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140
Chapter 32. 내부고발자(1)
쾅-!
감사관의 말에 9과장이 원목 책상을 부술 듯 내리치며 외쳤다.
[난 아니라고!] [말이 짧군요. 업무 집행 방해죄 추가하겠습니다.] [……저는 아니란 말입니다!]물론, 감사관의 차가운 말에 곧장 꼬리를 내렸지만.
[청정 대리와 손잡고 7지구 유산을 빼돌리지 않았습니까?]9과장의 얼굴이 굳었다.
막내인 청정이 담당 지구의 값나가는 물건들을 빼돌리고 있다는 건, 진즉 알고 있었다.
그걸 묵인해 주는 대신 윗분들이 원하는 아이템들을 몇 번 구해다 주기도 했고.
그 덕에 9과에서 조사국의 큰 프로젝트를 도맡아 하고, 팀원 배치든 뭐든 제 입맛대로 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릴 하시는 겁니까? 불쾌합니다!]난생처음 듣는 모욕적인 언사인 양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
그야, 걸리면 끝이니까.
증거도 없고.
그러나 젊은 감사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테안경을 슥 올리며 손에 쥔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7지구 스타리움 광산에서 푸른 사파이어 원석을. 8지구 솔라체 해변에서는 물방울 산호초를 신고도 없이 밀반입하셨고요.]흠칫!
구체적이다.
게다가 대답을 바라고 한 말도 아니었던 듯, 강한 확신에 찬 목소리.
절대 떠보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런 구체적인 개소리는 누가 한 겁니까?] [익명의 제보자가 있었습니다.]익명의 제보자라고?
9과장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주 전 지구에서 골고루 해 먹으셨더군요. 에르메덴의 목걸이는 구조 조정이 시작된 이후 빼돌린 것 같던데, 맞습니까?]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사전 조사 보고서 초안에는 언급이 있었는데 나중에 빠졌다더군요.] [……!]아니, 다른 국에 공유하기 전, 내부에서 돌려보는 ‘보고서 초안’에 한 줄만 들어가 있던 내용이 빠졌는지 안 빠졌는지를 대체 어떻게 아냐고!
과장이 묻지도 못한 채 분노에 찬 경악을 눈빛으로 뿜어냈다.
그러자 친절히 답해 오는 감사관.
[아, 익명의 제보자가 있었습니다.] [!!] [게다가 얼마 전 도난 접수됐던 백금 양털 뭉치도 집무실에 숨겨 두셨고요.] [설마 그것도…….] [익명의 제보자가 있었습니다.]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과장은 소리 지르고 싶은 걸 겨우 참고 물었다.
[설마 이은호? 아까 그놈입니까?] [익명의 뜻을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과장은 부들부들 떨리는 와중에도 생각했다.
씹어 먹어도 모자랄 ‘익명의 제보자’의 정체를.
“그러게, 평소에 좀 깨끗하게 사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랬으면 제가 찌를 것도 없었을 텐데.”
아까 그 의미심장한 말을 생각하면 이은호라고 봐야 옳다.
하지만…….
‘설마. 아니겠지.’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입사 이틀 차인 신입사원이 지난 수십 년간 숨겨 온 비밀을 속속들이 알 리 없지 않은가.
아직 화장실이 어디고 식당이며 탕비실이 어딘지 조차 제대로 모르는 신입인데.
하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뒷배가 있는 거야!’
과장은 스스로 떠올린 생각에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누구나 탐낼 정도로 우수한 성적.
회사에서 백 년은 구른 정직원처럼 당당한 태도.
엄청난 검술 실력까지!
과장이 확신에 찬 말투로 소리쳤다.
그러나 차가운 감사관은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탁! 탁!
손에 든 서류를 정리했다.
[뭐, 일단 참고는 하겠습니다. 우선 유물 불법 반출 조사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개자식.
‘일단 참고하겠다’는 말은 당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
결국 놈의 정체를 밝혀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해결하려면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과장은 그리 생각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드륵!
하지만.
과장은 왜 벌써 일어나느냐는 듯한 감사관의 얼굴에 황당했다.
방금 본인 입으로 조사는 여기까지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아, 유물 불법 반출 혐의에 대한 본인 심문이 끝났다는 뜻이었습니다.]……감사 절차가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았지만.
[후…… 뭐가 또 남은 겁니까?!]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불쾌함도, 안달 난 조바심도, 분노도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러나 이어진 감사관의 말에.
[진급 청탁, 뇌물 수수, 채용 비리에 부하 직원 살해 혐의까지. 오늘 집에 갈 생각은 버리시는 게 좋겠네요.]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 *
청정을 죽이고 놈의 이동식 개인 금고를 챙긴 건 사실이었다.
과장 또한 확증은 없지만, 심증은 갖고 있던 상황.
내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째, 내가 챙겼노라 자백한다.
둘째, 끝까지 모르쇠로 잡아뗀다.
청정의 유품을 챙겼노라 자백할 경우의 장점.
과장과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
대신 단점은.
‘금고를 돌려줘야겠지.’
사실 그러려면 조복의 열쇠가 있건 없건 처음부터 돌려줬어야 옳다.
뒤늦게 자백해 봤자 아이템을 몰래 챙긴 괘씸죄는 없어지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둘째.
끝까지 모르쇠로 잡아뗄 경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가 주면야 베스트지만, 그럴 리 없다.
[회사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감사국에서는 공격흔만 봐도 범인을 알아낸다고!]청정의 말에 따르면 감사국의 능력은 평범한 회사의 감사팀보단 경찰이나 검찰의 그것과 가까워 보였으니.
[진짜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거야. 이은호 씨, 정말 안 죽였어?]애초에 과장을 끝까지 속여 넘길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고.
‘숨겼다가 들키면 상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아.’
그렇다면 차라리.
‘내 쪽에서 먼저 친다.’
그리 판단하고 움직였다.
손목이 저릴 정도로.
* * *
[아까부터 익명의 제보자 얘기만 하는데! 도대체 뭐 하는 놈입니까? 그리고 한 명 말만 믿고 이렇게 나와도 되는 겁니까?!]9과장이 억울한 얼굴로 가슴을 탕탕 쳤다.
그러자 감사관이 무심한 얼굴로 답했다.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뭐, 뭐?]손에 쥔 서류를 슥 훑으며 내어놓은 뜬금없는 이야기.
[오늘 아침, 감사국 아침 행사가 있었습니다. 국장님 말씀을 듣는 자리였죠.] [……그야 매달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길지도 않았습니다. 딱 10분.]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과장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때 당신들을 감사하라는 투서가 들어왔습니다. 사무실 문 앞에 놓여 있었죠.] [누가 장난이라도 친 건…….] [……감사국 89개 사무실 앞에 전부.] [?!]과장의 입이 턱 막혔다.
[한 명이 10분 만에 그 큰 건물 전체를 다 도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그런……!] [조직적인 보복이 분명합니다.]그렇다면 더더욱 이은호 혼자 벌인 일은 아니다.
순간이동 능력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니까.
하지만,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짓까지 한단 말인가.
무슨 억하심정으로!
그리고 이어진 감사관의 말.
[내부적으론 청정 대리가 죽기 전, 다른 이들에게 부탁했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습니다. 투서 내용이 당사자들만 알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자세해서.]흠칫!
나지막이 덧붙인 말이었으나 시사하는 바는 컸다.
청정이 죽기 전 투서를 보냈다는 건, 곧 거기 지목된 이들이 살해 용의자가 된다는 뜻이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과장은.
[다, 담배…… 한 대 피고 오겠습니다.]손을 벌벌 떨며 일어났다.
아직 그는 참고 조사인 신분.
이 정도 운신의 폭은 있었으므로.
달칵!
그리곤 뿌연 흡연실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밖에는 따라온 감사국 직원이 문을 막고 서 있다.
도망치지 못하게 감시하기 위함이겠지.
[빨리, 빨리…….]그리고 그 틈에 서둘러 처장에게 연결을 시도했다.
【Rrrrrr……】
억겁 같은 초를 보내자 들려온 유일한 희망의 목소리.
[어떻게 된 거야?!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큰일 났습니다. 우리가 다 뒤집어쓰게 생겼습니다.]과장이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곧장 상황을 파악했는지, 같이 목소리를 낮추는 처장.
[물건은? 찾았고?!]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내 목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중요하지, 멍청아! 그거 다 배상하려면 목이 두 번은 날아가고도 모자란다고!] [!!]처장의 말이 맞다.
살해도 살해지만, 사라진 모든 보물에 대한 배상 책임도 물게 될 거다.
그로서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보물들을 돌려줄 수 있을 턱이 없다.
그 말인즉슨 어마어마한 양의 복지 포인트를 청구받게 될 거라는 뜻.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 소름 끼치는 누런 지로가 날아와 제 목을 조를 걸 생각하면…….
오싹!
과장의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았다.
다행히 그건 처장 또한 마찬가지였던지.
[이은호. 놈에게 모두 뒤집어씌운다.]나름의 대책을 내어놓았다.
[어제 입사한 놈한테 어떻게 뒤집어씌웁니까?! 뇌물이니 청탁이니, 죄다 그놈 태어나기도 전부터 한 일인데!] [딴 건 됐고, 정이 살해 혐의부터 씌워. 나머진 어떻게든 갖다 붙여 볼 테니까.]그 오랜 세월을 버티고 여기까지 올라온 만큼, 처장은 그야말로 닳고 닳은 인물이었다.
지금껏 많은 감사와 그보다 많은 수면 아래의 비리를 겪은 입지전적인 인물.
이상조사관리팀.
통칭, 조사국의 미친개.
소속된 처도 없는 단독 팀으로, 몇 년 전 TF로 만들어졌다가 올해 팀으로 격상된 곳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처장 정도의 파워라면 신생 팀 하나 정돈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다.
[……처장님만 믿겠습니다.]그제야 과장의 얼굴에 희망이 피었다.
[그래. 그러니까 끝까지 발뺌해. 쓸데없이 입 놀리지 말고!] [명심하겠습니다.]지직-
과장이 한층 밝아진 얼굴로 담뱃불을 껐다.
딱 이렇게 짓이겨질 이은호를 상상하며.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문이 열리고, 인파가 물 밀듯 밀려왔다.
잠깐 기다리라던 감사국 직원의 얼굴은 아니었다.
까만 정장을 차려입은 낯선 이들.
[조사국 이상조사관리팀에서 나왔습니다. 같이 가시죠.]이상조사관리팀.
조복의 보고서에 의하면 도무지 존재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팀이라고 했다.
하는 일도 없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탓에 영 거슬리는 조직이라고.
‘일단 기존 조사국 직원들과는 커넥션이 없다고 했어. 다 외부에서 데려온 이들이라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소환.”
소매 속에 단검을 숨기고 따라나섰다.
여차하면 검풍으로 틈을 만들고, 가속을 써서 튄다.
그리 생각하고 걸어간 캄캄한 복도.
“어딜 가는 겁니까?”
[…….]까만 정장 차림의 이들은 말이 없었다.
날 둘러싸고 걷고, 또 걸었다.
조명마저 점점 희미해지는 듯한 묵직한 적막에 자세를 다시 잡으려는 찰나.
와다다다-
코너 너머에서 달려오는 가벼운 발걸음.
‘……?!’
허리춤에나 올 법한 작은 키.
하늘 섬 아동복 코너에서 같이 골라 입힌 치마바지.
얼굴 가득 띄운 익숙한 함박웃음.
“삼초오오오오온!”
“……율아?”
와다다 달려온 율이가 다리에 폭 안겨 온다.
까만 덩치들이 무섭지도 않은지, 마치 놀이터에라도 온 것처럼 까르르 웃으며.
그러니까…….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그리고.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반가워, 이은호.]저 칼정장 차림의 여자는 또 누구고?
[화면보다 실물이 낫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