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 * *
나는 아버지와 함께 다시 처소로 돌아왔다.
원래 목적이었던 고양이도 제갈 세가주의 방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끊임없이 먀옹먀옹먀옹먀옹거렸는데 무슨 고양이가 이렇게 말이 많은가 시끄러울 정도였다.
밥을 주고 나서야 조금 조용해졌다.
나는 고양이를 지켜보다가 조심스레 아버지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내가 미처 입을 열기 전에 아버지가 먼저 말했다.
“앉거라. 잠시 아비와 얘기 좀 하자구나.”
“······.”
뭐지?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
왜 그렇지 않은가. 잠깐 얘기하자고 하면 갑자기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고 그런······.
내가 찾아와 놓고도 불안에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아닌데······ 최근에는 없는데······.’
탁자에는 마치 내가 올 걸 예상한 것처럼 두 개의 찻잔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버지가 찻주전자를 들며 말했다.
“저 고양이가 너를 많이 따르는구나.”
“그런가요?”
“내가 제갈 세가주를 보러 왔을 땐 본 척도 하지 않았단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건 문제 있네요.”
“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교육해 놓을게요!”
“······응원하마.”
왠지 조금 웃으신 것 같아 바라봤지만, 늘 평소와 같은 무뚝뚝한 낯이었다.
아버지가 차를 한 번 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갈 세가주의 상세가 생각보다 좋지 못하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 얘기를 하러 온 참이었다.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음, 제 생각으로는 한 2년 정도 남은 것 같아요.”
“내 생각도 그렇다.”
“만약에 제갈 세가주가 말한 독이 정말로 내 증상의 원인이라면······ 나는 괘 도움을 받은게 되지.”
백리세가에서도 모산파의 멸문에 관한 정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할아버지께서 직접 모산파에서 그런 독이 있었는지, 알아보러 가셨다
제갈 세가주의 말 하나에 의지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처음에는 아버지가 직접 알아보러 가고 싶어하셨다.
일단 내 곁을 비울 수 없으니 나중에.
나중에라니!
나랑 할아버지 둘 다 나란히 뒷목을 잡았다.
하루빨리 원인을 알아내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런 아버지의 태평함을 참지 못한 할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내다가 본인이 간다며 떠나버렸다.
대외적으로는 잠시 유람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각설하고, 만약 제갈 세가주가 아니었다면 독일 거라는 가능성은 아직도 전혀 생각지 못했을 터였다.
나는 찻잔을 만지며 입을 열었다.
“음, 제가 제갈 세가주를 도왔듯이 제갈 세가주도 저를, 아버지를 도운 거겠죠.”
나는 흔들리는 촛불을 보며 차를 한 모금 넘기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에효,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 그냥 말씀하세요. 제갈 세가주에게 공청석유를 내주자고요.”
“······.”
아버지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주 가까이 있었기에 찰나, 흔들린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그 말을 하고 싶으신 거였죠?”
“······알고 있었느냐?”
“네. 그렇지 않아도 고민하고 있었어요. 엄청 많은 양의 기운을 품으면 절맥의 진행을 확 늦출 수 있어 보였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공청석유를 가지고 있었다.
음양오행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아주 막대한 기운을 품은 지고의 영약을.
세상에 이보다 더 알맞은 게 있을까?
아버지가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거기다가 오늘 아버지의 전신 기맥도 살펴봤잖아요. 그러니까 더 잘 알겠더라구요.”
말하다가 떠올랐다.
‘잠깐만 설마······!’
오늘 아버지가 기맥을 관조할 수 있게 한 이유가 설마 제갈 세가주때문이었나?
내게 방법을 알려주려고?!
‘아니 왠지! 갑자기 선선히 허락해 주시더라니.’
약간 당한 기분이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 아버지는 지금 영약을 드실 수 없으시죠?”
아버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청석유를 먹고 그 기운을 녹이다 진기운용이 막히는 상황이 오기라도 하면 그 순간 바로 주화입마 각이었다.
나도 모르게 아쉬움이 담긴 탄식이 터졌다.
‘왠지 그때 반응이 미묘하시더라.’
이런 이유가 있었다. 내 촉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이렇게 증명받고 싶지는 않았는데, 아쉬울 따름이었다.
물론 공청석유를 아껴 두었다가 아버지의 문제를 해결한 뒤에 드시게 하는 방법도 있긴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과연 눈앞에서 죽어가는 제갈 세가주를 보며 공청석유를 아끼려 들까?
‘절대 아니지.’
본인이 먹을 수 있어도 양보하실 분인데. 심지어 현재 먹을 수도 없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
‘후우,
정말 사람이 좋아도 정도가 있지.’
물론······ 나는 그런 아버지를 좋아했다.
그리고 어쨌든 제갈 세가주를 최대한 살리는 편이 좋았다.
내 금안에 대한 비밀도 알고 있으며, 훗날 마교와 있을 전쟁.
분명 마교에서 제갈 세가를 멸문시키려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소설에서 그것도 다뤄 줬으면 좀 좋아?’
남궁류청, 그거 조사 안 하고 뭐했니?
거기다가 가장 중요한 것.
아버지의 증상에 관해서 그나마 현재 가장 그럴듯한 가설이나마 제공한 건 제갈 세가주가 유일했다.
‘여기서 죽어 버리면 안 된단 말이야.’
하여튼 아버지가 증상을 천운으로 치료하고, 공청석유를 먹어 자신의 힘으로 만들었다 한들 마교와의 전쟁에서 지거나 큰 피해를 보면 공청석유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안 아까우세요?”
미래를 아는 나도 이렇게 애써 여러 이유를 늘어놓을 만큼 아까운데.
하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나보다 더 괜찮아 보였다.
아버지의 모습만 봐서는영약에 목숨 거는 수많은 무인들이 마치 거짓처럼 느껴졌다.
“아쉽지 않다면 어찌 무인이겠느냐?”
아버지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나와 연이 아니었던 것이지.”
“······.”
“그럼 바로 행하자꾸나.”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바로요?”
“그래. 제갈 세가주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아버지가 잠시 멈칫하곤 물었다.
“피로하느냐?”
“그건 아니지만······.”
아직도 정신이 말똥한 것이 솔직히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열린 창으로 하늘을 보았다. 새카만 어둠에 총총히 박힌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물시계를 보자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었다.
“무영에게도 말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미 말해 두었다.”
“네?”
* * *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제갈 세가주의 처소로 향했다.
그때 순찰 중인 백리가의 무사 한 명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4공자님, 아기씨.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아무것도 아닐세. 고생하네.”
순찰 무사가 아버지께 인사하고 멀어졌다. 늦은 밤 계속 왔다 갔다하니 물어본 듯했다.
이를 지켜보며 상황을 되짚어보던 나 또한 기가 막혔다.
‘무영에게 미리 말해 두었다니······.’
그러니까 이미 아버지는 마음속으로는 결정해 놓으신 거였다!
“만약 제가 싫다고 하면 어쩌시려고 그러셨어요?”
아버지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내 너를 안다.”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무리 귀한 영약이라도 사람 목숨을 살리는 것만 못하다. 그러니 마땅히 그리해야지.”
그때 갑자기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조금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마땅이라는 말은······ 당연히 그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음, 네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리라 믿었다는 거다. 내 딸이니까, 말이다.”
나는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순간, 예전에 내가 만신의를 조금늦게 찾아가더라도 천귀조를 먼저 잡자고 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아버지는 내가 그런 선택을 하여 매우 기쁘다고 말했었다.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당연히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할 거락 여기고 계셨다.
“그러니 연아. 만약에 정말 네가 싫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말하거라.”
“······.”
“왜 그러느냐?”
“저 걷기 싫어졌어요.”
“음?”
나는 아버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아버지가 옅은 한숨을 내쉬고 나를 안아 올렸다.
아버지는 내가 무백신공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잘 안아주지 않으셨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걸어다니며 보법 연습하라고!
너무 하지 않는가?
나는 아버지의 목덜미를 꽉 껴안았다.
“걱정하느냐?”
잠깐 뭐를 걱정하냐고 묻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니까 뭐, 잘 할 수 있는지, 혹은 제갈 세가주를 걱정하느냐겠지?
“그런 거 아니에요.”
아버지는 내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묻기 전에 선수쳤다.
“비밀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