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모스크바 공방전 (6)
“발사!”
15cm 곡사포와 판처베르퍼 42의 일제 사격으로 독일군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최대 18km까지 포탄을 쏘아보내는 것이 가능한 15cm 곡사포와 다르게 판처베르퍼 42에 장착된 15cm 네벨베르퍼는 7km까지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소련군 포병 전력이 괴멸하고, 제공권이 완전히 독일군 수중에 넘어온 지금, 네벨베르퍼의 약점인 짧은 사정거리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정거리가 짧은 대신, 강력한 화력을 단기간에 최대한 많이 투사할 수 있는 네벨베르퍼는 동부전선에서 수많은 활약상을 올리며 독일군과 추축군에겐 찬사를, 소련군에겐 지독한 저주와 욕설을 받았다.
콘크리트 벙커는커녕 대부분 무개호(無蓋壕)로 이루어진 소련군의 참호는 독일군의 포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큰 피해를 야기했다.
암만 귀를 틀어막고 바닥에 엎드려 있어도,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의 세례를 직격으로 맞으면 그날로 끝이었다.
“살려줘!”
“엄마!”
“하느님, 하느님!”
생전 처음 포격을 경험하는 어린 소년병들은 공포로 이성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들은 엄마와 신을 애타게 찾으며 이 지랄맞은 포격이 서둘러 끝나길 기도했다.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로 정신줄을 완전히 놓아버린 병사들은 괴성을 지르며 참호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그대로 포탄의 제물이 되었다.
포탄에 맞은 병사는 수천 개의 크고 작은 조각들로 나뉘어 사방에 흩뿌려졌다.
“전차 전진!”
“목표는 크렘린이다! 돌격!”
대공포 및 대전차포로 흔히 사용되는 88mm까지 동원한 포격이 끝나고, 전차와 보병들의 차례가 되었다.
“전차다!”
“도망쳐!”
“도망치지 마라! 사살하겠다! 자리를 지켜!”
제3SS기갑군단의 전차들이 돌격해오자 참호에 들어찬 형벌부대원들은 지레 겁을 먹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자리를 지키라는 명령은 공포로 이성이 마비된 이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사격 개시!”
그러자 후방에 자리 잡은 독전대의 맥심 기관총이 즉시 불을 뿜었다.
참호에서 빠져나와 도망치던 형벌부대원들이 벌집이 되어 널브러졌다.
“후퇴하면 사살하겠다! 죽을 각오로 싸워라!”
앞에는 적, 뒤에는 독전대.
최전선의 형벌부대원들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병사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독일군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소대마다 한 문씩 배치된 ZiS-3가 발포했지만, 포탄은 죄다 도탄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거나 땅에 처박혔다.
“조종수 정지. 정면에 적 대전차포다.”
“우측에 있는 놈부터 순서대로 처리한다. 유탄 장전!”
판터들이 발포하여 적 방어선의 대전차포를 한 대씩 조각냈다.
차체 전면부의 기관총좌에 포탄을 정확히 명중시키지 않는 이상, ZiS-3는 정면에서 판터를 격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궤도를 맞춰 기동성을 상실시키는 게 전부일 뿐.
“쏴아!”
75mm 유탄에 맞은 ZiS-3가 폭발하면서 바퀴가 수백 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다.
대전차포를 모두 제거한 판터들은 공축기관총과 차체 전면 기관총을 발사해 소련군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냈다.
여기에 불칸을 탑재한 Sd.Kfz 251과 케츠헨도 가세해 소련군의 머리 위로 40mm 유탄을 날려댔다.
40mm 유탄이 잇달아 폭발할 때마다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카아아아악!!”
“항복! 항복!”
“항복하겠다! 쏘지 마!”
인간이었던 것의 조각들이 사방팔방으로 튀고, 고개를 들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두 손을 올렸다.
백기가 따로 없었기에 병사들은 군복을 총에 걸어 좌우로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본 독일군은 사격을 잠시 중단했지만, 이번에는 후방의 독전대가 발포했다.
스탈린 동지께선 싸우기를 포기하고 항복하는 배신자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하셨다. 따라서 저놈들은 죽어 마땅하다.
그러나 독전대의 총알도 일선 병사들의 항복을 막을 수 없었다. 병사들이 싸우기를 거부하고, 참호에 틀어박혀 있으면 독전대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전차들이 소련군의 참호를 타 넘어 앞으로 나아갔다. 최전선의 참호들이 돌파당하자, 이제는 독전대의 차례가 되었다.
스탈린과 공산당에 당한 광신적인 믿음으로 뭉친 장병들로만 구성된 게 독전대였지만, 이들조차도 독일군의 전차는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독전대는 열심히 기관총을 쏘았지만, 전차는 총탄을 가볍게 튕겨내며 굴러왔다.
“하! 저 병신 새끼들. 겨우 총알 따위에 판터가 당하겠냐고.”
“공포로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닐까요?”
전차병들은 고작 기관총 따위로 전차를 상대하려는 소련군의 무모함을 온 힘을 다해 비웃으며 여유롭게 기관총을 난사했다.
MG40이 좌에서 우로 회전하자 더 이상 총알이 날아오지 않았다.
대전차포는커녕 대전차소총조차 없는 독전대는 독일군에게 있어 훈련용 과녁판에 지나지 않았다.
전차들이 주포와 기관총을 쏘며 밀고 나가자, 독전대로 구성된 소련군 방어선은 순식간에 붕괴했다.
젤레노그라드 시내로 독일군의 전차가 진입하고 있을 때, 크렘린 궁전의 지하벙커에선 오늘도 작전회의가 한창이었다.
주코프는 남은 병력을 쥐어짜 어떻게든 방어선을 형성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가 새로 구상한 방어선을 지도에 표시하기도 전에 급보가 연달아 날아들었다.
“대, 대장 동지!”
“?”
“이스트라와 즈베니고로드가 함락되었습니다!”
“방금 체호프 방어선도 돌파당했습니다!”
어디가 함락되었다, 어느 부대와 연락이 끊어졌다, 독일군이 어디를 공격 중이다.
후퇴, 연락 두절, 함락, 지원 요청의 파도가 쉬지 않고 몰아쳤다.
정신을 차렸을 때, 지도에 표시된 소련군의 방어선은 이제 모스크바의 경계선에 맞닿아 있었다.
“…..”
***
1942년 10월 22일
소련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
“적군이 넓은 대형으로 전선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서기장 동지.”
무거운 침묵이 회의 참석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가운데 주코프는 사무적인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
“적은 남쪽에서 클리몹스크를 점령했고 포돌스크를 향해 돌격하고 있습니다.
이스트라와 즈베니고로드도 적에게 넘어갔고, 적은 현재 오딘초보와 크라스노고르스크 사이의 서쪽 교외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젤레노그라드가 함락되어 북쪽으로는 힘키까지 다다랐습니다.”
주코프의 설명을 경청하던 스탈린이 입을 열었다.
“예로멘코의 제4충격군이 공세를 가하면 괜찮아질 것이오.”
이틀 전, 스탈린은 안드레이 예로멘코의 제4충격군의 편성이 완료되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공세 명령을 내렸다.
서쪽과 남쪽 사이, 독일군 진영을 파고들어 타격을 입히라고.
“서기장 동지······.”
“서기장 동지.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주코프를 대신해 보로실로프가 대신 나섰다.
“제4충격군은 공세를 가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요?”
“연료가 없습니다, 서기장 동지.”
예로멘코가 지휘하는 제4충격군에겐 연료가 없었다.
그들에게 돌아갔어야 할 연료는 이미 바실렙스키의 제3충격군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제4충격군 몫의 연료를 보급받은 제3충격군은 공세에 나섰고, 잠시나마 성과를 보이는 듯했지만, 끝끝내 실패로 끝났다.
사실, 연료가 충분했어도 제4충격군은 공세에 나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스탈린의 닦달로 급히 편성을 끝냈지만, 여전히 정수의 70%밖에 채우지 못했을뿐더러, 그나마 겨우 채운 병력조차 노약자, 어린이, 부상병들과 형벌부대로 이루어진 오합지졸 부대였다.
전차와 화포 역시 수량이 부족해 이름만 기갑부대지 실체는 보병부대 수준인 부대가 허다했다.
보로실로프의 말이 끝난 후에도 스탈린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죽음보다 무거운, 어색한 침묵이 오갔다. 어찌나 조용한지 숨소리까지 귀에 거슬릴 정도로 크게 들렸다.
마침내 스탈린이 입을 열었을 때,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사람만 남는다. 보로실로프, 주코프, 샤포시니코프.”
호명된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회의실에서 빠져나갔다.
회의실 문이 닫히자, 늙은 독재자의 입에서 노호가 터져 나왔다.
“그건 명령이었다! 예로멘코의 공격은 명령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네놈이 뭐라고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해?
군대가 날 속였어! 붉은 군대가 나를, 감히 나를 속였단 말이야!”
스탈린이 거친 분노를 토해내는 동안, 참석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스탈린의 분노는 계속되었다. V2가 착탄하면서 발생한 진동이 벙커에 전해지는 순간에도 그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꼴에 별들 달았다고 꺼드럭거리면서, 정작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는 놈들이 내 명령을 무시해! 고작 나이프, 포크 잡는 법 같은 것이나 배운 주제에!”
“서기장 동지,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듣다 못한 보로실로프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항의했지만, 스탈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간 군대는 몇 년 동안이나 날 방해해 왔어. 내 앞길을 막고 있던 것밖에 한 일이 없다고!
이럴 줄 알았다면, 내 이럴 줄 알았다면 4년 전에 조금 더 제대로 숙청해야 했어. 히틀러처럼 말이야! 히틀러를 보라고! 그놈은, 그놈은 진작에 자기에게 방해가 되는 놈팽이들을 모조리 다 처단했었지!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거고!”
“······.”
“이젠 다 틀렸어. 다 틀렸다고! 씨발!”
평소에는 쓰지 않던 상스러운 욕설까지 마구 써가며 분노를 토해내던 스탈린은 쏟아낼 분노를 다 쏟아내 힘이 다한 것인지, 아직 쏟아낼 분노는 있는데 체력이 달려서 못 하는 것인지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예로멘코.”
“예?”
“예로멘코. 그자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소?”
예로멘코는 현재 오딘초보-포돌스크 방어선을 맡고 있었다.
바실렙스키는 쭉정이만 남은 부대들을 이끌고 모스크바 북부 외곽에서 독일군과 싸우는 중이었고.
“마지막으로 묻겠소.”
“예, 서기장 동지.”
“모스크바를 지켜낼 수 있겠소? 솔직하게 대답하시오.”
“······어렵습니다.”
“그렇군.”
주코프의 말에 스탈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모스크바의 함락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언제 함락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수십만 붉은 군대 장병들의 희생도, 라스푸티차도, 기나긴 보급선도 모두 모스크바의 운명을 바꾸지 못했다.
“보로실로프 동무.”
“예.”
“떠날 준비를 하시오.”
스탈린은 모스크바를 떠날 준비를 했다.
엠버밍된 레닌의 시체를 비롯해 모스크바에 있는 각종 문화재와 중요 문서들, 공산당 고위 간부들은 이미 쿠이비셰프에 있었다.
원래라면 스탈린도 진작에 쿠이비셰프에 있어야 했지만, 그는 마음을 바꿔 모스크바에 남겠노라고 선언했었다.
하지만 모스크바의 함락이 결정된 이상, 이곳에 있어봤자 시간 낭비밖에 더 되지 않았다.
“주코프 동무.”
“예, 서기장 동지.”
“동무에게 따로 내릴 지시가 있소.”
***
1942년 10월 23일
소련 힘키
-타다당!
“크하악.”
총성이 울리고 양손에 탄약통을 들고 뛰어가던 소년병이 가래 끓는 소리를 내뱉으며 철푸덕 쓰러졌다.
심장이 있는 자리 부근에 난 구멍에서 피가 왈칵 솟구쳤다.
브루네거는 이젠 눈 감고도 탄창을 교체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일에 이골이 난 상태였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탄창을 새것으로 갈아 끼운 그는 전방을 주시하며 분대원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날 따라서 조용히 이동해라. 자세는 최대한 낮추고.’
한 달 전 브루네거는 SS 병장에서 SS 하사로 승진했다.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니 경험 많은 예비역들을 진급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진 덕분이었다.
계급장이 달라지니 호칭도 달라지고, 월급도 늘었지만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쏘고, 엎드리고, 달리고, 죽이고.
마치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가 된 기분.
단,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게 차이점이다.
-쉭!
“헙!”
총알이 간발의 차이로 뺨을 지나치자, 브루네거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군복이 진흙으로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몸을 던졌다.
“사격해!”
브루네거의 분대원들이 일제히 사격하자, 창문이 깨지면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요제프, 귄터! 너희 둘은 나를 따라오고 나머지는 엄호사격해!”
“예!”
분대원들이 엄호사격하는 동안 브루네거는 달리면서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핀을 뽑은 다음, 깨진 유리창 안으로 던져넣었다.
“엎드려라!”
-쿠웅!
수류탄이 폭발하고, 자욱한 회색 연기가 창문을 통해 뿜어졌다. 매캐한 화약 냄새 사이로 비릿한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반쯤 떨어져 나가 삐그덕거리는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가자, 처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이 석탄처럼 타들어 가고, 찢어진 살가죽 사이로 튀어나온 뱀처럼 긴 내장들.
3명의 소련군이 엉망진창으로 짓이겨진 채 바닥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이미 시체는 질릴 정도로 본 터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여자였어?”
그가 죽인 적군은 놀랍게도 여군이었다. 그것도 3명 모두.
독일군에도 여군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통신병, 취사병, 위생병, 운전병 정도였고 드물게 대공포부대에 배치된 게 전부였다.
전선을 누비며 적과 총격전을 주고받는 보병, 공병, 포병, 기갑병들은 모두 남자들이었다.
그러나 소련군은 독일군과 달랐다. 소련군은 여군도 전투병과에 아낌없이 마구 배치했다.
여군들은 남군들 사이에 섞여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싸웠다.
그리고 함께 죽었다.
“빨갱이들도 사정이 급하긴 한가 봅니다. 하다 하다 여자들까지 일선에 몰아넣다니.”
“나라를 잘못 만난 죄지. 쯧쯧.”
여자를 죽였다는 것에 죄책감은 없었다. 단지 남자인 줄 알았던 적이 여자여서 조금 놀랐을 뿐.
어차피 죽여야 하는 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노인이든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있으면 모두가 똑같은 적군이다.
적을 죽일 때는 망설이지 마라. 어차피 빨갱이들은 너흴 죽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니 너희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토텐코프 사단의 전 사단장이자 지금은 제3SS기갑군단의 군단장을 맡고 있는 테오도어 아이케 SS 상급대장이 SS 대장 시절에 토텐코프 사단원들에게 한 말이었다.
그 말대로 토텐코프 장병들은 적군을 죽일 때 망설이지 않았다. 전장에서 적을 죽이지 않으면, 죽는 건 자신이었으니.
4호 전차 A형에 장착되었던 75mm 24구경장 주포를 단 Sd.Kfz 251/9 슈툼멜(Stummel, 그루터기)도 불을 뿜어 소련군 진지를 박살 냈다.
카노넨바겐(Kanonenwagen, 대포차)으로도 불리는 슈툼멜은 보병지원용으로 안성맞춤인 75mm 포탄을 발사할 수 있어 보병들에게서 인기가 좋았다.
75mm 유탄이 기관총 진지를 박살 내자 병사들은 돌격을 개시했다.
숨통이 붙어있는 소련군을 개머리판으로 으깨고, 수류탄 핀을 뽑으려는 소년병의 관자놀이에 총알을 박아넣기를 여러 차례.
힘키 시내의 7할은 독일군 수중에 떨어졌다.
브루네거의 중대는 힘키 시내에 있는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진격을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진흙이 묻어 더러워진 손으로 쇼카콜라를 집어서 입에 넣는데 페트 SS 상사가 브루네거를 불렀다.
“어이, 브루네거. 와서 이것 좀 봐라.”
“뭐 때문에 그러십니까, SS 상사님?”
페트 SS 상사는 브루네거에게 버스정류장 노선표를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이 끝에 있는 단어가 뭔지 알아?”
“죄송하지만 전 러시아어를 읽을 줄 모르지 말입니다.”
독소전쟁이 발발하고 상부에서는 병사들에게 러시아어 사전을 배부했지만, 러시아어를 아는 병사들보다 러시아어를 모르는 병사들이 훨씬 많았다. 페트 SS 상사가 혀를 차며 말했다.
“Красная площадь. 붉은 광장이란 뜻이잖아.”
“아하!”
버스정류장 노선표의 종착역은 붉은 광장이었다. 모스크바 중심부에 위치한 붉은 광장.
놀랄 소식은 아직 하나 더 남아있었다.
“아아! 보인다, 보여!”
“뭐가?”
“크렘린이 보인다고! 크렘린이!”
해당 위치에서 병사들은 망원경으로 크렘린 궁전의 첨탑을 볼 수 있었다. 모스크바의 상징이자, 스탈린이 살고 있다는 크렘린 궁전의 첨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