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46
열일하는 과금 기사 145화
의아해 하는 순간.
팟!
히페리온의 검이, 사라졌다.
“……?”
잠시 상황 파악을 못하고 멍하니 있던 사이, 검이 사라진 상처에서 피가 쏟아진다.
촤악!
“피가……!”
“뭐야. 왜 회복이 안 돼?”
“내가 뒤로 뺄게.”
내 등에 매달려 이런저런 버프를 걸어 주던 태석의 말과 함께 베이스캠프로 이동된다. 연신 포격을 날리고 있는 기가스들의 다리 사이로 한 사내가 달려온다.
뜻밖에도 아는 얼굴이다.
“토마스…… 중위님?”
“전역한 지 1년도 넘었다. 그동안 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강기를 맞을 정도로 출세했어?”
우웅!
염동력이 발휘돼 잘려 나간 근육과 신경을 정확히 연결한다. 토마스는 그 상태에서 치유 마법을 쏟아 내 강기의 여파를 날리고 부상을 회복시켰다.
서서히 회복되는 상처를 보며 토마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니 강기 상흔이 이렇게 빨리 치료될 수가 있나? 애초에 거의 트롤이구만.”
“왜 하필 트롤이에요. 거인족이나 신족 좋은 거 많은데.”
“트롤 차별하지 마라. 내가 살던 문명에서는 트롤도 지성종이었거든?”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며 상처의 치유를 기다린다.
그리고 어느 정도 팔에 감각이 돌아왔을 즈음.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후…….”
[이번에는 안 다쳤군.]“아, 내가 소리 내고 들어갔나.”
나는 조종석에 등을 기댔다. 절단된 어깨 근육에서 미미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적어도 출혈은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다.
[지금은 청소할 사람도 없어. 내 머릿속을 더럽히지 마.]“머릿속은 무슨…….”
투덜거리며 인벤토리를 열어, 가장 궁금한 것을 꺼냈다.
[마검. 히페리온(22레벨)]물리 계수 6.2
마나 계수 7.3
[황도 12궁(黃道十二宮)(에픽)] [마검혼(魔劍魂)(에픽)] [비어 있음]. [비어 있음]. [비어 있음]. [비어 있음]. [비어 있음].“와, 진짜로…….”
블레이드&매직에는 무기 공격력이라는 게 없다. 대신 계수라는 게 존재하는데 물리 계수 6.2면 물리 데미지가 근력 대비 6배 증가한다는 소리다.
이것만 해도 미친 수준인데.
“와, 에픽 특성 2개에 소켓이 다섯 개나 뚫려 있네…….”
사실 히페리온은 드랍 아이템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실력 갓겜 블레이드&매직에는 드랍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왜냐면 블레이드&매직은 AOS(Aeon of Strife) 게임이니까.’
전투 중 벌어들인 골드나 전공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게임이니 몬스터 드랍을 기대할 수가 없다. 하물며 이 마검은 스토리 모드의 최종 보스가 사용하는 일종의 전용 무기가 아닌가?
그런데 그걸 이런 식으로 얻게 된다니…….
‘이건 신화급 무기나 다름없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
나는 히페리온의 특성을 확인했다.
[황도 12궁(黃道十二宮)(에픽)]적 챔피언(1), 혹은 엘리트(0.1)이나 보스(0.5)를 처치할 때마다 별자리가 활성화된다.
[마검혼(魔劍魂)(에픽)]공격 시 등 뒤로 마검혼이 구현되어 방어나 공격을 수행한다.
사실 직관적인 능력들은 아니었다.
블레이드&매직의 특성 설명은 조금 더 상세한 편인데 몬스터 전용 아이템이라 그런 모양.
‘뭐, 에픽인데 대충 사기겠지. 실제로 게임 내에서 스킬을 쓰니 구현도 되어 있을 테고.’
중요한 건 겨우 2개밖에 안 되는 특성이 아니다.
다섯 개의 소켓이지.
“어디 보자.”
인벤토리에 손을 대 히페리온을 꺼내 든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어둠 속에 있었다.
[아하하하하! 어리석고 멍청해! 하찮은 필멸자들은 왜 항상 힘에 대한 욕망을 이기지 못할까?]드레스를 입은 작은 소녀가 내 앞에서 박장대소하고 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뭐야. 설마 정신계 능력에 당한 건가?”
내가 가진 폐급 마나 적성은 실로 저주스러운 굴레였지만, 굳이 찾아보자면 장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식한 귀신이 부적을 몰라보는 법.
나는 영적인 자극이나 간섭에 거의 면역이었다. 장님이 섬광탄에 당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로, 8클래스 마법사였던 드림워커 학파의 학파장 브람 위저드의 마법을 맞고도 무사했던 것 역시 같은 이유.
[너 제법 태평하구나? 상황 파악이 안 돼?]“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상황은 아니지. 네가 그 정도가 된다는 게 신기할 뿐. 직접 접촉하고 있어서 가능한 건가…….”
그러나 ‘거의 면역’이라는 말은 완전 면역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다른 문명에서는 영원히 영능을 각성할 일이 없어야 했던 난, 34지구의 거대 설비를 통해 입문자 수준이나마 내공을 다룰 수 있었다.
국민 MC 강보람을 마법 소녀로 만든 황금용신의 ‘주제곡’은 나에게도 인식되었다.
“대단할 것도 없는 상황이잖아. 그냥 내면세계로 끌려 온 정도 아닌가? 히페리온?”
[…….]잠시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드레스를 입은 소녀의 얼굴이 비정상적인 각도로 뒤틀린다.
[아, 아하하하! 아하하하! 깔깔깔!]자그마하던 소녀의 모습이 삽시간에 확대된다.
[버러지 같은 필멸자가 주제도 모르고 입을 놀리는구나! 검성의 경지에 이르렀던 혁준도 이곳에서 객기를 부리지는 못했거늘–!]쿠-구-구-구!
하늘처럼 거대한 괴물이 분노하여 포효한다.
코웃음이 나올 뿐이다.
“이곳이라면 결국 내면세계 아니냐?”
그리고 내면세계는.
차크라 능력자의 근본이다.
훅!
현실로 돌아온다. 자신만만했던 태도와 달리 히페리온은 그것을 막지 못했다.
“참내, 별…… 하기야 마검이니 당연하겠구나.”
1.6미터의 길이의 한 손으로도 양손으로도 쓸 수 있는 바스타드 소드. 검신부터 손잡이까지 다른 어떤 색도 첨가되지 않은 완벽한 흑색으로 절묘한 무게 중심과 예술품에 가까운 외형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훙! 훙훙! 파앙!
몇 번 휘둘러보자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서늘하다.
검집이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거야 인벤토리에 보관하면 그만. 그리고 그렇게 검을 살피고 있을 즈음 혼란에 빠진 목소리가 들린다.
[이게 뭐야? 여기 어디야? 뭐가 어떻게 된 거지?]“아, 그러고 보니 목소리는 전달을 할 수 있구나. 일단 음소거 걸고…… 시간 배율을 좀 돌려야겠다. 1,000배…… 안 되네. 133배 정도가 한계인가.”
차크라의 경지가 9층에 이르고, 나는 내면세계를 더욱 다양하고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눈 감으면 내면세계. 뜨면 현실인 나를 내면세계로 납치하다니…….’
절대 고수인 히페리온의 손에 들려 있다 풀려나니 제 세상인 줄 안 모양인데.
절대 고수의 정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정신세계에서 구층 차크라 수련자한테 비빌 정도는 아니다.
“소켓부터 확인해야지. 아…… 이게 아르데니아 아이템으로도 돼야 할 텐데.”
나는 인벤토리를 뒤져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아렌의 지팡이(희귀)+9]9강화를 하면 특수 효과 소울 콜렉트(상급)가 활성화되는 법사용 지팡이.
나는 그것을 히페리온에 가져갔다.
딸깍.
뭔가 끼우는 소리와 함께 지팡이가 사라진다.
“……된다.”
아이템 소켓(item socket).
하위 아이템을 소켓에 넣어 그 특성을 적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블레이드&매직에서는 더 이상 상위 템이 없는 아이템을 소켓에 넣어 재활용하곤 했다.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히페리온을 다른 아이템에 소켓으로 박는다면 [황도십이궁]이나 [마검혼] 중 하나가 박히는 방식이다.
“이거 종류를 잘 고르면 거의 밸런스 붕괴급 조합이 나올 것 같은데…….”
블레이드&매직의 아이템 특성은 소켓에 들어갔을 때를 가정하고 밸런스를 맞춰 놓았다. 강력한 조합법은 있을 수 있어도 말도 안 되는 조합은 있을 수 없는 것!
그러나 막대한 재화를 소모해 9강화를 해야 활성화되는 아르데니아의 아이템 특성은 다르다.
‘검신 클래스의 [신검합일(身劍合一)] 특성이 괜히 개사기라 불리겠어? 주무기 특수 효과가 다수 붙으면…….’
거기까지 생각하다 멈칫한다.
“……어?”
[왜 그래? 아, 전방에 늑대 무리다.]슬쩍 전방을 보니 소형차만 한 덩치의 늑대 무리가 보인다. 털이 암석으로 이루어진 기간틱 울프(Gigantic Wolf).
녀석들은 시속 200킬로미터의 속도로 지상을 질주하는 랜드웜의 모습에 도망조차 못 치고 얼어붙어 있다.
“대충 치고 지나가자.”
[몰살시켜?]“뭐, 그렇게까지야. 살아난 놈들은 놔두고 가.”
그렇게 말하며 시스템 UI를 조작해 적용 중인 버프를 확인했다.
……[금빛 중첩], [금빛 중첩], [금빛 중첩]. [소울 콜렉터(상급)], [소울 콜렉터(상급)] ……
금빛 중첩은 전설급 행운 장비를 9강하면 붙는 특수 효과다. 전설 장비 드랍률 두 배 증가 기능을 지닌 특수 효과로, 스페셜 보스들을 잡았을 때 전설 아이템이 드랍될 수 있었던 효자 효과.
지금 내가 걸치고 있는 상의 하의 모자 장갑 신발이 다 전설 9강 행운 셋이니 여러 개 붙어 있는 게 당연한 버프.
그러나 소울 콜렉터는 다르다.
“와, 진짜.”
절로 감탄이 나온다.
“진짜 적용이 된다고?”
[신검합일]장비한 검의 공격력만큼 공격력이 추가로 증가한다. 장비한 검의 부가 효과 역시 추가로 적용된다. (일부 효과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리벤지 랭킹 1위. 검신 마도지존은 검신 클래스를 얻자 신화 스킬이나 신화 펫 등을 미루고 신화 무기부터 맞췄다.
그럼 그다음에는 뭘 맞췄을까?
‘다른 용도의 신화 무기를 맞췄다.’
그만큼 검신 클래스는 들고 있는 무기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신검합일의 효과는 너무 사기라서 나머지 장비 다 합친 것만큼이나 검의 효과가 중요한 것!
그리고 그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9강화 시의 특수 효과인데.
‘그런데 그게 다섯 개?’
물론 히페리온에는 공격력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버프 창의 상황은 좀 다르다.
[물리 계수 12.4] [마나 계수 14.6]‘계수가 [부가 효과]로 인식되어 중첩 적용된다고?’
그야말로 미친 소리였다.
“와…… 이, 이거 히페리온하고 다시 싸우면 혼자서도 10분은 비비는 거 아닌가?”
특성 조합을 잘하면 20분도 비빌지 모른다.
심지어 어디에서 다른 신화 무기를 구해 소켓 다섯 개를 다 신화급으로 채우게 된다면.
농담이 아니다.
이 검은 대우주급 장비인 [초월병기]에 준하는 성능을 뽑아낼지도 모른다.
[으아아아–!]“오?”
난데없이 들리는 비명에 멈칫한다.
목소리는 금세 사라졌지만, 그 목소리는 분명 히페리온의 것.
그대로 눈을 감는다.
“아직 기운이 넘치네.”
[너! 너! 이 버러지 같은 인…….]“격리.”
내면세계를 분리해 녀석의 모습을 지워 버린다.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응용인데, 9층에 도달하고 나니 숨 쉬듯 간단하다.
“어디 보자…… 와. 이 녀석 보통 난리가 아니었네.”
잠시간의 명상 결과, 나는 히페리온이 잠깐 사이, 내 차크라 리소스의 절반을 차지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실 히페리온 정도 되는 초월적인 마검이 내면세계를 잠식(蠶食)해 들어오면 아무리 강건한 사람이라도 버틸 수 없다. 삽시간에 내면세계를 장악당하고 육체의 제어권을 빼앗기게 되는 것!
그러나 무량구층에 도달한 내면세계는 너무나 드넓고 강건해…… 히페리온으로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아니, 잠깐. 그럼 히페리온은 차크라 수련자용 무기인가?’
그러나 잘 생각해 보니 전혀 아니다.
발작하듯 힘을 쏟아 낸 결과라곤 하지만…… 히페리온은 한순간 무량구층의 차크라 리소스를 절반이나 집어삼키며 침묵의 제약을 깨트렸다.
차크라 초월자가 이 검을 쓰려면 자신의 차크라를 절반, 넉넉하게는 그 이상을 봉인하는 셈인데 그렇게 되면 검을 얻은 이상으로 전력이 깎여 나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상관없다.’
착점 덕분에 차크라 용량은 1~2층일 때도 남아돌았다. 9층에 이른 지금은 리소스의 0.1%도 못 채울 지경이다.
“일단 히페리온 이 녀석은 기운이 빠질 때까지 버려 두자.”
물론 녀석을 구슬려야 에픽급 특성. [마검혼]을 제대로 쓸 수 있겠지만 지금 에픽 특성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뭘 넣지?”
[막을 수 없는 괴력] 같은 특수 효과를 다수 집어넣으면 일격의 위력이 그야말로 미쳐 돌아갈 것이다. [전투 태세]나 [전투 가속] 같은 특수 효과를 다수 집어넣으면 초월자와 싸울 때도 속도에서 뒤처질 일은 없을 것이다. [금강지체]나 [통곡의 벽] 같은 특수 효과를 다수 집어넣으면 강기 한 방 정도는 맞고 버틸지도 모르지.그러나 그렇게 고민하던 중 문득 내 손이 빛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뭔가 새롭게 빛이 나는 건 아니다. 항상 있는 현상이다. 내 양손에는 [행운의 찬란한 빛 장갑 +9(전설).]이 장착되어 있으니까.
“…….”
히페리온을 본다.
“…….”
빛나는 장갑을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마침내 모든 소켓을 채우게 되었고.
“로그아웃.”
지구로 나간다.
콰콰광!
펑!
“쏴! 계속 쏴! 언제 또 리젠될지 몰라! 이대로 마무리한다!”
“플라워 님의 부상을 치료해!”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시끌벅적한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토마스가 깜짝 놀란다.
“뭐야, 왜 벌써 일어나? 며칠은 쉬어야 해!”
“그럴 상황이 아닙니다.”
진짜 그럴 상황이 아니다.
왜냐하면…… 망령룡 레플리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잡는다!’
최종적으로 히페리온의 소켓은 이렇게 채워져 있었다.
[금빛 중첩], [금빛 중첩], [금빛 중첩], [금빛 중첩], [금빛 중첩].난 오늘.
현실에서도 쓸 수 있는 전설 템을 10개 이상 땡기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