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 * *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또 돌아왔다.
나는 우리를 곧장 마중하는 무영을 보고 놀랐다.
‘저 사람은 잠을 자기는 하는 건가?’
아버지가 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좀 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하시는지요?”
“그렇습니다만······
바로 하시는 겁니까?”
무영은 본래 감정을 알기 힘든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당황한 것이 느껴졌다.
나도 저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빠를수록 좋으니까요.”
“······이해했습니다. 하면, 무슨 영약인지 알 수 있을까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운기를 통해 영단의 기운을 중화한다 하더라도, 가주님의 내공 토대와 비슷해야 하니······.”
무영이 아버지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아버지가 품에서 검은빛의 손가락만 한 자기병을 꺼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공청석유일세.”
무영의 무표정이 또다시 무너졌다.
이번에는 두 눈을 부릅뜬 낯이었다.
공청석유가 지닌 가치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저 모습은 담담하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길게 느껴지는 침묵 후, 무영이 말했다.
“대협의 배포는 따라갈 수조차 없군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내 어깨를 짚으며 살짝 앞으로 밀었다.
“내가 아닌 연이의 선택일세.
공청석유는 연이의 것이니까.”
“······.”
말투에 아주 자랑스러움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오히려 내가 창피할 정도였다.
무영이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포권을 올렸다.
“소저가 가주님께 베푸신 무량한 은혜, 언젠가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네에······.”
앞으로 해야 할 일까지 합쳐져 부담이 백배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자, 그럼 연아.”
제갈 세가주의 처소에 오기 전에 아버지와 미리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얘기를 나누었다.
아버지가 내게 공청석유를 건넸다.
그때 무영이 황급히 끼어들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혹시 운기를 돕는 것이 소저이십니까?”
“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걱정하는 것이 당연했다. 오히려 걱정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멀리해야 했다.
공청석유에 담긴 힘은 방대하다.
당연히 다루기도 힘들었다.
진기를 제 손처럼 다루는 고수 정도여야 했다.
그동안 나도 당연히 할 수 없었고······ 아버지도 불가능했다. 본인이 취하지 못하는 이유와 같았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공청석유를 넘긴단 말인가? 그자를 어찌 믿고?
그자가 공청석유를 먹고 모두 날름 자신의 내공으로 바꿔 버린 다면?
이건 정말 개인의 도덕에 기댈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제갈 세가주의 부하인 무영조차도 이런 일에선 믿을 수 없었다.
그동안 내가 제갈 세가주에게 공청석유를 쓰겠다고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무영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소저께 무슨 일이 생긴다면 면목이 없을 겁니다.”
나는 아버지를 올려다보았고, 아버지가 무영을 향해 말했다.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아버지의 말에도 무영은 요지부동이었다.
“가주님께서 소저 또한 잘 보필하라 하셨습니다.”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또 언제 그런 말을 했대?
왠지 내가 여기를 들락날락할 때 무영이 편의를 무척 봐주며, 내 말에 껌뻑 죽더니만 그런 이유가 있었을 줄이야.
설마 제갈 세가주는 자신이 쓰러질 걸 예상한 걸까?
‘하긴 뭐, 첫 만남도 그랬지.’
그때도 길에서 쓰러져 있었다.
언제고 본인이 다시 정신을 잃을거라 예상하는 것도 당연했다.
“예. 병세가 나날이 나빠지곤 있습니다만, 아직 가주님께 남은 시간이 있습니다. 이렇게 급하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대의 걱정은 이해하네. 하지만 근래 연이가 할 수 있다 믿게된 일이 있으니······.”
나는 아버지의 말을 듣다가 끼어들었다.
“무영, 제갈 세가주가 뭐라고 말했다고 했죠?”
“혹여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백리 소저를 잘 보필하라 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제 뜻을 따라 주세요.
그게 제가 원하는 보필이니까요.”
“······.”
“절 못 믿겠다면, 제갈 세가주의 안목을 믿으세요.”
나는 그렇게 무영의 입을 막고는 나 잘했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잠시 침묵하던 아버지가 말했다.
“그럼, 무영도 동의한 듯 하니 시작하거라.”
“치.”
나는 입을 비죽이며 제갈 세가주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자기병을 열었다. 우윳빛 액체라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저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빛 덩어리로 보였다. 금안의 시야를 최대한 죽이더라도 우윳빛은 구경할 수 없었다.
‘이걸 마시면 되는 거지.’
마지자,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떠오른 것은 몸이 불타오르는 듯 고통스러웠던 기억이었다.
어느새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무영에게 자신있게 말한 것이 우스운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머릿속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의 전음이었다.
「 네가 무영에게 그랬지. 너를 믿지 못하겠으면 제갈 세가주의 안목을 믿으라고. 내가 할 말도 같다. 너를 믿지 못하겠으면, 이 아비의 안목을 믿거라. 너는 할 수 있단다. 」
나도 모르게 실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느새 손의 떨림도 멈춰 있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숨도 한 번 더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자기병을 입에 대고 기울였다.
더도 덜도 말고, 정말로 딱 한 방울.
입안에 들어가자 그대로 스며들어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냥······ 뭔가 물 같았다. 무미 무취랄까?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기운은 달랐다. 혓바닥에 스며드는 순간부터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뭔가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이 점차 강해지다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아니, 보통 영약을 먹으면 압축되어 있던 기운을 풀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공청석유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풀어내기도 전에 저 혼자 멋대로 풀려 날뛰려 들었다.
내가 먹은 영약은 회귀 전후를 통틀어 주화입마에 빠지게 만든 것 단 하나였다. 심지어 주화입마의 영향으로 그때의 기억도 흐릿했다. 그런데도 이런 식은 아니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왜 제갈 세가주에게 직접 먹이면 안 된다고 했는지 알겠네.’
내가 처음 생각한 것은 제갈 세가주에게 섭취시키고 그다음 내가 진기를 인도하는 식이었다.
당연히 필요한 사람이 영약을 취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반대하셨다.
내가 먹고 기운을 정제해 넘겨야 한다고.
‘진짜 큰일 날 뻔했어.’
내가 회귀 전에 닥치는 대로 책들을 섭렵했다고 한들 아직도 아버지의 견문엔 미치지 못했다.
만약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바로 먹였다면 내가 운기를 돕기도 전에 제갈 세가주의 기맥이 버티지 못하고 찢겨 나갔으리라.
그의 약해지고 좁아진 기맥은 공청석유의 폭풍같은 기운을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니까······ 평소 내가 쓰던 자연지기와 거의 비슷하다고 할까?’
그리고 내 몸은 자연지기를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다만 그때보다 훨씬 방대하게 몰아치며 내 의도를 따르지 않으려 들 뿐이었다.
그 정제되지 않고 흩어지려는 기운을 억누르며 조금씩 내 의지에 따르게 할수록 기가 막혔다.
‘어떻게 그 작은 물방울 하나에 이 모든 기운이 담겨 있을 수 있는 거지?’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어서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 방법을 알아내면······ 내가 자연지기를 다룰 때도 쓸 수 있겠는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아낸 것은······.
아버지는 본인의 몸이 멀쩡했더라도 섭취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었다.
내가 여전히 내공 폐인으로 세상 모든 영약이 소용없는 걸 알면서도, 언젠가 내가 이걸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공청석유의 기운이 이 정도면 정돈되었다 싶을 때나는 손을 뻗었다 평소처럼 하단전, 배꼽이 있는 부근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하지만 단전에 닿기 직전 움직임을 멈췄다.
‘차라리 상단전이 어떨까?’
제갈 세가주의 기맥은 절맥과 얽혀 기묘하게 상단전이 가장 넓었다.
내공 중심이 위치한 단전 부근의 기맥이 가장 넓은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
나는 뻗었던 손의 방향을 틀었다. 손바닥에 보드라운 머리칼과 이마의 감촉이 맞닿았다. 그리고 곧바로 공청석유의 기운을 흘려 넣었다.
절맥으로 순환이 거의 멈추다시피 한 기맥이 갈급한 듯 공청석유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좋아. 이 방법이 옳았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지금껏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섬뜩할 정도로 깊고 방대한 어떤 기운이 제갈 세가주에게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