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14)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소피아 누님과 연락을 나누었다. 그래봐야 안부 인사 정도지만, 누님으로선 남동생이 전쟁터에 나가 있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다.
하긴, 가족이 전쟁터에 나가 있다면…… 걱정될 법도 하지. 당사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연락을 나누던 나는 아카데미의 상황이 잠시 궁금해졌다.
“흐음……. 정말로 괜찮겠지?”
-조치까지 취해 뒀으면서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나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다른 선배들에게 부탁을 드려두었는데, 그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이었다.
아카데미 내에 퍼지는 누님의 악담들.
주범이 한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처리했겠지만, 아무래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한 명, 한 명 처벌하기는 어렵겠지.
나는 해당 소문들을 완화시키기 위해 1학년부터 고학년의 여자 선배들과 인맥을 형성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었기를 바라야겠네.”
그동안 투자해 왔던 대화시간들. 게다가 선물이란 명목으로 건네주었던 뇌물들까지.
대부분이 아르덴 의류점에서 취급하는 고가의 상품들이지만, 나로서는 수백억 원 상당의 거액을 투자한 셈이다.
인맥을 넓혔다는 의미에선 확실히 투자가치가 있었겠지. 고객으로서도 말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희 누님께서 요즘 근거도 없는 헛소문에 시달리고 계시더군요. 누님이 가슴 아파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는지…….”
……라는 발언으로 나는 선배들로부터 동정이라는 감정을 얻어냈다.
몇몇 선배들은 ‘걱정 마세요. 소피아 양이 괴롭힘을 당하게 될 땐 제가 반드시 옆에서 도와주도록 할 테니까요.’라고까지 말해 주었지만, 그것이 겉치레인지 진심인지는 아직까지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단지, 그 자리에 있었던 열 명 중 단 한 명만이라도 누님을 도와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부분은 제도로 돌아간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아.
“……뭐, 그건 그렇지. 그래도 내가 조치해 둔 것들이 아무런 효과가 없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거잖아. 투자했던 돈도 아까워 죽을지도.”
-금화로 4,700닢 정도였던가? 꽤 많이 사용하긴 했었군.
“‘꽤’라는 말로 끝내기는 어려운 금액이지. 그 돈이면 포션을 몇 개나 살 수 있는데…….”
-하지만 네가 벌어들이는 자금에 비하면…….
“그래도 골드 포인트로 바꾸면 470,000GP나 돼. 절대로 가벼운 금액은 아니야.”
중소상회의 한 해 매출액으로 보아도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
귀족들이야 본인이 관리하는 영지에서 각종 세금을 거둬들여 마음껏 사치를 누리지만, 상인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가치는 귀족들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엔다이론의 경우는…… 내가 매번 경매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보고, 금전 감각이 조금 이상해진 모양이네.
그는 이전과 달리 금화 1닢의 가치를 살짝 가볍게 생각했다.
‘뭐, 나도 가끔씩 금화 1~2닢 정도는 푼돈처럼 생각할 때가 있긴 하지.’
아르덴 경매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만큼 경악스러울 정도였으니까
물론, 경매장으로 거두어들이는 수익에도 한계점이란 것이 존재했다.
먼저, 등록하는 경매품의 물량이다. 한 번에 수백, 수천 가지의 경매품을 등록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로부터 수익에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르덴 경매장에 며칠 분량의 경매품을 맡겨둔 뒤, 골드러쉬 경매장에 들러 활동하기도 했었지.
‘솔직히 일전의 그 사건만 없었더라면…… 사람을 써서 국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경매장들에 물건들을 등록했을 텐데 말이야.’
다른 지역의 경매장에 경매품을 등록하고, 낙찰금을 수거해 오던 아르덴의 한 직원. 그는 빈민가 출신으로 내게 은혜를 가지고 있었으며, 마나의 저주가 걸린 계약서까지 작성하여 본인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그래, 거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설마, 낙찰금을 수거해 오는 도중에 도적들과 조우하게 될 줄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하급 익스퍼터 다섯과 중급 익스퍼터의 기사 하나를 붙여두었지만, 조우했던 도적들은 서부지방에서도 이름 날리는 실력자였던 모양이다.
심지어 숫자도 수십여 명에 육박하여 심부름꾼과 호위 기사들은 그대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나는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보이면서 유가족들에게 그에 마땅한 보상을 취했고, 이내 다크니스의 대원들을 움직여 주변 도적들을 모조리 털어 보았으나, 아쉽게도 주범으로 보이는 도적들은 발견할 수 없었다.
수천 닢의 금화가 담긴 아공간 주머니와 함께 증발해 버리고 만 것이다.
“다크니스의 대원들을 호위로 움직여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지금은 또 교단과의 전투가 격렬해지기 시작했으니…….”
말 그대로 한 명의 전력도 빼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후우, 전력이 좀 더 보충되면 두세 명 정도 빼내서 움직여 봐야겠어.”
-그만 중얼거리고, 얼른 자기나 해.
하르페르오스 평야에 주둔 중이던 제국군. 그중 5만여 명의 병사들이 나와 함께 대략 8시간 정도 행군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르바크를 필두로 렌의 숲에 1만 명의 병력을 보내 둔 라이어드.
평야에는 현재 4만의 병력이 전쟁으로 무너졌던 목책을 수리하는 등. 서둘러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풀썩.
5만의 병력이 주둔 중인 제국군의 임시 야영지.
나는 사령관실인 작은 천막의 침대에 드러누웠다.
‘……뭐, 병사들에 비하면 나는 호화를 누리는 셈이겠지.’
행군이라 하더라도 선두를 앞서가던 나는 군마를 타고 이동했다.
사령관인 나는 나만의 개인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아공간 주머니에 담겨 있는 개인천막과 침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작은 천막에서 여럿이 눕고, 침낭에 몸을 비집어 넣어야 하는 병사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호화생활이 아닐 수가 없으리라.
심지어 가벼운 제복을 걸친 나와 달리 병사들은 언제든지 전투가 가능하도록 중갑옷과 무기로 무장한 채 다리를 움직여야 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로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일어나게 되더라.
‘월급이야 꽤 괜찮게 받고 있다지만,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인데…… 식사량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닐까?’
침대에 드러누운 나는 병사들이 배식을 받던 음식들을 떠올렸다.
한 끼로 충분할까? 그런 의문이 남을 정도의 식사량이었다.
‘아르덴 상회에서 지원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중간에 누군가가 손을 댈지도 모르지만, 그 부분도 염두에 두고 움직여볼 생각이다.
그렇게 복잡한 심경으로 하루를 보내고, 다시금 국경선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지친 듯 숨을 헐떡이는 병사들.
그 순간, 부관으로 따라온 ‘보르트’라는 사내가 내게 지도를 보여 주었다.
“자작님, 이 언덕을 가로지르는 길목에 제13 북부 국경 요새가 있습니다.”
라바디안 제국과 스페르트 왕국이 연결된 폭넓은 길목. 이 일대도 렌의 숲으로 부르고 있었기에 길목의 주변은 나무와 수풀로 우거져 있었다.
그리고 두 국가가 연결된 길목은 유난히 산처럼 거대한 언덕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는데. 양국에서 대규모 병력을 움직이려면, 이 길목을 반드시 통과할 수밖에 없다는 모양이다.
“렌의 숲에는 상당수의 마수가 서식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유르무스 백작은…….”
“아무래도 마수의 출몰이 적은 지역을 사전에 조사한 듯합니다.”
“그렇군.”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말에서 뛰어내렸다.
“여기서부터 나는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예? 하지만 연합군에서도 이미 저희들을 발견했을 텐데…….”
그래, 지금쯤이면 분명 공성전을 준비해 두었겠지.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이 주변에 임시 야영지를 만들도록. 그리고 병사들에겐 휴식을 취하되 언제든지 전투가 가능하도록 지시를 내려두어라.”
“예, 알겠습니다.”
“경계는 소홀히 하지 말도록. 놈들이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예.”
“그리고…… 5~6시간 정도 뒤, 화염구로 신호를 보내지. 신호에 맞춰 병사들을 이끌고 요새를 공격하도록.”
제국군의 임시 야영지와 제13 북부 국경 요새와의 거리는 대략 1.5km 정도.
솔직히 정찰대가 없더라도 요새의 감시탑에서 우리의 모습을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나무들 때문에 보이지는 않으려나?
하여튼 간에 나는 지친 병사들에게 5~6시간 정도의 휴식 시간을 주었고, ‘오늘은 공격할 생각이 없다.’라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목책과 천막들을 펼쳐 야영지를 만들게 하였다.
* * *
케이네스의 지시로부터 임시 야영지를 만들기 시작한 제국군. 그들은 고작 요새에서 1.5km에 불과한 거리에서 야영지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에 대해 정찰병으로부터 보고를 받게 된 연합군의 사령관, 아르만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언덕의 아래에서 희미하게나마 작은 불빛이 육안에 포착됐다.
“5만의 군대라면 어떻게든 막아 낼 순 있겠지. 문제는 아르덴 자작인데…….”
“제아무리 제5 서클 마법사라고 하지만 이 강철의 요새는 쉽게 뚫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사흘 뒤에는 후위에서 제4 서클 마법사가 두 분이나 오신다고 하니…….”
“그래, 그때까지 버텨낼 수만 있다면, 이 요새가 함락될 일은 없겠지.”
5만의 군대를 이끌고 있는 것이 고작 14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라는 사실에 아르만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백전백승의 무장으로 불리던 붉은 늑대, 칼트론 H 유르무스 백작을 쓰러트린 14살 소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의 공적은 연합에 가입된 왕국들 사이에서도 파다하게 퍼져나갔는데, 그가 과거 스페이원 가문의 무능아라는 사실에는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았다.
“……스페이원 가문에서 괴물을 기르고 있었구나.”
14살의 어린 소년이 벌써부터 제5 서클에 도달했다니. 이것은 세계 신기록이나 다름없는 대사건이다.
그리고 14세의 나이에 전장에 나서 붉은 늑대를 쓰러트리고, 5만의 연합군을 고작 10명의 기사들과 함께 물러나게 만들었다는 것 역시 역사에 길이 남게 되겠지.
“케이네스 L 아르덴……. 그 소년은 반드시 이 전쟁에서 없애야 하는 인물이다. 지금의 성장 속도라면 그가 성인이 되었을 무렵에는…… 아니, 늦어도 30대쯤에는 분명 제6 서클이란 경지에 들어서게 되겠지. 그리고 그라면 제7 서클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족 중에서도 상위 0.0000001%의 가능성을 뚫고 탄생하는 것이 바로 제7 서클 마법사였다.
말 그대로 전설이나 동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경지.
하지만 그 가능성을 품은 존재가 적국인 라바디안 제국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북부 연합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사실.
아르만은 그 싹이 완전히 피어나기 전에 꺾고자 다짐하면서 부관을 바라봤다.
“……우리는 전설의 탄생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예,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르덴 자작이 제국이 아닌 연합에 소속된 어느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좋았을 것을.
아르만은 후대에 이름을 남기게 될지도 모르는 존재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금 꺾어 두지 않는다면, 그는 장래 라바디안 제국의 거대한 기둥이 되고 말 것이다.’
* * *
해가 저물고 자정이 되면서 머리 위에 달이 떠 올랐다.
나는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곧바로 숲속에 숨어들어 언덕을 올라갔다.
수풀 때문에 제대로 나아가긴 어려웠지만, 확실히 1.5km라는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그리고 요새와 점점 가까워질수록 내 눈동자는 점점 휘둥그레졌다.
‘……허어, 이거 제5 서클 마법만으론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은데?’
설마, 이렇게까지 거대했을 줄이야.
높이 10m에 달하는 다섯 개의 감시탑.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5m 높이의 성벽까지.
자리를 이동하여 성벽을 살펴보던 나는 살짝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얼핏 보더라도 성벽의 두께가 상당히 두꺼워 보인 탓이다. ‘제5 서클 마법만으로 괜찮을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성벽의 위에선 궁병들이 경계근무를 서면서 제국군의 접근을 대비하고 있었다.
“후우……. 듣기는 했지만, 정말 더럽게도 크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제6~7 서클 마법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니, 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내 경지를 시중에 퍼트리기라도 한다면…… 제국의 견제는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교단의 견제와 의심은 정보를 얻는 데 큰 방해 요소가 되고 말 것이다.
‘지금은…… 제5 서클만으로 공략을 해 봐야겠지.’
과연 가능할까? 제13 북부 국경 요새에는 3만의 연합군이 주둔하고 있다던데…….
“제6~7 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 제5 서클 마법을…… 연발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