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49
밥만 먹고 레벨업 650화
타락의 신에 의해 기절해 버렸던 민혁.
그의 정신은 흐릿하게나마 남아 있었다.
그에게로 항상 장난기 가득했던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란 인간을 만나 즐거웠다. 너는 나와 다르게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강한 사람이었고 나와 다르게 너를 배신할 사람 따위 존재하지 않았지. 그리고 너는 나를 위해 크루나드의 봉인된 목걸이 또한 선택해 주었어.’
민혁에게로 오블렌의 생각들이 주입되어왔다.
크루나드의 봉인된 목걸이.
그것이 조미료통에 나약하게 잠들어 있는 오블렌을 깨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오블렌은 자신과 자신이 아끼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그 목걸이를 소멸시키려 한다는 것을.
그에 흐릿한 기억 속 민혁이 질문한다.
‘왜……?’
한참 동안이나 오블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오블렌은 자신을 대신하여 신들을 죽이고 타락의 신과 싸우고 있었다.
급기야 타락의 신이 오블렌의 아이를 발동시켰다.
2분 동안 오블렌이 타락의 신을 어쩌지 못하게 만드는 힘.
오블렌.
그의 감정이 민혁에게 그대로 타고 흘러오기 시작했다.
‘지금 녀석을 죽이지 못하면 이 자리의 모두가 죽는다. 이 몸의 주인 녀석도.’
‘어떤 방법이라도 써야 한다.’
‘악신의 여덟 권의 책. 희생의 책을 펼쳐야 하는 걸까?’
희생의 책.
악신의 여덟 권의 책 중 가장 강한 힘을 품고 있다.
대신에 조건부가 붙는다.
이는 어떠한 일이든지 행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대신에, 사용자를 영원히 소멸시켜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오블렌.
그는 결정을 내렸다.
‘희생의 책을 써야겠어.’
즉, 영원한 소멸의 길을 걷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민혁의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던 오블렌.
그가 쓴웃음을 내며 답해주었다.
‘친구.’
‘…….’
‘나에게 넌 친구였다.’
‘…….’
민혁의 가슴이 쓰렸다. 자신은 매일 그에게 구박만 하였다.
아는 척만 하는 잘난척쟁이의 조미료통이라고.
조미료통인 오블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도 모르는 X신이냐며 놀려대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서로를 놀리고 욕하면서 그들의 입가엔 아주 작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서로가 보지 못할, 즐거움의 미소가.
마침내, 오블렌이 말하려 했다.
‘희생의 책을…….’
그러나 그 이전에.
번쩍-
타락의 신의 상태 이상이 끝나며 민혁이 깨어났다.
그에게로 알림이 들려왔다.
[세상을 검 한 자루로 베었던 검신 발렌의 힘이 당신에게 깃들어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친구였던 자이자 세상 모든 이들이 배고프지 아니했으면 했던 자. 식신 엘렌의 힘이 당신에게 깃들어 있습니다!] [가장 위험하고 위대했던 신. 그러나 당신을 첫 번째 ‘친구’로 선택하였던 악신 오블렌의 힘이 당신에게 깃들어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스텟이 대폭 상승합니다!] [당신에게로 악신의 책을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집니다!] [어쩌면 당신이 사용하지 못했던 봉인된 힘들 또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민혁.
완전히 깨어난 그의 머리카락이 다시 짧아졌다.
광소하던 타락의 신의 웃음이 잦아들 때.
“이히히히히? 히히…….”
민혁이 첫 번째 신들의 전장에서 획득했던 힘.
봉인된 힘을 1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민혁에게 최고의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 분명하다.
“백만 자루의 검.”
[봉인된 힘 1회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사용하여 백만 자루의 검을 발동시킵니다!]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신 클래스’나 혹은 ‘신’들의 경우 자신이 가진 최고의 비기를 사용할 시, 알림이 뜨게 된다는 것이다.
[검만을 쥐어왔던 신이, 적을 향해 읊조리니. 백만 자루의 검이 그의 앞길을 밝히리.]허공에 떠오르는 환한 빛을 흩뿌리는 글자들.
그리고 떠오르는 백만 자루의 검.
[백만 자루의 검] [한 자루의 검당 평타 공격력의 50%의 힘으로 적을 공격합니다!] [공격 적중률이 30% 상승합니다.]백만 자루의 검.
민혁이 보았을 때 이 힘은 대인적에서 말도 안 되는 초월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스킬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백만 자루의 검이, 일제히 타락의 신에게 꽂힌다.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86,521 공격 데미지를 입힙니다!] [84,311 공격 데미지를 입힙니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실패…….] [74,413 공격 데미지를 입힙니다!]약 80%에 가까운 검들이 타락의 신에게 커다란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고 퉁겨 나갔다.
그러나 자그마치 100만 자루의 검이다. 빠른 속도로 타락의 신의 HP바가 하락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민혁이 차갑게 말한다.
“난 오블렌이 아니다.”
타락의 신.
온몸에 강대한 공격을 받는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었다.
고작 한 명의 인간이,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그리고 민혁.
그는 자신을 소멸시키면서까지 자신을 지키려 했던 오블렌을 위해 뱉어낸다.
“나 또한 오블렌과 친구이다.”
‘…….’
오블렌.
그는 이제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크루나드의 봉인된 목걸이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다시 오랜 시간을 잠들어야만 했다.
그런 흐릿한 정신 속.
그에게로 똑똑히 각인되었다.
‘오블렌과 친구이다.’
오블렌.
그는 민혁이 볼 수 없었지만 이를 드러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블렌이 사라져간다.
‘……고맙다.’
끝으로 알림이 들려온다.
[악신 오블렌이 알쏭달쏭 조미료통에서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오블렌은 깊은 잠에 빠졌으나 그의 힘은 약 10초 후 소멸됩니다.]그는 이제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남긴, 그 힘으로 타락의 신을 공격한다.
[번개를 좋아했던 신의 책] [20,000%의 추가 공격력의 번개가 내리쳐집니다.]쿠쾅!
한 개의 책이 아니었다.
오블렌의 놀라운 점은 자그마치 20,000%의 추가 공격력을 낸다는 것, 그리고 쿨타임 없이 책을 동시에 수십, 수백 권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하늘에 떠 있는 검은 책에서 쉴 새 없이 검은색 번개가 내리쳐 타락의 신을 압박한다.
“키햐아아아아아아악!”
이제 타락의 신에게선 여성의 찢어지는 비명이 아닌, 악마의 비명과 같은 것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의 HP바가 문제였다.
도대체 HP총량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 검신의 가장 큰 필살기와 수백 권의 책에서 내리쳐지는 20,000% 데미지의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있었다.
주르륵-
민혁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 싸움은 지금 타락의 신을 죽이지 못하면 자신들의 패배로 끝난다.
쿠콰콰콰콰콰콰콰쾅!
계속해서 쏟아지는 검은 번개. 급기야 민혁이 몸을 날려 그녀를 베어보지만.
[오블렌의 힘이 완전히 소멸합니다!]민혁에게 깃들었던 오블렌의 강대한 힘이 사라지고 그녀의 HP바는 약 ‘5% 정도의 HP’를 남겨놓은 상태였다.
“허억허억허억.”
민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오블렌의 힘이 빠져나간 순간, 상상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그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씨이이익-
“내가 이겼지?”
타락의 신이 악마의 미소로 소름 끼치게 웃는다.
* * *
㈜즐거움.
회의실에 앉아 있던 모두가 탄식을 터뜨렸다.
5%. 5%의 HP 때문에 타락의 신 사냥에 실패하고야 말았다.
강태훈 사장.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고작 5%뿐이지만, 지금 민혁 유저는 너무도 지쳐 있었다.
다른 신 클래스들과 그의 사자들?
그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또한 단순히 HP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공격해도 공격이 먹히질 않으면 HP를 깎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후우…….”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이거 희망만 주고, 결국에 사냥에 실패해버리는군요.”
모두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즐거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또한, 타락의 신이 다시 신 클래스들의 신력을 빼앗는다면?
많은 이들이 아테네를 떠날 것이다.
어쩌면 아테네라는 세상이 빠르게 몰락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찌해야 하는 겁니까.’
강태훈 사장.
그는 창문 밖 너머의 구름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무력하다.
그저.
“믿는 수밖에 없나?”
절망적이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테네라는 세상의 주인인 유저를 믿는 것뿐.
그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강태훈 사장이 가장 믿고 있는 부하 직원의 목소리였다.
모두의 시선이 돌아간다.
그곳에 박민규 팀장이 날카로운 눈으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좌절도,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박 팀장님, 그게 무슨 소리죠?”
박민규 팀장.
그는 남들이 좌절할 때, 오로지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특별 유저 관리팀의 팀장인 만큼 그는 무언가를 관찰하는데 특출났다.
“단 한 권의 책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
“……!”
“뭐, 뭐라고요!?”
모두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한다.
박민규 팀장이 키보드를 두들겨, 그 책을 클로즈업한다.
사실이었다.
수만 권의 책들이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으나 푸른빛을 흩뿌리는 책 한 권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또한, 그 책은 악신의 여덟 권의 책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책에는 이러한 이름이 써져 있다.
‘태초의 신.’
“……!”
“……!”
“……!”
박민규 팀장.
그가 눈을 빛냈다.
“백만 자루의 검이 타락의 신을 공격할 때 오블렌은 두 권의 책을 사용한 겁니다. 하나는 ‘어떤 것도 지켜냈던 자의 책’. 이 책은 어떠한 힘을 자신이 없어도 5분간 유지시킬 수 있죠. 그리고 두 번째 책은 바로 악신의 여덟 권의 책 중, 한 권. 태초의 신의 책입니다. 그리고 이 태초의 신의 책은…….”
박민규 팀장이 회의실 내를 둘러본다.
강태훈 사장.
그 또한 그 책이 가진 힘을 알고 있다.
“태초의 신이 지상으로 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 * *
“이히히히히히!? 이히히히히히! 말했잖아, 결국에 내가 이겼다고! 응!!!? X신 같은 오블렌! 악신의 이름은 이제 내가 갖겠어!!!”
타락의 신.
그녀가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웃는다.
배가 찢어지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그로데스크했기에 절망감은 더 크게 찾아오고 있었다.
비틀-
민혁 또한 힘의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였기에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하늘에 떠 있던 한 권의 책이 환한 빛을 터뜨리며 빛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만들어낸다.
그 계단을 밟고 한 여인이 내려서기 시작한다.
[태초의 신 아테네가 지상에 강림합니다!] [태초의 신 아테네 앞에 만물이 평등할 것입니다!] [태초의 신 아테네 앞에 모두가 경배합니다!]그 순간, 모두의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녀에게 경배한다.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존재.
태초의 신이자, 아테네를 관장하는 슈퍼컴퓨터.
털썩-
그녀 앞에 타락의 신조차 무릎 꿇는다.
“어, 어머니시여…….”
그리고 오로지 단 한 명의 사내.
그만이 무릎 꿇지 않고 있었다.
아테네.
그녀의 얼굴은 빛에 가려져 모두에게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민혁.
그에게만큼은 아테네의 얼굴이 보인다.
새하얗다고 말해도 부족할 정도의 피부, 호수처럼 깊은 눈동자에 새하얗게 길게 길러 있는 머리카락.
그녀가 한 자루의 검을 쥐고 있다.
아테네.
그녀가 민혁의 바로 앞으로 두둥실 떠올라 있다.
민혁을 내려다보는 아테네.
그녀가 민혁의 왼쪽 어깨에 검을 올린다.
“나 태초의 신 아테네의 이름으로 명한다.”
천천히, 이번엔 오른쪽 어깨에 검을 올린다.
“오늘 나의 기사가 되노라.”
그리고 마지막.
아테네가 민혁의 머리 위로 검을 올린 순간.
척-
민혁의 몸이 시스템에 통제되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예의를 갖춘다.
아테네. 그녀가 천천히 민혁의 이마에 키스한다.
그리고 빛이 되어 화해 사라지기 시작한다.
민혁에게로 사라지는 아테네의 음성이 들려온다.
[내가 인정한 첫 번째 이방인이자, 첫 번째 신이 바로 너란다.]그와 함께.
[아테네의 기사가 된 당신의 검에 태초의 신의 가호가 깃듭니다!] [당신의 검이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춥니다!] [추가 공격력 100,000%의 데미지로 적을 벨 수 있을 것입니다!]민혁.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아테네가 만들어주는 강대한 힘이 그의 주변에서 새하얗게 빛나며 세상을 밝힌다.
마침내, 무릎 꿇고 두려움에 떠는 타락의 신 앞에 선다.
민혁의 검이 치켜 올라간다.
그와 함께.
[아테네가 인정한 첫 번째 기사.] [그가 검을 쥐어 휘두르니.] [타락한 자. 많은 살생을 저지른 자야. 심판받으라.]스걱-
툭-
데구르르르르-
타락의 신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마침내.
[타락의 신을 사냥하셨습니다!]믿기지 않는 알림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