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27)
케델리가 베리엘드 공작가의 공녀였다 하더라도 횡령에 관한 부분은 너그러이 넘어갈 수 없었다.
하여 할버트는 이자벨라 일행과 함께 곧장 케델리의 집무실로 찾아갔다.
콰앙!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간 할버트.
“꺄악! 이, 이게 무슨……!”
할버트의 난폭한 행동에 한가하게 티타임을 즐기고 있던 케델리가 잠시 넋을 놓고 말았다.
할버트는 그 모습에 더욱 분개했고, 자신을 따라온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수색해!”
케델리의 집무실로 들이닥친 다섯 명의 기사들. 그들은 인정사정없이 서랍장과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케델리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요!”
“무슨 짓인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할버트의 살벌한 대답에 그녀는 어깨를 움찔거렸다.
잠시 뒤, 케델리의 서랍장을 뒤지던 한 기사가 할버트를 불렀다.
“가주님.”
서랍장에서 발견된 수많은 액세서리들. 하나같이 값비싼 보석들이 박혀 있었다.
케델리는 난생처음으로 보는 액세서리들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야 했다.
“그, 그건…….”
기사들이 서랍장에서 액세서리 상자들을 하나씩 꺼내는 동안, 케델리의 침실을 수색하던 재무관이 어느새 할버트의 뒤로 다가왔다.
“가주님, 마님의 침실에서 발견된 주머니입니다.”
“이건…….”
할버트가 아공간 주머니를 탈탈 털어내자, 우수수 바닥에 온갖 값비싼 의류와 보석 및 액세서리들이 작은 언덕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탈의실에서 비슷한 금액대의 물품들이 확인됐습니다.”
이자벨라 일행은 탈의실을 따로 건들지 않았다. 아니, 건들 필요가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
케델리의 탈의실에는 이미 각종 의류와 액세서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으니 말이다.
“허어, 정말로 마음껏 사용했군. 이곳이 베리엘드 공작가라고 생각한 것이냐!”
“지, 지금 이것들이 전부 제 것이라고 말하는 건가요?!”
케델리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할버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미 증거물은 충분한데, 계속 발뺌을 하시겠다?”
‘발뺌’이라는 단어에 울컥한 케델리.
이내, 그녀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자벨라, 미란다, 이니르를 발견하곤 지금 무슨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직감할 수 있었다.
“오호라, 네X들이 나를 범죄자로 몰아 가문에서 쫓아내려 하는구나?”
“입 다물어! 죄 없는 그녀들을 핍박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용납하지 않는다!”
“저것들이 제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려 하는데, 죄가 없긴 왜 없습니까!”
할버트는 유흥가와 최고급 의류점에서 확보한 문서들을 집어던지면서 소리쳤다.
“네X이 가문의 재산을 횡령했다는 증거가 떡하니 존재하는데 누명은 무슨 누명!”
쩌렁쩌렁한 할버트의 목소리에 케델리는 눈살을 찡그리며 바닥에 널브러진 문서들을 확인했다.
휘둥그레진 눈동자.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이, 이게 무슨……. 전부 저X들이 조작한 것입니다! 제가 유흥가를 들락거렸다니요!”
“그것을 목격한 고용인들도 존재한다. 심지어! 유흥가에서 그대를 목격한 증인과 그대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VIP 회원증까지 확보된 상태야! 더 이상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하나!”
“그게 무슨…….”
케델리가 유흥가를 방문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단지, 지출내역과 방문 빈도수가 크게 과장되어 기록되어 있을 뿐.
미란다는 케델리의 스케줄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최대한 꼼꼼하게 장부를 조작했다. 알리바이의 증명이 어려울 정도로.
“당장 이 여자를 지하 감옥에 가두어라!”
“가, 감옥? 지금 저를 감옥에 가두겠단 말입니까?! 이건 모두 저X들이 제게 누명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입니다! 이런 조작된 문서로 저를 감옥에 가두다니요! 이것을 베리엘드 가문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것 같습니까!”
“……네X이 본가의 재산을 횡령한 탓에 영지가 위태롭게 되었다.”
“당신 역시……!”
“시끄럽다! 네X이 횡령한 자금만 있었더라면, 민란은 일어나지도 않았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케델리의 잘못만을 탓하는 할버트.
이자벨라의 눈에는 두 사람 모두 똑같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놔라! 나는 베리엘드 공작가의 제2 공녀, 케델리 G 베리엘드다! 네놈들 따위가 감히……!”
기사들에게 포박된 채 끌려 나가는 케델리를 바라보며 그녀는 작게 조소를 흘렸다.
그리고 할버트가 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는 황급히 표정을 고쳐 겁에 질린 표정을 연기했는데, 할버트는 이자벨라 일행을 감싸면서 등을 토닥였다.
“이제 더 이상 겁먹지 않아도 돼. 너희들이야말로 웰포드 가문의 안주인이니까.”
그의 위로에 세 여인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지하 감옥에 갇힌 케델리를 비웃으며 말이다.
‘곧 이 저택에서 내보내 줄 테니, 그때까지 차가운 지하 바닥에서 지내고 있어.’
케델리에게 징역 등의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은 제국에서도 몇 없는 공작가의 차녀이니…… 뭐,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할버트와 이혼을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다.
또, 재판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베리엘드 공작가로부터 민심을 달랠 자금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압류한 케델리의 물품들은 당연히 처분하고.
‘이걸로 웰포드 가문은 우리 거야.’
이자벨라는, 이니르를 달래는 할버트를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한편, 감옥에 갇힌 케델리는 철창을 붙잡으며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 당장 이 문 열어! 나는 케델리 G 베리엘드 제2 공녀다! 네놈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냐!”
노기로 가득한 그녀의 외침에 기사들이 살짝 몸을 움찔거렸다.
이내, 그들은 발걸음의 속도를 높여 지하 감옥을 벗어났다. 말 그대로 달아난 것이다.
베리엘드 공작가의 제2 공녀를 지하 감옥에 가두다니. 기사들로선 두려울 수밖에.
한편, 영민들의 분노와 원망의 목소리는 케델리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영주님께서 세율을 큰 폭으로 낮추고, 그동안 수취했던 세금 중 일부를 환급해 주신다고 하네!”
“영지의 재정난이 후작 부인 때문이었다는 모양이야. 세율을 높인 것도 후작 부인의 독단적인 지시였다고 하더군.”
“불과 3~4개월이란 시간으로 금화 수만 닢을 사용했다는데……. 도대체 어디에 사용한 거지?”
“소문으로는 유흥가를 제집처럼 드나들고, 최고급 의류점에 돈을 퍼붓고 다녔다고 하네.”
“허어…….”
이어, 해당 사건은 각 신문사를 통해 제국 각지로 전파되었고, 소식을 접한 베리엘드 가문은 웰포드 가문에게 강력히 항의를 하였다.
그 결과, 케델리는 제도의 중앙재판소에서 공식적으로 재판을 받기로 결정됐다.
-이 건은…… 절대로 가벼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네.
“증거는 이미 차고도 넘칩니다. 저로서는 베리엘드 가문이 웰포드 가문을 집어삼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는군요.”
할버트는 웰포드 가문의 재정난을 케델리의 탓으로 넘기며, 베리엘드 가문의 흑심을 의심했다.
반면, 가시가 박힌 할버트의 대답에 베리엘드 공작은 불쾌한 표정과 함께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고, 이내 노발대발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에 할버트는 살짝 겁에 질린 듯 상체를 뒤로 물렸다.
“아, 아무튼 간에 사건의 결과는 재판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공작가와 후작가 사이에서 일어난 분쟁. 정확히는 후작가 내에서 일어난 범죄다. 단지, 그 범죄자가 베리엘드 공작가의 여식일 뿐.
며칠 뒤, 해당 재판에 차기 황제로 불리는 레갈루스가 특별판사로 참석한다고 알려지자, 제국의 많은 귀족들이 해당 사건에 관심을 가졌다.
까득-
초조한 기색을 보이며 손톱을 물어뜯은 이자벨라.
설마, 제국의 황태자까지 움직일 줄이야.
이니르와 미란다는 초조해하는 이자벨라의 모습에 불안한 표정을 보였다.
“저, 정말로 괜찮겠지?”
이니르가 손을 떨며 묻자, 이자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증거들은 확실해. 게다가 장부 역시 진짜로 바꿔뒀잖아.”
“……응, 내용은 복제한 거랑 똑같아.”
“그럼, 그쪽은 괜찮겠지. 복제한 건…….”
“어제 불태웠어.”
“후우, 점주들 역시 확실하게 증언해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케델리의 범죄를 증명할 증거와 증인은 모두 갖추어졌다. 지금부터는 꼬리를 잡히지 않도록 행동거지만 조심하면 되겠지.
이자벨라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찻물을 한 모금 홀짝였다.
* * *
대륙력 1259년 5월 27일.
케델리가 웰포드 가문의 지하 감옥에 갇히고, 어느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웰포드 후작령에 거주하는 영민들은 후작 부인인 케델리를 악녀라고 비난했다.
높은 세율 탓에 굶거나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은 이가 하나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할버트는 케델리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 뒤, 지금까지 거두어들인 세금의 3~4할 정도를 환급해 주면서 민심을 가라앉히고 민란을 잠재웠다.
딸그락-
“저녁입니다.”
젊은 하녀가 야채죽이 담긴 허름한 그릇을 철창 안으로 집어넣었다.
자존심과 고집으로 식사를 거부해 온 케델리. 그러나 그 누구 하나 그녀의 단식을 만류하지 않았다.
결국, 단식투쟁이 시작되고 나흘째가 되는 날, 그녀는 공복을 이기지 못하고, 하녀가 가져오는 음식을 먹고 말았다.
“공녀인 내가 왜 이런 쓰레기 같은 것을…….”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나가기만 하면 반드시……. 그래, 반드시 네 연놈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겠어.”
케델리는 자신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이자벨라 일행과 자신을 지하 감옥에 가둔 할버트의 얼굴을 떠올리며 복수를 다짐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그녀는 차가운 바닥에 펼쳐진 허접한 이불에 몸을 눕혔다.
평민들조차 사용하지 않을 법한 싸구려 이불.
첫날 자존심을 세우며 딱딱한 바닥에 누웠을 때, 등이 얼마나 아팠는지를 생각하면, 지금은 이런 싸구려 이불이라도 감지덕지였다.
“제길…….”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욕설을 중얼거렸다.
서서히 빠져드는 수마.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피로가 몰려왔다.
늦은 새벽, 케델리가 갇힌 철창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저벅저벅.
얌전한 발걸음 소리.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어깨에 망토를 두른 여인.
그녀는 품속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더니, 이내 케델리의 얼굴을 향해 찬물을 끼얹었다.
“으악……!”
케델리가 기겁이라도 한 듯 괴상한 비명과 함께 눈을 떴다.
“누, 누구…….”
설마, 이자벨라 일행이 자신에게 암살자라도 보낸 것일까?
그녀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가면의 여인을 바라봤다.
“너의 복수를 도와줄 수 있는 존재……라고 해야겠군.”
굵직한 여인의 목소리에 케델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반면, 가면 속에서 입꼬리를 말아 올린 여인은 사전에 준비해 둔 녹화구와 녹음구 및 수많은 사진들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잠시 뒤, 녹음구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목소리.
케델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 그건…….”
“이제 대화할 마음이 들었나?”
두려움보다 복수심이 앞선 케델리는 여인의 물음에 침을 한 번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대륙력 1259년 6월 27일.
허름한 차림에 꾀죄죄한 몰골로 포박된 케델리.
그녀는 허름한 마차에 실려 제도까지 옮겨졌다.
도시를 벗어나는 그 순간까지 케델리는 수많은 영민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희대의 악녀라고 말이다.
하지만…….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그녀의 눈동자는 생기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상으로 살기가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