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Return to Home RAW novel - Chapter (135)
흑의소년의 갑작스러운 개입은 객잔 안에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대왕방 무사들의 횡포에 분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대왕방 소방주라는 사내는 이전부터 이런 식으로 부녀자를 공공연히 납치해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로 유명했다.
그 피해자는 대부분 양민으로 관아에 민원을 수도 없이 넣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무림맹 총단에서도 대왕방을 공격해 멸문시키기로 내부 계획을 세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칠마종이 일으킨 무림대란은 이 모든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더 공공연히 양민에 대한 수탈을 대왕방 흑도들이 벌이는 중이었다.
칠마종이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하수인 격인 대왕방의 수탈을 눈감아주고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사실 저항세력 축출에 관한 정보도 대왕방이 상당 부분 제공하고 있었다.
“네놈은 누군데 겁도 없이 나서는 것이냐? 애송이 주제에 영웅심이 발동한 것이냐?”
일살이 백의소녀의 손을 놓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손을 놓은 것은 그녀를 풀어주기 위함이 아니라 흑의소년을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일살이 흑의소년의 무공을 결코 얕잡아 보지 않고 있다는 증거였다.
‘보통 놈이 아니다. 조심할 필요가 있다.’
“소저, 원래 자리로 돌아가시오.”
흑의소년의 말에 백의소녀가 자신의 조부가 있는 곳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뜻대로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대왕방 소방주가 흡입공을 펼쳐 그녀를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앗!”
“아!”
나직한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흡입공은 일류고수라고 해도 쉽게 펼칠 수 없는 상승무공이기 때문이었다.
백의소녀가 전혀 무공을 모르고 있음을 고려해도 소방주의 무공 실력이 대단함을 다들 알 수 있었다.
“일살. 저 녀석을 죽여 본보기로 삼게. 우리 대왕방의 행사에 끼어들면 어떻게 되는지 사람들이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말이야.”
“알겠습니다. 소방주님.”
일살이 등에 메고 있던 감산도를 빼 들었다.
흑의소년 역시 허리에 찬 검을 들었다.
일살이 말했다.
“죽이기 전에 네 녀석의 사문과 이름을 알고 싶구나. 설마 칠마종 소속은 아니겠지?”
“내 사문은 알 필요 없다. 물론 칠마종 소속도 아니다. 내 이름은 단목창이라고 한다.”
“단목창! 후후후! 예상대로 무명소졸이었군. 혹시 무림맹 잔당이냐?”
“무림맹 역시 나와 관계없다.”
“그럼 낙양 무림 연합?”
“그것도 아니다. 왜 이렇게 쓸데없이 말이 많은 것이냐?”
흑의소년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얼굴은 아직 앳되어 보이지만 체구는 웬만한 성인을 뛰어넘을 정도로 건장한 그였다.
일살이 감산도를 휘두른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가 공격을 주저한 것은 바로 백무명 때문으로, 이살이 죽은 이후로 무명소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방주가 지켜보고 있어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쐐애액.
일류고수 중에서도 중급 이상에 해당하는 그가 도를 휘두르자 금세 파공성이 일며 주위 공기가 팽팽해졌다.
동시에 강한 도기까지 뻗어 나왔다.
일반적으로 그가 사용하는 감산도는 이런 도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재질이었으나, 일전에 특수 처리를 해둔 덕분에 이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흑의소년이 흠칫했다.
일살의 무공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본격적으로 무공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흑의소년이 검을 앞으로 뻗어 감산도를 막아냈다.
까까깡.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흑의소년이 뒤로 물러났다.
“으으······.”
침음을 흘리는 그는 낭패한 모습이었다.
경험도 부족한 데다가 내공 역시 일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타고난 자질이 우수해 지금 펼친 검법의 정수를 꿰뚫고 있는 것이 충격을 최소화해줬다. 그 덕분에 내상을 입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승기를 잡은 일살이 다시 공격을 가하려던 찰나.
소방주가 급히 그를 저지했다.
“잠깐!”
“왜 그러십니까? 소방주님. 저놈의 숨통을 바로 끊어놓겠습니다.”
“그게 아닐세. 저 녀석의 무공이 심상치 않다. 혹시 마교 소속이냐?”
“마교? 흥! 무슨 헛소리냐? 나는 낭인무사일 뿐이다.”
단목창이 소리쳤다.
하지만 표정이 아까와 달리 조금 부자연스러웠다.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소방주말대로 마교 무사일 가능성이 있겠군. 검초에 확실히 마기가 담겨있다. 다만 아직 무공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투른 구석이 많군. 일살이라는 저자와 다시 붙게 되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다.’
백무명이 흑의소년을 위해 나서려는 순간.
객잔 안으로 죽립을 쓴 여인 한 명이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단목창에게 다가갔는데 서로 아는 사이 같았다.
“가자. 저들과 상대해선 안 된다.”
“누나. 하지만······.”
단목창이 소방주에게 붙잡혀 있는 백의소녀를 쳐다봤다.
백의소녀를 구하기 전에는 이대로 떠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저 녀석이 네년의 동생이냐?”
일살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소리쳤다.
죽립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본교의 보복으로 대왕방이 멸문되고 싶지 않다면 그 소녀를 풀어줘라.”
“본교? 설마 정말 마교 소속이란 말이냐?”
일살이 안색을 굳혔다.
소방주가 껄껄 웃었다.
“일살. 너무 걱정하지 말게. 이미 칠마종 지휘부로부터 지시를 받았으니까. 오늘부터 마교 놈들을 공격해도 좋다고 하시더군. 아무래도 진정한 마의 종주를 가릴 모양이야.”
“그게 정말이냐?”
죽립녀가 다소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후후후! 물론이다. 아무래도 마교 낙양 분타 소속 무사인 것 같은데, 이제 칠마종이 천하 대부분을 차지한 이상 마교 역시 정벌의 대상일 뿐이다. 한데 네놈들이 하늘같이 떠받드는 천마가 실은 가짜라며?”
“감히 교주님을.”
죽립녀가 발끈하더니 소매를 흔들었다.
순간 암기 십여 개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소방주가 우수를 한번 흔들자 암기들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다.
‘절정에 가까운 무공을 지니고 있었군. 대왕방이 칠마종으로부터 상승무공을 전수받은 것일까. 확실히 일반 흑도와 다르구나.’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그러는 순간 소방주와 죽립녀는 십여 차례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죽립녀가 혈도를 찍혀 쓰러지고 말았다.
“누나!”
흑의소년이 급히 달려갔으나, 그 바람에 허점을 보여 일살에 의해 그 역시 혈도를 찍히고 말았다.
“잘했다. 일살. 이놈들을 데리고 가서 마교 낙양 분타의 위치를 알아내면 칠마종 지휘부에서 우리 공을 크게 인정해주실 것이다.”
“그럴 줄 알고 혈도만 찍었습니다. 설마 했는데 마교 놈들이었다니.”
“어서 총단으로 가자. 아버님께 직접 보고를 드려야겠다.”
“네. 한데 저 계집은 데리고 가실 겁니까?”
일살이 백의소녀를 가리키자 소방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일살 네가 끌고 가라. 아무래도 첩으로 삼아야겠다.”
“이놈들! 가더라도 내 손녀는 남겨 놓고 가라!”
백의소녀의 조부가 다친 몸으로 손녀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대왕방 무사들에게 가로막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백의소녀와 단목창, 그리고 죽립녀 세 사람이 객잔 밖으로 끌려나가려던 찰나.
마침내 백무명이 나섰다.
“잠깐만.”
“네놈은 또 뭐냐?”
일살이 인상을 찌푸렸다.
바로 백무명의 머리를 베어버리려 하다가 소방주 때문에 겨우 참은 그였다.
“나는 천마신교 무사가 되고 싶은 무명소졸이오.”
“미친놈이냐?”
“그렇지 않소. 하지만 위대한 천마 교주님을 흠모하는 나로서 천마신교 무사들이 붙잡혀 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구려.”
“죽여라!”
소방주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명을 받은 대왕방 무사 한 명이 백무명에게 다가와 도로 머리를 내리쳤다.
“앗!”
“저런!”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의 다급성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백무명이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들에게는 대왕방보다 마교가 더 우호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마교 무사가 양민을 구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백무명이 천마를 찬양했지만 아무도 그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그의 목숨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대왕방 무사의 도가 백무명의 머리에 닿는 바로 그 순간.
다들 끔찍한 모습을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객잔 문 쪽에서 날아온 지풍 한 가닥이 도를 튕겨냈다.
쨍그랑.
“웬 놈이냐?”
일살이 고함을 지르며 대문 쪽을 쳐다봤다.
그곳에 지금 막 객잔 안으로 들어온 세 사람이 보였다.
이남일녀.
사내 중 한 사람은 보통 사람 두 배 가까이 큰 체구를 지녔으며, 여인은 면사를 쓰고 있었다.
조금 전 지풍을 날린 사람은 바로 면사녀였다.
혈도를 찍혀 있던 단목 남매 역시 그들을 모르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뭣들 하느냐? 쳐라!”
일살이 명을 내리자 대왕방 무사들이 일제히 새로 나타난 이남일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면사녀의 연속된 지풍에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
쿵쿵쿵.
썩은 짚단처럼 쓰러지는 무사들.
무사한 사람은 일살과 소방주 단 두 사람뿐이었다.
일살이 쓰러진 무사들을 보니 모두 사혈을 찍혀 숨을 거둔 상태였다.
“절정고수다!”
소방주가 창백해진 안색으로 말했다.
칠마종 지휘부의 도움으로 최근 무공이 급상승한 그였지만 아직 절정의 벽을 허문 것은 아니었다.
사실 대왕방에서 절정고수는 아직 대왕방주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칠마종의 도움으로 일류고수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소방주는 그런 일류고수 중에서도 상급이었다.
무공을 보는 눈이 높아진 그였기에 자신이 면사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하하하. 좋소. 내가 실수한 것 같소. 이번 일은 문제 삼지 않을 테니 없던 일로 합시다. 일살. 이만 돌아가자.”
“네. 소방주님.”
일살이 수하들의 시체를 본 후 고개를 숙였다.
그 역시 경험이 많아 자신이 면사녀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끼는 수하들이 많이 죽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목숨이 더 중요했다.
면사녀가 말했다.
“칠마종에서 본교를 공격하기로 했다는 것이 사실이냐?”
“그게······ 사실 나도 잘 모르오. 어제 아버님께서 그런 비슷한 말씀을 한 적이 있긴 하오.”
“칠마종에서 본교 낙양 분타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대왕방주에게 명을 내린 것 같군.”
면사녀가 말을 한 후 곧바로 지풍을 날려 일살의 목을 꿰뚫었다.
“켁!”
일살이 괴이한 비명과 함께 꼬꾸라져 숨을 거뒀다.
소방주가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나까지 죽일 셈이냐?”
“그러지 못할 것 같으냐? 양민들을 괴롭힌 것도 모자라 감히 본교 무사들을 건드렸으니 오직 죽음뿐이다.”
면사녀가 손을 들었다.
또다시 지풍을 날리려는 것 같았다.
소방주가 품속에서 연막탄을 꺼내 터뜨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퍼퍼펑.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객잔 안에 가득했다.
소방주가 연기를 뚫고 도주하려는 순간.
그가 돌연 고꾸라졌다.
“으윽!”
면사녀가 우수를 흔들어 연기를 없앤 후 보니 소방주는 어느새 심맥이 끊어진 채 숨져 있었다.
“어느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면사녀가 손님들을 향해 포권한 후 일행과 함께 단목 남매를 데리고 객잔 밖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백무명이 뛰어나가며 그들 앞에 섰다.
“저도 천마신교 무사가 되고 싶습니다. 받아주십시오.”
면사녀가 담담히 말했다.
“처음부터 봤어요. 목숨을 걸고 본교 무사들을 위해 나서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하지만 지금 신입 무사를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니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 아까 보니 무공도 전혀 모르는 것 같던데 그 나이에 언제 무공을 배우겠어요?”
“무공 연마가 어렵다면 허드렛일이라도 하겠습니다. 받아주십시오. 저는 가족도 없습니다.”
“으음······.”
면사녀, 즉 성녀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옆에 있던 진국동이 말했다.
“여기 놔두면 놈들의 보복을 받을 수 있으니 일단 데려가도록 하지요. 대왕방 놈들과 맞서 목숨을 걸었는데 이분이 간자일 리가 있겠습니까?”
철탑 역시 거들었다.
“이전의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당시 저 역시 무작정 지존회에 가입하려고 했었지요. 안 그래도 분타에 일할 사람이 모자란다고 하니 데려가도 될 것 같습니다.”
“좋아요. 이분이 분타 위치를 밀고할 사람 같지는 않군요. 따라오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한데 소저는 천마신교에서 어떤 분입니까?”
“지금 그런 말을 할 시간이 없으니 어서 가도록 해요. 진 무사가 이분을 데리고 가세요. 아, 그리고 두 분은 단목연과 단목창 무사분이 맞지요?”
“네. 어떻게 저희 남매를 아시지요?”
죽립이 벗겨진 단목연과 단목창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지금 두 사람은 혈도가 풀린 상태였다.
그들이 성녀 일행을 의심하지 않은 것은 이미 전음을 통해 그들이 천마신교 총단에서 온 고수임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분타주께 두 분에 관해 들었어요. 용모파기도 봤기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지요. 제 신분에 대해선 분타에 가서 말씀드리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