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503)
503화. 휴식, 그리고 전조 (3)
“안 자. 그냥 생각을 그만두었을 뿐이야.”
“……그게 그거 아냐?”
“그럼 밤 산책이라 치자.”
“누워 있는데?”
“언제부터 산책이 걸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
“?????? 어휴.”
페나는 살짝 황당해하면서 남은 빈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누가 올 것을 대비해서 미리 자리는 두 개를 갖다 놓았다.
“아르나는?”
“괜찮아. 자고 있으니까. 그리고 유모가 지켜보고 있어.”
아르나는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다.
아무래도 환경이 바뀌니 아기지만 들떴던 걸지도 모르겠군.
“그래서, 아렐? 무슨 일이야?”
“음?”
“갑자기 일일 휴가라니……
“새삼? 내가 이러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닌데, 뭐?”
변덕도 많고 게으름도 많지.
그렇기에 하인들도 우리들의 행동에는 그다지 의문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나 다른 이들의 시선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는 건가.
“혹시 무슨 일 있어? 조금 급하게 자리를 만든 거 같아.”
페나의 질문에 나는 잠시 말이 없다 씁쓸하게 웃었다.
틀린 소린 아니다.
“……다음에 쉬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테니까.”
한차례 일도 마무리되었고.
잠시 텀이 생겼기에 일부러 쉴 자리를 만든 것도 있었다.
오늘이 아니면 이후로는 다음에 놀러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까.
영주로서의 일정도 그렇고.
그 외에 세상에 알려지지 말아야 할 일도 그렇고.
슬슬 여유롭게 지내긴 한계일 것이다.
머지않아 좋든 싫든, 시끄러워진다.
그 뒤에는 다시 안락한 삶이 이어질 테지만.
그때까진 제법 골머리 좀 썩이겠지.
“페나.”
“응?”
“넌 지금의 생활이 즐거워?”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 람.”
뭐, 내가 그녀의 입장이어도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생뚱맞게 들리겠지.
“으음, 그렇잖아? 이렇게 지내는 우리가 즐겁지 않으면 세상 누구도 즐겁지 않을걸?”
우리가 즐겁니 마니 운운하는 건 참으로 사치스러운 말이긴 하다.
세상에 우리처럼 사는 사람이 달리 어딨 겠는가.
“……그럼 계속 이 생활을 유지해야겠군.”
쉬고 싶을 때 억지를 부려서라도 때를 만들 수 있고.
떠들썩하고 제멋대로인 이 생활을 말이지.
느긋하게 여유로운 밤을 보내는 자가 있으면.
반면 그렇지 못한 자도 있는 법…….
아렐이 느긋하게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지금 이 순간.
그와 같은 하늘 아래 어느 곳에서는 그 반짝이는 것들을 올려다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저 답답한 책상 위를 노려보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슬슬 결단을 내야 하지 않겠나?”
그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덥수룩한 수염에 눈에 띄는 초연한 인상의 중년이었다.
펠젠 왕국에서 파견한 재상, 스레펜 게펜스터.
본래라면 왕국 내에서도 강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사내겠지만.
지금은 그저 고뇌와 두통에 지끈거리는 초라한 중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는 지금 그 외에도 몇 명의 이들이 있다.
지금도 그들에게선 아무런 대답도 없다.
스레펜은 그들을 찌릿, 노려보고는 조금 전 그 말을 다시 한 번 입에 담았다.
“결단을 내야 하지 않겠냐고 했네!”
슬슬 대답하라고 조르는 듯이 강하게 외치자.
그제야 주변에선 일제히 가느다란 숨이 길게 터져 나왔다.
“뭔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겐가?”
그 노골적인 반응에 스레펜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우습게 여겨진 거라 오해한 것이다.
그런 그를 달래듯 조용히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내가 말을 걸었다.
“……스레펜 공,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게 아니네.”
“게첸 공작?”
데마니엘 왕국에서 파견 온 사절, 게첸 공작.
최근 모종의 이유로 왕국 내에서 권력가들의 입지가 한번 갈아엎어진 뒤 그 혼잡한 틈을 타 가문과 권력을 운 좋게 휘어잡은 사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다시 말하네. 여기 있는 누구도 모르는 게 아니네. 괜히 재촉해 봐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니란 것이네.
그게 중요한 자리가 아니지 않나.”
그의 설득에 스레펜은 못마땅해하면서도 결국은 언짢은 분위기를 누그러트렸다.
“우리들 모두가 같은 목적을 위해 모인 것은 잊지 말게나.”
“잊은 적은 없네……
그 말대로 잊은 적은 없다.
지금 여기 모인 이들은 각국에서 파견을 보낸 사절들이다.
제각각 그들은 주군…… 각국의 왕관을 쓴 자들의 명 아래에서 어떤 대책을 논하기 위해 비밀리에 이 자리를 가졌다.
이 모임에 초대받지 않은 국가는셋.
이종족들의 왕국 켈리아.
메르만 제국.
그리고…….
……에르네시아 왕국.
그들의 빈자리가 존재하는 시점에서 이 모임이 뜻하는 바는 명백했다.
그 셋, 그중에서 특히 에르네시아왕국.
그리고 그 안에서도 그만은 절대 몰라야 하는 자리다.
“정말로 에르네시아 왕국의…… 그 자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오‘?”
스레펜은 노골적으로 이 자리의 이유를 입에 담았다.
최근…… 아니, 수년 전부터 계속 독주 체제를 유지하는 에르네시아왕국.
그리고 그것의 원인이 되는 파힐리 아의 영주 아렐 에르네시아.
그 독주를 어떻게 하면 저지할 수 있을까?
그것을 위해 그들은 요즈음 계속 비밀 모임을 가지며 머리를 맞댔다.
딱히 그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지 않는다.
물론 과거에는 에르네시아 왕국 측에 뼈아픈 꼴을 당했던 일도 있지만 결국은 그것은 자업자득이고, 그 결과만을 탓할 정도로 머저리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 중요한 것이 있다.
“이대로 놔두면 격차가 벌어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걸세.”
조금이라도 그 차이를 줄이는 것만이 그의 조국…… 그리고 영지민들과 가족들을 위한 길이지 않은가.
그리고 먼 후손을 위해서도 생각을 그만둘 수는 없다.
그들 나름대로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이곳이 스스로 자랑스레 떠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모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경영이고.
또한, 나라를 이끄는 법이니까.
“저희라고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아르닐 상회의 독주는 막아 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였습니다만……
타국의 상회들도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나름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기존 아르닐 상회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능가하거나 혹은 개선해 보려는 방침을 잡고는 그것을 목표로만 매달린 것이다.
그것은 비겁하면서도 또한 마냥 비겁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상인들에게 있어서 모방이 꼭 그릇된 것이라고만은 할 수는 없다.
아르닐 상회도 그것에는 딱히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알면서도 내버려 두는 것처럼.
그렇기에 그들도 사양하진 않았다.
애초에 그런 눈치를 볼 입장도 아니었고.
“실제로도 몇 종류의 상품에 한해서는 그들의 것과 준하거나 혹은 별개의 방향성으로 완성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렇게 팔린 상품들의 수요 또한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문제는 그때마다 그들은 더한 것을 내놓는다는 것이죠.”
이쪽이 하나를 간신히 따라잡는가 싶으면 아르닐 상회는 다섯 개의 새로운 것을 내놓는다.
마치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져 그때 마다 상인들과 그리고 그들을 지원한 귀족들은 어깨를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화장품…… 그 미용을 위해 쓰는 약품 하나를 따라잡고 간신히 개발했더니 그들은 동시에 세 종류의 새로운 상품을 내놓은 일이 얼마 전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얼마 전의 일의 주인공이 된 국가의 귀족이 머리를 감싸쥐고 푹 엎어졌다.
하필 당시 그 일을 또 주도하고 지원한 게 그의 가문이었던 모양이다.
큰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게 노골적으로 추월을 당했으니 본국에서도 상당히 쪼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를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비웃지는 않는다.
남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자리의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고.
“적어도 이것만은 확실하네.”
“무엇입니까?”
“이 방식대로면 그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걸세.”
스레펜의 말에 한차례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실은 굳이 그가 지적하지 않아도 그들 역시 은연중 느끼는 바가 있었다.
따라잡으려 발버둥 치면 어떻게든 생존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즉, 다시 말하면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는 게 아닌가.
고민해도 능가하지 못한다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것이 그들의 고뇌를 더욱 깊게 한다.
“……차라리.”
스레펜은 신음하며 어떤 말을 하려 했다.
“이보게.”
그러나 그의 그 말의 뜻을 알아챈자 중 한 명이 끼어들어 말을 끊었
“그 말은 마시오.”
딱히 그 말이 누군가에게 새어 나갈까 고민하는 건 아니다.
이 자리에서 오간 대화는 오로지 그들만이 알고, 그들이 무덤까지 가지고 갈 것이다.
발설한다는 의미와 결과가 무엇인지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그럼에도 잡아끊은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 봐야 그것이 도리어 무모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잖소?”
조금 전 스레펜이 하려던 말은 분명 이렇게 이어졌을 것이다.
그는 분명 ‘……차라리 전쟁을 걸어서 막아 보면 어떻겠소?’라고 하려 했겠지.
그러나 그것은 하책 중의 하책.
승산이 없는 어리석은 방법이다.
“지금 그들에게 그것을 걸어 봐야 어떻게 승산이 있겠나?”
데마니엘 왕국의 사절은 코웃음 치며 반쯤 조롱하듯 말했다.
그러나 스레펜은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포함해 모두가 그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본다.
방금 그 조롱은 즉, 자국을 향해 보내는 자학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실제로도 에르네시아 왕국이 두각을 드러낼 때 전쟁으로써 그것을 해소하려다가 지금의 몰골에 이른 것이 바로 그들이 아닌가.
이미 젤니안 왕국에서 파견온 사절은 그저 고개를 돌리고 못 들은 척하고 있다.
특히나 그들은 그 뒤에 이어진 여파로 인한 열병을 심하게 앓았으니까.
성국에서 왕국으로 체제가 엎어지고.
심지어는 그나마 권력을 휘어잡았던 가문도 최근에는 한차례 또 난리를 겪었다고 한다.
간신히 안정을 찾아가는 데도 숨돌릴 날이 없다.
“전쟁, 그 까짓것. 해도 상관없네.
단, 그렇게 되면 그 결과를 아는 이들은 자네의 왕국에서 손을 떼겠지.”
망하려면 너희만 깨지라는 뜻이다.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나오자 스레펜도 그 말이 실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숨을 쉬었다.
결국, 뚜렷한 묘책이 없다는 뜻인가.
슬슬 회의도 지지부진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길게 자리를 이어서야 꼬리를 잡힐 수 있다.
일단은 이 자리는 폐정하고, 이후 각자 대책을 정리하고 다시 논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차례 정리를 하려는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보통의 수단으로 그대들이 그를 능가할 수 있을 리는 없겠지.
때론 파멸적인 방법이 해결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조용해진 회의장에 울려 퍼진 누군가의 말.
그것을 들은 이들이 죄다 어리둥절해했다.
“지금 그 말을 누가 한 것인가?”
애초에 처음 듣는 목소리가 아니던가.
이 자리에 낀 자들은 서로 몇 번이고 봤기에 결코 목소리를 혼동할 일은 없다.
그렇다는 것은…….
“.!!”
사절들은 동시에 일어나며 경계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자가 있다는 뜻.
그것은 즉, 그들에게 있어서는 파멸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에 만약 지금 목소리가 그들의 적이 보낸 것이라면?
더더욱 끔찍하다.
“어떤 놈이냐!”
스레펜이 외치자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안으로 들이닥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