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21)
#21. 공헌도를 채우는 가장 빠른 방법
“이게 다 뭐야?”
약속 장소인 재현의 숙소에 들어선 재인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예상과 다른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형. 내가 형이 메뉴 고르느라 고생할까 봐 케이터링 주문했어.”
“재현아 이건…….”
오늘은 최현 작가의 사진집 촬영이나 하찬의 검사에 도움을 받은 걸 감사하는 의미로 재인이 식사를 대접하는 날이었다. 동생 팀원들이 식당에 가기보다 숙소로 음식을 배달시켜 달라는 얘기에 그러자고 했을 뿐인데, 뷔페가 차려져 있었다.
“재인 오라버님. 이재현한테 뭐라고 좀 해 주세요.”
“쯧쯧! 너는 말할 사람한테 해라. 우리 형이 나한테 뭐라고 하겠냐?”
“아니, 이건 오라버님이라도 뭐라고 해야 해. 어떻게 음식이 전부 해산물일 수가 있어!”
“아닌 것도 있잖아.”
“볶음밥이랑 샐러드밖에 없잖아!”
김나은의 절규가 농담이 아닌 듯 거실 한편에 준비된 뷔페 테이블에는 해산물만 가득했다. 익숙한 음식인 초밥과 회부터 몇 번 맛보지 못한 포르투갈식으로 끓인 해물탕이나 프랑스식 가자미 튀김 등이 줄줄이 놓여 있었다. 예외는 세 종류의 샐러드와 소고기 볶음밥뿐이었다.
-찰싹!
재인은 동생의 말대로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애정을 가득 담아 널찍한 등을 한 대 때려 줬다.
“아야!”
직후 손을 부여잡고 신음을 내뱉고 말았지만.
“오라버님! 손 괜찮으세요?”
“형! 손 괜찮아?”
“스프레이, 스프레이 파스가 어딨더라?”
“재인 씨.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메뉴 문제로 재현을 탓하려던 사람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재인을 걱정했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방식이었지만, 팀원 간의 분란을 해결했다.
‘쪽, 쪽팔려. 무슨 몸이 돌덩이야.’
재인은 열이 올라 화끈거리는 손보다 얼굴이 더 뜨거웠다. 동생이 신체 강화 중인 줄 모르고 때렸다가 반사 대미지를 받고 치료를 받는다니. 웃기지 않은 농담 같은 상황이었다.
“그만해. 형 치유 능력 각성자야. 알아서 치료할 수 있어.”
“오오! 잘 어울려요, 오라버님.”
“재인 씨한테 알맞은 능력이네요.”
“잘 어울린다.”
스프레이 파스를 가져온다, 얼음찜질을 준비한다, 부산스러운 상황을 정리한 것은 재현이었다. 형은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는 말로 팀원들의 소란을 잠재웠다. 덕분에 잠시 뜨거운 눈길을 받긴 했어도 무사히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놈의 작전만 없었으면 오라버님 뮤비 촬영장에 따라갔을 텐데.”
“그러게.”
“팀장. 다음에는 딴 팀한테 넘겨요. 지금은 토벌이 문제가 아니에요. 한번 놓친 오라버님 촬영은 다시 볼 수 없다고요.”
“알았어, 고려해 볼게. 사실 나도 이번에 후회 많이 했어.”
식사 도중 화제가 된 것은 당연히 재인의 뮤직비디오 촬영이었다. 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의 촬영에 관심이 많았다. 분기별 민관 연합 작전 때문에 직접 보지 못해서 그런지 더 궁금해했다.
재인은 재현의 팀이 이대로 괜찮을지 걱정스러웠다. 지난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팬을 자처하긴 했지만,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이러다가 자신이 연예인이라도 된다면 매번 일은 뒷전으로 두고 경호한다며 촬영장에 따라다니지 않을까 싶었다.
“뮤직비디오는 언제 나와요?”
“이번 주에 멤버 별 티저를 공개한다고 들었어요.”
“멤버 별 티저요?”
“네. 짧게 십몇 초짜리 티저를 차례차례 공개하고, 그다음에 비주얼 필름인가 하는 영상을 올린대요. 그리고 이틀인가 뒤에 타이틀 뮤비 전체랑 2집 앨범 전곡을 공개한다고 하더라고요.”
“되게 복잡하네요.”
이 주 전쯤 찍은 뮤직비디오의 공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홍보를 위한 시선 끌기 과정을 몇 단계 더 거쳐야 했지만, 일주일 후면 재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세상에 공개된다.
“그러면 앞으로 오라버님을 배우님이라고 부르면 되나요?”
“배, 배우님이요?”
“네. 아! 아니다. 아직 배우 데뷔는 아닌가? 그럼 계속 내 모델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배우도 모델도 다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 호칭이었다. 아직은 그쪽 일을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울리지 않았다.
‘누가 거액의 계약금이라도 안겨 주면서 배우 하자고 한다면 또 모를까.’
그런 경우라면 한 번쯤 도전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오라버님. 연예인 안 하실 거면 저희랑 던전 공략하실래요?”
“김나은 미쳤어?”
“아, 왜! 오라버님이랑 같이 다니면 좋잖아.”
“너만 좋지. 위험한 곳에 누구를 끌어들이려고 해.”
“흐흠. 역시 좀 그런가?”
말을 꺼냈던 김나은 포함 전원이 위험해서 안 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팀원들은 그사이 재현에게 물이 들었는지 재인을 과보호하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태도였다.
“그럼 의무실에서 일하시는 건 어떠세요? 일주일에 한 이틀 정도만.”
“그건 괜찮네. 우리 팀 공략 안 할 때 가끔 하면 좋을 것 같아.”
“그치? 오라버님이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 의무실 환경이 개선되는 거니까, 일당도 많이 받고.”
“당연하지. 형이 의무실에 있어 봐, 그 일대는 비폭력 안전지대가 될걸.”
“……하, 하하.”
재인은 김나은과 동생의 대화에 그냥 웃고 말았다. 그의 생각에는 길드원도 아니고 시간도 마음대로 정해서 일하겠다는 사람한테 의무실을 맡길 것 같지 않았는데, 둘은 의견이 달라 보였다. 마치 자신이 원하면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날이 갈수록 콩깍지가 두꺼워지는 것 같아. 아무리 한쪽은 친형이고, 한쪽은 친구 오빠라고 해도 너무 심해.’
재미로 그러는 게 아닌 것처럼 보여서 걱정될 지경이었다.
“재인 씨.”
“네, 팀장님.”
“호호호. 그렇게 불리는 것도 신선하고 좋네요.”
“아, 네.”
“제가 물어봤는데요. 프리랜서 계약으로 의무실에서 일하셔도 된다네요.”
“네?”
두 사람이 떠드는 걸 말리지 않길래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박연화는 오히려 말뿐인 두 사람보다 더했다. 그 잠깐 사이 KH 길드 의무과장과 대화를 나눈 뒤, 프리랜서로 계약할 방법을 알아냈다.
“다음에 의무실 견학시켜 드릴게요. 한번 보시고 고민해 보세요.”
“네.”
그나마 본인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이성은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 * *
택시에 탄 재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밥 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온 것뿐인데 무척 피곤했다. 틈만 나면 투닥투닥 부딪히는 재현과 김나은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다른 사람이라고 대하는 게 편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민망해 죽겠네.’
동갑내기 두 사람보다 조금 더 상식적이었을 뿐이지, 박연화나 숀이 평범했던 건 아니었다.
‘잠깐만요, 오라버님. 탄산수 그냥 드시면 안 돼요.’
‘네?’
‘오라버님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나 마찬가지이신데, 그냥 마시면 안 되죠. 숀 오빠.’
‘OK.’
김나은의 호명 뒤 숀은 어디선가 꺼낸 단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그렇게 휘두른 단검은 탄산수의 라벨만 깔끔하게 베어 냈다.
‘앞으로는 이렇게 라벨을 떼시거나 가리신 뒤에 드셔야 해요.’
‘네?’
‘광고비 받은 것도 아닌데, 공짜로 광고해 줄 필요 없잖아요.’
‘…….’
그건 유명인에게나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주변에서 당연한 얘기라면서 앞으로는 입는 옷이나 들고 다니는 소품도 조심해야 한다고 동의하는 분위기여서였다.
이후로도 비슷한 얘기가 계속 나왔다. 사생이 달려들거나, 파파라치가 집요하게 쫓아올 때는 자신들을 호출하라거나. 팬에게 받은 선물이라도 열기 전에 내용물을 확인해야 한다거나 하는. 일반인인 그가 듣기엔 황당한 얘기를 무척 진지하게 했었다.
“하여간 이 사람들만 만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
사방에서 하도 정신없게 굴어서 말릴 틈도 없었다. 덕분에 밥을 먹은 건지 팬 미팅을 하고 온 건지 헷갈렸다.
‘그래도 프리랜서로 의무실에서 일할 수 있게 소개해 준다는 건 고마웠지.’
초능력을 각성한 지 꽤 됐지만, 제대로 써 본 적은 없었다. 외출을 자주 하지 않으니 쓸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기껏 얻은 능력을 썩히는 게 아닐까 하고 슬슬 걱정되던 참이었는데, 다행이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고 시끄러운 저녁 식사였지만, 나쁘진 않았다.
* * *
재인은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모니터를 지켜봤다. 곧 몇 주 전에 찍은 뮤직비디오가 공개될 시간이었다.
“일주일 금방이네.”
한창때처럼 장기 프로젝트나 대형 프로젝트를 맡지는 못해도 소소한 번역 건은 끊기지 않았다. 아직은 용돈벌이 수준이어도 하던 가락이 있어선지, 수익이 제법 괜찮았다.
그렇게 번역 건을 처리하고 산책에 재미 들린 거대화한 하찬이랑 집 인근의 산책 코스를 돌면서 시간을 보내자, 일주일이 금세 지나갔다.
“그나저나 노래 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 괜찮으려나?”
뮤직비디오 공개를 기다리는 재인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가 이번에 촬영한 뮤비는 원래 세상에선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였다. 불렀던 시기도 달랐다. 상당히 유행했던 노래라서 잘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세상에 온 걸 이런 곳에서 또 느끼네.’
매일 하찬과 투구게를 보면서 차원 이동한 사실을 느끼지만 이럴 때는 또 달랐다. 기존에 알던 사실이 바뀌는 일을 경험할 때마다 입맛이 썼다.
“시간 됐다.”
시청 예약을 걸어 두었던 영상이 재생되자마자 재인은 언제 업로드를 기다렸냐는 듯이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영상과 사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사진은 덤덤히 볼 수 있었지만, 화려하게 꾸민 영상 속 자신의 모습은 부끄러워서 똑바로 보기 힘들었다.
삼 분 남짓의 노래는 걱정과 다르게 영상과 무척 잘 어울렸지만, 그는 영상을 확인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삼 분은 부끄러움을 잊을 만큼 긴 시간은 아니었다.
‘어휴! 배우고 가수고 진심 대단하다.’
자신은 화면에 본인의 얼굴이 나온 순간 몸이 옆으로 저절로 돌아갔는데, 그 사람들은 몇 번이고 돌려 본다니 정신력이 대단한 것 같았다.
“댓글이나 한번 볼까?”
-노래 너무 좋다. 사랑해요. 세레나데.
-영상 속 남자 누구? 아는 사람?
-하루 만에 천만 가자. 사랑한다 세레니들!
-인트로 장인 김수연! 뮤비 분위기 너무 좋아.
-뮤비 속 남자 모델임? 배우인가? 어디 나왔는지 아시는 분 계세요?
-정규앨범 엄청 기다렸는데,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네. 세레니들 다들 너무 예쁘고, 귀엽고, 멋있고, 매력 있고, 아무튼 좋은 거 다 세레니들 거 해.
미튜브에 올라온 영상에 달린 댓글들은 호평 일색이었다. 간간이 재인의 정체를 묻는 댓글이 보였지만, 대부분은 노래나 뮤비 영상이 너무 좋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아이돌 문화나 음반 성적에 대해 잘 모르니 이게 성공적인 반응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다. 다만 공개된 영상 아래의 ‘좋아요’ 수치가 무섭게 올라가는 거로 반응이 나쁘지 않다, 짐작할 뿐이었다.
“으악! 깜짝이야!”
재인이 세레나데 뮤비의 성패를 가늠하던 도중이었다. 그의 눈앞에 미친 속도로 메시지가 출력되기 시작했다.
[공헌도 1이 올랐습니다.] [공헌도 1이 올랐습니다.]똑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무서운 속도로 휙휙 나타났다 사라졌다.
“성공이구나.”
이 정도 속도면 오늘 밤 안으로 필요한 공헌도를 채우고도 남을 것 같았다. 너무 빨리 올라가고 있어서일까, 직접 촬영까지 했는데도 어쩐지 공짜로 공헌도를 얻는 기분이었다.
‘이로써 확실해졌네. 영상이나 사진 같은 거로도 공헌도를 채울 수 있다는 게.’
배우가 됐든 모델이 됐든 유명인이 되는 게 공헌도를 채우는 가장 빠른 길이지 않을까 했던 짐작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