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42
밥만 먹고 레벨업 443화
이벨론 공작.
그의 얼굴에 진득한 미소가 자리매김했다. 13만을 훌쩍 넘는 대군.
이를 이끌고 온 이가 바로 이벨론 공작이었다.
이벨론 공작은 이필립스 제국의 창공 발라드 후작과 함께 대륙의 창공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러한 이벨론 공작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짙은 웃음을 지었다.
‘먹자교가 무너지는구나.’
먹자교가 무너진다. 마치 거대한 해일처럼 새까만 13만의 대군.
그와 다르게 바할라에는 남아있는 병력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비록 내가 이끌고 온 자들이 징집병이 다수라고는 하나.’
그들은 최소한 고기 방패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13만 대군을 고작 저 정도 숫자의 병력으로 막는다는 사실, 말도 되지 않는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
거대한 뿔나팔 소리와 함께 대군이 진격을 시작한다.
쿵쿵쿵쿵쿵쿵쿵쿵-
그들이 발을 뗄 때마다 울려 퍼지는 진동이 바할라를 조여오고 있었다.
* * *
엘레의 입술이 질끈 깨물어진다. 십만 이상의 대군이 진격해 오고 있다.
저들이 화살을 한 번만 쏜다면 만발 이상이요, 마법 한 번만 사용해도 수천 개 이상이다.
‘설령 내가 모든 힘을 개방한다고 해도…….’
저들로부터 승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는 와중에도 여전히 적들을 베어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드디어 십만 이상의 대군이 하늘을 향해 화살의 비를 쏘아낸다.
현재 그녀의 주위로는 약 1천의 병력이 잔존해 있던 상황이다. 그 외는 원군과 합류하기 위해 후방으로 빠져있던 상황.
‘1천의 아군을 막론한다?’
엘레의 얼굴이 구겨졌다. 약 수천 발의 화살이 그녀와 바할라를 뒤덮었다.
그녀가 거대한 사각 방패를 펼치고 그 뒤로 숨어 화살의 비를 피해낸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으아악!”
‘빌어먹을 지휘관 놈이네.’
당장 전쟁의 승리만을 눈앞에 둔 어리석은 지휘관이다. 바할라 요새의 이들도 죽어가나, 그들의 아군 또한 죽어간다.
어느덧 10만 이상의 득실거리는 대군이 그녀와 지척에 이른다.
“혼자…… 할 수 있을까?”
엘레의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바로 그때.
“혼자는 아니에요. 빠순이 님.”
그녀의 옆으로 지니가 다가왔다. 지니는 엘레라는 여인을 더욱더 존경하게 되었다.
자신들은 모두 포기했을 때, 그녀는 혼자서 막아냈다.
물론 강함의 차이는 존재한다. 하나, 저 대군 앞에서도 그녀는 몸을 돌리지 않았다.
“저희도 있으니까요.”
지니, 크로우, 아벨, 알리샤, 루시아, 에이스, 귀신창 밴, 검성 코니르, 베스트 샐러 작가 아르벨, 탈모르 교주 코루까지.
스킬을 사용할 MP도 크게 남지 않았다. 하지만 싸우기로 결심한 상황.
“빠순이 님.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밴, 아르벨, 코루, 그 외의 바할라 왕국의 국민들을 인도하여 멀리 가주십시오.”
“…….”
엘레는 그 말에 그녀의 말뜻을 알았다.
‘이방인의 목숨은 무한하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지킴이들의 목숨은 한 번 죽으면 끝이다.
그들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우리가 길을 열겠습니다.”
엘레는 먹자교 길드원들을 둘러봤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기력을 모두 소모한 지니, 팔 한쪽을 다치고 회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크로우, 단도를 수리받지 못한 듯 부러진 단도를 든 루시아.
모두가 하나같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방인과 지킴이가 이리 조화를 이룰 줄이야…….’
엘레는 이방인을 믿지 않는다. 하나, 지금 이방인들이 지킴이들을 위해 희생하려 하고 있다.
‘민혁아, 네가 일군 왕국은 참으로 멋지겠구나.’
엘레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수긍의 답이다.
“껄껄, 빠순이 양. 우리 코니르, 코루, 아르벨을 잘 부탁한다네.”
그때 귀신창 밴이 앞으로 나섰다. 지쳐 보이나 눈만은 매섭게 빛나는 그가 빙긋 웃었다.
“나 하나라도 더 퇴로를 열어야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겠나.”
“밴 어르신.”
“나는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네.”
귀신창 밴이 창을 힘껏 땅에 박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왕국군이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하나, 그가 발산하는 살기가 잠시 앞쪽에서 진격하던 그들을 멈추게 만들 지경이었다.
“코니르. 안 간다. 형의 영지 지킨다!”
코니르가 밴의 옆에 선다. 베스트 샐러 작가 아르벨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좋은 작품이 하나 탄생하겠군. 적군과 사랑에 빠진 기사에 대한 이야기. 어떠한가!?”
“불쌍한 저자들을 탈모로부터 해방시키겠습니다.”
지니는 그들을 둘러봤다. 그녀가 씁쓸한 웃음을 머금는다.
‘모두 고마워요.’
하지만 그들의 의지와 이건 다른 것이다. 그들은 살아야 한다.
대화를 마친 지니가 떨리는 숨을 뱉어냈다. 어느덧 13만 이상의 대군이 코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귀신창 밴이 먼저 달려나간다.
그를 시작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BJ로 꼽히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가상현실게임이 나오기 전부터 즐투브, 파프리카 TV 등등에서 정상을 유지해 온 인물이다.
그 닉네임 ‘만물사전’이다.
그리고 그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그가 그 닉네임만큼이나 어떤 게임이든 모르는 것이 없는 척척박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만물사전은 현재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보이십니까!? 먹자교 길드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몰려오는 13만의 대군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는 전율하고 있었다. 13만 대군과의 전투에서 먹자교 길드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정체 모를 빠순이가 검 한 번으로 수십의 적군을 베어낸다.
그를 이어 부길드 마스터 지니가 채찍을 사용해 방패를 부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귀신창 밴은 하늘로 번쩍 도약해 올라 창을 힘껏 내던졌다.
그러자 그 창에 수십 명의 적이 단숨에 관통되어 절명한다.
또 베스트 샐러 작가 아르벨은 어떠한가?
그 또한 귀신창 밴만큼이나 놀라운 창술을 보여주며 적들을 압도한다.
그리고 라면 소년 코니르는 검의 귀신처럼 적들을 베어내고 있다.
“와…….”
만물사전은 BJ였지만 한 명의 아테네 유저로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가장 많은 시청자가 만물사전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먹자교 길드 너무 멋있는 거 아닙니까…….] [진짜 저게 랭커들이지. 십만 이상의 대군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것 봐요.] [저 사람들 MP 오링 나서 평타랑 컨트롤로 버티고 있는 거 아님……? 저게 사람들임?]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보는 것 같지 않음?]시청자들은 그들의 전투에 감명받고 있었다.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전투였으나 그들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물론 지금 빠순이의 활약이 컸기 때문도 있었다.
‘저들과 함께 싸우고 싶다.’
만물사전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하늘에서 마법의 폭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빠순이가 검 한 자루로 수백 개의 마법을 단숨에 갈라낸다. 하나, 갈라내지 못한 마법들은 뒤에 있는 자들의 몫이었다.
“크흐으읍!”
“끄아아아악!”
“으악!”
먹자교 길드원들이 쉴 새 없이 비명을 터뜨린다.
‘방어력이 몇이야?’
저런 폭격 속에서도 그들은 다시 돌진하여 싸우고 있었다.
죽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퇴로를 열려는 것 같은데.”
만물사전이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그마치 13만이다. 13만의 대군 앞에서 퇴로를 여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병사들을 살리기 위함인가?”
실상 네임드 NPC들은 매스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퇴로를 연다는 건 바할라에 있는 백성과 병력을 도망치게 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퇴로를 연 후에 도망치는 그들을 위해 희생할 것이다.
‘참 대단한 자들이야.’
하나, 퇴로를 열려고 해도 전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퇴로는 분명히 열리고 있으나, 곧바로 병사들이 죽어 나간 자리가 채워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전쟁통 속에서 싸우는 지니와 엘레는 이를 악물고 있다.
‘미친…… 퇴로가 열리질 않는다…….’
‘퇴로를 열기엔 모두가 너무 지쳤어.’
MP만 있었더라면 광역 스킬을 난발하며 나아갔을 것이다. 순간, 엘레는 자신의 힘을 개방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건 안 되는 일이다.
먹자교에도, 민혁에게도 오히려 악영향이 끼칠 것이다.
그리고 뱀들을 이용해 MP들을 채워나가던 알리.
그가 입가에 작은 웃음을 지었다.
“됐습니다.”
그것은 곧 있을 먹자교 길드원들의 강제 로그아웃을 의미하기도 한다.
네임드 NPC들을 모두 보낸다면 그들은 곧바로 진영이 무너질 테니까.
지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리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절망의 지팡이에 힘을 불어넣는다.
바로 그때.
[마력의 결계에 갇히셨습니다.] [마법을 사용하실 수 없으며 마력의 결계에 의해 MP를 빼앗기게 됩니다.]“……!?”
알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시선이 돌아갔을 때, 백색의 로브를 두른 노인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바라스 왕국의 왕실 마법사들의 수장. 벨론이었다.
벨론은 대륙의 절대 마법사 중 한 명이라 칭송받는 인물이었다.
본디 은퇴하였던 인물이나 그레린 국왕의 부름을 받고 전쟁에 참여했다.
“아쉽게도 도망칠 수 없을 걸세.”
그의 손에서 돌로 추정되는 무언가의 잔재가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알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마력의 돌.’
마력의 돌은 사용하는 순간, 마력량 뿐만 아니라 지력과 지혜를 2배 이상 증가시킨다.
대신에 단 한 번의 마법만이 그 2배의 효과를 받는다.
즉, 벨론은 이 상황을 짐작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젠장할!! 길드원들!! NPC들을 지켜!”
지니가 치아를 꽉 깨문다. 길드원들도 상황을 인지했다.
NPC들을 피하게 할 수 없게 되었다.
“날 지키지 말게. 자네들을 지켜!”
“안 됩니다!! 고집부리지 마세요. 제발!”
지니가 귀신창 밴에게 애원하듯 말한다. 그 목소리에 느껴지는 진심.
그렇지만 밴은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에 무시하려 했다.
“민혁이가…… 민혁이가 슬퍼할 거라고요!”
“…….”
귀신창 밴이 치아를 꽉 깨문다. 아들 같은 우리 영주님!
그분의 모습도 뵈지 못하고 가는 것, 이 불충한 신하가 세상에 어디 있다는 말인가.
밴이 길드원들의 틈 사이로 묵묵히 파고든다.
모든 길드원이 NPC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다.
왕국군의 총공격이 시작되었다.
기사들의 검기 수백 개가 날아오며 마법사들의 폭격이 시작된다.
“크흑!”
길드원들이 그 앞을 지키며 온몸으로 막아냈다.
크로우가 귀신창 밴의 명치를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을 몸을 던져 막아낸다.
푹-
“크하아아아악!”
지니가 몰려오는 기사들의 창에 몸 곳곳이 꿰뚫린다.
아벨과 루시아가 계속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처절히 싸운다.
하나, 곧 루시아가 한 마법사의 마법에 직격당해 스르르 사라지고야 만다.
“루시아 님!”
아벨이 절망한다. 그때, 극강팔인 중 한 명이 소년 코니르를 겨냥하고 강대한 검기가 분출한다.
타아아앗-
아벨이 검기를 향해 몸을 내던진다.
“크하아아아아악!”
반으로 몸이 갈라진 아벨이 스르르 사라진다.
“코니르…… 슬프다…… 아벨…… 미안하다!”
코니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지켜! 지켜야 해!!! 한 명이라도 죽게 할 순 없어!”
“으아아아아아아아!”
길드원들이 마지막 비명을 내지르며 덤벼든다.
* * *
㈜즐거움의 강태훈 사장.
간부진들과 함께 회의실에서 이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가 꿈꾸던 아테네…….’
NPC를 그저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고 친구가 되어주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NPC들을 그저 인공지능으로 생각한다.
한데 저 스크린 속.
그들을 지키기 위해 먹자교가 마지막 힘을 발현한다.
그렇지만 결국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린다.
지니가 복부에 창이 틀어박혀 피를 토하며 물러난다.
크로우의 몸 곳곳에 검이 박힌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돌진한다.
보다 못한 밴이 앞으로 나서서 창을 휘두른다.
그 역시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는다.
‘마음이 아프군.’
아테네는 결국에 약육강식의 세계.
먹자교는 결국에 와르르 무너질 것으로 보였다.
한쪽 무릎을 꿇은 귀신창 밴의 앞으로 극강팔인 로키가 다가가 목을 내리치려 한다.
“…….”
강태훈 사장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민혁이 아버지처럼 따르고 아끼는 귀신창 밴이었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았다.
“친다…….”
눈을 감은 그에게로 간부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강태훈 사장이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쥔다.
바로 그때.
태앵-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
아니었다.
“어디서 날아온 화살이지?”
“고작 화살로 극강팔인 로키의 검을 막아낸다고?”
간부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사장 강태훈. 그의 눈이 천천히 떠진다.
그리고 당황하는 로키가 보였다. 그는 적을 찾기 위해 눈을 굴리고 있다.
결국에 찾기를 포기하고 다시 검을 휘두르려는 때.
푸푸푸푸푸푹-
로키의 가슴에 연달아 화살이 박힌다.
“……!?”
“……!?”
“……!?”
간부진들이 경악할 때였다.
문이 열리며 머리가 헝클어지고 눈 밑이 퀭한 박민규 팀장이 들어왔다.
모니터를 본 동태 눈깔 같았던 그의 눈이 생기를 찾고 미묘한 웃음이 지어진다.
“드디어 도착했군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강태훈 사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박민규 팀장이 말한다.
“민혁 유저의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