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110
111.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시간 돼?
#
“수고하셨습니다~.”
꾸벅 인사하는 이름모를 기획사의 신인 가수.
남우혁은 대충 인사를 받으며 마지막으로 촬영한 장면을 모니터링했다.
이대로 편집하면 될 것 같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수고하셨습니다.”
“남 감독님.”
신인 가수와 함께 촬영 현장을 보러 온 기획사 직원이 말을 걸었다.
“혹시 다음 달 일정이 어떻게 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회사 소속 가수의 촬영을 한 번 더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남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됩니다.”
“아, 네! 그러면 미팅 날짜를 잡아보겠습니다.”
대화를 듣고 있던 ‘NWH 필름’ 직원이 소곤거렸다.
“여태껏 들어오는 일마다 족족 거절하시더니, 이제는 잘 받으시네요.”
“다음 달이면 넉넉해질 테니까.”
“그, 영화제 출품작 때문이죠?”
‘어게인’.
남우혁이 그 작품에 온갖 정성과 시간을 쏟고 있다는 사실은 ‘NWH 필름’ 직원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아직 엔딩곡 못 구하셨다면서······마감 기한 맞추실 수 있는 거예요?”
“못 구한 건 아냐. 구하긴 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지.”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사실 김도하에게 부탁하기 전에 다른 작곡가들에게서 몇 가지의 곡을 받아놨었다.
만약 기간을 못 맞추게 되면 급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넣을 요량으로 말이다.
모두 무난한 곡이었다.
하지만.
‘무난해서는 안 되지.’
관객에게 마지막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곡이었다.
그렇기에 무난하기만 한 건 의미가 없었다.
남우혁에게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곡을 들을 때마다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곡이 필요했다.
‘김도하라면 가능할거야.’
남우혁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김도하와 많은 친분을 쌓아왔던 건 아니었지만, 일은 여러 번 해봤다.
그럴 때마다 그는 김도하의 천재성에 놀라곤 했다.
그 놀라움이 어떤 확신으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일이면 월요일이잖아요. 그 작곡가님한테서는 아직도 연락 없어요? 지금 바로 작업 안 들어가면 꽤 빠듯하실 텐데······.”
남우혁의 표정이 미묘하게 착잡해졌다.
직원의 말마따나, 내일이면 월요일이었다.
편집하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당장 화, 수요일까지는 곡을 받아놔야 했다.
아무리 김도하라 해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남우혁도 잘 알고 있었다.
“······오겠지.”
애매한 말투에 직원이 기운내라는 듯 밝은 목소리를 냈다.
“······그래도 워낙 작품이 좋으니, 다른 곡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해봤자 뮤직비디오도 아니고, 스토리랑 영상미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미안하지만 남우혁은 동의할 수 없었다.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어온 그로서는 영상에서 ‘소리’가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남우혁의 표정이 딱딱해지는 걸 본 직원이 ‘잘못 말했네’라고 생각할 때.
“저, 전화요!”
작은 진동소리가 들렸다.
남우혁은 폰을 확인한 뒤 말했다.
“그냥 문자야.”
“엇, 김 작곡가님한테서 온 거 아니에요?”
남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내용은 못 봤지만 발신인은 확실히 김도하였다.
“편집실에 가 있을 테니까 장비랑 세트 좀 치워놔.”
남우혁은 걸음을 옮기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수락인가? 아니면 거절?
당연히 두 가지의 경우를 떠올렸는데.
[김도하 작곡가 :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확인하시고 연락주세요.]완전히 예상 외의 답변이 와 있었다.
“메일로 보냈다고?”
설마 수락여부를 메일로 다시 보낸 건 아닐테고.
그렇다면 뭘······.
혹시나 연주곡을 보냈다는 소리인가 싶었지만, 그 짧은 기간에 곡을 완성했을 리는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퀄리티가 걱정되는데.’
남우혁은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졌다.
편집실에 다다른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메일부터 열었다.
그러자 과연 김도하에게서 온 메일 하나가 보였다.
‘작업 파일입니다’라는 단순한 제목에 떡하니 들어있는 첨부파일.
확장자가 ‘wav’인 걸 보니, 곡이 맞는 것 같았다.
‘대충 한 건 아니겠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수락이나 거절을 하기도 전에 곡부터 보내온 건 남우혁으로 하여금 그런 의심을 하도록 만들었다.
남우혁은 자신의 안목을 믿으며 파일을 열었다.
-♬ ♪
3, 4분 남짓한 짧은 곡.
첼로와 피아노로만 연주된 곡이었다.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파일을 열었던 남우혁은, 도입부를 듣자마자 자신의 영화 파일을 열었다.
강렬한 예감이 든 탓이었다.
‘이거다!’
곡에 관해 그들은 어떤 소통도 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김도하는 남우혁이 원하던 느낌을 정확히 캐치해 실존하는 음악으로 만들어내었다.
엔딩 장면이 주는 분위기와 메시지가 확고해 가능했던 일이지만, 그럼에도 김도하만큼 완벽히 표현한 사람은 없었다.
-♪-♬
다소 엉뚱한 듯 밝게 흘러가는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자니 남우혁은 비로소 영화가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도하가 이런 류의 작곡에도 재능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자신이 사람 하나는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과 싱크까지 정확하게 맞춰진 이 곡은, 화면이 암전된 뒤에도 2분가량 이어지다 서서히 잦아들었다.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도 분에 넘쳤다.
남우혁은 시커먼 색의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네, 김도하입니다.
“······지금 당장 뵙고 싶습니다.”
전화부터 걸었다.
#
“뭐야, 스티브 일러스? 그 사람도 오늘 온다고?”
한 달 전부터 남영진이 진행을 맡게 된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스튜디오.
남영진은 큐시트를 보고선 스태프들에게 물었다.
대답은 피디에게서 나왔다.
“그냥 러버블 멤버들 옆에서 한마디씩만 추가하는 정도예요. 기존의 대본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 어렵게 생각 안 하셔도 돼요.”
“아니, 이렇게 갑자기 추가해도 되는 겁니까? 러버블 멤버들만 보는 줄 알았는데.”
남영진이 투덜거리자 피디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쪽에서 워낙 강력하게 출연을 원해서요.”
“그래요······? 앨범 때문에 그런가?”
스티브가 이번 러버블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으니, 앨범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인 건 맞았다.
아직 라디오 진행에 익숙하지 않은 남영진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지만 대본에 변함이 없다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임시직도 어렵구만.’
사실 그가 이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된 건 원래 진행자였던 ‘안소영’의 부재 때문이었다.
재치있는 입담과 배려심있는 진행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안소영이었지만, 최근 수술을 하게 되어 잠시 모든 녹화를 중단하게 된 것이다.
수술에 임하기 전 그녀는 피디에게 친분이 두터웠던 남영진을 추천하였고, 남영진은 피디의 마음에 쏙 들어 임시진행을 맡게 되었다.
‘곧 퇴원한댔지.’
나름 재미도 있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은 일은 다음주면 끝이었다.
그 마지막을 상큼발랄한 아이돌 ‘러버블’과 맺는가 싶었건만, 스티브도 온다니.
스티브처럼 까다로운 타입과는 어떻게 진행을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도하야, 그립다.’
괜히 김도하를 떠올리며 눈물을 머금는데, 드디어 게스트들이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러버블 멤버는 ‘혜란’과 ‘릴리’ 두 명만 왔는데, 그녀들의 인기를 생각하면 당연했다.
“안녕하세요, 러버블 혜란입니다~!”
“러버블 릴리입니다!”
아이돌답게 상큼한 인사를 건네는 둘.
남영진은 웃으며 말했다.
“아이구, 실제로 보니까 눈앞이 환~하네요. 오늘 잘 부탁해요.”
“아하하.”
혜란은 영혼 없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들의 바로 뒤에는 스티브가 있었는데, 그는 고개만 까딱한 뒤 가만히 서있다가 자리를 안내받을 뿐이었다.
남영진은 첫눈에 그가 자신과 맞지 않는 타입이라는 걸 느꼈다.
그럼에도 진행은 해야하는 법.
곧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었고, 남영진은 러버블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우리 러버블이 여름에 컴백을 하면, 노래도 엄청 시원하게 뽑혔겠는데요?”
“헤헤, 저희가 불렀지만 여름마다 듣고 싶어질 정도로 곡이 정말 잘 나왔어요. 그렇죠, 피디님?”
릴리가 웃으며 스티브를 돌아보았다.
스티브는 그녀를 쳐다보다 영어로 말했다.
“듣기만 해도 시원해지고, 파티를 열고 싶어질 겁니다. ······러버블 멤버들이 열심히 해주기도 했고요.”
마지막 말을 하며 그는 대본을 힐끔거렸다.
통역을 들은 남영진이 말했다.
“이야, 이제 봄하면 ‘벚꽃스타트’, 여름하면 러버블 노래가 떠오르게 되겠네요. 오랜 기간 준비를 한 만큼 앨범에 대해 할 말도 많을 것 같은데, 설명 좀 해주실 수 있나요?”
그는 분명히 러버블 멤버들을 보면서 한 질문이었지만, 대답은 스티브가 했다.
“앨범의 테마는 ‘여름 파티’입니다. 트로피칼한 신스 사운드로 가득 채웠고, 청량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예전 그룹 중에······.”
통역을 하는 스태프가 당황할 정도로 빠르게 말을 쏟아낸 그.
어찌저찌 설명이 끝나나 싶더니만,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인다.
“경쟁 상대로 누가 나와도 자신이 있습니다.”
그 말에 러버블 멤버 둘과 매니저,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본다.
남영진도 마찬가지였다.
‘저런 말을 공공연하게 해도 되나?’
심지어 대본에도 없었다.
하지만 방송사고라고 할 만큼 문제있는 발언은 아니었기에 남영진은 웃으면서 물었다.
“‘누가 나와도’라고요······. 꼭 제이든을 의식하신 것 같네요.”
농담조로 한 말이었지만, 스티브는 진지했다.
“맞습니다.”
‘맞다고?’
제이든은 김도하랑 같이 하지 않았나?
남영진은 최근 봤던 영상을 떠올렸다.
제이든과 김도하가 TX 엔터의 남매 그룹과 작업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누가 봐도 한두 곡만 지원을 해주는 분위기에 ‘스페셜 트랙 같은 거겠군’이라며 넘겼는데, 스티브는 꽤 심각하게 본 모양이었다.
“남매 그룹의 티저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넷이서 공동으로 작곡을 만든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공동이요?”
스티브가 피식 웃었다.
“모두 고만고만할 때나 공동이라고 하는 거지, 보나마나 제이든의 곡이 될 게 뻔합니다. 디펑크 때처럼 이상한 추켜세우기만 하지 않는다면.”
‘······어쭈?’
남영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저 말은 김도하까지 고만고만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남매도 그렇지만, 김도하는 저런 취급을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가 한 마디 하려고 하는데.
절레절레.
조정실의 피디가 고개를 젓는 게 보여 관뒀다.
그냥 여기서 끊으라는 소리.
애초에 이 대화 자체가 돌발적이었기에, 남영진은 한숨을 살짝 쉬고선 유하게 토크를 마무리했다.
노래가 나가고 휴식시간이 되자 가람의 직원이 스티브에게 다가가 뭐라고 일렀다.
아마도 말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거겠지.
남영진은 그 모습을 보다가 통역을 맡은 스태프를 데리고 다가갔다.
“스티브 씨.”
그의 말에 스티브가 돌아보았다.
남영진은 아까 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제이든만 보면 큰 코 다칠 걸요.”
“······허?”
“진짜로 경계해야 할 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사람들이죠.”
자신도 방송일을 하며 많이 겪었다.
갑자기 뜨기도 하고 갑자기 지기도 하는 이 판에서, 위만 바라보다간 발목 잡히기 십상이었다.
스티브는 눈썹을 찌푸린 채 있다가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돌아서서 직원과 대화를 이어갔다.
확연한 무시에도 남영진은 개의치 않았다.
‘나중에 메이킹 영상 풀리면 한 번 보라지.’
저 거만한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벌써부터 예상이 되었다.
#
남우혁 감독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계약서를 보고 있는데 조정우가 물었다.
“······그분도 대단하시네요. 듣고 바로 계약이라니.”
“급하니까 그렇겠지.”
“하긴, 당장 이번주가 마감이랬죠. 그런데 형님, 진짜 못 하는 게 뭡니까? 피아노 세션이야 그렇다 쳐도, 첼로는 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조정우가 핸들을 꺾으며 룸미러로 나를 힐끔 보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버지 찬스를 썼지.”
“아버지요? ······아.”
조정우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세션 녹음하기 전,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첼리스트? 이번엔 뭘 한다고 그러는 거냐? 회사는?’
생뚱맞은 부탁에 아버지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나는 잘 준비하고 있다고 하며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영화에 들어갈 곡이라고? 허, 이놈의 자식이······.’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말하고선 두 말 않고 연락처를 보내주었다.
말로는 안 해도, 영화에 들어갈 곡을 작업중이라고 한 게 상당히 흡족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무난히 녹음을 마치고 곡을 보내주었더니, 남우혁에게서 바로 연락이 와 만나고 온 게 방금 전이었다.
남우혁의 표정이나 말투는 평소와 같았지만 은근히 흥분한 듯한 분위기와 몸짓 덕에 얼마나 곡을 마음에 들어하는지 훤히 보였다.
“이거 결과는 그럼 언제 나는 거예요?”
조정우가 물었다.
나는 남우혁에게서 들었던 걸 그대로 말했다.
“가을쯤?”
“늦네요.”
“그때쯤이면 지금 하는 일은 다 끝났을 테니 오히려 다행이지 뭐.”
그때 가서는 또 회사 차린다고 바빠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TX와의 일은 다 끝난 상태일 것이다.
‘심사는 그 전에 하겠네. 여름에 하려나.’
그러면 결과가 정해지는 정확한 시기는 그쯤이고, 가을에는 상영회랑 시상식을 같이 하게 되는 건가.
생각을 하는 사이 작업실이 가까워졌다.
“운전 고생했다.”
내려서 들어가려고 하는데.
-지잉!
폰이 울렸다.
‘남우혁 감독인가?’
아까 못다한 말이 있나싶어 확인을 해보았지만.
[손여울 : 답장 늦어서 미안. 요즘 고민이 많아서···잠깐 시간 돼?]며칠간 연락이 없어 읽씹 당한 줄 알았던 손여울에게서 온 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