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Return to Home RAW novel - Chapter (156)
교주 천마의 실종은 천마신교 총단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고 말았다.
수색 때문에 비밀로 하기도 어려웠다.
백무명의 명으로 총단 전체 무사가 사라진 교주의 수색에 나섰다.
백무명과 성녀, 매영설 세 사람은 사라진 교주가 실은 생사신의임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와서 그걸 밝힐 수도 없었다.
만약 납치된 것이라면 생사신의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대체 팔대호법은 뭐 하고 있었소?”
집법장로가 팔대호법을 향해 소리쳤다.
“호법을 서던 중 갑자기 우리 모두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것 같습니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교주께서 사라진 후였지요. 부교주님. 벌을 내려주십시오.”
팔대호법이 천마전 교주 침실로 모여든 백무명, 성녀 등 지휘부 고수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교주의 근접 호위를 책임진 그들이었다.
개개인이 절정고수 이상인 그들이 한 명도 아니고 여덟 명이었다.
그런 그들을 실신시키고 교주를 빼돌린다는 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불가항력적인 고수가 나타나 교주님 존체를 데리고 간 것 같습니다. 팔대호법은 수색에 참여해 교주님을 찾는 데 집중하도록 하십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팔대호법이 천마전을 나가 교주 수색에 참여했다.
원래 그들 역시 교주가 사라진 것을 알고 천마전 인근을 수색했었다. 하지만 백무명 등 지휘부 고수들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위 설명을 위해 돌아와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녀와 매 소저 두 사람만 남고 모두 나가 교주님을 찾는 데 힘을 보태도록 하십시오.”
백무명의 지시에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교주 침실에 백무명, 성녀, 매영설 세 사람만 남게 되자 백무명이 물었다.
“두 분 역시 전혀 몰랐던 일입니까?”
“네. 전혀 몰랐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성녀와 매영설이 놀란 표정을 아직 감추지 못하며 대답했다.
하지만 이제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때였다.
이미 교주, 아니 생사신의가 사라진 지 제법 되었기 때문에 그 원인을 규명해야 했다.
“일단 신의를 교주님으로 착각하고 납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팔대호법을 간단하게 제압했던 것으로 봐서 범인은 보통 고수가 아닌 듯합니다. 짐작 가는 곳이 있습니까?”
“글쎄요. 너무 뜻밖이라 아직 정신이 없네요. 그 정도 무공이라면 당금 무림에서 신선계 반선 정도나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납치를 해갈 줄이야.”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매영설이 말했다.
“지금 한참 수색 중이니까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아요. 이럴 게 아니라 우리도 수색에 참여하는 게 어떨까요?”
“좋습니다. 두 분 먼저 나가서 찾아보십시오. 저는 방 안에서 뭔가 단서라도 찾아보고 움직이겠습니다.”
“좋아요. 비록 조금 전까지 아무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부교주님 능력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석에서는 백 무사로 불러주십시오.”
“아니에요. 정식으로 부교주가 되셨으니 그럴 수는 없지요. 그럼 바로 나가보겠어요.”
“저도 가보겠습니다.”
성녀와 매영설 역시 천마전을 떠났다.
백무명이 침실과 연결된 집무실로 나가보니 그곳도 텅 비어 있었다.
천마전 칠층 전체가 비어 백무명 혼자 있는 셈이었다.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 아까는 정신이 없어 제대로 조사해보지 못했지만 분명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백무명이 다시 침실로 들어왔다.
사실 그에게는 그 어떤 침입자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는 추적술이 있었다.
그 추적술은 여러 사람이 함께 있을 때보다 이렇게 혼자서 집중할 때 그 위력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일단 침상부터 조사해봐야겠군. 팔대호법이 순식간에 정신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그 전에 그 어떤 침입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는 천마전 안팎에 배치된 경계 무사들 모두의 일치된 진술이었다. 그렇다면 침실 안에 아무도 모르는 비상 통로가 있는 게 아닐까. 이곳이 바로 칠층이긴 하나 천마전의 구조 자체가 미로처럼 복잡해 비상 통로의 존재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혹여 비상 통로가 아니라면 밀실이라도 있지 않을까.’
백무명이 침상을 중심으로 비상 통로 또는 밀실을 찾기 시작했다.
그 방법은 기파를 이용하는 것으로 벽 뒤에 공간이 있으면 감지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물론 이는 막대한 내공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일종의 투시 능력과도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야말로 침실 전체를 샅샅이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었던 백무명으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의욕이 사라지자 오히려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외부 침입자가 없었던 게 아닐까. 신의의 중독은 해소되었고 별다른 사정이 없었다면 깨어났을 터. 하지만 내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그 어떤 것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만약 내가 모르는 그 무엇이 일종의 금제라면 마치 강시처럼 독자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행동은 금제를 가한 사람의 지시에 의한 것이겠지. 만약 그렇다면 팔대호법이 당한 것도 이해가 된다. 그들로서는 교주가 자신들을 공격한다는 것을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백무명이 추리를 거듭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한 추리 역시 신의가 아무도 모르게 천마전 밖으로 빠져나간 사실을 증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내가 너무 비약적으로 생각한 것인가.’
백무명이 쓴웃음을 지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침실 한구석에 있던 서고를 쳐다봤다.
침상과 함께 유일하게 침실에 있던 가구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고에 꽂혀 있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그야말로 빈 서고였다.
백무명이 서고로 다가가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백무명이 뭔가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바로 촉감 때문이었다.
‘뭔가 대단히 익숙한 느낌이다. 평소 교주 침실에는 교주의 허락 없이 아무도 출입할 수 없다고 했던가. 그 때문에 교주비고의 위치도 교주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었지. 혹시 그 교주비고가 이 서고와 관련 있는 게 아닐까.’
백무명이 눈을 감고 마음 가는 대로 서고를 만지기 시작했다.
서고의 재질은 특수한 나무였는데 그 결을 따라 손바닥을 마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무명은 자신이 서고의 겉면을 동심원 모양으로 문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때였다.
백무명이 동심원 모양으로 열 번 정도 서고를 쓰다듬었을 때 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서고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백무명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자 서고와 벽이 일체가 되어 회전하고 있었다.
그 바람에 사람 한 명 지나갈 정도의 공간이 생겼는데 그 뒤쪽이 바로 백무명이 찾던 밀실이었다.
휘익.
백무명이 주저 없이 밀실로 들어갔다.
그 순간 서고와 벽이 완전히 한 바퀴 돌아 원래 모습으로 들어갔다.
그그긍.
밀실 안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마치 동굴 속 석실같이 아늑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교주 침실과 연결된 이런 밀실이 있을 줄은 백무명 역시 전혀 몰랐다.
하지만 낯설음보다는 익숙함이 먼저 느껴졌다.
‘이전에 자주 와봤던 곳 같구나. 또 그 병이 도진 것인가.’
백무명이 쓴웃음을 지었다.
천마신교 기본공을 배웠을 때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백무명이 석실 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생사신의가 안에 있을까 살짝 기대도 했지만,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생사신의의 얼굴은 백무명도 이제 알고 있었다.
이는 성녀가 교주가 가짜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생사신의의 초상화도 그려줬기 때문이었다.
당시 백무명은 생사신의의 얼굴 또한 이전에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생사신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백무명 본인의 얼굴 때문이었다.
훼손된 얼굴을 고칠 수 있는 의원이 바로 생사신의라는 말을 이전에 들은 바 있어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역용술 덕분에 크게 답답한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본 얼굴을 되찾게 되면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으음, 이곳이 그냥 아무것도 없는 밀실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백무명이 고개를 갸웃하며 석벽을 다시 만지기 시작했다.
촉감을 통해 밀실을 발견했듯이 다시 한번 자신의 손을 믿어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 때.
석벽 한 곳이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발견했다.
‘혹시 기관장치인가.’
백무명이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손으로 잡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음을 편히 하자 그의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좌우로 세 번씩 동심원을 그린 것이다.
이번에도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인 것으로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그그긍 소리와 함께 석벽이 열리며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침실이 칠층이라 곧바로 지하는 아니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비상 통로였다.
백무명이 주저 없이 비상 통로를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체감상으로 일층까지 지나 지하로 내려갔을 무렵 통로가 옆으로 꺾이면서 경사가 없는 길이 보였다.
백무명이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가니 철문 하나가 보였다.
한데 그 철문 앞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백무명이 깜짝 놀라 그에게 다가가니 한 노인이었다.
한데 그 얼굴이 바로 생사신의의 것이 아닌가.
‘아! 생사신의가 아닌가. 입고 있는 옷이 침실에 누워있던 교주의 것과 똑같은 것으로 봐서 역용이 풀린 것 같구나. 그렇다면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역용이 풀린 것을 알고 팔대호법을 실신시키고 밀실과 비상통로를 통해 이곳까지 내려온 것인가.’
백무명이 나름대로 추리를 하면서 생사신의를 일으켜 앉힌 후 진맥을 했다.
그 결과 다시 한번 그가 교주 행세를 하던 생사신의임을 확인했다.
‘일단 깨워야겠다. 신의이니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문제는 나를 본 후의 반응인데, 어쩔 수가 없구나. 이대로 두면 목숨이 위험해진다. 깨어나자마자 갑자기 무리해 혈맥이 일부 막혔다.’
백무명이 생사신의의 등 뒤 명문혈을 통해 내공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내공을 통해 막힌 혈맥을 뚫는 것으로 일종의 내공 치료였다.
그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혈맥이 뚫리면서 생사신의가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으으······.”
생사신의가 깨어난 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백무명이 급히 말했다.
“성녀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천마신의당 당주 생사신의가 맞습니까?”
“그, 그렇소. 정말 성녀께서 보내셨소?”
“네. 신의께서 정신을 잃고 있으셔서 성녀와 매 소저가 매우 걱정하고 계십니다.”
백무명이 말을 한 후 간단히 상황 설명을 했다.
생사신의의 의심을 풀기 위해서로 자신이 그동안 교주 행세를 했던 사실을 백무명이 알고 있자 그제야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되었구려. 백천 무사라고 했소? 그대가 내가 당한 무형지독 해독까지 성공했다니 실로 놀랍소.”
“과찬이십니다. 한데 어떻게 당한 겁니까?”
“나도 잘 모르겠소. 교주 침실에 누워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일어나려 했는데 곧바로 정신을 잃었소. 한데 깨어나 보니 역용이 풀려있음을 깨닫고 부득이 급히 팔대호법을 특수 미혼향으로 실신시킨 후 밀실로 들어온 것이오. 밀실로 들어온 후 비상통로를 통해 천마전 밖으로 나가 성녀를 만나 뵈려 했는데 그전에 무리하는 바람에 기혈이 막혀 다시 쓰러진 것이오. 백 무사가 내 혈맥을 뚫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죽었을 것이오. 한데 백 무사의 현 직책이 어떻게 되오?”
“사실대로 말씀드리지요.”
백무명이 낙양에서 성녀를 만나 자신이 부교주가 된 상황까지 설명해줬다.
생사신의가 매우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부교주님을 뵙습니다. 성녀께서 보내신 서찰에 믿을 만한 무사 한 명이 있다는 내용이 있던데 그게 바로 부교주님이셨군요.”
“아, 성녀께서 제 이야기도 하셨습니까?”
“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언급은 하셨습니다. 이제야 확실히 믿음이 가는군요.”
“다행입니다. 이 철문 밖으로 나가면 성녀전 쪽으로 통합니까?”
“네. 교주님께서 제게만 가르쳐주셨지요. 비상시에 사용하라면서. 한데 부교주께선 어떻게 밀실과 비상통로를 발견할 수 있으셨습니까?”
“기관진식에 약간의 조예가 있어 운 좋게 발견한 것 같습니다. 일단 성녀전으로 가서 성녀님과 이후 상황을 논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