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55
열일하는 과금 기사 154화
“그러고 보니 80점…….”
“쉿! 자네!”
“죄, 죄송합니다!”
잠시 소란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상황판에 작품들이 새겨진다. 그리 깊이 새기지는 않는다. 나중에 황제에게 새로운 정보를 받게 되면 그것들을 지우고 새로운 정보로 갱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열을 가해서 글씨를 새기는 방식을 그런 식으로 반복하면 멧돼지 가죽이 상하게 되지만 이들 중 그걸 걱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인류제국의 의복의 80퍼센트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멧돼지 가죽은 결국 하급.
막 쓰다 손상이 일정 선을 넘어가면 10개씩 모아 1,000골드를 소모해 조합. 멀쩡한 중급 가죽으로 재탄생시키면 그만이다. 중급, 상급, 최상급은 제작 재료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이제는 팔리지도 않는 멧돼지 뒷다리와 달리 찾는 곳도 많다.
스스슥.
“허…….”
“많군. 이게 다 본선에 진출한 작품들인가.”
최종적으로 상황판에는 총 350종의 작품과 작가명. 그리고 점수가 새겨졌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숫자인데 아직 최종 마감일까지 8개월도 넘는 시간이 남아 있다.
공무 마법사는 최종적으로 500종이 넘는 작품이 게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대체 점수 기준이 뭐지?”
“알 수가 없군.”
제1회 제국 문학제는 현 대륙 초유의 관심사이다. 제국민 모두가 모이기만 하면 공모전에 관해 이야기했다.
당연한 일이다.
우승 상품으로 주어지는 카심은 그냥 펫이 아니다. 그것은 포효 한 방으로 백이 넘는 몬스터를 학살하며 하룻밤에 천 킬로미터 넘게 날아가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 그 자체.
그것을 얻는다는 건 지구에서 복권이 당첨되어 수백억을 얻는 것조차 ‘따위’라고 격하시킬 정도로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진다.
설사 길가의 거지라도.
카심을 얻는 순간 그는 인류제국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할 수 있다.
‘황제 폐하의 심복조차 카심을 얻었음에도 소환을 허락받지 못한 지금은 더더욱 그러하지.’
‘사실상 황제 다음으로 전설 펫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내가. 적어도 내 세력에서 가지게 된다면…….’
그뿐이 아니다.
입상만 해도 주어지는 시민증과 충분한 상금. 황제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읽어 준다는 영광까지……
부와 명예, 성장과 출세 모두 [전투] 하나로 해결되고 있던 인류제국에서 터진 문화 폭탄은 실로 무시무시한 기세로 대륙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끝! 다음 갱신은 다음달 1일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공무 마법사의 외침에 누군가 물었다.
“매달 점수가 바뀌는 겁니까?”
“전달받은 공문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매달 늘어날 거라고 하더군요.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수도, 오히려 정체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전 이만.”
공무 마법사가 떠난 게시판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점수순이 아니라 접수순이었기에 점수는 뒤죽박죽.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점수들을 살펴보았다. 개중 몇은 수첩을 꺼내 점수순으로 적어 가기도 했다.
“1만 점 이상은 하나뿐이군.”
“황제기사 저거?”
“그래. 압도적이야. 그리고…….”
사람들은 높은 점수의 작품들을 보며 수군거렸다.
“귀로. 저것도 3,700점이야. 되게 높군.”
“새순이 돋을 때도 3,100점이야.”
“정령검사 높은 바람도 2,300점이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
1만 점이 넘는 황제기사 네버가 예외적인 작품이었을 뿐 대부분의 작품들이 500점에서 1,000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350종의 작품 중 2,000점이 넘는 작품은 고작해야 9종에 불과한 상황.
잔혹하게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점수 차에 참가자들은 넋을 잃었지만, 구경꾼들의 입장은 달랐다.
“이렇게 되면 높은 확률로 저 네버라는 작가가 카심을 얻게 되겠군.”
“혹시 누구인지 알겠나?”
“있는 건 작가명뿐이에요. 다만 요번에 새로 생긴 문화부(文化部)에 들어간 내 친구가 말하길…….”
사람들이 유력한 우승 후보들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을 잘 쓴다고 현실에서 강하지는 않을 테니 미리 찾아 겁박하거나 연을 맺고자 하는 것!
그리고 이런 행위들은 매우 조직적으로 진행되었다.
“여기 여관 종업원 녀석이 매일 글을 쓰는 모습을 봤다는 정보가 있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꼬맹이 놈이 정말 공모전 1등을 할 수 있을까?”
아이언 캐슬에 위치한 한 여관에 몇몇 사내들이 찾아온다. 인벤토리의 존재로 무기를 볼 수는 없지만, 각각 천옷과 가죽옷을 입고 있어 전사와 마법사 직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들이다.
“이 멍청아. 여기 종업원 놈 이름을 생각해 봐!”
“그 맹랑한 꼬맹이? 이름이 분명…… 예스…… 어? 잠깐. 예스? 네버?”
정반대의 뜻이지만 충분히 의미심장한 일. 사내들이 서로의 얼굴을 본 뒤 여관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여~ 주인장. 오랜만이야. 어디 보자…….”
사내가 슬쩍 여관을 둘러본다. 그리고 그 모습에 여관 주인이 혀를 찼다.
“예스를 찾아오셨구먼! 미안하지만 녀석은 없소.”
“이런! 먼저 온 녀석들이 있구나! 누구지?”
건장한 사내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차라리 꽝이면 꽝이지 누군가 눈앞에서 채가고 말았다니!
“발표하자마자 찾아왔는데…… 대체 어떤 놈들이야? 우리 길드 마스터님 요번에 희귀 클래스를 얻은 거 알지? 글레이브 길드를 섭섭하게 하면…….”
으름장을 놓는다. 길드원은 모두가 플레이어니 실로 살벌한 상황이었지만 여관 주인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작 중소 규모의 길드를 두려워하기엔 이 일에 끼어있는 존재가 너무나 거대했기 때문이다.
“누구긴 누구겠소. 황제 폐하의 기사들이지. 벌써 일주일도 전에 가족·친지들까지 다 데리고 떠났다우.”
“앗…….”
“아…….”
“이런…… 그렇군. 아니, 당연한 건가.”
기세등등하던 사내들의 분위기가 단번에 식는다. 당연한 일이다. 누가 감히 황제의 이름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겠는가?
굶주리던 수천, 아니 어쩌면 수만 이상을 배불리 먹이고 말 한마디로 아이언 캐슬 같은 거대한 성을 만들었다.
몬스터에게 학살당하던 인류에게 플레이어라는 가능성을 전하고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는 귀중한 스킬 북과 아이템들을 공급한다.
일격에 수천수만 명의 몬스터의 머리를 부수고 천공을 가로지르는 드레이크와 산만큼 거대한 펫을 타고 다닌다.
‘무시무시한 건 이것 중 단 하나도 헛소문이 아니라는 것이지…….’
당장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만 해도 그중 반 이상을 실제로 경험했다. 아니 그들뿐이 아니라 인류제국의 절반은 직접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황제는 움직일 때마다 온 세상이 놀랄 정도의 힘과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심지어 엄청난 활동력까지 가지고 있어 제국민들은 제국에 속하는 과정에 최소 한 번은 그의 권능을 목도 할 수밖에 없었다.
혹 보지 못했다면?
그래도 알 수밖에 없다. 주변 사람에게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되기 때문이다.
초라할 정도로 작던 성벽이 단박에 30층 아파트 단지보다 거대해지고 그 안에서 온갖 건물들이 솟아오르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봤는데 그걸 남한테 이야기 안 할 수가 있는가?
황제가 커다란 망치를 휘두르는 순간 중갑주로 온몸을 감싸고 있던 수만의 군세가 단박에 머리가 사라져 쓰러지는 과정을 두 눈으로 봤는데 술에 취했을 때 그 광경을 묘사 안 할 수 있다고?
그걸 참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사람이 아니다. 상대방이 지겨워서 듣기 싫어해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게 되리라.
인류제국의 황제가 가지는 위상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신.
멸망할 인류를 구하기 위해 내려온 구원자이다.
“황제께서 작가들을 특별히 관리하시려는 모양이군.”
“문학과 예술이 그분의 권능에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고.”
“에이…… 텄어. 돌아가서 레벨 업이나 하세!”
글레이브 길드의 길드원들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여관을 나섰다.
그와 같은 일이 대륙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 *
오룡넷 공모전이 열리고 보름의 시간이 지났다.
아르데니아에서는 3달이 넘었다. 밥도 아르데니아에서 먹고 잠도 아르데니아에서 자고 종종 사냥까지 나가서 당연한 시간 배율이었다.
“으아…….”
나는 고급스러운 침대에서 일어나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차크라로 수면을 해결해도 되지만 침대에서의 수면에도 그 나름의 맛이 있다.
“이제 슬슬 넉 달째네…… 구매 수 갱신해야지.”
오룡넷 공모전. 즉, [노벨 아레나]는 유료 연재를 기반으로 한 이벤트다.
최초 15편은 무료로 연재하고 그 이후를 유료로 연재해 포인트를 쌓는 방식.
다행히 [총구매 수]가 게시판 한쪽에 표시되기에 편마다 구매 수를 찾아 더할 필요는 없다.
“어디 보자 황제기사 네버가…… 46위군. 아르데니아에는 압도적 1등인데.”
하기야 황제기사 네버가 훌륭한 작품이기는 해도 [네버]라는 작가는 34지구에서 아무런 인지도도 없는 쌩 신인에 불과하다. 규모가 워낙 커 기성 작가도 대거 참여한 이번 공모전에서 단번에 화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닌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기사 네버(네버) : 7만 4,217점.
“평균 구매 수가 1,500이 넘는다.”
엄청나게 높은 조회 수는 아니다. 기성 작가들은 평균 구매 수 3,000을 넘기고 인기 작가라면 한 편 구매 수가 1만을 넘어서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그러나 그것이 수익이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좋군.”
웹소설은 편당 100원이고 구매수가 1만이라는 이야기는 그 소설에서 1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즉, 총 구매 수 7만 4217점이란.
“742만 1,700원.”
거기에 2배 이벤트가 적용된다. 플랫폼 오룡넷에서 수수료 25%를 가져가긴 하지만 이벤트 참가는 CP(Contents Provider)를 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천만 원을 훌쩍 넘는 수익이 발생한다.
‘이게 아르데니아의 작가 한 명이 벌어들이는 돈이라니.’
하물며 작가는 하나가 아니다.
일례로 이런 경우도 있다.
황금마탑 신화(진리의 탐구자) : 911점.
흔히 말하는 똥망작이다. 평균 조회 수가 15밖에 안 돼서 보통 작가라면 때려치우고 다른 일 찾아 보는 게 현명한 성적.
그러나 이런 똥망작조차도 다 합치고 나면 1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발생시킨다. 글을 옮겨 쓰는 것도 일이라고 하지만 하루 20권씩 쓰는 지금 상황에서는 별문제도 안 된다.
“돈이…… 복사가 된다고!”
심지어 60일의 이벤트 기간 중 고작 15일이 지났을 뿐이다. 현재 연재 속도를 조절하는 중이니 지금까지의 수익보다 앞으로의 수익이 훨씬 큰 것이다.
“역시…… 작가들을 모으기로 한 건 옳은 판단이다.”
나는 네버를 비롯해 최초 점수 1천 점 이상의 작가들을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대지성으로 소집시켰다.
아마 이 순간에도 기사, 혹은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족 친지들을 데리고 지하대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만 구매수를 달성한 모든 작가에게 명예직과 연금을 주고 특별히 보호해야겠다. 이런 귀중한 인재들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죽어 나가기라도 하면…….”
인류제국이 아르데니아 대부분 인간과 아인족을 어우르게 되면서 수많은 인재가 제국의 품에 안겼다.
수백의 마수를 사냥해 온 노련한 기사.
수십 년을 수련에 바친 마법사.
망치질로 총기를 따라 만드는 대장장이.
신비한 정령을 다루는 정령술사까지.
그렇다면 그 인재 중 최고는 무엇일까?
‘소설가가 짱이야……!’
빼어난 검사, 마법사, 정령사, 기술자 모두 대단한 인재지만 그들은 아르데니아에 한정된 존재일 뿐이다.
반면에 소설가는 어떤가?
그들은 지구에서 돈을 벌 수 있다.
회사 사장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정해진 일을 하는 직원과 실질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직원에 대한 평가는 다르기 마련이다.
겨우 200만 원의 월급을 줄 뿐인데 2억 원, 3억 원의 이득을 안겨 준다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그런 직원이 있다면 당연히 아끼고 잘 대해 줘야 한다. 만약 그러지 않는 사장놈이라면 그 회사는 언제 망해도 망하고 말 것이다.
“그래. 이참에 등급을 만들어야겠다.”
먼저 9급 작가가 있을 것이다. 공모전에 입상한 이에게 주어지는 등급.
‘별다른 혜택은 줄 수 없다. 아무나 할 수 있으니까.’
재능이 없어도 끈기만 있으면 5권의 책은 쓸 수 있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시민증을 대체할 수 있는 작가등록증과 용돈 정도의 상금뿐일 것이다.
‘그리고 8급 작가.’
구매 수 1만을 커트라인으로 잡았다. 총 100만 원의 수익을 발생시켰다는 뜻.
그리 어려운 조건은 아니다. 처음에 1만 점이 넘는 작가는 네버뿐이었지만 그것은 분량이 모자랐고 연재한 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일어났던 일일 뿐이다.
5권짜리 소설을 편수로 치면 125편이고 그중 15편이 무료이니 110으로 구매 수 1만을 만들면 해결되는 문제다. 평균 구매수가 100만 되어도 된다는 뜻! 심지어 분량을 5권 이상으로 하면 두 자릿수 대 구매 수로도 충분히 8급 작가가 될 수 있다.
‘혜택은 작가등록증과…… 연금으로 해야겠군. 기한은 3년. 작가 일은 계속하면 갱신되는 시스템으로.’
다만 좀 아쉬웠기에 조건을 추가한다.
‘그래. 거기에 작가 자격을 유지하는 동안 무상으로 집을 대여해 주자. 8급은 원룸 정도.’
즉, 글만 열심히 쓰면 적어도 배는 곯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 작가들이 많아진다면 국가재정을 꽤 잡아먹겠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어찌 아깝겠는가?
그들은 내게 현금 100만 원 이상을 쥐여 주는 존재이다.
‘다음은 7급 작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하자.’
커트라인은 2만을 넘겨 3만으로 정했다.
300만 원의 수익을 발생시키는 작가.
작가등록증과 늘어난 연금, 주택은 물론이고 여기에 고급 클래스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6급 작가.’
커트라인을 10만으로 올렸다. 현금 천만 원의 수익을 발생시킨 자. 5권 분량 기준 평균 구매 수 1,000을 넘기는 수준이다.
작가가 무수히 많은 34지구에서는 그저 그런 수준이지만 어쨌든 전업작가로서 글로 먹고 살 수 있다.
작가등록증, 풍족한 연금, 가족을 데리고 살 수 있는 35평의 집. 희귀 클래스 선택권이 주어질 것이다.
‘다음은 5급 작가.’
커트라인은 30만 구매수다. 5권 기준 평균 조회 수 3,000대. 최고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 충분히 인기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작가등록증과 더 풍족한 연금, 50평가량의 집, 그리고 희귀 클래스, 펫, 수호령 선택권이 주어질 것이다.
“이런 흐름이면 4급 작가는 영웅 클래스를 받겠네. 뭐 공모전 우승이면 전설 펫을 주기로 한 상황이니 상관없지만.”
일단은 5급 작가까지만 만들기로 했다.
일종의 만렙을 정해 놓은 것.
‘4급 이상은 작가 집단이 제대로 굴러 가며 충분한 수익을 얻은 뒤 개발하는 게 좋겠지.’
나는 결정한 [작가 등급 제도]를 정리해 공문으로 작성한 뒤 플라워에게 전달했다. 플라워는 그 내용을 간략히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전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조금 전 12종의 작품이 추가로 도착했습니다.”
“적극적인 참여라니 좋네. 올려 보내 줘.”
“네, 폐하.”
플라워를 내보내고 집무실 책상에 쌓여 있던 원고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오늘치 스무 권을 필사할 시간.
빠르게 한 페이지를 암기한 뒤 말한다.
“로그아웃.”
지구로 나가 작업을 이어 나가려던 때였다.
“야옹! 야옹!”
“뭐야. 누구지?”
요즘 연락 오는 곳이 하도 많아서 몇몇 연락처를 빼고는 싹 차단했다.
“앨런 감독인가? 아니면 태석 PD?”
그러나 아니었다.
“오랜만이에요. 재연 씨.”
“아, 배사랑 대표님이군요.”
리벤지의 제작사 네메시스의 대표인 그녀가 직접 연락을 했다. 400억 원어치 주식을 다이아로 바꿀 때 연락처를 교환하긴 했지만, 비서도 아니고 직접 전화를 할 줄이야.
“요새 아주 귀가 따갑게 이름이 들려오던데요. 여러모로 비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게임 마스터님의 사도가 되실 줄은…….”
“여러모로 운이 좋았죠.”
잠시간 잡담을 나누었다. 잠시 위기에 처했던 리벤지가 34지구 유일의 가상 현실 게임으로 자리 잡으며 원래부터 잘나가던 네메시스가 역대급 성세를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내 물음에 사랑이 말했다.
“광고 찍어 보실 생각 있으세요?”
당연히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까지 생각하고 오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