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83
게임에서처럼 능력있는 장수들을 등용하여 바로 내 사람으로 부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에는 언제나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이 시대 인종차별은 워낙 무지막지해서, 저들을 중국군과 잘 어울리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아니, 그보다 나를 아니꼽게 여기려나.
저들을 한 번에 뿅 가게 만들만한 빅 이벤트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침체된 독일로 해서 침울해진 자들이니, 독일이 부흥하는 로드맵을 제시해주는 거다.
그리하면 단박에 내게 우호적으로 변하게 될 터.
무슨 괜찮은 얘깃거리가 없나?
나는 괜히 팔켄하우젠에게 장교들을 칭찬했다.
“이리 보니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늠름한 것이, 독일의 인재란 인재는 죄다 모인 것 같습니다.”
“별말씀을요.”
“앞으로 이들이 어떤 성과를 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인원이 인원이니만큼,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잘 기용해야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적재적소라. 항상 그것이 어렵지요.”
“생각하고 계신 바가 있습니까?”
나는 거침없이 말했다.
“크게 세 분야로 나눌 생각입니다. 전투를 수립하는데 필요한 군사전략을 담당하는 작전부, 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담당하는 정보부, 마지막으로 군수지원과 운송을 맡는 수송부로 말입니다.”
팔켄하우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합리적으로 느껴집니다. 다들 각자 희망하는 과가 있을 겁니다.”
그때,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술이 들어가니 소란이 이는 건가.
힐끗하는데.
어쩐지 알 것 같은 얼굴이 보였다.
이거 기회일지도.
***
주중 독일군사고문단의 일원인 에리히 폰 만슈타인은 칭다오 맥주를 들이켰다.
깔끔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썩 괜찮다.
그러나 입 안에 감도는 부드러운 느낌과는 대조적으로 껄끄러운 기분이 들어, 그는 한 사람을 가열차게 노려보고 있었다.
환영식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줄곧 그래왔다.
석조 그늘에 자리 잡고 팔켄하우젠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국인이 그의 타깃이었다.
“존나 어려 보이는군. 몇살일까?”
“올해로 서른일걸. 우리보단 두세살 어려.”
만슈타인의 말을 구데리안이 받았다.
그와는 육군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이번 중국 파견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그런데 벌써 장군이란 말야? 이놈의 나라는 계급제도가 어떻게 생겨먹은 거야?”
“신기하긴 해.”
“그만큼 인물이 없다는 거겠지. 우리 또래의 젊은 장교를 최고 사령관 자리까지 앉힐 정도면.”
“혹은 저자가 그만큼 뛰어나거나.”
구데리안이 소시지에 얼굴을 처박곤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만슈타인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헤, 저자가? 절대 아니야.”
국제연맹군을 향한 세계의 시선은 대단치 않았으니.
밑바닥에 중국군과 바로 저 사령관에 대한 불신이 진하게 깔려 있었다.
지난 대전쟁에서 베르됭 전투, 솜 전투 등 온갖 굵직한 전투에 참전했던 만슈타인이다.
유례없는 대전쟁을 통해 얼마나 기라성 같은 명장들이 탄생하였는지 잘 알고 있었다.
국제연맹이 진심으로 군대를 키울 마음이 있었다면, 영국이나 미국의 보다 경험 많고 노련한 장군을 사령관으로 앉혔어야 했다.
하지만 이건 짬처리시키는 것도 아니고.
중국군이 국제연맹군이 된다니.
오히려 국제연맹군이 가장 먼저 개입해야 할 곳이 개판 난 중국의 상황 아닌가?
이건 도둑놈에게 보물창고를 맡기는 거나 다름없다.
“잘못 생각했어. 거절할 걸 그랬나.”
도착한 중국은 어디서나 돼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게으른 황인종들의 행동거지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랐다.
“국장의 직접적인 요청이 없었더라면, 나는 결코 이딴 똥통에는 오지 않았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만슈타인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에 파견 온 군사고문단의 상당수가 중국행을 내켜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독일 민족 최악의 치욕인 베르사유 조약.
그 약조 때문에 후진국에 노역을 온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만슈타인은 본래 군사고문단에 합류하지 않으려 했었다.
하지만 방위국장 젝트는 소수의 인원을 지명하여 일대일 면담을 했으며, 면담자는 모두 중국행을 추천받았다.
만슈타인도 그중 한사람이었다.
“하인츠, 젠장! 소시지 좀 그만 처먹어. 여기가 그리 마음에 드나?”
양 볼에 든 두툼한 내용물을 꿀꺽 삼킨 하인츠 구데리안이 말했다.
“여기가 마음에 드냐고? 이제 막 도착했는데, 뭘 판단할 수 있겠어? 단지 확실한 것은 중국인들의 소시지 가공술이 경지에 올랐다는 거야.”
“그딴소리 말고. 너도 국장과 면담을 했잖아. 그래서 파견을 승낙한 거지?”
“꼭 그런 건 아냐. 어차피 본국에 남아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잖아. 국장님은 확실히 약속했다고. 중국에 가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거라고.”
“젠장. 저 사령관이라는 자를 직접 보니 나는 벌써 흥미를 잃었어. 나보다 어린놈의 지시를 받들어야 한다니. 여기는 모든 게 100년은 느린 나라인데. 저 자식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들어보기는 했을까? 하인츠, 말해봐. 저놈이 전략 전술에 있어 나보다 뛰어날 것 같나?”
만슈타인은 거침없이 한신의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그의 말을 받은 것은 구데리안이 아니었다.
“한신 사령관은 경력으로 증명했잖아. 넌 뭘 했는데, 만슈타인?”
만슈타인은 건너편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웬 뺀질거리는 얼굴이 앉아있었다.
“넌 뭐냐?”
“뭐가?”
“평민 새끼가 어디다 대고 시비를 터?”
이름은 잘 모르지만.
자신이 이름을 모른다는 건 곧, 별 볼 일 없는 놈이란 거다.
하지만 놈은 별반 꺼리는 기색도 없이 말했다.
“얼씨구. 아직도 귀족 나으리 대접을 바라는 거야? 만슈타인, 네 입으로 얘기했잖아. 전략 전술에 있어서 네가 뛰어날 거라고. 그런데 하는 말은 정반대로군. 네 능력과 상관없는 신분 따위에 목매고 말이야.”
이 새끼.
쏘아대는 말에 가시가 잔뜩 박혀있다.
하지만 이까짓 말대꾸에 굴할 만슈타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화를 풀 대상을 찾은 것 같아 기꺼운 마음조차 들었다.
“오오라. 말을 잘못했군. 맞아, 귀족 신분 그까짓 건 아무 의미도 없지. 중요한 건 여기 벌써 황인을 추종하는 따까리가 생겼다는 거야.”
“말 잘해라. 내가 언제 추종한다 했냐.”
“그럼 아닌가? 국장님 부탁만 아니었으면 이깟 냄새 나는 나라에 올 일도 없었을 텐데.”
만슈타인은 은근히 자신이 젝트 국장의 면담을 거쳐 파견된 엘리트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그래? 나는 이미 가기로 결정하였는데, 국장님이 한 번 더 지시를 내리더군.”
“뭐? 너도 면담을 했단 말이야?”
“그게 놀라워? 특권의식에 찌들었냐, 만슈타인.”
만슈타인은 재차 자신의 세계대전 참전 경험을 내세워 눈앞의 건방진 자식을 눌러버리려 했으나.
놈이 서부 전선에서 철십자 훈장을 받고.
이탈리아 전선에서는 푸르 르 메르트 훈장을 수여받은 전쟁영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속에서 부글거리는 화를 참을 길이 없었다.
“롬멜? 네놈이 롬멜이라고? 귀족 알기를 싹수로 안다는 새끼가 바로 네놈이었구나.”
“또 귀족 타령 나왔군. 그놈의 ‘폰’ 칭호가 그리 자랑스럽더냐. 나는 줘도 안 가진다. 퉤.”
“뭐 이 새끼야?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가!”
본격적으로 말싸움에 불이 붙었다.
명색이 군바리들이라고.
중간에 어떻게 얽혔는지는 모르겠는데.
되는 대로 떠들다보니, 어느 순간 논쟁의 주제는 지난 전쟁에서 어떻게 했으면 독일제국이 승리할 수 있었을지가 되어 있었다.
만슈타인은 강력하게 말했다.
“독일 제국은 결정적인 회전에서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패배한 거다. 베르됭이 승리의 분기점이었는데, 팔켄하인은 무기력한 소모전으로 전투를 끌고 가며 승기를 놓쳤어.”
롬멜의 반박.
“베르됭 같은 전투는 어차피 지는 싸움이야. 그런 싸움에 이를 때까지 주도권을 잃어버린 것이 문제지. 전투는 언제나 일관된 중점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해. 적의 행동을 강요하는 거야.”
“참모 교육도 받지 않은 녀석이 뭘 안다고 떠드나! 네놈이 포위섬멸을 알아? 슈퍼 칸나이를 알아?”
“알지. 내가 한니발의 칸나이 전투를 얼마나 깊이 연구했는데. 오히려 만슈타인, 너같은 프로이센 출신 참모들이 결국 독일제국을 몰락으로 이끈 것 아니냐? 말해 봐! 네게 직접 최전선에 나가 병사들과 함께 부대끼며 전투를 지휘할 용기가 있느냐?”
“멍청한 소리! 기발한 작전 한 번으로 수만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전장을 조감하는 참모의 역할인데, 부사관들이나 하는 그런 짓을 왜 하나?”
너무 몰두하였나.
침을 튀기며 고래고래 싸우던 만슈타인은 문득 주위가 고요해진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과 롬멜을 다른 장교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구데리안 앞에 수북이 쌓여있던 음식들도 죄다 사라져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계속 떠들었다는 거다.
“무슨 문제 있나?”
단장 팔켄하우젠이 다가와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물었다.
“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만슈타인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젠장, 파견 첫날부터 단장에게 찍혔다.
그런데 롬멜 저 새끼는 왜 대가리 안 박아?
롬멜은 마치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딴청을 피웠다.
거만하고, 역겹고, 하여튼 마음에 안 드는 새끼.
“아무 일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요.”
갑자기 어색한 독일어 억양이 들려왔다.
나타난 사람은···.
중동전쟁의 영웅이며.
국제연맹군의 사령관인.
황인종 한신.
한신은 만슈타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가왔다.
만슈타인도 피하지 않고 도발적으로 맞받아쳤다.
한신이 다시 말했다.
“멀리서 이야기를 들다보니, 과연 새 시대를 책임질 군인들답게 아주 밀도 높은 토론을 나누고 있더군요. 어떻습니까, 에리히 폰 만슈타인 대위. 본인이 생각하는 전쟁의 관점을 여기 있는 많은 동료들에게 설파해 보는 것이?”
만슈타인은 한신이 자신을 직접 지목할 줄은 몰랐기에 조금은 당황하였다.
게다가 밀도 높은 토론이라니.
그냥 개싸움이었는데.
“별거 아닙니다···. 그저 롬멜 대위와 작은 신경전이 있었을 뿐입니다···.”
대충 덮고 넘어가려 했지만.
어째 한신은 붙잡고 늘어졌다.
“아니요. 대전쟁에 관해서 흥미로운 관점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던데요. 아닙니까? 에르빈 롬멜 대위?”
“맞습니다. 대전쟁의 강평에 대하여 의견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났습니까?”
“나지 않았습니다.”
롬멜의 대답을 듣고 한신은 어째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직 황인들의 표정을 잘 구분해내지 못하는 만슈타인이었으나.
한신은 분명 신나 보였다.
“이런,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지는 참에 눈치 없이 끼어들어 그만 중단시켜버렸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젠장, 사령관이나 되어서 함부로 사과하지 말라고!
속으로 욕을 내뱉는데. 한신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도 날이 아직 밝고 시간은 많으니. 어디 한번 이어서 해볼까요?”
“예? 뭘 말입니까?”
“그냥 말로 하는 토론으로는 영영 끝나지 않을 겁니다. 대신 좋은 게 있습니다. 안 그래도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되었지요. 지금부터 실습 교보재가 돼주셔야 겠습니다.”
“예?”
만슈타인이 이해가 가지 않아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한신의 손짓에 따라 중국인 사내들이 무언가를 밀고 들어왔다.
커다란 나무상자 안에 갖가지 공구들이 가득했다.
“국제연맹군은 지금껏 이 기물을 사용하여 도상훈련을 해왔습니다. 예, 다들 생각하는 그 물건이 맞습니다. 프로이센에서 만들어진 크릭스슈필을 확장한 ‘군사병략모의’라는 워게임입니다.”
한신이 번갈아가며 만슈타인과 롬멜을 보았다.
“이제 두 사람이 직접 워게임을 체험하며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활용하는 물건인지 보여줄 겁니다. 명심하세요. 앞으로 자주 쓸 겁니다. 여러분들도 할 줄 알아야 해요.”
갑자기 열린 교육 시간.
만슈타인은 한순간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교육 도우미가 되어버렸다.
무어라 항변하려 했으나 롬멜의 외침에 묻혀버렸다.
“아아아아아주 좋습니다! 정말 재밌겠는데요. 크릭스슈필을 발전시켜 이런 물건을 만든 중국군의 상상력에 찬사를 표합니다!”
어? 뭐라고?
만슈타인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신이 들뜬 음성으로 말했다.
“자, 여기 룰북이 있긴 하지만. 명색이 독일의 미래 인재들이니 크릭스슈필 하는 법쯤은 알지요? 모르는 건 하면서 배우세요. 선수, 위치로!”
만슈타인은 한마디도 못 하고 중국인 병사에게 끌려가 방에 갇혔다.
형형색색의 기물들과 복잡한 지형도를 보자 눈알이 어지러웠다.
중국군 병사가 간단히 규칙을 설명하는데.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대충 전장의 안개를 구현하기 위해 만슈타인의 방, 롬멜의 방.
그리고 야외에서 전장을 조감하는 한신의 광장이 있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