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10000% Catastrophic Player RAW novel - Chapter 115
* * *
퍼어엉!
“크하아악!”
대룡거검에 직격당한 샤스가 곤두박질쳤다.
그래도 후작쯤 되는 놈이라 그런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다시 날아보려 애를 썼지만, 날개가 상해 그대로 지면을 긁다가 이성우 앞에 멈춰 섰다.
턱―
이성우가 머리에 발을 올려놓고, 무릎에 힘을 주려는데 샤스가 사정하기 시작했다.
“피, 필멸자야. 내가 어떻게 보상하면 되겠나? 분명 원하는 게 있어서 지옥에 넘어와 이 지랄······ 아니, 활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 말해 봐라. 영원한 생명? 재물? 그것도 아니라면 힘과 재능? 내가 줄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아낌없이 내어주마.”
이성우는 턱을 긁적거렸다.
“지옥의 소멸.”
“뭐······? 그건······.”
“왜.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굴더니. 그건 못 들어주겠나?”
샤스가 머리를 밟힌 채, 열심히 손을 휘저었다.
“그, 그게 아니고! 지옥의 평정 같은 거라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지. 하나 지옥을 소멸시키는 건 무리다. 인간과 엘프, 드워프 같은 고등 지성체는 물론이고 코볼트, 고블린 따위의 반 짐승들만 남아 있어도 지옥은 존재하게 되어 있단 말이다. 지옥의 소멸이라니, 뭔 미친······.”
샤스는 차마 겁이 나서 크게는 욕을 못 하고 꿍얼거리다가, 뭐라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혹시 세계석이라도 부숴버리면 모를까.”
그 말이 유독 이성우의 귀에 걸렸다.
“방금 뭐라고 했지? 세계석?”
“뭐? 아, 아니다. 뭔 소리냐? 잘못 들은 게지.”
“분명 ‘혹시 세계석이라도 부숴버리면 모를까’. 그렇게 중얼거리지 않았나?”
“······그렇기는 하나, 전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로 본 자도 아무도 없다고.”
이성우는 미간을 구기며, 목에 걸린 ‘무닌’으로 손을 가져갔다.
『[주신의 눈, 무닌]이 해당 발언이 사실임을 확인했습니다.』
“설령 그걸 찾아 부순다고 해도 문제다. 이 지옥이야 없앤다 해도, 너희의 더러운 사념이 흘러넘쳐 너희 세상이 지옥이 될 거다. 그걸 원하는 건 아닐 텐데?”
“그렇지. 하나 그건 네놈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
이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놈의 머리를 밟은 무릎에 힘을 가했다.
콰직―!
샤스가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한 채 절명했다.
이제 이놈에게선 더 얻을 게 없다.
“가만있어보자, 세계석이라.”
이성우는 손에 쥔 외뿔을 흔들면서 풀카넬리가 넘겨준 기억을 더듬었다.
‘탐식의 의지’가 방해한 탓에 그의 대마법사 시절의 기억은 거의 전해 받지 못했지만, 승천과 지옥에 관한 정보는 머릿속에 잔뜩 쌓여 있는 상황.
다만, 정리가 되지 않은 탓에 필요한 정보가 딱딱 불려 나오지는 않았다.
‘차차 시간을 들여 내 식대로 소화해서 정리해야겠지. 아, 이거다.’
지옥의 세계석에 관한 기억은 몹시 빈약했다.
지옥의 근원.
지옥의 뿌리가 내린 마석.
비슷한 말을 다르게 쓴 한 줄짜리 정의(定義) 몇 개가 전부.
‘그래도 가장 중요한 정보가 남아 있네.’
그건, 세계석의 정의에 풀카넬리가 붙여 놓은 주석이나 메모 같은 것이었다.
―세계석? 지옥의 근간=지성체의 부정사념. 그렇다면, 세계석은 차원을 넘어 부정사념을 끌어모으는 힘? 악마들도 다룰 수 없다. 신격이라면?
‘단편적이지만, 큰 도움이 됐어.’
냉룡 스카디마이어는 말했었다.
마계와 마족, 그러니까 지옥과 악마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그들을 없애려거든, 온 세계의 지성체를 전부 없애야 할 거라고.
‘하지만······ 이걸로 가능성은 열렸다.’
만일 지옥 세계석의 힘이 풀카넬리가 짐작한 대로라면, 그 힘을 조작해 제3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풀카넬리도 그 길을 찾아볼 셈으로 ‘신격의 조각’을 손에 넣었던 것이겠지.
당장은 세계석이 실존은 하긴 하는 건지,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지만.
‘어차피 신격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성우는 풀카넬리의 지식 속에서 신격에 관한 것들을 훑어보곤, 조용히 샤스의 영지 쪽을 바라봤다.
‘마침 저곳에 단서가 있군.’
이성우는 재가 되어 흩날리는 놈의 사체에서 날개뼈와 암두시아스의 외뿔을 회수했다.
초신성의 [용광로]에 던져 줄 땔감을 흘리고 갈 순 없으니까.
* * *
성채로 돌아오니, 정소현이 팔짱을 끼고 눈을 모로 뜬 채 이성우를 맞이했다.
“마스터, 갈수록 섭섭하네요?”
갑자기?
이성우는 눈을 끔뻑이다가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너무 갑자기 자리를 비웠죠?”
“쳇, 그 이야기가 아닌데.”
이 여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어떻게 잠깐 얼굴 못 보게 될 때마다 말도 안 되게 강해져서 나타나는 거예요? 비결이 뭐죠? 같이 좀 강해지자고요.”
그런 이야기였나.
하지만 어쩐담, 빠른 성장의 근간은 [별의 회랑]인데.
이건 공유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나.
이성우가 난감한 얼굴로 버벅거리자, 정소현이 표정을 풀고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진짜로 따진 게 아니고, 그냥 해본 소리예요. 언제부턴가 마스터에 비해 저희의 힘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닙니다.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걸요. 이번에도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기껏 확보한 지옥 정벌의 교두보를 잃을 뻔했습니다.”
“칫, 말이라도 고맙네요. 들어가죠, 다들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레이트 홀로 들어서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이성우를 맞았다.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제대로 병력을 갖춘 것도 아닌데, 첫 방어전을 잘 치렀군요.”
정찬석이 고개를 저었다.
“허허, 자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오직 자네가 돌아올 때까지 시간만 벌 생각으로 버텼네.”
“잘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무리는 하지 말고 살아남으십시오. 긴 싸움이니까요.”
고갤 끄덕이는 정찬석을 포함해, 모두에게 물었다.
“싸워보시니, 어땠습니까?”
성요한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악마들······ 수가 장난 아니던데요? 헬게이트에서 만난 건 귀여운 수준이었어요.”
“앞으로도 매 전투마다 이 정도 수는 상대해야 할 거야.”
정소현이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그래도 길드원이 모두 합류한다면, 승산이 없진 않을 거예요.”
이성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고작 네 명이서 두 영지의 군대를 막아섰으니, 100명에 가까운 길드원을 전부 데려와 제대로 준비를 갖춘다면 영지전은 문제없을 것이다.
그때, 정찬석이 손을 들었다.
“그보다 이성우 플레이어는 여기 넘어오기 직전까지 걱정했던 ‘환경’적 요소가 궁금한 모양이군.”
사실, 그랬다.
지구보다 10배 가까이 강력한 중력.
그리고 대기에 섞인 마기.
그로부터 플레이어들을 보호하려고 오혜인에게서 오리할콘도 긁어모은 것이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이네. 내 일전에 마기에 호되게 당해봐서 알지.”
과거, 레라지에의 악마 영혼석의 마기에 취해 홍선희를 죽일 뻔했던 일을 떠올린 듯.
정찬석의 표정이 멋쩍었다.
바로 그 일 때문에 마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해온 것이었고.
정찬석만 해도 막기가 힘든데, 만일 이성우가 없는 상황에서 SS급 ‘위버멘쉬’ 아놀드가 그렇게 폭주하기라도 하면······.
악마를 쓸어버리기는커녕, 처참한 피바람이 불고 말 테니까.
“좋습니다. 홍선희 소장님, 그럼 개인용 마기 차단장치를 최대한 양산해주십시오.”
다크서클이 볼까지 내려온 홍선희가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었다.
“이미 개량까지 마치고, 엑스 플레이어와 200세트 이상 제작했어요.”
이성우는 순수하게 놀랐다.
“벌써 말입니까?”
“네, 이 성채 안에선 연구에도 제작에도 막대한 보너스가 적용되니까요. 도대체 원리가 뭔지, 성채도 한번 뜯어보고 싶은데······.”
아하, 최후의 성채에 적용된 갖가지 버프의 덕을 본 모양.
“지옥을 정벌하고 나면 기회가 있을 테니, 당장은 참아주십시오.”
“그럼, 드디어······?”
정소현의 기대와 긴장이 역력한 목소리.
이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본격적으로 지옥 공략을 시작합시다. 돌아가는 즉시, 공략총괄님이 길드원 소집해주세요.”
“네!”
“관리국에선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정찬석이 주먹을 꽉 쥐고 흔들었다.
“장관께 먼저 보고를 올려야겠지만, 가능한 인력은 총동원하겠다고 약속하지. 여차하면 사표 내고 내 직접 달려들겠네.”
말은 저렇게 해도, 관방장관 원승호는 정쟁에 휘둘리지 않는 참 관료다.
그라면 이번 일의 중대함을 곡해 없이 이해해주겠지.
“좋습니다, 그럼 결정됐군요. 샤스와 암두시아스가 없는 땅을 다른 악마들이 차지하기 전에 다녀오죠.”
그때, 줄곧 잠자코 있던 데우스 길드의 마스터.
엑스가 드론의 음성 모듈을 통해 말을 꺼냈다.
“이성우 플레이어?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고 구경만 한 주제지만,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이성우는 물론, 좌중의 시선이 일제히 엑스의 드론에게로 쏠렸다.
“엑스, 마공학 제작소를 담당하기로 이야기가 됐으니 무기 모듈은 가져오지 않은 거잖습니까. 편히 말씀하세요.”
엑스의 드론이 대답처럼 까딱, 움직였다.
“싸움엔 힘을 보태진 못했지만, 전황을 전부 메모리에 담아뒀습니다. 이걸 공개할 것을 제안합니다.”
“지옥에서의 전투 장면을?”
“네, 악마를 꺾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론전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론전이라.
하긴, 지금까지 이성우는 여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오진 않았다.
그 방면으론 능숙하지도 않거니와.
가진 바 자신의 ‘능력’을 키워서 비극을 막고, 악마와 대적하는 데에 집중해왔으니까.
게다가 유명세와 주목도.
그걸 끌어올려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있겠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하는 것도 생기는 법이다.
미국만 해도 자국 상황이 안 좋아지니 대뜸 사람을 보내 무력 시위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성우 플레이어 덕에 악마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지만, 아직 대부분의 대중들은 반신반의하는 중입니다.”
“그렇습니까?”
“네, 온라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를 빅데이터로 뽑아봤을 땐 그렇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먼 국가일수록 심하죠.”
“음······.”
“물론, 플레이어들이 아닌 일반 대중의 반응이라지만. 대중의 여론이 곧 한 국가의 행동 방침을 규정합니다.”
지옥의 모습을 공개하자는 엑스의 목적이 비로소 손에 잡혔다.
“대중에 경각심을 주자?”
“그 외에도 다양한 파생 효과가 있을 겁니다. 각국에서 지원을 보내준다든가······. 신단수로 모이는 ‘염원’도 커질 거고요.”
남산에 심긴 신단수는 아직 ‘어린’ 상태.
인공적으로 모으기 힘든 ‘염원’을 먹고 자라는 만큼 성장이 더뎠는데.
지옥에서의 전투를 공개하면, 다시 막대한 염원이 모이기 시작할 테고.
신단수의 성장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터.
하지만.
“안 됩니다.”
이성우가 선을 긋자, 정소현이 물었다.
“왜요? 고사리손도 아쉬운 상황이라, 괜찮아 보이는데.”
“아직 악마숭배자들이 남아 있잖습니까.”
악령술사를 생포함으로써 확보한 초국가적 악마숭배 집단, ‘그림시커’.
한국의 정보 공유로 토벌 작전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그 잔당이 여러 나라에 남아 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직 악마들은 인간이 제 세상을 침공해왔다고는 상상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우리가 벌일 전투는 악마들 간의 영지전으로 받아들여지겠죠. 지금은 그 방심을 이용할 땝니다. 세력을 키운 뒤에, 악마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낀 뒤에 공개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때, 때맞춰 성장한 신단수는······ 지옥 공략의 또 다른 변수가 되어줄 것이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타국 사정은 미처 생각 못 했어요.”
“음. 한국처럼 깨끗이 정리된 나라는 아직 미국뿐이었지.”
“이곳 지옥만 생각하느라 중요한 디테일을 놓쳤네요.”
이성우가 엑스를 돌아봤다.
엑스의 본체는 식물인간.
아무리 의식을 네트워크에 연결해 세계 어디든 엑세스할 수 있다곤 해도, 제 ‘몸’으로 움직이는 걸 꿈꾸고 있을 터다.
현시점엔 은밀히 연구 중일 마공학 안드로이드를 하루빨리 완성해 드론 조종사 신세에서 벗어나고 싶겠지.
그걸 위해 더 많은 지원에 목을 메는 거다.
“조바심이 나는 건 이해합니다. 다만 아직은 신중할 땝니다. 아이담과 함께라면, 가능성이 머잖아 보일 겁니다.”
그 말에 엑스는 살짝 흠칫했다.
데우스 길드의 최측근들 외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본 목적을, 이성우가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정소현이 번쩍, 손을 들었다.
“그럼, 예정대로 저흰 바로 전투를 준비하면 되겠죠?”
두말하면 잔소리지.
타르타로스와 인접한 영지 두 개가 주인을 잃었으니, 빈 땅을 손에 넣으러 가야 하지 않겠나.
“그럼, 웜홀을 열겠습니다. 전부 데리고 오죠.”
* * *
약 반나절 뒤,
최후의 성채에 태성 길드 전원 그리고 관리국 정예 요원들로 이루어진 특무대가 도열했다.
특무대의 지휘관은 다름 아닌 감시과 차무혁이었다.
“차무혁 차장······ 아니, 감시과장님. 전투 특성도 아니시면서, 이 위험한 곳에는 웬일이십니까.”
“월급쟁이가 별수 있습니까, 까라면 까야죠.”
“와, 국장님 너무하시네!”
성요한이 정찬석을 성토하자, 이성우가 만류했다.
“저거 농담이야. 완전히 워커홀릭이거든.”
정찬석이 비전투 특성 요원을 사지로 내몰 인간안의 중대함을 깨닫고서 차무혁이 자원했도 아니고. 사겠지.
“하핫. 신단수에 성역 선포까지 이뤄진 덕에 감시과 일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렇게라도 보답해야죠. 우리 요원들이 다들 잘 싸우긴 하지만, 지옥에선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시스템 로그의 일부를 훔쳐볼 수 있는 [로그뷰어].
그의 특별한 눈은, 분명 지옥에서도 가치 있게 빛날 것이다.
그때, 정소현이 다가와 보고했다.
“마스터, 출동 준비 끝났습니다.”
이성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길드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은 지옥을 정복해, 인류를 게이트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해방군이 될 겁니다.”
길드원들이 함성을 터뜨렸다.
“맞습니다!”
“마스터와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그들을 가만히 둘러보다, 이성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이 향할 영지는, 지배자를 잃은 상황입니다. 병력도 반 궤멸 상태죠. 하지만······ 늘 그렇듯 비극은 방심의 순간에 찾아옵니다. 다들 무사하길 바랍니다.”
순식간에 착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고개를 끄덕이는 길드원들.
“그럼,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네, 샤스의 영지에서 만납시다.”
정소현의 [동반 비행]으로 주홍빛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길드원들.
멀어져가는 뒷모습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홍선희가 다가왔다.
“잘 작동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네요.”
“덕분에 지장 없이 정벌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그동안 이성우 플레이어가 이것저것 지원해 준 덕이죠. 특히 아이담은······ 정말 놀라운 아이예요.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가요.”
이성우는 가볍게 미소를 머금었다.
“저는 홍선희 소장님이 이 다음에 만들어낼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엥? 뭐라고요? 난 아직 생각해놓은 게 없는데?”
“소장님은 곧 ‘신을 찾는 장치’를 만들게 될 겁니다.”
“신을 찾는······ 장치요?”
이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는 ‘신격의 조각’이지만.
“재료를 구해 오겠습니다.”
풀카넬리가 전해준 기억을 살펴보던 이성우는, 그가 신격의 조각을 탐색할 때 사용했다는 특별한 나침반의 조합법을 발견했다.
‘마침 그 중요한 재료 가운데 하나가, 약탈후 샤스의 보고(寶庫)에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