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28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오.”
“제게 고마워 할 날이 올 겁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것은 탕성즈와 청년의 대화.
그 뒤로 부하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의식이 점점 검은색으로 바뀌어 갔다.
자오헝티의 뇌 속에 마지막으로 떠오른 생각은 어처구니없게도.
‘참모총장을 한번 하고 죽었어야 하는데.’
***
“제게 고마워 할 날이 올 겁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밉상이지?
탕성즈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청년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라 발을 뗐다.
자오헝티로부터 흘러나온 피가 발을 적시고 있었다.
“여긴 절당이란 말이오.”
“허. 부처를 믿으십니까?”
“당연.”
“그렇다면 마르크스와 부처 중에 누구를 더 높게 치십니까?”
탕성즈는 고민할 것도 없이 말했다.
“마르크스는 위대하지만, 한낱 인간이오. 어찌 부처께 비견되겠소?”
“부처가 더 높다는 말이군요. 틀렸습니다.”
“마르크스가 더 높다고?”
“아니요. 두 사람은 평등합니다. 마르크스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지만,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을 위한 사상을 부르짖었고. 싯달타는 왕가의 자제임에도 스스로 계급을 내던지고 하층민들과 삶을 함께했지요. 거기서 도출할 수 있는 공통점은 인간은 평등하다는 겁니다.”
탕성즈는 귓구멍을 쑤셨다.
때아닌 공산주의 사상주입이 또 시작되었다.
“어째서 사유재산이 존재하는 겁니까. 태초에 태아가 잉태되었을 때부터, 차등이 생겨납니다. 이 불합리를 지적한 사람이 어째서 수천 년의 역사 동안 한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겁니까!”
“됐고. 자오헝티를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이 당신이오?”
“그렇습니다.”
“이 사실을 당에 알리겠소. 지금부터는 근신하며 당의 처분을 기다리시오.”
휙 돌아섰는데.
뒤에서 감정을 억누른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제 전쟁을 벌여야 할 텐데, 제 도움이 필요 없으시단 말입니까?”
탕성즈는 어이가 없었다.
“당신의 도움? 당신의 농부 군대 말이오? 꿈 깨시오. 전쟁은 낫으로 잡초를 베는 거와는 다르오. 군정은 내게 맡기고, 당신은 마을로 돌아가서 농사나 지으시오.”
“말했듯이, 당신은 나중엔 내게 고마워할 겁니다.”
“또 그 소리요? 어째서?”
“자오헝티는 한신의 사람이니까.”
그 말은···, 맞다.
탕성즈는 다시 돌아서서 청년을 마주 보았다.
“세상 사람들은 한신이 오직 그 자신의 힘으로 국사무쌍이 된 줄 알지만, 무수한 조력자들의 공헌이 한신의 뒤를 받쳐주었습니다. 한신이 물러났음에도 중화합중국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한신의 장군들이 여전히 공화군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지요.”
탕성즈는 청년을 힘껏 노려보았으나.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
청년은 바보가 아니었다.
곰 같은 외모에 여우의 재치를 지닌 자였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습니다. 악명을 떨치던, 한신이 데려온 독일의 도깨비들은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김경천은 만주의 야지에서 기약 없이 조선의 독립운동을 벌이는 중이고, 제7군단장인 자오헝티는 죽었습니다. 기껏해야 제8군단장 탕지야오 정도가 남은 셈인데, 윈난성은 리쭝런을 믿고 기다리면 됩니다. 중화합중국의 군대는 더 이상 혁명을 막을 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탕성즈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당신의 말에는 커다란 허점이 있소.”
“뭡니까?”
“바로 그 국사무쌍의 귀환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거지.”
청년이 처음으로 머뭇거렸다.
탕성즈는 재차 말했다.
“한신의 전략은 천고(千古)에 남을 자산이라지. 오늘날 중국에서 군복을 입고 있는 자들 가운데, 한신의 전쟁에 대해 공부해보지 않은 자는 없을 거요. 자오헝티를 죽인 일로 해서, 은퇴한 한신이 도리어 귀환을 결심하게 될지도 모르오. 당신은 커다란 실수를 저지른 거요.”
청년은 금방 붉은 안색을 되찾았다.
벙긋 웃기까지 했다.
“괜찮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신해혁명의 첫날 밤에는 한신도 그저 흔한 중대장 중의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청년의 커다랗게 웃는 입 사이로, 누런 이가 드러나 보였다.
이물질이 잔뜩 끼어있음에도 이빨은 튼튼해 보였다.
“누구나 출발은 미약하지요. 저는 언젠가 제 이름이 국사무쌍에 비견될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자기가 무슨 자신감의 화신이라도 된다 여기는 건가?
탕성즈는 못마땅하여 다시 자리를 뜨려 했으나.
빼먹은 것이 떠올랐다.
“당에 보고하려는데, 당신 이름이 뭐요?”
자오헝티의 몸뚱이에서 낑낑대며 죽창을 빼내던 청년은, 환히 웃으며 답했다.
“쩌둥입니다. 마오쩌둥.”
신군벌 시대2
멀리서 바라본 중화합중국이라는 성채는 굳건했다.
대총통 쑹자오런이 손수 입안한, 13개 장으로 이루어진 연성헌법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가 일구었다고 여겼던 세계는 허상이었나?
이토록 쉽게 허물어질 모래성이었나?
중국은 거대한 마경(魔境)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장엄한 풍광.
늘 소란스러운 시장의 저잣거리.
도도히 흐르는 장강의 정크선 무리.
그리고 사람들.
미개하고 편협하며 교활하고 잔인한 우민(愚民)들과 호방한 협객이 함께 어우러져 바글거리는 이상한 곳.
각각의 지방은 별개의 나라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독자적인 세계를 이루며, 개성적인 사람들이 살아간다.
종족, 언어, 관습, 사고방식, 욕망과 같은 큰 것에서부터.
문고리를 거는 방식, 비를 피하는 자세, 만두 속 재료 같은 사소한 것들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것들 투성이다.
이들은 정말 하나로 뭉쳐질 수 없는 것인가?
중국의 부흥은 끝내 가능하지 않은 것인가?
“그래서 연성자치를 시행한 거잖아, 망할 인간들아···.”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인 것처럼 어색했다.
“네 생각은 어떠냐, 샤즈광?”
암울한 시대를 반영하듯 날씨마저 우중충했다.
1930년의 늦겨울은 유달리 혹독했다.
“대장은 할 만큼 했소이다. 자책할 이유는 없으요.”
“자오헝티가 죽어버렸는데?”
“···그것 역시 대장 잘못은 아니오.”
“정말로 군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보냐?”
샤즈광은 잠시 망설이다가, 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우리가 뭘 알 수 있겠수까. 다만, 후난군의 군비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오헝티는 제7군장으로서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고.”
“설사 그렇다 해도, 이렇게 당해야 할 만큼 큰 책임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들고 있던 한양일보를 내던졌다.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난 자오헝티의 사진이 보였다.
입을 헤 벌린 채, 풀숲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군벌의 마지막 모습이라기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어처구니없는 건, 탕성즈란 자식이 지가 사태 수습을 한 것처럼 행동한다는 거야. 역겨워서 못 봐주겠단 말이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자오헝티의 사진 밑에는 탕성즈가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제가 사태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늦어있었습니다. 저는 후난 제7군의 임시 책임자로서, 이번 일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철저히 수색하여 관련자들을 엄벌하고, 현재 얘기가 나오는 군비 유용 문제도 군법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
탕성즈가 밝히는 사태의 전말은 이랬다.
자신은 반란군이 아니라, 반란을 평정하려는 목적으로 군사를 일으킨 것이며.
그러한 저간의 사정을 자오헝티에게 보고하자, 자오헝티는 크게 안심하며 절간에서 잔치를 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공황 때문에 병영이며, 민가며, 절간이며 가릴 것 없이 다들 쫄쫄 굶고 있었는데.
자오헝티는 아랑곳 않고 거창하게 잔치를 벌였으며, 인근 민가의 여인들까지 차출하여 시중을 들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이에 분노한 농민들이 죽창을 휘둘렀고, 술에 취해 계셨던 군단장님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셨습니다. 천하 통일전쟁에서 커다란 위업을 쌓으신 분이, 어찌 그런 실수를 하셨는지···.」
자오헝티를 대접하는 척하며, 교묘하게 까 내리는 화법.
나는 탕성즈의 말을 믿지 않았다.
자오헝티가 비록 꼰대 기질이 있고, 개인 욕심이 있는 자이긴 했으나.
중화합중국의 근간이 되는 공화주의를 착실히 잘 따르고 있었다.
공동체에 해가 되는 일은 삼갈 줄도 알았다.
“그래서···, 후난성 사태는 이걸로 끝난 거냐? 베이징은 이대로 덮을 생각이고?”
“아무래도 그런 듯합니다···. 어쨌건 반란은 진압이 되었으니까요···.”
“진압은 무슨, 부처의 미소를 지닌 마라(魔羅) 같은 놈이 후난성의 실권자가 되었는데.”
샤즈광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대장. 주제넘은 충언이지만 들어보시렵니까?”
“어.”
“대장은 지금 너무 과민해져 있수다. 같이 전장을 누볐던 친우가 죽은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사건은 끝났습니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골목마다 늘어선 특공대원들이 보였다.
몇 달간 지속되던 시위는 잦아들었으나,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탓에 자택의 호위를 자처한 요원들이었다.
“대장···. 저 같은 범부가 뭘 알겠습니까만, 대장은 항상 너무 멀리 내다봅니다. 그 눈으로 뭘 보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꼭 좋지만은 않아요. 기타 잇키의 사례에서 보듯,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막기 위해 파견했던, 혁명가 기타 잇키.
그러나 그는 도리어 일본에서 강력한 파시즘적인 혁명을 노리고 있었고, 나는 기타 잇키를 저지하기 위해 장제스와 샤즈광을 일본에 파견해야 했다.
나는 창에서 눈을 돌려 샤즈광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의 불량스러운 면모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빈틈없는 킬러.
어느덧 흰머리가 드문드문 보이는 노회한 킬러···.
“샤즈광···. 우창의 그날 밤, 처음 총을 잡았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냐?”
“그날 밤이라면···, 신해혁명의 첫 방아쇠를 당긴 그날 밤이요?”
“어.”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나지 않지만···. 글쎄올시다. 황제에게 똥침을 먹여주고 싶었던 기억이.”
“맞아, 똥침이었어.”
밀려있던 군비가 지급된 것도 아닌데 후난성의 반란이 진압이 되었다?
상층부의 권력자들에게 똥침을 먹이고 싶어 안달이 난 젊은 청년들이, 탕성즈 같은 위인이 잘 타이르니 그대로 들어먹었다?
“내가 뭘 보는지 궁금하냐. 나는 다가오는 대군벌 시대를 보고 있다.”
“···대군벌 시대는 대장이 종식했잖습니까?”
“그랬지. 구분해야 하니, 신군벌 시대라 할까?”
“에이, 또 그러신다. 너무 멀리 보지 말라니까, 대장!”
나는 샤즈광을 등지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가슴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대었다.
쿵. 쿵!
쿵. 쿵!
실시간으로 빨라지는 심장 소리.
쉬었던 게 5년인가?
5년 만에 전쟁을 두려워할 정도로 나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건가?
나는 다시 돌아앉으며 샤즈광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베이징에 가자.”
샤즈광이 어리둥절하여 되물었다.
“베이징엔 왜 갑니까?”
“준비해야지.”
“무슨 준비를···?”
“전쟁이 일어날 거다. 군으로 복귀해야겠어.”
***
샤즈광은 베이징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하여, 내가 과하게 해석하는 거라고 연거푸 충고를 했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기쁜 표정이었다.
“대장은 군복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앞치마는 다신 두르지 마십시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실시간으로 베이징과 연락하게 된 이후, 수도에는 별로 올 일이 없었는데.
몇 년 만에 찾은 베이징은 내가 알던 그 도시가 아니었다.
우창, 한양, 한커우의 우한3진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완전히 죽은 도시가 되었는데.
보랏빛으로 축 늘어진 베이징은 죽은 지 한참이나 지나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매점들과 북적이는 사람들로, 천하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던 베이징의 중앙로(中央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