 자신만 보면 움츠러들었다.
아이들? 부모들의 눈살에 자신의 곁에 오지조차 못한다.
한 번도 누군가의 온기를 제대로 느껴본 적 없다.
알 수 없는 그 이상한 감정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소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줬다.
라우쉬는 지금 자신이 웃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난다?
곧 민혁이 밖으로 나왔다.
“어, 라우쉬. 왔어? 미안. 먹을 거 생각하면서 씻다 보니 오래 걸렸네.”
밖으로 나온 민혁은 검지를 입술로 가져가는 라우쉬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이 불안함을 느꼈다.
‘아니, 왜 마음 도둑 스킬이 여기서도 발동되는데!’
필로스에겐 특이한 스킬이 있다.
다른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상한 힘이다.
한데 그 스킬이 현실에서도 발동되고 있었다.
라우쉬가 말했다.
“오늘 이 꼬마 아가씨와 데이트해도 될까?”
* * *
필로스는 이상한 외국인 아저씨의 손을 잡고 나왔다.
이상한 아저씨다.
주변에 건장한 흑인과 백인 남성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필로스가 맛있는 걸 먹어도 되는 날이다.
아저씨는 고독한 눈을 가졌는데 순수하기도 했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다.
때론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순수한 게 아닐까, 어린 필로스는 생각했다.
그랬기에 아저씨의 손을 더 꼭 쥐었다.
“……!?”
심장을 부여잡은 아저씨가 말했다.
“오, 오늘부터 내가 네 양 아빠.”
이 아저씨가 오늘부터 내 아빠란다.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딸.”
필로스는 한 달에 한 번 오는 맛있는 걸 먹어도 되는 날을 위해 적어온 것들이 있었다.
먼저는 핫도그였다.
맹랑한 핫도그.
서울 도심 한 빌딩의 1층에 자리 잡은 그곳에서 필로스는 세상 행복한 미소로 핫도그를 먹었다.
그러다 필로스는 높은 빌딩을 올려다봤다.
“우아…….”
필로스는 자주 나오지 못하는 편이다.
높고 특이한 빌딩은 중국의 시골 마을 정신병원에 있던 그녀에게 무척 생소하고 멋진 곳이었다.
“이 빌딩이 신기하니?”
“응!”
필로스의 입가에 묻은 케첩을 오늘부터 우리 아빠란 사람이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인수해.”
뒤에 계신 커다란 흑인과 백인 아저씨들에게 말했다.
아저씨들이 정체 모를 검은색 가방 여러 개를 들고는 어디론가 향했다.
잠시 후.
“이제 네 거란다.”
“우아!”
오늘부터 이 빌딩이 내 거란다.
어린 소녀 필로스는 그저 기분이 좋았다.
놀이공원에도 갔다.
“헤헤헤, 재밌어!”
아저씨는 놀이기구를 무서워하셨지만 함께 타주셨고 필로스는 너무도 재밌고 행복했다.
“재밌었니? 우리 딸?”
“네에!”
“인수해.”
또다시 양복 아저씨들이 검은 가방을 들고 우르르 몰려갔고.
“이 놀이공원은 오늘부터 네 거란다.”
“우와!!”
아저씨가 놀이공원을 사주었다.
그치지 않았다.
동물들도 보러 갔다.
사자, 호랑이, 얼룩말, 코끼리. 그리고 돼지.
“귀엽니?”
“네에!”
“인수해.”
이번엔 아저씨와 손을 잡고 음료수를 마시러 갔다.
펄이 가득 들어간 음료는 마시는 순간 쫀득한 펄이 입안을 가득 채웠고 달콤해 웃음이 났다.
“맛있니?”
“응! 맛있어! 헤헤!”
“인수해.”
“인수해.”
“인수해.”
“인수해.”
아저씨가 계속 이상한 말을 했다. 아무튼 필로스는 장난감을(?) 많이 사주는 아저씨가 좋았다.
그때 이상한 검은 차들이 몰려왔다.
차들의 앞에는 작은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곧 그 안에서 TV에서 자주 보던 이상한 아저씨가 내렸다.
필로스는 신나서 앞쪽으로 뛰다가 거한의 사내들이 나오자 라우쉬의 뒤로 숨었다.
라우쉬는 자신에게 걸어오는 사람을 보며 말했다.
“우리 딸 길 막지 마십시오.”
“……?”
당황한 표정을 지은 TV에 자주 나오는 아저씨가 슬그머니 옆으로 길을 비켜줬다.
* * *
민혁은 수십 장의 계약서를 내려놓고 필로스의 손을 꼭 잡은 채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라우쉬를 보며 황당했다.
“아니이이이. 얘 맛있는 것 좀 사 먹이고 옷이랑 장난감 좀 사준다고 데려가 놓고 빌딩 세 개랑 놀이동산, 동물원을 사 오면 어쩌자는 건데에에에!? 전부 합치면 몇천억이 넘잖아!”
“얘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많이 안 썼다. 우션월드랑 해리비안베이도 사줄까 하다 애 버릇 나빠질까 봐.”
민혁은 눈을 끔뻑였다.
‘아, 맞다 얘 부자지.’
그냥 부자도 아니다. 엄청 부자다.
1경은 1조의 만 배이니 말 다했다.
어쩌면 라우쉬에겐 정말 장난감 몇 개 사주고 맛있는 밥 먹인 느낌일지도 모른다.
“아아니이이이이, 그래도 자그마치 수천억이라고. 얘한테 왜 이런걸 사주냐고오오!”
“넌 그럼 우리 필로스가 어디 가서 없어 보인다는 말 들어도 좋다는 거냐?”
필로스의 귀를 양손으로 막은 라우쉬의 말에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더 놀라운 일이 있다.
“아아니이이이이, 너 아까 대통령님 만났다며. 근데 대통령님이 길 막고 있다고 길 막지 말라고 했다며.”
라우쉬가 눈을 부릅떴다.
“그럼 넌 필로스가 겁에 질렸는데 그냥 보고만 있겠다는 거냐!?”
“……그건 아니지?”
묘하게 설득력 있다.
‘아니, 왜 지들이 다 필로스 아빠고 엄마고, 누나고, 언니며. 삼촌이래!’
로크도 아빠고.
지니도 엄마이며.
심지어 민혁의 아버지인 민후도 내 딸이란다.
필로스를 만난 모두가 자기 딸이란다.
오싹-
민혁의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
‘와…… 누가 필로스 건드리면 진짜 큰일 나겠는데?’
아마 생매장당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