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76
76화 그거 뭐 대단하다고
춘래는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차근차근 이해시켰다.
– 너튜브는 세계를 상대로 하는 플랫폼입니다. 당연히 다양한 인종과 연령층의 사람들이 존재하죠. 하지만 마스터의 경우 혼자서만 출연하다 보니 구독자층이 한정됩니다. 충성도 높은 구독자를 위해 이런 방식을 취한 것도 있긴 하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선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흐음. 하긴 다른 사람까지 조작하면 문제가 되긴 하겠네.”
지금이야 영향력이 별로 없겠지만, 구독자 수가 많아질수록 의심하는 경우가 많아질지도 모른다.
실제 존재하는 사람을 등장시킨다면 그 사람이 알게 됐을 경우 문제가 되고, 임의로 누군가를 만들어 등장시킨다면 그를 찾는 사람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조작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 그런 의미에서 이제 여자 친구를 사귀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적당한 여자를 물색하여 짝짓기를 하고, 그에 따라 자손을 얻는 과정을 그린다면 1년 내에 억 단위의 구독자를…….
“잠깐, 잠깐. 왜 얘기가 그런 쪽으로 흘러가는 거야? 조작하지 말자고 하다가 갑자기 무슨 연애랑 결혼 얘길 하는 거냐? 그리고 내가 무슨 동물도 아니고 짝짓기니 뭐니 하냐?”
– 지금까지 해 온 콘텐츠와 연관성을 주기 위해서는 그런 방법이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응? 콘텐츠와의 연관성이라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소리였다.
도대체 어떤 영상을 업로드해 왔길래 연애 얘기를 한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채널이 만들어진 후 단 한 번도 접속한 적이 없었다.
동방수는 폰을 들고 너튜브에 접속했다.
– 마스터, 정신 건강을 위해 접속하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응? 왜? 너 무슨 짓 했냐?”
이때부터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동방수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채널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 폰이 먹통이 되고 말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
– 마스터의 정신 건강…….
“닥치고 풀어라.”
– …알겠습니다.
춘래는 할 수 없다는 듯 폰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렸다.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의 채널을 찾아 들어갔다.
다행히 원래 쓰던 아이디였기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채널명을 볼 때까지도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동방수의 일기. 좀 유치하긴 한데 나쁘지 않네.”
일기라면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올리기에 괜찮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영상 제목을 보는 순간 기분이 팍 상했다.
“허 참. 슬기로운 모솔 생활. 아예 시리즈구나.”
2주 동안 올라온 영상은 열네 개.
그것들이 전부 같은 시리즈였다.
동방수는 이를 악물고 첫 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영혼 없는 눈빛의 동방수가 등장해 방구석에 털썩 주저앉는다.
– 이제부터 내 소개를 하지.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쳐다보며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 나는 동방수다. 성이 동방. 이름이 수. 가끔 내 성을 동. 이름을 방수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누가 들어도 동방수 본인의 목소리가 맞았다.
‘하여간 대단하긴 하네.’
아직 그다지 화날 만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 내 직업은 격투가. 고독한 옥타곤 위에서 싸우는 파이터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절대강자. 그게 바로 나 동방수다. 몸? 누가 봐도 작살이지. 얼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아. 돈? 하하. 아마 내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는지 알면 놀라 자빠질걸? 난 이 나이에 집도 있거든. 그런 나에게도 부족함이 하나 있지.
대사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것이 어지간한 연기자는 씹어 먹을 만큼 생생했다.
– 바로. 여자 친구.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어. 분명 난 매력적인데. 왜 이런 걸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뇌하는 표정.
– 혹시 이걸 보고 있는 넌 알고 있니? 대답해 주겠니? 오늘부터 내가 살아온 삶을 이야기해 볼 거야. 어쩌면 눈물 없이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 자, 동방수의 일기. 그중에서도 슬기로운 모솔 생활. 지금 시작한다. 두둥!
끝에 나오는 ‘두둥!’까지 병맛같이 입으로 읊고는 정면을 가리킨다.
[프롤로그 – THE END]동방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댓글 창을 열어 보았다.
영상 조회수는 무려 340만에 이르렀다.
구독자 수의 다섯 배에 달했고, 댓글은 수만 개가 넘었다.
동방수는 조심스럽게 춘래에게 물었다.
“춘래야. 이거 진짜냐?”
– 물론입니다. 마스터.
“왜 설정이 이따위냐? 모솔?”
– 아무래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남자다 보니 그들의 영향력을…….
“야.”
– 네, 마스터.
“너 나 싫어하지?”
– …아닙니다.
대답이 늦은 것을 보니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연산 능력으로도 쉽지 않은 질문인 듯했다.
“후우. 혹시 내가 이거 시켰다고, 짜증 났냐?”
– …아닙니다. 전 짜증이란 감정을 알지 못합니다.
“이야. 이제 슬슬 구라까지 치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인공 지능이었다.
“후우. 됐고, 채널 내려라.”
–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 온 구독자와 영향력을…….
“됐으니까. 참신한 콘텐츠로 다시 해.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걸로.”
– 그래서 이렇게 독거 모솔로…….
“아오. 이 새끼 진짜 말 많네. 그냥 하라면 하라고! 먹방, 운동, 동기 부여. 뭐 좋은 거 많잖아! 하고많은 것 중에 모솔이 뭐냐! 모솔이. 내가 진짜 능력이 없어서 안 사귀냐? 응? 상황 다 정리되면 알아서 사귈 테니까 모솔이니 뭐니 하지 말라고. 듣는 모솔 기분 나쁘니까!”
동방수가 드물게 흥분하며 미친 듯이 쏘아 댔다.
– …마스터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제 정상적인 콘텐츠로 제대로 승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냐. 제발 그래라.”
이렇게 하여 춘래의 반란은 2주 천하로 끝나게 되었다.
* * *
춘래가 다시 너튜브 작업을 하는 동안 다른 일들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GK 화학에서는 동방수의 연구(?)를 통해 더스트프리라는 새로운 제품을 완성했다.
그리고 시합은 4일 앞으로 다가와 동방수와 진 관장 형제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다른 인원들도 가고 싶어 난리를 쳤지만, 체육관을 비워 둘 수가 없기에 두 사람만 동행하는 걸로 결정했다.
“수야. 진짜 괜찮은 것 맞냐?”
“당연히 괜찮죠. 그게 뭐 대단하다고.”
“아니. 그래도 비행기 푯값이 장난이 아닌데 왜 네가 이걸 다 부담하냐고!”
“괜찮다고 몇 번을 말씀드려야 알아들으시겠어요. 저한텐 이거 별로 부담 안 된다고요!”
진상태가 미안한지 몇 번이고 묻고 또 물었다.
“그래. 괜찮다니 인제 그만 물어보마.”
진상태는 말을 마치고는 신기한 듯 비행기 내부를 돌아봤다.
비행기를 처음 탄 것은 아니었으나 퍼스트 클래스는 처음이었다.
동방수는 굳이 이런 일엔 돈을 아끼려고 하지 않았다.
춘래를 통해 가장 좋은 시간에 가장 좋은 자리를 마련한 것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주변엔 동방수 일행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비행은 한없이 편안했다.
‘괜히 갑질하는 놈이라도 만나면 나도 모르게 팰지도 모르니까.’
사람이 없는 이유는 춘래를 통해 아무도 예약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었다.
– 마스터는 정말 앞뒤가 다르신 분입니다.
– 그게 무슨 소리냐?
– 분명 불법을 저지르지 말라고 하셔 놓고는 잠깐의 편의를 위해 일을 저지르시지 않으셨습니까?
– 어차피 여기 탈 정도의 사람이라면 어디든 알아서 타겠지. 항공사야 그 정도 돈쯤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을 거고.
이런 시설을 밥 먹듯 이용할 대기업 임원이나 부자들까지 배려하고 싶진 않았다.
부자를 증오하는 돌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조금 덜 신경 써도 알아서 잘 먹고 살 수 있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동방수의 억지 주장에 춘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열두 시간 정도의 비행시간 동안 편안하게 영화를 보면서 보냈다.
주로 히어로물을 보며,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이 실제로 가능할지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무간계에서라면 가능했을 기술들이 많아 나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수야. 진짜 고맙다. 네 덕분에 아주 제대로 호강하는구나.”
“그만하시라니까요.”
“이건 그냥 고맙다는 인사지. 이 정도 인사는 괜찮잖아?”
“맞다. 수야. 형이 괜히 그러는 게 아니야. 너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런 경험 할 수 있었겠냐?”
진상호까지 진상태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네네. 나중엔 제대로 호강하게 해 드릴게요. 제가 챔피언 되면 돈이 막 굴러들어 올 겁니다.”
“흐흐흐.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널 만났나 모르겠다.”
“나중에 지훈이한테 다 갚으시면 됩니다.”
세 사람은 시시덕거리며 예약해 놓은 호텔로 향했다.
확실히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라 그런지 호텔의 규모도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컸다.
게다가 춘래가 동방수의 요구를 제대로 들었는지 카지노가 딸린 호텔이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라스베이거스구나.”
“형. 괜히 뭐 한번 해 본다고 집문서 날리고 그러면 안 돼.”
“집문서가 있어야 날리지, 인마. 그리고 여기서 한국 집문서를 받아 주겠냐?”
진씨 형제는 날이 갈수록 덤 앤 더머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동방수는 일행들과 함께 여장을 푼 후, 지하에 자리 잡은 카지노로 향했다.
“떨린다. 떨려. 오늘 잭팟 터지고 그러면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그래 봐야 32평 아파트 사면 끝이겠구먼.”
“뭐? 잭팟이 10억 정도밖에 안 돼?”
“그러지 않을까? 쩝……. 진짜 집값 많이 올랐네.”
“쯧쯧. 형은 다 안 좋은데, 그렇게 무식한 게 제일 안 좋아.”
“너 이 자식. 그딴 무식한 몸을 하고 형을 놀리면 재밌냐?”
“그만들 하시고 일단 한 바퀴 도세요. 칩은 적당히 바꾸시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시는 걸로.”
“우리가 애냐!”
“영어 할 줄 아세요?”
“…….”
두 사람의 입을 닫는 마법의 단어였다.
“급하면 연락해 주세요. 전 좀 돌다가 알아서 놀 테니까.”
말을 마친 동방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부로 들어갔다.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디서 맞고 다닐 사람들도 아니었고, 문제가 생기면 춘래가 알려 줄 것이기에 신경을 껐다.
‘나도 좀 즐겨야지.’
이제 돈에 대한 걱정은 완전히 없어진 상태였으니 마음 편히 즐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구석 돌아보니 왜 사람들이 이곳에 미치는지 알 것 같았다.
규모가 있는 카지노답게 없는 게 없었다.
화려한 조명과 깔끔한 카펫, 그 위를 거닐고 있는 토끼 옷을 입은 여성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녀들은 눈을 마주칠 때마다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음료수를 권했다.
적당히 거절하고는 딱 10달러짜리 칩 한 개만 바꿨다.
최소 단위가 10달러였기에 다른 선택은 없었다.
‘제대로 한번 털어 볼까나?’
동방수의 입에 즐거운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