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obsessed tyrant and a sleeping cat every night RAW novel - Chapter (51)
Chapter 51
답장이 와야 말이지!
순간 분한 기분이 든 나는 수프에 적신 빵을 입에 넣어 꽉꽉 씹었다.
“…….”
흑마법약은 일일이 성분을 분해해 하나하나 네테석에 넣는 것밖에 증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음식에 섞여들어 가거나 하는 식으로 다른 물질과 뭉쳐지면 감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가 네테석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식사 시간 마다 모든 음식의 성분을 분리해 내 그것을 구분할 수는 없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정말 다들 구분이 안 된다고? 어째서?
보자마자 딱 알겠던데!
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입 안에 남아 있는 빵을 느릿하게 삼켰다.
‘그렇다면 내가 구분해 낼 수 있던 이유는 뭘까?’
단지 후각이 뛰어나서?
나는 불현듯 의문에 사로잡혀 이곳에서도 홀로 튀게 느껴지는 향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왜 그렇게 킁킁거려?”
엄청난 양의 스테이크를 한입에 꿀꺽 삼킨 사누아가 물을 마시며 물었다.
“나 냄새나?”
“응?”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어 보는데, 사누아가 제 손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는 게 보였다.
이곳에 온 후 사누아는 몰라보게 깨끗해졌지만, 가끔 씻는 걸 귀찮아한다고 했다.
“좀 씻어.”
“어제 씻었는데?”
“매일 씻어야 하는 거라고 했지.”
해리드가 보울에서 샐러드를 우아하게 덜어 내며 사누아에게 말했다.
자주 티격태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리드가 은근히 형처럼 사누아를 챙기는 건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아냐, 그런 건 아니야. 사누아 혹시 불편한 데는 없어? 기력이 빠진다든지.”
나는 사누아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겉보기엔 괜찮지만 낮에 내게 신력을 보내 줘야 하니, 그의 심신이 걱정이었다.
“없는데?”
사누아가 칠면조 다리를 심도 있게 뜯으며 대답했다.
“으응, 다행이다.”
저 몸에 대체 저 많은 음식이 어떻게 다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저걸 다 먹고 나오는 게 신력은 아니겠지.
아침부터 많은 음식을 차려 놓는 건 대식가인 사누아를 위한 일이라 했다.
덕분에 이것저것 맛볼 수 있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바른은 사누아가 체하지 않을지 주의 깊게 살피는 것 같았다.
나는 사누아를 지켜보다 라즈베리 파이 조각을 집었다.
파비앙 넬라스는 신탁의 일부를 어디에 숨겨 놓은 걸까?
또 사누아를 어떻게 하기를 바라며 그 편지를 남긴 걸까.
그때 바른이 내게 눈길을 던졌다.
“해리드에게도 말했지만, 오늘은 밖에 다녀와야 할 일이 있어 아마 내일까지는 집을 비우게 될 겁니다.”
“아, 어디 다녀오세요?”
“레일버에 다녀와야 합니다.”
나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거긴 해밀튼 자작 부부의 영지라 하셨던 곳이죠? 뭔가 발견된 건가요?”
“특이점이 있다 하여 살펴보고 올 생각입니다.”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도로 포크를 집었다.
그 특이한 점이 무엇인지 묻고 싶지만, 바른의 성격상 그가 직접 확인해 본 후 말해 줄 것이다.
바른은 마력이 크게 발휘돼서는 안 되기에 마차를 타고 다녀올 거라 했다.
텔레포트는 강력한 마법인지라 쉽게 발휘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오히려 황실 마법부가 있는 성은 마법을 쓰는 게 더 들킬 확률이 낮은 편이라 했다. 그곳은 마법이 그나마 자주 쓰이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강력한 힘을 감지하면 찾아와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이전에도 바른이 텔레포트로 성에 나타났을 때 단순 해프닝으로 여겨졌던 걸 돌이켜 보면 그렇게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윙스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마법이 단순히 약초를 다루는 약제사처럼 여겨지는 세계이니, 텔레포트와 같은 강한 힘이 쓰였다간 꼬리를 밟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미 모두에게 지시해 두긴 했으나, 제가 없는 동안 낯선 이는 더욱 경계하길 바랍니다. 윙스턴에 사는 평민들은 때때로 여타 다른 지역의 사람들처럼 치료제를 청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합니다. 그들 모두를 포함해 드리는 말씀이니 낯선 자들과는 대면하지 마세요. 물론 영애가 지내는 곳은 별채와 다른 곳이라 그럴 일은 거의 없을 테지만 말입니다.”
바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백작님.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낯선 사람을 상대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나는 바른을 안심시키듯 방긋 웃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리나를 비롯한 해리드, 사누아 역시 마찬가지로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했다.
몇 시간 후 우리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낯선 이의 등장으로 얼마나 당황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한 채 말이다.
* * *
나의 늦은 오후는 여느 때처럼 브륀힐트 가에 대해 배우며 지나고 있었다.
깃털이 달린 펜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채 가볍게 흔들며 해리드의 말에 집중하려 애썼다.
그러나 의식은 때때로 하늘거리는 깃털처럼 공기를 타고 올라가 얇은 먼지처럼 허공을 배회하는 것 같았다.
뭐랄까. 세계사를, 그것도 한 가문의 역사만을 주야장천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이럴 바엔 환기를 위해 수학도 듣고 언어도 듣고 외국어도 듣자구요, 라고 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나는 해리드가 차라리 내 기억을 조작해 주면 어떨까 하는 불순한 생각이 들어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안 돼.”
나는 다시 한번 정신을 모으려 노력하며 눈을 부릅떴다.
우리들 중 가장 안쓰러운 건 해리드였기 때문이었다.
나와 이리나는 둘째 치고, 사누아는 글자를 모르고 있기에 해리드가 일일이 말로 설명해 줘야만 했다.
덕분에 나는 브륀힐트 가에 대해 읽으면서 귀로도 들을 수 있으니 좀 더 이해가 빠를 수 있었지만, 전날 가르쳐 줄 것을 준비하고 사누아에게 설명하고 있는 해리드를 보고 있노라면 조금 마음이 짠했다.
‘사누아를 돌보는 일은 아버지께서 제게 지시하신 일이라, 제가 하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레네트 공녀.’
그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해리드는 평소의 격을 갖춘 태도를 취하며 자신의 일이라 선을 그었다.
은근슬쩍 내일은 내가 미리 읽어 사누아에게 알려 주는 게 어떨까요? 라고 하기도 했지만 해리드는 대쪽 같았다.
‘어차피 같이해야 하는 공부이기도 하고요. 어려운 일 아니니 심려하실 일은 아닙니다.’
물론 해리드는 나에게 비아냥거린다기보단 사실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말하는 부류라, 내가 수고하는 것보단 자신이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 끝에 한 말이었다.
또 브륀힐트 가에 대해 바른과 해리드 역시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 하니, 겸사겸사라는 것이다.
“브륀힐트…….”
나는 브륀힐트 가에 대해 내가 적어 놓은 노트를 내려다보았다.
브륀힐트 가는 간략하게 말하자면 제국의 최북단에 위치한 곳, 데인버그의 영주 가문이었다.
본디 작은 공국이었으나 위페르 제국을 이룰 때 독립된 자치권을 가진 지역으로 흡수되었다고.
멀리서 보면 거대한 말발굽 형태로 우묵하게 파인 지형을 띠고 있고, 협곡에서 몇 개의 광산이 발견돼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위페르 제국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국가에까지 그곳의 다이아몬드는 최상품으로 추앙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한때 고급 다이아몬드가 쏟아지는 곳이기에 수많은 나라에서 탐을 냈던 곳이라면, 현재는 제국의 변방 지역으로 때때로 무섭게 성장하는 나라들이 제국의 국경선을 넘기 위한 발판으로 이용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아돌프 황제가 적극적으로 데인버그를 돌보지 않는 이유는 독립적 자치권을 가진 곳이라서인가요?”
“맞습니다. 데인버그는 지형적 요소 때문인지 외부로 나가는 게 쉽지 않고, 외부인들이 들어가기도 애를 먹는 곳입니다. 그들 특성상 또 웬만한 일에 잘 나서지 않는 편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황실 주요 정책에 비협조적인 면도 꽤 있어 왔다는 거죠. 특히 기젤라 부인이 황실에 온 이후 만들어진 조세정책을 거의 받아들지 않았더라고요.”
기젤라 부인의 추천으로 관직에 등용된 귀족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세법을 통과시켰으나, 지역적 이유를 들먹이며 데인버그에서 몇 차례 지킬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해 온 것이다.
경질이 필요한 문제라고 기젤라 부인 주변 귀족들은 목에 핏대를 세웠으나 제국 개국 당시 맺어진 자율자치권을 들먹이며 브륀힐트 가는 듣지 않았다고 한다.
“본보기를 보여 주기 위해 데인버그를 무력으로 장악하려 했으나 황태자 전하께서 반대하셨었죠.”
데인버그를 치기 위해선 반드시 협곡을 넘어야 하는데, 군사들을 오래 먹일 식량을 계속해서 조달해야 하고, 무기 또한 옮기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히려 이익보다 비용이 더 드는 일이라 설명하며 아돌프 황제를 설득했다고 한다.
“아돌프 황제께서 그 말을 듣고 데인버그로 향하는 군대를 철수하라 하셨고, 데인버그를 나눠 갖기로 이미 말이 오간 귀족들은 빈손이 됐습니다.”
“데인버그에는 더 이상 다이아몬드도 나오지 않는데 귀족들이 가지고 싶어한 이유가 뭘까요?”
“항간의 소문으로는. 데인버그에 훌륭한 철광석이 나온다는 말이 돌았습니다만 확실치 않습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전하께서 귀족들의 미움을 샀으니 부자간에 대한 이간질이 심해졌을 테고, 전하께서도 그즈음엔 황궁에 거의 가지 않으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리드가 말을 멈추고 데인버그의 지형도를 손으로 가리켰다.
“보세요. 누구라도 쉽게 가긴 어렵지 않겠습니까? 제국의 국경선 최북단을 이곳에 둔 이유를 아시겠죠?”
“와, 정말 길이 엄청 험해 보이긴 하네요.”
뾰족하게 솟아나 험준해 보이는 지형도를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말 한 마리도 지나기 어려운 오솔길이나 낭떠러지를 연결한 다리를 지나야 겨우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지체 높은 귀족들마저 이곳에 가기 위해선 마차에서 내려 직접 말을 몰아야 한단다.
승마야 그들의 취미이니 말을 타는 건 어렵지 않지만, 발을 잘못 디뎠다간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기에 십상이니 쉽게 엄두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정도면 누구도 쉽게 발을 들일 수 없고, 본인들도 나가기 어려울 테니 독자적인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겠어요.”
나는 그곳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는 성의 조감도도 살폈다.
킬리언이 이곳과 각별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킬리언 황태자께서 브륀힐트 가와 인연이 있다는 건 신기한 일 같아요.”
“뭔가를 염두에 두고 하신 일이겠지요.”
해리드가 침착한 어조로 말하며 브륀힐트 가에 대해 마저 눈으로 훑었다.
“전하께선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돕는 분은 아니니까요.”
해리드의 기저에 깔린 킬리언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바른의 지시로 해리드는 분명 킬리언을 돕고 있지만, 그가 황가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은 대화를 나눌 때면 이따금 보이긴 했으니 시간이 필요한 문제일 것 같았다.
“글쎄요. 제가 아는 전하는 그리 정 없는 분은 아니실 것 같은데요?”
내가 슬쩍 말하며 책을 내려다봤다.
똑똑-
목이 말라 책 보던 것을 멈추고 원형 테이블로 향하려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해리드가 문 앞으로 걸어가 우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만 살짝 열었다.
“무슨 일이냐.”
“손님이 오셨는데, 여기에 살지 않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돌아가길 권유했으나 막무가내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전까진 가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지금도 정문 앞에 서 있다고 합니다.”
“아이?”
해리드의 반문에 우리는 무슨 말인가 싶어 서로를 쳐다봤다.
“잭이란 분을 찾는다고 합니다.”
잭이란 이름에 사누아가 흠칫 놀라 문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