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119
120.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론칭 파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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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훈 형과 이야기를 나누고서 이틀 뒤.
‘좋다. 같이 해보자.’
······라며 연락이 와 계약을 하고 식사까지 한 뒤 돌아오는 길.
작업실 문을 열자 평소와는 다른 훈훈한 공기가 느껴졌다.
“아하하! 나연이 너, 너무 귀엽다. 사극 톤은 더 연습해야겠는데?”
“힝.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하다보면 익숙해질 거야. 나도 ‘달이 비추는 연꽃’ 작품 들어가기 전에 엄청 혼나면서 배웠어.”
“언니도 혼이 나요?”
“어머, 나연이가 아직 모르는구나. 나 혼나는 데 선수다?”
“설마요······아! 피디님!”
화기애애한 대화.
아직 학생 티가 나는 저 목소리는 분명히 하나연의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도하. 왔어?”
광고판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모습의 손여울이었다.
아까 식당 입간판에서 본 것 같은데.
다른 곳도 아닌 내 작업실에서 움직이고 있는 실물을 보고 있자니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얼떨떨하게 인사하고서 안으로 들어가자 둘이 자리를 만들었다.
“여기요! 여기 앉으세요!”
“누가 보면 네 작업실인 줄 알겠다.”
헛웃음을 지으며 앉자, 하나연이 방긋 웃었다.
“여울 언니가 계속 피디님 기다렸어요!”
언제부터 언니가 된 거지?
갑자기 친해진 것 같은 둘의 모습에 살짝 위화감을 느끼는데, 손여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 네가 나 만나러 왔었잖아. 기억해?”
“당연히 기억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나는 손여울을 찾아갔었다.
그러고서 하나연, 석훈 형에게 했던 말을 했다.
바로 계약 제의.
손여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었지.
‘조만간 다시 만나.’
그래서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건가 싶었는데.
설마하니 그 ‘조만간’이 오늘일 줄은 몰랐다.
“대답을 하러 왔어.”
그렇게 말하며 손여울이 뭔가를 꺼냈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한 듯, 하나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우리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가는 손으로 꺼낸 것은 다름아닌 민트색의 도장이었다.
아니, 왜 저것도 민트냐.
“앞으로 잘 부탁해.”
“······그래.”
손여울이 보조개를 패며 미소를 지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진작에 이야기가 오갔던 상황이었으니까.
손여울에게 ‘결정 고맙다’고 말하고서 나는 계약서와 도장을 가지고서 돌아왔다.
하나하나 날인을 하는데 하나연이 물었다.
“피디님, 수전증 있어요?”
“어.”
태연하게 답하면서도 속은 다른 생각 중이었다.
‘이거 실화냐?’
아무리 알고 있었다고 해도 손여울은 손여울이었다.
예전부터 동경했던,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여성 솔로 아티스트.
예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나에게는 별처럼 아득한 곳에 있는 사람이었다.
손여울과 나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손여울과 피처링 작업을 한 걸로도 모자라, 영입까지 성공했다?
지금 태연한 척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것도 기적인 일이었다.
끝없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내리며 도장을 찍고 있자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도하가 우리 대표님이 되다니, 신기하다. 나 지금 너무 기대돼.”
살짝 눈만 들어 본 손여울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나랑 같은 웃음인데 왜 이렇게 다른 느낌이지.
속으로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내가 말했다.
“······지금 계약한다고 해서 당장 네가 할 건 없어. 아직 다른 직원들도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본격적인 작품 활동 얘기는 정식으로 론칭한 뒤에 하자.”
로드매니저 같은 실무직, 그리고 엔터 운영에 필요한 사무직 직원들은 일단 필수 인원만 두고 천천히 구하기로 했는데.
발 넓은 조정우 덕에 금방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조정우를 통해 만나보기로 한 사람들만 해도 꽤 되니까.
“응.”
손여울이 대답을 하며 사본을 가져갔다.
옆에서 하나연이 호들갑을 떨었다.
“꺄아, 이제 언니 자주 볼 수 있는 거예요? 너무 좋아요!”
“나도.”
“그렇게 자주는 못 볼걸.”
산통을 깨는 말을 하자 하나연이 울상을 지었다.
“못 보는 거예요?”
“일 없는 날은 굳이 출근할 필요 없으니까. 본인 작업실이 있으면 그쪽으로 가면 되지.”
“하지만 저는 없는걸요······.”
하나연이 풀 죽은 채 대답했다.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 조건 대충 봤지? 3층에 네 작업실도 있으니 거기 가면 되잖아.”
“네? 정말요?”
“넌 딱히 작업하는 게 없으니 정확히는 개인 공간이겠지만, 노래나 연기 연습이 필요하면 지하로 가면 되니까.”
내 말에 하나연의 표정이 밝아졌다.
“네! 저 맨날 출근할 자신 있어요!”
“제발 그래라.”
우리 대화를 듣던 손여울이 웃음을 터뜨렸다가, 궁금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런데 론칭파티 있잖아.”
“왜?”
“보도는 언제 낼 거야?”
손여울이 물었다.
그렇잖아도 나도 날짜를 고심했다.
사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파티 같은 게 아니었다.
바로 김도하가 ‘DH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다는 것.
‘출발은 화려해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당장 아티스트가 급한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우리 쪽에는 손여울이 있었다.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기사거리가 되는.
그런 그녀가 웬 신생 레이블로 갔다?
기자들은 물론 대중들까지 눈에 불을 켜고 경위를 찾을 게 뻔했다.
거기다 더해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도 주목할 거고, 어쩌면 김도하의 과거까지 들춰질 지도 몰랐다.
‘해봤자 클럽 간 것 말고 있겠느냐마는.’
어쨌거나 손여울의 영입은, 말 그대로 초대형 뉴스라는 것.
그렇기에 보도 시기에 관해서는 조정우와 미리 말을 맞춰 놨었다.
매체도 우리에게 호의적인 곳으로 정했고.
“일주일 전에 내려고.”
“이번 주네?”
날짜를 세어보던 손여울이 말했다.
“그래도 조금 느리지 않을까? 그 정도 규모면······.”
“그 정도 규모라니?”
“아.”
손여울은 손으로 입을 막더니 웃음을 지었다.
“아니야. 재밌겠다, 그치.”
“······?”
반응이 조금 의아했지만, 곧 하나연이 자기 작업실에 만화책을 들여도 되냐는 말을 해서 주의가 돌려졌다.
생각해보면, 이때 캐물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다음 주.
“······이게 다 뭐야.”
이런 반응을 보일 일은 없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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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예’의 박미리.
그녀는 타이핑을 하다말고 지루한 하품을 했다.
“연예계가 요즘 왜 이렇게 잠잠하니?”
“어디선가 태풍이 휘몰아치는데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거겠죠.”
마침 물을 마시러 가던 이현철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박미리는 어느정도 동감을 했다.
왜냐하면.
[‘옹달샘’을 떠나는 손여울. ‘큰 물’을 찾으러 가는 걸까] [가람 엔터테인먼트, 손여울에게 러브콜······공식 SNS 설문에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으로 손여울 꼽아] [손여울은 과연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뭔가가 움직이고 있는데, 명확한 답은 없었으니까.
하루에 한 번 꼴로 올라오는 손여울 기사를 보며, 박미리는 턱을 짚었다.
‘분명히 계약을 하긴 했을 텐데.’
정황상 손여울이 기획사를 차리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손여울의 입장에서, 그녀의 팀을 위해서라도 소속사는 있는 게 편했다.
활동도 하고 팀, 팬 관리도 하려면 혼자서는 너무 벅찬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어딘가와는 계약을 할 게 뻔했는데, 그게 어딘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가람은 안 갈 거고,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게 TX인데 이쪽에서는 남매만 밀어주기 바쁘고.’
더불어 남매와 비슷한 시기에 영입한 ‘아리아’라는 싱어송라이터도 슬슬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가 작사한 곡들을 공개하며 작사, 작곡 만능 이미지를 심기 시작한 것.
그런 와중에 손여울을 영입해 기껏 모은 관심을 분산시키는 짓은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면 계약만 해놓고, 보도는 한참 뒤에 낸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어쨌거나 손여울의 계약 해지는 코앞이었다.
손여울도 당장 소속사가 필요할 텐데 굳이 제약이 있을 TX에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어디야? 대체.’
어쩌면 옹달샘처럼 이름조차 생소한 엔터로 갈 수도 있었다.
이전 기획사에서 단물만 빨아먹고 일방적 해지를 당한 뒤로 기획사를 굉장히 신중하게 고르는 것 같았으니까.
같은 화면을 보고 있던 이현철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손여울, 그때 이후로도 잘 활동하네요. 거의 혼자나 마찬가지였을텐데 대단한 것 같아요.”
“멘탈이 강한 거지. 데뷔부터 함께했던 소속사가 마지막에 빡세게 굴리고 바로 해지할 줄 누가 알았겠어.”
손여울과 전 기획사의 일은, 말 그대로였다.
손여울의 인기가 정점을 찍고 웬 스캔들이 터져 인기가 시들해졌을 때.
누구보다도 그녀를 케어해야했던 소속사는 냉정한 판단을 했다.
갑자기 터진 스캔들로 비난이 오가는데도 콘서트를 강행하며 바짝 돈을 불리기에 나선 것.
마침 계약 기간이 다 끝나갔기에 저지를 수 있었던 일이었다.
이후 광고, 콜라보 등 굴릴 수 있는대로 그녀를 굴린 뒤 해지를 통보했고, 손여울은 그 일로 솔직히 상처를 받았다고 후에 인터뷰에서 밝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판단 미스였지만.’
손여울에게는 이제 하락세밖에 없다는 게 당시 소속사의 판단이었다.
아마 그녀의 멘탈이 약했다면 그랬을 거였다.
하지만 손여울은 보란듯이 꿋꿋하게 버텼고, 더 새로워진 앨범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데 성공해 이전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누가 될 지는 몰라도, 손여울 데려가는 곳은 땡잡은 거네요.”
이현철이 말했다.
박미리가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네, 박미리입니다.”
바로 받고서 응답하자 상대방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박 기자님. 조정우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조정우 매니저님.”
조정우.
김도하의 매니저였다.
‘이 사람이 왜?’
조정우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건, 김도하가 뭔가 일이 생겼다는 뜻인데.
앨범도 참여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또 무슨 일을 벌렸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저 자리 피해있을까요?”
박미리는 이현철에게 조용히 하란 뜻으로 검지를 세웠다.
이현철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리를 떠나려는데, 박미리가 큰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났다.
“네?!”
타자 치는 소리와 간간이 작은 말소리만 들리던 연예부에 큰 소리가 나자 다들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박미리는 전화를 하고 있는 상대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이현철은 속으로 생각했다.
‘큰 건인가?!’
그는 물을 마시려던 본래의 목적도 잊고 박미리를 쳐다봤다.
놀란 눈으로 ‘네, 네’만 반복하던 박미리.
이윽고 그녀가 전화를 끊자마자 이현철이 물었다.
“뭔데요? 왜요?”
“그게.”
박미리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그······김 작곡가가 레이블을 차렸대.”
순간 이현철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다.
“네?”
김 작곡가.
유명한 사람들이야 많지만, 아까 박미리가 전화 받은 상대는 김도하의 매니저였다.
그렇다는 말은.
“김도하······작곡가요?”
그녀가 가리키는 건 김도하밖에 없었다.
박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를 쫑긋한 채 대화를 듣고있던 부장이 다가왔다.
“방금 그거, 김도하야? 뭐래?”
“김도하 작곡가가 레이블을 설립했대요.”
부장이 반갑다는 듯 말했다.
“······그럼 당장 기사 써야지! 회의는 나중에 하면 되니까.”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에요.”
박미리의 말에 둘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또 있어?”
“그게요.”
박미리가 자신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소속 아티스트에 하나연이랑 플라잉맨, 그리고······손여울이 있다는데요?”
순간 이해를 못해 멍한 표정을 짓던 두 사람.
이내 입을 쩍 벌린 채 말한다.
“······뭐라고? 손여울? 우리가 아는 손여울?”
박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서 그녀는 책상 위의 달력을 가리켰다.
“그리고······론칭 파티가 당장 다음주래요. 그 초청 아티스트로 소속 가수들이랑 디펑크, 샤이닝 걸스, 제윤, 버틀러스가 온다고 하네요.”
저 말은, 당연히 소속 아티스트인 손여울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내에 정적이 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뭐 하는 거야. 당장 기사 써!”
순식간에 모두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