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167
Chapter 38. 환상의 나라(2)
[신입사원 ‘이은호.’ 성역을 선포합니다!] [유지 필요 시간 : 59분 59초, 58초, 57초……]빛과 함께 터져 나오는 메시지.
그를 배경 음악 삼아 검을 휘둘렀다.
우웅-
파천검을 바투 쥐고.
스걱-
세차게 날아드는 독수리를 가로로 긋고.
쌔액-
오른쪽으로 반 바퀴를 돌아 그 옆의 놈까지 베어 냈다.
부리와 눈알 사이 공간이 검푸른 검강에 베어져 너덜거린다.
아가리 벌린 마물처럼 열려 버린 머리통이 처참하다.
물론.
‘다음은 왼쪽.’
그렇다고 멈출 생각은 없었지만.
“……미친.”
베고, 베고, 또 베었다.
하늘에서 날아드는 새를. 하늘을. 땅을 딛고 뛰어오른 늑대를. 그리고 땅을.
이 금빛 땅 위에 고개 들고 있을 수 있는 건 오직 나와 내 사람들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와…….”
“……춤추는 것 같아.”
엉망진창이 되어 널브러진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여, 여기 성역에 들어가면 되는 겁니까?”
“저도 받아 주세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서는, 원 안에 들어오겠다 발버둥 치는 이들도 보인다.
마치 내게서 그들에게로 전달된 금빛 원이 새로운 안전 구역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고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
파앗-
[계약직 사원 무리가 구원자 ‘이은호’의 휘하에 복속되길 희망합니다.]오.
이런 시스템인가.
……
지켜보는 이들의 눈에 이채가 감돌수록 한 줄 한 줄 메시지가 줄지어 떠올랐다.
이름 앞에 붙은 ‘구원자’라는 호칭이 영 부담스럽긴 하지만…….
“모두 등록.”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다.
「배후 조종(Lv.1) : 하부 조직원을 구성하고 조종할 수 있다.」
「충성도 90% 이상인 조직원 한 명당 공격력 (1)% 증가.」
배후 조종.
그 스킬의 덕을 보기 위해선 충성도 높은 조직원들을 등록해야만 했으니까.
[등록 완료!] [징표가 생성되었습니다.] [하부 조직원을 확인하세요!]그래, 이렇게.
파앗-
살아남은 이들의 이마에 손톱만 한 검은 날개가 나타났다.
아주 작은 날개였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크기.
‘저게…… 징표.’
멀쩡한 사람들 이마에 단체로 표식이 나타났으니 당황할 법도 한데.
여기 있는 누구도 동요하지 않는다.
즉, 이 날개는 내 눈에만 보인다는 뜻이지.
그나저나.
[현재 등록된 조직원은 총 111명.] [‘충성’ 관계인 조직원은 총 17명입니다.]‘충성’ 관계.
그게 곧 「배후 조종」 스킬이 말한 것처럼 충성도 90% 이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벌써 17명이나 있다고?’
의아함에 훑어 내려간 이름은 모두 익숙한 이들이었다.
‘김지은, 최재혁, 김한울, 김율, 연보라…….’
그러니까, 하부 영업사원으로 등록해 뒀던 일행들에 더해.
「사이토」
일본에서 한창 고생하고 있을 사이토와.
「정민규」
남산에서 처음 만났고, 지금 내 앞에 활을 들고 주저앉아 있는 남자.
「최민영」
감기 기운으로 유리나와 함께 용의자로 의심받았던 정민규의 여자 친구.
「박준수」
그리고 명승태에게 조종당하다가 축구 미션 때 경호 스킬로 활약했던 남자의 이름이 추가로 올라가 있었다.
충성도 90% 이상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자랑하며.
[‘배후 조종’ 스킬 발동!] [공격력이 17% 증가합니다.]고맙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버프까지 넣어 줘서.
일단 ‘배후 조종’ 스킬은 천천히 연구해 보기로 하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부터 해 볼까.
“가 볼까요?”
“네!”
내 친구가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말이지.
「아이스 골렘 소환(Lv.1) : 아이스 골렘을 (1)분 동안 소환한다.」
「재사용 대기시간은 24시간이며, 재소환 시 완전한 상태로 나타난다.」
골렘 소환 스킬을 얻긴 했지만, 1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지금껏 모은 스킬 포인트를 큰맘 먹고 털어 넣어 레벨을 올렸다.
무려 Lv.20으로.
「92.1%」
골렘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숫자가 남은 체력을 알렸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숫자.
「16:20」
「16:19」
「16:18」
골렘이 사라지기까지 16분 전.
콰앙-!
아이스 골렘이 육중한 주먹으로 회전목마를 내리쳤다.
마차의 문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독수리를 처리하기 위해서였을 거다.
아마 저 위풍당당하던 새가 회전목마 따위에 머리를 처박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꼬리가 약점입니다!”
“꼬리요?”
“꼬리가 잘리자마자 균형을 잃었어요. 날개를 공격하기 힘들면 긴 꼬리를 잘라보죠.”
“아…… 예! 그럴게요!”
스릉-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무기를 치켜들었다.
“형! 이놈부터 잡자!”
“오케이!”
“뒤통수 조심하고!”
그리고 먹잇감을 노리고 지상까지 내려온 독수리의 날개며 꼬리를 있는 대로 찌르고 베어 가는 사람들.
‘다들 성장했네.’
확실히 은빛칼날에서 싸울 때보다도 성장한 모습이다.
그땐 다들 귀(鬼)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었으니까.
부상자가 워낙 많아 걱정했는데, 갑자기 너무 많은 마물들이 쏟아져 당황한 탓이었나 보다.
다행이네.
다들 제 몫은 하는 모습이라서.
키에에에엑!
반면, 나의 안심은 곧 적들의 불안이었던 탓에.
캬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쇠붙이의 향연에 극독수리가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바람이라도 일으키려는 건가.
소용없을 텐데.
그리 생각하며 거대한 날개와 부대끼는 깃털을 주시하는 사이.
스스스스스슷-
날개 안쪽에서부터 거무튀튀한 초록색 연기가 몽글몽글 솟아오른다.
“저건 또 뭐야?!”
“위험해 보이는데?”
“설마 저거…….”
[‘검은꼬리 극독수리’를 처치하세요!]이름부터 당당한 주제에 왜 안 쓰나 했다.
극독(劇毒).
하지만.
“아이스 골렘!”
이쪽에서도 준비한 게 있어서 말이지.
— 그워어어어……
얼음산이 고개를 돌렸다.
눈코입이 없어 어느 쪽이 앞인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서리 송곳으로 하늘을 막아줘!”
골렘이 내 말을 알아듣고, 제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여 준다는 사실.
스르르르르르-
골렘의 겉면에 드라이아이스 같은 냉기가 감돈다.
주변의 열기를 모두 빼앗아 간 듯 한결 더 차갑게 가라앉는 공기.
까드드득-
보이지 않는 칼날이 골렘의 표면을 긁어낸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얼음 가루들이 먼지처럼 떠오르더니, 결정체가 되어 뾰족하게 뭉친다.
그리고.
[‘서리 송곳’ 발동!] [‘극독 안개’ 발동!]동시에 쏘아져 나간 얼음과 독.
파아아아앗-
얼음 송곳이 파공성을 내며 적에게로 향했다.
하늘과, 바람과, 독무(毒霧)를 뚫고 날아간다.
주변까지 얼려 버릴 정도로 엄청난 냉기를 뿜어내며.
그리고 마침내.
쩌어어어억-
호흡기를 노렸을 안개가 얼어붙어 우박이 되어 버렸다.
가루처럼 잘게 쪼개진 우박이.
“!!”
“머리 조심!”
맞으면야 아프겠지만 몸속을 파고들진 못할 거다.
그리 생각하는 동안에도 비행을 계속한 송곳은.
푸욱-
푸욱-
푸욱-
……
독수리의 날개와, 배와, 목덜미가 수천 개의 송곳에 꿰뚫렸다.
— 키에에에에엑……!
[‘검은꼬리 극독수리’를 처치했습니다!] [복지 포인트 500점 획득!] [‘검은꼬리 극독수리’를 처치했습니다!] [복지 포인트 500점 획득!]……
경쾌한 시스템 메시지와 포인트 선물만을 남기며.
‘……뭐야.’
너무 편하잖아?
쿠웅-
골렘의 육중한 발이 늑대 머리를 짓이겨 터뜨리고.
콰드득-
온몸에서 뿜어 대는 창살 같은 고드름이 새의 날개를 찢어 버린다.
아이스 골렘, 이거…….
‘대박인데?’
비리를 저질러준 연구원.
그리고 청련화에게 가서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14:07」
소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너무도 아쉬울 뿐.
‘이거…… 소환 해제되면 아쉽겠는데.’
골렘의 효율이 너무 좋다 보니 이제 혼자 싸우려니 뭔가 아쉽다.
그 생각으로 밀려드는 마물들의 면면을 뜯어 보다가.
“아아.”
떠올린 아이디어.
“골렘아.”
— 그워어어어-!
“효율적으로 하자.”
— 그워어어어……?
콰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골렘의 얼굴-로 추정되는 것-이 내 쪽을 향했다.
그를 보며 외친 한마디.
“혹한의 폭풍!”
미래연구센터에서 내가 당했던 공격.
그걸 이번엔 내 쪽에서 쏟아 내며.
눈보라가 몰아쳤다.
‘!!’
휘청-
생각보다 세찬 강풍에 나도 모르게 발을 헛디뎠다.
쩌억-
이윽고 아침 해가 내려보내는 온기와 골렘이 뿜어낸 한기가 만나 폭풍이 되었다.
그리고.
— 크와아아아아앙!
— 키에에에에엑!
쩌저적-
얼음 조각처럼 얼어붙어 가는 마물들.
“지, 지금 다 얼려 버린 거야?!”
“미친……!”
됐다.
‘판은 깔렸고.’
이젠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차례.
우웅-
피를 먹고 잔뜩 흥분해 손목이 얼얼할 정도로 울어 대는 파천검에게 전했다.
“검강(劍罡)!”
내가 그릴 그림은 푸른색이라고.
파아아앗-
검푸른 기운이 용솟음친다.
칠흑 같은 검으로부터 푸른 광휘를 뽑아내고, 한데 뒤엉켜 올라간다.
그럼.
이 기운을 온전히 담아.
“검풍(劍風)!”
반달 모양으로 휘두른 붓 터치.
쌔애애애액-
한 번.
두 번.
세 번.
있는 힘껏 휘두른 칼바람에 어깨가 불타는 것처럼 뜨겁다.
하지만.
— !
고요하다 싶을 정도로 아무런 반응이 없는 얼음 조각상들.
‘……무리였나?’
그리 생각한 순간.
콰득!
얼어붙은 조각들 중앙을 가르며 나타난 선.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균열.
콰드득!
까만 균열이 하늘과 땅의 포식자들을 집어삼켰다.
그리하여, 마침내.
파스스스스슷-
캔버스가 찢어졌다.
[‘은침늑대’를 처치했습니다!] [복지 포인트 500점 획득!] [‘검은꼬리 극독수리’를 처치했습니다!] [복지 포인트 500점 획득!] [‘은침늑대’를 처치했습니다!] [복지 포인트 500점 획득!]……
[축하합니다!] [성역 내의 모든 적이 섬멸되었습니다!] [선포한 성역을 지키세요!]* * *
【‘관리국 까마귀’가 친우의 급성장에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조사국 브레인’이 골렘 소환 능력은 또 언제 얻은 거냐며 경악합니다!】
【‘감사국 야근요정’이 전무후무한 신입사원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오랜만에 채널을 열어서일까.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메시지를 다 읽기조차 힘들어 아래로 넘겨 버렸다.
이게 무슨 일이냐.
골렘은 또 언제 얻은 거냐.
도대체 어디까지 강해질 생각이냐.
……따위의 비슷비슷한 내용이었으니.
【절대 다수의 참관자가 신입사원 ‘이은호’의 압도적인 성장세에 환호합니다!】
【복지 포인트 5,000점 후원!】
아무튼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네.
《김지은》 공용 채널도 후원금 쏟아져요!
《김지은》 역대급 관리 실적이래요!
지은 씨에게 맡긴 공용 채널.
그러니까, 하로나의 채널도 다행히 성황리에 진행 중인 듯하고.
《이은호》 다행이네요. 많이 빠져나왔는데.
내가 내 전용 채널을 열어 버린 탓에 참관자들이 대거 빠져나왔을 텐데.
나름대로 성황리에 진행 중인 모양이다.
그건 아마도.
《이은호》 편집을 잘해서 그런가 봅니다.
지은 씨의 편집 실력이 십분 발휘된 덕분이 아닐까 싶다.
《김지은》 엄청 열심히 하고 있어요.
《김지은》 그림이 워낙 좋아서 할 맛이 나요!
안 그래도 재주 좋은 지은 씨가 ‘엄청 열심히’까지 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궁금하다.
그리 생각하며 농담처럼 물었다.
《이은호》 나중에 보여 달라고 해도 됩니까?
《김지은》 어…….
그러자 약간의 침묵 뒤에 돌아온 대답.
《김지은》 영혼을 갈아 넣을게요!!
또 진지한 얼굴로 도톰한 입술을 꾹 다물었을 지은 씨 얼굴이 그려진다.
나도 모르게 웃음기를 띠자, 무슨 일이냐며 물어 오는 남자.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요?”
“아, 아닙니다. 그보다…….”
서로의 손을 소중하게 맞잡은 커플이 감격한 눈으로 쳐다본다.
반짝거리는 눈빛만 봐도 진심으로 고맙다, 감사하다 생각하는 게 훤히 보인다.
그리고.
[계약직 무리가 구원자의 압도적인 무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충성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평균 충성도 : 68%]나머지 생존자들도 마찬가지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흴 도우려고 여기까지 와 준 겁니까?”
“하하…… 아닙니다. 제 볼일도 있어서요.”
“망한 땅에 무슨 볼일이 있을 거라고…… 저희 미안할까 봐 그렇게 말 안 하셔도 됩니다.”
있는데. 볼일.
하지만 사람들은 세상 감격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이 꼭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아이들 같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희망을 품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이번 미션이 끝나면 좀 나을 겁니다. 방어막이 생길 테니까.”
진실 대신 같잖은 위로를 건넸다.
“아……! 맞다! 방어막이 생겨나는 거죠?”
“그럼 밤에 발 뻗고 잘 수 있는 건가, 우리?”
고작 방어막 하나 만들어 주고 유세를 떨었다.
‘눈’ 너머의 놈들과 마찬가지로 더운 곳에서 따순밥을 먹고 유유자적하는 주제에.
“……야행성 마물들이 돌아다닌다고 했습니까?”
“맞아요. 흡혈박쥐랑 나방들인데…… 으, 실제로 보면 진짜 끔찍해요.”
“그래서 물자 보급은 아침에만 다닌 거고요?”
“네. 맨날 보초 서고 일찍 일어나느라 제대로 못 잤는데…… 잠만 푹 자도 훨씬 편해질 것 같아요.”
그래서.
“……성역 말입니다.”
짧은 고민 끝에 내뱉은 제안.
“좀 좁지 않습니까?”
“예?”
“호스텔도 다 안 들어가지 않습니까. 안에 다른 시설도 없으니 정찰이나 보급도 계속 다녀야 할 거고.”
“그야 그렇지만…….”
내 말에 생존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평수를 좀 넓혔으면 좋겠는데.”
“펴, 평수요?”
아파트도 아니고-라는 말을 목구멍에서 삼킨 것 같다만.
어쨌든.
“그야 넓으면 넓을수록 좋긴 한데…….”
“그치? 호스텔 근처만 다 덮어도 보초는 아예 안 서도 돼.”
“그래도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파도처럼 번져 가는 웅성거림.
사람들은 비좁은 안전과 광활한 위험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 위에 얹은 당근 한 조각.
“하는 김에 사냥도 같이해 두면 좋고요.”
“!!”
하로나가 말했었다.
계약직 직원들은 포인트를 얻을 길이 많지 않아 미션이 필수적이라고.
하지만, 그 말인즉슨.
‘포인트만 얻을 수 있으면 어떤 방법을 쓰건 상관없다는 뜻이지.’
즉, 내가 온 김에 마물들을 싹 쓸어버리고 포인트를 모아 두면 두고두고 편해진다는 뜻.
내 말뜻을 이해한 건지.
[계약직 무리가 구원자의 배려에 감사를 전합니다.] [충성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평균 충성도 : 70%]“……전 가겠습니다.”
“그럼 저도요!”
서로의 손을 맞잡은 커플이 결연한 얼굴로 답했다.
그리고.
“저도 가겠습니다. 돈 벌어야 돼요.”
“어…… 나도!”
하나둘 올라가는 손.
그러자 돌아가는 상황을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던 누군가가 물었다.
“근데…… 골렘도 없이 괜찮은 겁니까?”
아아.
골렘이 소환 시간이 다 되어 사라졌다 말했더니, 그게 영 불안했나 보다.
하긴, 방금 전의 싸움은 ‘혹한의 폭풍’ 덕에 쉽게 끝난 감이 없지 않아 있으니까.
하지만.
“괜찮습니다.”
괜찮고도 남는다.
골렘은 내가 가진 수많은 카드 중 하나일 뿐이니까.
“준비를 좀 해 왔거든요.”
아껴 뒀던 아이템들도 많고.
“……알겠습니다. 그쪽이라면 믿을 수 있겠죠.”
“맞아. 저 사람 말 들어서 잘못된 적 한 번도 없잖아.”
“안 들어서 잘못된 적은 있어도.”
그렇게 상의의 탈을 쓴 짧은 납득이 끝났다.
그렇다면.
“모두 동의한 걸로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나설 차례다.
“우리 그럼 매직랜드까지 먹을 수 있을까?”
“범퍼카랑 바이킹까지만 먹어도 돌아다니기 훨씬 편할 텐데.”
“차라리 중앙광장을 먹는 건 어떻습니까? 그럼 미션이 어느 쪽으로 잡혀도 빨리 갈 수 있잖아요.”
“아…… 하긴 우리 맨날 돌아서 가느라 오래 걸렸잖아.”
마물도 잡고, 사람들도 살리고, 충성도를 올려 버프까지 몰아 받을 차례.
“다 먹죠.”
“……예?”
한 번쯤 해 보고 싶었거든.
사람 없는 놀이공원 전세 내기.
그러니까.
“에버랜드, 통째로 먹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