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48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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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혁은 이번 영화의 프리-프로덕션을 굉장히 못마땅해하는 중이었다.
일단 영화 자체는 만족스럽다.
지금껏 선보인 적 없는 댄서와 춤을 위주로 한 한국식 영화.
실제로 춤을 취미로 하며, 활기차고 액티비티한 이미지를 가지고 싶어 하는 김혁의 입장에선 「Sign Here」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영화니까.
‘주연이 나한테 오는 것도 당연하지.’
캐스팅 역시 단숨에 이루어졌고,
김혁은 자신이 주인공 역할에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배우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자신만큼 춤을 출 수 있는 배우가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
그렇게 영화는 마음에 드는데…
‘쯧, 안무가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정확히는 담당 안무가가 눈엣가시다.
‘잘한다, 잘 춘다고 하는데. 다들 겉모습에 홀려가지고.’
처음 봤을 때는 뭐,
확실히 안무가 치고는 눈에 띄는 외모라는 생각이었다.
왜 이 안무가가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 알 것 같았고.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황천이 그랬지.’
자신과 함께 몇 년을 함께 한 안무가.
황천 안무가의 말에 따르면,
최연우는 거품이 강하게 낀 안무가라고 했으니.
오히려 그의 잘생긴 외모를 보니,
그런 황천의 말에 더더욱 신뢰도가 올라갔다.
‘이번 작품에 참여한 것 역시 그런 인기에 얹혀서 감독에게 비빈거라고.’
대중들은 최연우가 춤을 잘 추고, 안무도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 올리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잘 추지도 못하는 것 같고.’
실력을 알아보는 것도 실력이라고.
그는 최연우의 안무를 판단할 눈썰미가 없는 것과 더불어…
그는 배우였기에,
대중들이 얼마나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에 쉽게 휘둘리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무지랭이 대중들의 평가는 싸그리 무시한 채.
그는 그가 믿는 전문가인 황천의 평가를 철썩 같이 믿을 뿐이었다.
최연우는 낙하산에, 형편없는 안무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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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김혁의 레슨을 담당했을 때.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는 그냥, 배우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껏 작업을 함께 한 사람 중,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었으니까.
‘갑질…을 당한다고 해야 할까?’
이런 상황도 경험해 보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았다.
속으로 얼마나 곱씹었는지 모른다.
그냥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내 마음대로 결정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아마추어가 아니고, 계약이 되어있는 프로 안무가니까.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지.’
만약 이런 방식으로 레슨을 계속해,
김혁이 촬영에 들어간다면…
억울하게도,
그의 형편없는 안무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라는 이름으로 내게 돌아올 게 뻔했다.
근데 내가 그런 평가를 듣기는 싫거든.
“배울 생각이 있는 겁니까?”
그래서 바뀌기로 했다.
그를 바꾸기 위해, 나 먼저.
이전까지 가수들을 담당했던 것처럼, 당사자들의 노력과 역량에 맡기는 것이 아닌…
내가 오히려 ‘갑’이 되어, 내 안무를 지키기 위해 그를 쏘아붙이는 것으로 말이다.
“뭐라구요?”
참다참다 터트린 내 말에, 김혁이 곧장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어온다.
“배울 생각이 있는 거냐구요.”
나는 피하지 않고 대답하며, 그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김혁 씨는 자랑스러운 줄 아셔야 됩니다.”
“?”
“제 안무를 출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러워 해야 된다구요. 저한테 들어온 작업만 몇 개인지 아십니까?”
조금은 유치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충분히 먹힐만한 발언이다.
수요는 허투루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가 필요로 한다는 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거거든.
“그런 제 안무를 지금 김혁 씨만큼 형편없는 실력으로 올리는 건 제가 허락하지 못하겠습니다.”
말을 내뱉으면서도,
두근거리는 심장이 몸속 깊은 곳에서 요동친다.
시원하기도 하면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하, 보는 것과 다르게 말이 꽤나 고약한 사람이셨네.”
그런 내 말에,
김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답해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김혁 씨가 제자리걸음일 것 같아서 그런 겁니다.”
“쯧, 내가 제자리걸음이라니. 나는 가르치는 대로 연습할 뿐인데. 선생 잘못을 제자에게 돌리면 안됩니다.”
자신의 반성 하나 없이,
그는 교묘하게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황천 안무가한테 배웠으면 금방 금방 익혔을 겁니다. 저한테 익숙하기도 하니까요. 쯧, 영화사는 왜 붙여줘서는.”
투덜대는 김혁.
그의 입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이름이 또 다시 튀어나온다.
황천.
내 기억에도 없는, Breakdown이라는 안무팀을 맡고 있다는 그 안무가.
‘그러게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더니…’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레슨을 하는 며칠간. 김혁이 보여주고 들려준 행동과 말들을 통해.
거기서 어렴풋이 드러나는 나에 대한 무시들은, 그 안무가 황천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가 나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김혁이란 배우와 황천이란 안무가 사이에는 ‘쓸데없는’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었다.
마치 김혁이 이쪽 분야의 전문가인 양 행세할 수 있는 건,
다 그 안무가가 심어놓은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후.”
그래서인지.
나는 오히려 그 안무가에 대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신뢰.’
김혁의 행동은 결국,
황천이란 안무가의 신뢰에서 나오는 것.
그가 김혁에게 안무를 익히는 속도가 빠르다고 했고, 뛰어난 실력자라고 했다.
한참 부족하고, 한참을 연습해야하는 배우에게 말이다.
그런 달콤한 말에 취해 있는 배우를 어떻게 정신차리게 할 수 있을까.
‘자기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믿는 황천.
그 사람에 대한 신뢰를 깨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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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눈치 없는 녀석.”
주변과 단절되어 있는 룸 식당.
한바탕 최연우와 설전을 끝낸 후.
식당에 찾은 김혁이 문득 떠오르는 그의 얼굴에 쯧, 하고 쓴소리를 내뱉는다.
“응? 왜요? 저 말하는 겁니까?”
그러자,
그의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는 황천이 곧장 되물어온다.
“아니, 너 말고. 최연우 안무가.”
“또 그 녀석이. 무슨 일입니까?”
“지금 레슨 며칠 째인데, 일부러 눈치를 줬거든.”
“눈치요?”
“어. 알아서 빠지라고.”
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설명하듯 말했다.
그가 지금껏 레슨 때 했던 행동들.
그것들은 일부러 했던 것이었다.
매번 연습 때마다 시키는 것도 무시하는 것과,
가르쳐 준 걸 또 말하게 하고, 또 말하게 하고.
일부러 자존심을 건드리고, ‘실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말을 걸었던 건.
낙하산으로 들어온 그의 양심을 찔리게 해서,
제풀에 지쳐 쓰러지도록 하려 했던 것이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이 남았고, 안무 익히는 것쯤이야, 나 정도면 금방 익히잖아?”
“아유, 아무렴요 형님.”
황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고는, 한껏 아부를 떠는 모양새로 말한다.
“근데 그 녀석은 눈치도 없는지 꼭 붙어 있더라고.”
“뭘 그렇게까지 하셨어요? 그 녀석이 그렇게 쉽게 포기하겠습니까?”
“그래도 임마. 니가 주인공 안무를 담당해야 좋지. 너랑 나랑 관계도 있는데. 어디서 갑자기 감독이 이상한 애들 데리고 와서는… 쯧!”
김혁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술잔을 내밀었다.
황천이 조심스럽게 술을 따른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 녀석이 어떻게 나오는 줄 알아? 나보고 ‘할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라면서 제대로 하라고 하는 거 아니겠어?”
“네? 그런 싸가지 없는 놈이…”
“그러니까. 원래 밥만 먹으려고 했는데, 술이 안 들어가겠냐고.”
짠!
두 사람이 잔을 맞부딪히더니, 꿀꺽 들이킨다.
“크으.”
김혁이 술잔을 들이키는 것을 본 황천이 슬쩍 잔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제 제대로 해야지 뭐. 곧 있으면 ‘마운틴’ 안무팀들 배우들 모여서 안무 맞춰본다던데. 그때까지 죽쑤고 있을 순 없으니까.”
‘마운틴’은 영화 속 주인공이 소속된 안무팀이었다.
아무리 각자 스케쥴이 있고, 모이기 힘들다곤 하지만.
안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동선과 포메이션인 만큼.
모여서 연습하는 것이 없을 순 없었다.
“그렇죠. 그때까지 연습 좀 해야겠네요.”
“에이, 뭐 다른 배우들 실력이 다 거기서 거기지. 중간 점검 때 잘 춰봐야 얼마나 잘 추겠어?”
김혁이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황천이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괜찮겠지.’
그러면서도 황천 역시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김혁에게 뜬금없이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말을 하기도 힘들다.
애초에 그는 정말 김혁의 실력이 어떤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Breakdown은 유명한 안무팀이 아니었다.
아티스트에게서 컨택이 오는 것도 별로 없었고, 회사와 커넥션이 있지도 않았다.
즉,
그들은 대부분의 수익을 정기 레슨으로 창출하는 팀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을 많이 하지 않은, 무명의 Breakdown의 레슨을 사람들이 찾는 이유.
바로 김혁이 있기 때문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김혁은 Breakdown의 VIP 손님이자, 팀원이었다.
영화에서 자신이 주인공의 안무를 담당하는 것?
물론 좋긴 하겠지.
하지만 거기 참여 하는 거나, 그냥 조연 안무에 참여를 하는 거나.
그에게 ‘Sign Here 영화 안무 참여’라는 커리어라는 건 똑같았다.
즉, 그의 입장에선 당장 영화를 붙잡는 것보다…
김혁과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는 것이 길게 보면 좋은 일이다.
‘영화가 망하든 말든, 내 상관 없지.’
최연우에 관해서 괜히 말했나, 싶기도 했다.
그 얼굴 하나밖에 없는, 재수 없는 자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조금 김혁에게 말을 했더니.
하필 김혁의 담당 안무가가 되어서, 트러블이 생긴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김혁의 말대로 최연우가 제풀에 자빠져서 자신이 주인공 안무를 담당하게 되면 제일 좋긴 하겠지만.
그건 안 될 것 같고.
‘김혁이 기본만 해주면 되겠지.’
영화가 망하지만 않으면,
자신에게 해가 될 것 하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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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투, 쓰리, 포!”
착, 착.
김빛나의 구령에 맞춰 안무를 연습하고 있는 배우들.
주인공인 김혁을 제외한, 성현철과 다른 ‘마운틴’팀 배역의 배우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연습실의 구석에 자리해, 연습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어때요?”
김빛나가 땀을 흘리며 나를 뒤돌아본다.
나는 대답 없이 박수만 칠 뿐이었다.
그래, 이게 연습이고, 이게 무대지.
“짧은 시간이었는데 완성도가 높네요.”
최근에 너무 시달려서 그런지,
이렇게 연습이 이루어지는 것만 봐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저희는 연습을 조금 일찍 시작했으니, 짧은 시간은 아니죠.”
“아아…”
그건 그런가.
김혁은 스케줄까지 안 되서, 늦게 시작한 편이었지.
그런데 연습도 안하고 그러고 있으니.
“연우 안무가 님이 한 번 봐주실래요?”
반면 이쪽, 김빛나가 담당한 배우들은 달랐다.
열의를 가지고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동작을 봐 달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이걸 부러워 해야 하다니.
새삼 억울하네.
“아뇨, 괜히 제가 끼어드는 것보다, 김빛나 안무가님이랑 조율하는게 나을 거에요.”
하지만 나는 그들의 부탁은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내가 지적을 하거나 피드백을 하는 건,
안무를 가르친 김빛나에게 실례가 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아, 그렇구나.”
배우가 그런 내 의도를 눈치 챘는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선다.
그렇게 안무 연습을 구경하고,
잠깐 휴식을 취하길 얼마.
“어, 뭐야. 아이씨.”
“왜 그래, 왜 욕을 하고 그래?”
“아니, 욕은 아니고. 저희 이번 영화에 황천 이 새끼도 있네요?”
한쪽 구석에서 다른 배우가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곧장 그쪽을 바라봤다.
얼굴을 보니 어렴풋이 이름이 떠오른다.
댄서 역 중 한명인… 배우 이주현이라고 했던가?
“제가 한참 전에, Breakdown 안무팀이라고 레슨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
황천이라는 이름에 나도 모르게 구를 기울이고 있으려니.
이주현은 더더욱 관심이 가는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춤 영화’이다보니.
배역을 담당한 배우들도, 춤에 관심이 있는 배우들이 많은 모양이다.
“근데 진짜 형편없던데. 와. 이 사람이 있네.”
“황천? 나도 들어봤는데.”
그런 그녀의 말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 역시 그쪽으로 조금씩 다가서고 있으려니.
“아직까지 안무 픽스 안 된 안무가 아냐?”
“뭐어?”
한 배우가 꺼낸 소식에 주변 모두가 웅성거렸다.
‘아직 픽스가 안 돼?’
나 역시 그 말을 듣고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안무를 봤고, 감독이 안무들에 수정 요청을 한다는 건 알았는데.
아직까지 안무가 완성이 안 됐다니?
“아직까지 픽스가 안 되면, 그거 담당한 배우는 어떡해?”
“일단 익히고, 수정되는 부분만 다시 익히고 반복 하나봐.”
“대박.”
“그런데 왜 아직 픽스가 안 된거야?”
“왜겠어.”
그들의 말에 다시금 물꼬를 텄던 이주현이 시니컬한 목소리로 끼어든다.
“형편없는 안무니까 그렇겠지.”
황천, 그리고 그 안무팀.
그들에 대한 배우들의 입소문들과, 현재 상황…
‘어쩌면.’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았다.
김혁이 황천에게 가지고 있는 그 신뢰감.
그것을 단번에 박살낼 수 있을 가능성이 말이다.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4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