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76
역시 동북아의 운명은 만주에 걸려있다.
만주의 방어는 아무리 두텁게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편.
푸젠성은 여전히 어지러웠다.
소비에트 홍군과 우페이푸군이 푸저우에 진주하는 동안.
일본에 점령당한 샤먼시를 공략한 것은 장제스의 국민혁명군이었다.
특사로 임명된 장쉐량이 일을 잘 해낸 것인지.
장제스가 정말로, 일본에 맞서 중국통일전선을 꾸리는 데 합의한 것인지.
리쭝런을 사령관으로 하는 국민군 2개 사단은 샤먼을 에워싸고 공방을 벌였다.
들려오는 전황은 일진일퇴(一進一退).
어느 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의미는 내게 새로웠다.
국민정부의 군대 또한, 일본군이나 공화군의 레벨에 어느 정도 근접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제스와는 같이 갈 수 없다.
물론 녀석도 각오했겠지.
쿠데타를 일으켜 국민당의 당권을 잡으려고 결심한 것은, 나와는 갈라지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았으니까.
문제는 국민정부가 자그마치 세 대군벌의 연합체라는 것.
장제스와 리쭝런, 탕성즈.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는 격언이 있듯, 만약 붙는다면 합은 잘 맞을 것이다.
그리고 전쟁에서 합이 잘 맞는다는 말은, 곧 막대한 군비의 투입과 사상자의 속출, 국토의 폐허를 뜻한다.
앞날은 어찌 되든, 일단 중국의 군벌들은 일본이라는 공동의 적을 맞상대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 쑨촨팡까지도 그랬다.
쑨촨팡군이 일본에 가한 타격은, 이번 상하이 상륙전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중국의 최대 전공이었다.
마치 도적과 같은 수를 써서 순양함과 구축함 몇 대를 격침하는 데 성공한 쑨촨팡.
달리 말하면, 야비한 수를 쓰지 않고서는 일본의 군함을 가라앉힐 방법이 없었다는 말도 되었다.
지난 중소전쟁이 중국산 전차의 우수성을 여실히 체험하게 해 준 사건이었다면.
이번 중일전쟁은 중국 해군과 공군의 열악함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해 준 사건이었다.
나는 지금껏 선택과 집중으로 육군을 양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갈수록 현대전은 고도화되고 있다.
종합전력에서 어딘가 결함이 있을 경우, 해당 부대의 작전 능력은 몇 분의 일로 뚝 떨어지고 마니.
현 중화합중국의 해군 수준으로는, 상륙전의 실패로 잔뜩 웅크리고 있을 일본 해군조차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드레드노트급 전함은 언감생심이라도, 순양함의 수만 얼추 맞춰졌어도 지금 타이밍은 역공에 최적이다.
양쯔강에 부설한 기뢰를 치우고, 동중국해로 나가서 적함대를 섬멸할 기회다.
그러나 능력이 부족하니 엄지손가락만 빨며, 눈에 불을 켜고 또 다른 상륙전이 있지나 않은지 절벽만 감시할 뿐.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게 섣불리 어느 쪽도 움직이지 못한 채.
전선은 얼어붙었다.
1931년의 겨울이었다.
고착이 깨지는 사건은 의외의 곳에서 일어났다.
중소전쟁의 결과로 모스크바에서 열린 총회의에서였다.
공포의 웃음
중화합중국 외교부의 차관.
구웨이쥔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만큼 다양한 외교적 경험을 쌓은 사람도 드물 거라 여겼다.
미국 영국 같은 전통적인 백인 국가로부터, 프랑스나 벨기처럼 유럽의 대륙적 전통을 간직한 나라까지 두루 섭렵하였다.
심지어 멕시코에서도 근무해 보았지만.
소련은 지금껏 구웨이쥔이 겪었던 어떤 나라와도 달랐다.
“국가계획경제라···. 교수님은 이해가 가능하십니까?”
구웨이쥔이 묻자.
함께 회의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베이징 대학의 후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전공은 철학입니다. 경제에 대해 아는 거라곤 제가 가난한 이유가 빌어먹을 경제 때문이라는 것 정도지요.”
“교수의 월급이 짠 모양이군요.”
“국립대라는 게 다 그 모양이지요.”
직사각형으로 쌓아 올려진 벽돌 건물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구웨이쥔은 통역의 도움을 받아 글귀를 읽었다.
“볼셰비키의 사회보장제도를 보아라. 자본주의에서는 불가능할 노후연금을 보아라. 완전 고용 시대가 왔으니, 인민들이여! 영광스런 삶을 만끽하라···.”
대공황의 악몽이 소련은 비껴간 것이 틀림없었다.
글귀 밑으로 환하게 웃는 농부가 그려져 있고 옆에는 말풍선이 있었다.
“집단농장은 유토피아입니다. 그곳으로 이주하세요. 새 삶이 열립니다, 라는군요.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제 주머니가 텅 비어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중앙아시아의 황량한 노지로 강제이주당하고 싶지는 않네요.”
“저 농부는 행복한 것 같습니다만.”
후스는 안경 너머로 눈빛을 빛내더니.
주변을 살피며 은밀히 속삭였다.
“저는 믿지 않습니다. 세상에 유토피아란 없어요. 과장되게 홍보하면 홍보할수록 그 뒤에 지독한 구린내가 진동하고 있는 법이지요. 특히 저 소련식 프로파간다를 위한 포스터는 구리다 못해 역겹기까지 하군요.”
그들이 도착한 건물은 모스크바 회담을 위한 장소였다.
코민테른의 국민회관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사이즈가 아담했다.
“그나저나, 소련 중앙위원회의 인민위원들과 회의를 가지기에는 건물이 비좁아 보입니다.”
“흠, 잠시 대기하는 장소가 아닐까요?”
두런두런 얘기하며 건물 안으로 진입한 회의단.
어쩐지 조명이 어두운 가운데, 그들은 넓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으려니 소련의 인사가 다가와 말했다.
“단장님, 계십니까?”
“나요.”
“통지할 것이 있습니다.”
“하시오.”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구웨이쥔은 후스를 향해 한번 고개를 까닥하고는 소련인을 따라갔다.
방의 깊숙한 곳에 다른 방이 하나 더 있고.
그 안에 또 새로운 방이 있었다.
구웨이쥔은 방문마다 보초를 선 병사를 보며 자신이 향하는 경로의 끝에 누가 있을지 점점 짐작이 되었다.
세 번째 방은 장정 대여섯이 겨우 들어갈 만큼 작았다.
방안의 장식이라고는 벽에 걸린 감자를 캐는 농부 그림과 허름한 책상뿐.
하지만 그 책상 뒤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구웨이쥔은 깊이 허리를 숙였다.
“총서기장님. 중화합중국 외교부 차관 구웨이쥔입니다. 이런 곳에 계셨군요.”
스탈린에 대하여 알려진 정보는 극히 드물었다.
천두슈나 저우언라이 같은 중국공산당의 몇 명.
그리고 연소용공 대표단의 단장이었던 장제스 등을 제외하면 스탈린과 직접 대면한 사람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러한 사정은 중국뿐 아니라, 서방 쪽도 마찬가지.
그런 연유로 미국발 소식에 빠삭한 구웨이쥔도 스탈린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당초에는, 러시아 대중혁명의 영웅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후계자로는 트로츠키가 점쳐졌었다.
만약 트로츠키가 아니라면, 차라리 사랑둥이 부하린이나 사령관 카메네프가 정권을 잡지.
조지아 출신의 촌놈, 이오시프 스탈린이 권력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레닌이 죽기 전에 미쳐버려서 스탈린을 후계로 정했다고 수군거렸다.
혹은 스탈린이 레닌을 협박하여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음모론도 있었다.
그러나 레닌이 죽은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
소비에트 연방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더 이상 당에서 스탈린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구 차관, 말씀은 많이 들었소. 내가 스탈린이오.”
“어쩐 일로 저를 따로 뵙자고 한 것입니까?”
“아시리라 믿지만, 외교란 마치 여자의 몸뚱아리 같아서 은밀하게 어루만져줘야 하는 법이오. 양국의 적나라한 나체를 수백 명 당원들 앞에서 전시할 필요는 없지 않겠소? 인민위원회의 총회는 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오. 미리 약속한 바를 확인하는 자리지.”
스탈린의 말은 외교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었다.
민감한 주제를 논하다 보면, 결국 양측의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는 때가 온다.
모든 외교의 목적은 친교를 위함인데, 외교 때문에 도리어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현명하십니다, 서기장님. 그럼 기본적인 중국의 입장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구웨이쥔은 외교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당당한 목소리로 정리해둔 입장문을 읊었다.
한신과 대담했던 바로 그 내용이었다.
중둥철도의 소유권.
제4인터내셔널.
중화소비에트공화국.
세 개의 주제.
세 개의 논점.
구웨이쥔은 단호히 말했다.
“중둥철도는 중국이 사겠습니다. 한편 제4인터내셔널은 조만간 토벌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니 소련은 중화소비에트공화국을 지원하는 일을 그만두어주십시오.”
스탈린의 콧수염이 움찔거렸다.
그게 스탈린이 미소 짓는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잠시 후였다.
“나는 한 가지 주제를 더 추가하고 싶군.”
“여기서 더 말입니까?”
“싫소?”
“일단 경청하겠습니다.”
스탈린이 시선을 돌렸다.
벽면에 붙은 감자를 캐는 농부의 그림.
자세히 보니 농부의 인종이 황인에 가까운 것도 같다.
“러시아와 중국은 오랜 세월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소. 그렇지 않소?”
“아무래도 러시아는 유럽의 일부란 인식이 강하니까요.”
“나는 그게 틀렸다고 보오.”
“예?”
“유럽인들의 오만함과 이중적 태도에는 질렸소. 자기들이 하면 고귀한 레이디와의 로맨스가 되고, 우리 같은 놈들이 하면 창녀와의 불륜이 되지.”
스탈린은 식민지를 언급하고 있었다.
소련은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위성국가의 연방체.
그러나 러시아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서방의 간섭으로 인해 정치가 불안했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은 인도산 노예를 부리고, 프랑스는 그 옆에서 베트남산 노예를 양성하지. 미국은 또 어떻고? 일본의 남만주철도권리를 인정한 것이 바로 미국이잖소? 자본주의의 돼지들이 스스로를 자유 진영이라 칭하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지 모르오. 그놈들의 자유는 바로 제국의 자유요. 마음껏 식민지를 착취할 자유란 말이오.”
구웨이쥔의 머리는 영활하게 돌아갔다.
스탈린이 하는 말의 진실함을 판별하기보다, 그 저의를 탐구했다.
이 말을 왜 하는 것이지?
“서기장님, 분명 한 가지 주제를 추가하신다고···.”
“그랬지. 내 말은, 러시아와 중국이 공통점이 많다는 거요.”
“어떤···, 점이 말입니까?”
“우리는 깨끗하잖소? 비록 추악한 과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인민혁명으로 식민제국의 잔재들을 완전히 씻어버렸소. 혁명의 시기도 비슷하였으며, 전근대적인 농업국가를 탈피하여 중공업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도 흡사하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서기장님, 그래서 제안은···?”
“소비에트-중국 동맹이오. 동맹에 이르지 못한다면, 최소한 불가침조약에 이르길 원하오.”
스탈린의 발언을 들은 구웨이쥔은 정신이 멍해졌다.
아니, 불과 몇 달 전에 만주를 침공해온 게 너희들이잖아!
“불가침이라. 물론 이전과 같은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겠습니다만.”
“본국에 허가를 받아야겠지? 이해하오. 그러나 총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확답을 들어야겠소.”
“서기장님. 그럼 앞선 세 개의 쟁점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요···?”
“그거야 구 차관이 잘 말하지 않았소? 중둥철도는 적당한 가격으로 중국에 팔겠소. 제4인터내셔널은 중국군이 잘 처리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중화소비에트 공화국은···.”
스탈린의 콧수염이 씰룩거렸다.
“그들은 코민테른의 지시를 어겼소. 나는 그들을 코민테른의 일부로 상정하여 그간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그들은 독자적인 국가를 세웠소. 이는 지령에 없던 일이오.”
“알겠습니다.”
“더 할 얘기 있소?”
“당장은 없습니다.”
“그럼 가보시오. 연락은 크렘린궁으로 하고.”
다시 이중의 보안을 뚫고 나온 구웨이쥔은 곧장 후스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시종일관 표정의 변화 없이 듣던 후스가 한마디 했다.
“대숙청이 모자란 모양이군요. 중국과의 국경을 단단히 박고 공포를 동반한 통치를 지속할 생각인 겁니다.”
소련의 내부 사정이야 어떻든.
구웨이쥔으로서는 중국에 이득만 되면 좋았다.
그는 상하이에 있는 한신에게 스탈린의 제안을 소상히 적어 보냈다.
답장은 빠르게 도착하였다.
한 글자가 적혀있었다.
「가(可). 단, 불가침으로.」
한신의 인가가 떨어졌으니, 남은 것은 요란한 절차뿐이었다.
크렘린궁의 회관에 참석한 구웨이쥔은 열성적으로 소련의 체제를 찬양했다.
국민경제 5개년 계획에 의한 산업화는 기적을 낳았으며, 소련의 신산업 역량은 새 시대를 여는 번영을 이룩할 것이라 떠들고 또 떠들었다.
그 대가로 구웨이쥔이 받은 것은 벌떼 같은 박수.
그리고, 중둥철로와 중소불가침조약이었다.
들뜨고 기분이 좋아져서 석상에서 내려온 구웨이쥔.
무표정으로 박수를 치는 후스 교수가 보였다.
“저 어땠습니까?”
“굉장하더군요.”
“인민위원들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이 하나같이 태만하여 나자빠져 있는 것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진정 그리 생각하십니까?”
구웨이쥔이 돌아보자, 후스가 귀엣말을 했다.
“저는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 인민 위원이란 작자들은 하나같이 웃고 있지요. 하지만 보이지 않습니까? 저들은 공포에 질려있습니다. 저 박수 소리는 저들이 내는 비명이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