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69
67.
+++++++
“진짜 여기에는 있는 거 맞지?”
“…아마도?”
“아마도~오? 야, 서초구에 있다며, 학원 다닌다며! 여기가 서초구에 있는 마지막 학원이라고.”
서울, 서초구의 한 실용음악학원의 앞.
나와 함께 한참을 돌아다닌 헬리가 펄쩍 뛰며 지친 목소리로 말하는걸 머쓱하게 받았다.
‘미래의 보컬리스트’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판지도 한 시간.
헬리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아마추어 보컬을 찾아간다고 하자, 본인도 보겠다며 나를 따라나선 상태였다.
하지만 이렇게 그 보컬을 찾아 하루 종일 서초구를 배회할 줄은 나도 몰랐지.
“분명 서초동 쪽에서 학원을 다녔다고 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그녀가 데뷔 전에 서초구의 보컬 학원에 다녔다는 것 뿐.
하지만 정확히 어느 학원인지는 모르니, 학원이란 학원은 전부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마지막으로 찾아온 이 곳을 제외하면 서초구에 남은 실용음악학원이 없다.
‘여기 있겠지?’
여기도 없다면 내가 기억하는 정보가 잘못됐거나, 시기가 안 맞은 건데…
분명 지금 나이가 고등학생 쯤 됐을 테니. 시기는 틀릴 리는 없고.
내가 기억하는 정보가 잘못됐다면…?
“…”
소름이 돋는다.
정말 그렇다면 헬리가 얼마나 흑화할지 상상하기도 싫네.
“정말 그 보컬이 괜찮은 거는 맞지?”
지금에도 이미 헬리는 이 정도로 돌아다닐 만큼 가치가 있는 보컬인지 의아해 하고 있었다.
처음 물었을 때는 확인 차 묻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보컬이 괜찮지 않기만 해봐…’ 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는 수준이다.
“그건 진짜 확실해.”
하지만 나는 여기에 그 보컬이 없는 것이 두려운 거지.
그 보컬의 실력 자체는 의심하지 않고 있다.
내가 아는 그녀라면, 지금도 충분히 완성된 보컬리스트일 테니까.
“들어가 보자.”
“그래.”
후우.
긴장되는 마음으로 학원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
.
.
지잉-.
자동문을 지나 들어서니, 복도의 꺾어지는 부분부터 늘어서 있는 레슨실들.
“여기는 되게 건물이 크네.”
옆에서 중얼거리는 헬리의 말마따나, 이전에 들렸던 곳들보다 체계적인 느낌의 학원이었다.
느낌이 좋다.
조금씩 올라오는 기대를 가지고 접수처로 다가갔다.
“등록하러 오셨어요?”
접수처에 커다란 의자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한 직원이 벌떡 일어나 물어온다.
나는 지금껏 쓰고 다니던 마스크를 슬쩍 내리고는 말했다.
“혹시 제가 아는 보컬이 여기 원생인가 해서요.”
“어?”
그런데,
접수원이 내 얼굴을 보고는 대답이 아닌 외마디 감탄을 내뱉는다.
“최연우 안무가?”
“아, 하하…”
지금껏 내 얼굴을 볼 때마다 보컬 학원들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이 다들 비슷했다.
다들 내 얼굴을 알아보고 반기며 맞아줬던 것.
물론 보컬 학원이니만큼, 일반인들보다는 나를 알 확률이 높은 건 당연한 거지만.
그래도 내가 얼마나 얼굴이 알려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회귀 전에는 화상 가득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던 마스크였는데, 이제는 유명해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게 되다니.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내가 내 유명세 확인하자고 보컬 학원을 돌아다니는 건 아니니까.
“와. 여긴 어쩐 일이세요?”
되물어보는 접수원.
방금 어쩐 일로 방문했는지 말했는데… 못 들은 것 같아, 다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제가 아는 보컬이 이 학원에 있나 해서요. 민아인이란 학생, 혹시 있나요?”
“민아인이요? 음… 원생은 무슨 일로 찾으세요?”
여기까지의 반응도 다들 비슷하다.
다니는 원생의 명단을 감춰야한다거나, 비밀 유지 조항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알려주기엔 턱 걸리는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보컬 학원의 목적은, 결국 원생의 실력을 키워주고 유명인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
“제가 기획하고 있는 앨범이 있는데, 민아인이란 보컬이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어디선가 이 학원에서 배웠다는 얘기를 들어서.”
이어지는 내 말을 들으면 모두 화색이 되어서 원생의 여부를 알려주곤 했다.
한창 핫한 ‘최연우’라는 안무가.
그가 주목한 보컬인데, 자신들이 가르친 레슨생이다?
학원의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일 테니까.
“어디보자…”
명단을 찾는 접수원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허탕만 치는 것도 몇 번째인지.
이번엔 제발…
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사이,
접수원이 확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아, 있네요. 민아인. 어디보자…. 어? 지금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
“와.”
드디어!
옆에서 헬리의 억누르는 듯 한 감탄이 들려온다.
몇 시간째 붙잡고 있던 수학 문제의 답을 찾아낸 것처럼 개운하다. 역시 내가 정보를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었군.
“저, 그런 잠깐만 그 민아인 씨를 만날 수 있을까요?”
“말했다시피 한창 수업 중이라…”
“수업 끝난 후에도 괜찮으니, 조금 기다릴게요.”
“아, 네. 그럼 저기 안쪽 5번 레슨실에서 수업 중인데, 아마 30분 정도 지나면 끝날 거예요.”
접수원의 말에 슬쩍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레슨 끝나고 나오는 걸 만날 수 있겠지.
덜컹.
“?”
꽤 오래 기다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레슨실의 근처에 가자마자,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아무래도 학원의 보컬 트레이너인 것 같은데…
수업이 벌써 끝났나?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났다고 하기엔 학생들이 너무 얌전했으니까.
쉬는 시간인가보네.
“어?”
그런데.
레슨실에서 나오는 트레이너가 근처에 서 있는 나와 헬리를 발견하고는, 익숙한 반응을 보였다.
…오늘만 몇 번째 보는 리액션인지.
처음엔 알아보는 게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지.
“여기는 무슨 일로?”
놀라서 바라보는 트레이너에게 접수처에서 했던 말을 다시 해줄 수밖에 없었다.
보컬 한 명을 찾아서 왔다고.
“뭐야?”
“어…”
“누가 왔나?”
“다른 쌤?”
그 사이에도 안에 있던 레슨생들이 슬쩍 입구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조금씩 커진다.
평소와는 다른 것을 느낀 모양.
나는 그 사이, 슬쩍 레슨실 안쪽을 둘러봤다.
직장인 반, 학생 반. 등으로 나이대를 나눠 레슨을 하는지, 안쪽에 있는 레슨생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대였다.
“민아인이 누구야…?”
함께 안을 들여다본 헬리.
하지만 그는 우리가 찾는 보컬의 얼굴을 모르는 탓에 머쓱하니 턱만 긁적인다.
그 사이.
저벅저벅.
눈에 띄는 레슨생을 발견한 나는 멈추지 않고 그녀를 향해 직진했다.
내 기억속의 얼굴보다 조금 앳되고, 긴 머리가 아닌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지만.
선해 보이는 이목구비와, 생김새가 확실하다.
활동명 ‘아인’
훗날에 가수 중에 ‘국민 여동생’ 이라는 호칭을 받을 정도로 사랑받는 보컬리스트가 눈앞에 있었다.
“어? 저 사람, 최연우 쌤 아냐?”
“맞다. 프로듀스 101에 나왔던.”
“퍼플링크 안무 담당했던 안무가잖아.”
연습생들도 조금씩 나를 알아보고 웅성거린다.
만약 나를 모르고 있더라도 그런 수군거림을 들으면 누군지 알 정도였다.
그러니, 분명 민아인도 그랬을 텐데…
“무슨 일이세요?”
그녀의 반응은 평범했다.
정말 ‘어째서 이 이름 모를 사람이 나에게로 다가오지?’ 하는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민아인 씨. 수업 끝나고 저랑 잠깐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얘기요?”
“네.”
하지만 나는 금세 그녀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아직 그녀는 내가 아는 유명 가수가 아니다.
보컬 학원을 다니며 꿈을 기르는 한 연습생.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 최근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고, 아이돌과 함께 작업을 했던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목소리가 떨린다.’
애써 무덤덤한 척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는게 느껴졌다.
다른 레슨생들을 배려해,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감출 수가 없는 떨림이었다.
그녀도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것을.
.
.
.
“객원 보컬로 저를요…?”
수업이 모두 끝난 뒤.
민아인을 데리고 찾아온 MW엔터의 프로듀싱 룸.
방음 부스와 레코딩 프로그램까지 구비되어있는 프로듀싱 룸이 신기한지, 그녀는 들어오며 계속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민아인에게 오늘 그녀를 찾아온 목적을 말하자.
깜짝 놀라고는 되물어온다.
“저를 왜…?”
“전에 한 번 일산에 버스킹한 적 있으시죠?”
“어 네, 네!”
그녀가 놀라서 대답했다.
회귀 전. 토크쇼에서 들은 기억이 있었다.
민아인이 데뷔 전에 일산에서 버스킹을 한 번 한 적 있다고.
딱 한 번이었지만, 인상 깊은 기억이었다고 말이다.
“그 때 노래를 듣고 이름을 기억해 뒀거든요.”
“가, 감사합니다!”
그녀가 가슴 벅찬 얼굴로 꾸벅 90도로 고개를 숙인다.
“일단 그 때는 그 때고. 지금 노래를 한 번 더 들어보고 싶어요.”
“아아, 네. 열심히 할게요.”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와의 작업이 민아인의 입장에선 ‘기회’라고 하긴 애매한 것이긴 하다.
우리가 보컬을 구하는 입장이고, 민아인은 그 부탁을 들어주는 거니까.
정확히는 서로가 서로를 돕는 거지.
하지만 그녀는 본인을 보컬로 생각해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해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이런 경험이 한 번도 없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렇게 긴장하지 말아요. 저희도 민아인 씨가 필요해서 연락한 거니까. 노래를 들어보고, 최종 결정은 여기 작곡가 님이 하실 겁니다.”
“아…”
사실상 유명인인 나에게 모든 시선을 빼앗기던 민아인.
그녀가 그제야 옆에 서 있는 헬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하지만 헬리 녀석은 아무런 말없이 방음부스 안으로 시선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진중한 컨셉을 잡고 있는 거야, 뭐야.
내가 웃음을 참는 사이,
민아인은 그런 헬리의 지시에 따라 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후, 떨린다.”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헤드셋을 낀 채 힐끔 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순간 회귀 전 그녀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비주얼 괜찮네.”
헬리 역시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노래 한 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금세 마인드 컨트롤을 끝내고 긴장감을 가라앉힌 민아인.
그녀의 말에 곧바로 헬리가 노래를 튼다.
그가 허밍으로 가이드만을 끝낸 곡.
민아인이 악보 거치대에 놓인 작사지를 보고 곧바로 음에 맞춰 가사를 흥얼거린다.
“흥흥-.”
…그래. 저 목소리.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가 탄생시키고 만들어낸 수많은 명곡들이 순간 귓가를 스쳐 지나갈 정도로.
그만큼 민아인의 목소리는 독특하면서 특유의 개성이 있었다.
“…와우.”
헬리 역시 그녀의 허밍을 들었을 뿐인데도, 곧바로 그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좋다.”
헬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다.
“됐습니다!”
“어? 벌써?”
그 순간,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 들었을 뿐인 민아인이 준비가 됐음을 알려왔다.
“어… 일단 한 번 보는 거니까. 1절만 해 볼게요.”
헬리가 긴가민가하며 노래를 재생시킨다.
녹음까지 진행하면서.
♩♪♪
프로듀싱 룸에 울리는 노래 소리. 그리고…
[그리움처럼-]조금씩 거기 얹히는 민아인의 목소리.
뜻 없이 흥얼거리던 목소리가 명확한 가사가 되어 구현되자,
그 느낌은 천지차이로 다가온다.
특히나 첫 도입부의 가사.
신나면서도 잔잔한 느낌의 분위기와 감성적인 느낌. 그 애매모호함을 민아인은 완벽히 살려냈다.
순간 찌릿한 느낌이 온 몸을 휩쓴다.
곡의 주인을 찾은 것 같다는 그 느낌.
“누가 보면 얘를 위해서 쓴 곡인 줄 알겠네.”
가만히 듣고 있다가 첫 평가를 내리는 헬리.
그가 입을 살짝 벌린 채, 계속해서 노래를 이어가는 민아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가 나이를 들었을 때, 부서진 시간 위에서 나는 오롯이 조각을 짜 맞출 거야.]바다와 갈매기를 보고 떠올린 노래, 그 일렉트릭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감성…
“확실히 좋네.”
헬리가 더할 나위 없다는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댄다.
만면 가득 만족한 웃음을 띄고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아인의 보컬보다는 살짝 어리고, 부족하지만…
더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보컬의 느낌.
‘아마추어’의 날티가 나는 보컬.
지금의 민아인은, 누가 뭐라해도 딱 헬리가 찾는 보컬이 아닐 수 없었다.
“후우.”
가사는 작사지를 보고 불렀지만.
단 한 번 들었음에도 그 노래를 완벽히 소화해 낸 민아인.
그녀가 노래가 끝난 뒤 긴장된 표정으로 헬리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밖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그녀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나와 헬리를 번갈아가며 본다.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 같기도 했다.
툭.
그리고 마침내.
부스 안에서도 들을 수 있게, 마이크를 키고 아인에게 결과를 꺼내는 헬리.
그리고…
“…”
헬리의 말을 들은 아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