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
13화
노한 할아버지가 한 소리 하기 전, 고모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아버지, 표와 악이 얼마나 수련을 열심히 하는데요. 벌써 무백신공이 3성에 가까운걸요.”
무백신공.
백리세가 혈족들만 익힐 수 있는 무공이었다.
할아버지가 쌍둥이들을 보았다.
쌍둥이들이 냉큼 자세를 바로했으나 치켜든 턱에서 자만이 흘러넘쳤다.
큰아버지가 재빨리 끼어들어 맞장구를 쳤다.
“표와 악이가 벌써 3성에 가깝다고? 놀랍구나. 의란아, 축하한다. 아버지,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입가를 가리고 웃던 고모가 갑자기 아버지를 힐끗 보며 말했다.
“악과 표가 일곱 살에 3성이 넘으면 의강의 최연소 기록도 깨는 거죠!”
고모가 가만히 있던 아버지를 걸고 넘어졌다.
“······.”
눈을 내리깐 아버지는 말없이 찻물을 들이켰다.
참고로 난 무백신공을 전수 받기도 전에 주화입마에 빠졌다.
‘나중에 아버지께 가르쳐 달라고 해서 겉핥기로 배웠지만······.’
내공이 없으니 1성에 머물렀다.
어쨌든 1성은 아주 기초적인 것으로 딱 발만 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차차 2성, 3성, 4성, 이런 식으로 단계별 상승을 한다.
단계가 상승할수록 펼쳐 낼 수 있는 무위도 강력해진다. 똑같이 검을 휘둘러도 1성은 나뭇가지를 베어 낸다면 2성은 나무를, 5성은 바위를 가르는 식이었다.
하지만 단계를 넘는 건 뒤로 갈수록 어려워졌다.
5성에서 6성으로 넘어가는 데만도 5성까지 한 노력의 배가 필요하다고 했다. 7성, 8성, 9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또한, 9성은 통곡의 벽이었다.
벽이라고 따로 말할 만큼 평생을 바쳤어도 9성을 넘지못하는 자들이 수두룩했다.
심지어 역대 백리세가의 가주들 조차도 9성을 넘은 자는 손에 꼽았다. 그렇게 어려운 만큼, 9성을 넘은 자와 넘지 못한 자의 차이도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무림 최고 강자, 천하십일강인 할아버지가 10성이었다.
백리 세가에서 나온 최고 경지였다.
아버지는 현재 9성에 거의 가까운 8성이었다.
나중에 아버진 할아버지가 세운 최연소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9성에 올랐다.
많은 이들이 아버지가 10성도 할아버지보다 더 빨리 달성하며 언젠간 11성에 도달할 거라 여겼다.
심지어 전설의 경지인 12성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아버진 결국 10성을 도달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의심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정말 3성에 가까우냐?”
천재 중 천재였던 아버지조차 여덟 살에 3성을 넘었다. 참고로 할아버지는 아홉 살에 3성을 넘어 신동으로 불리었다.
“그럼요! 애들이 얼마나 열심히 수련하는데요! 수련 좋아하는 걸 보면 정말 아버질 꼭 닮았다니까요.”
고모가 이때다 싶어 쌍둥이들을 치켜세웠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당당히 들고 있는 쌍둥이들을 번갈아보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표와 악이 3성을 넘는다면 대단한 일이지.”
“아버지! 그냥 대단한 일이 아니죠!”
난 고개를 숙이며 표정을 관리했다.
내 기억으론 쌍둥이들이 3성을 넘으려면 앞으로 5년은 더 있어야 했다.
‘저번에도 곧 3성 넘는다고 설레발을 엄청나게 치더니만······.’
잠시 침묵하던 할아버지가 백리명을 돌아보았다.
“그래, 그럼 표와 막이는 그렇다 치고, 명아. 넌 학당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
“좋은 분께 가르침을 받을 기회인걸요. 가고 싶습니다. 다만, 표와 악이 저리 무예에 전념하는데 제가 쉬어도 되는지 걱정스럽네요. 저도 무예에 전념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빙빙 돌려 말했지만, 표와 악이 안 가면 본인도 가기 싫다는 뜻이었다.
할아버지 눈가가 씰룩거렸다.
굳은 표정의 할아버지가 이번엔 백리리를 돌아보았다.
“리야, 네 생각은 어떠냐?”
“네? 뭘요?”
“학당 말이다. 가고 싶으냐, 싫으냐?”
처음엔 그래도 다정하게 말하려는 듯했으나 마지막엔 짜증이 튀어나왔다.
백리리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큰아버지가 마치 텔레파시라도 보내듯 백리리를 절실히 바라봤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백리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거길 왜 가요? 그냥 선생님을 이리로 부르면 되잖아요.”
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발언이었다.
백리 세가 손녀딸쯤 도면 저런 마인드를 가져야.
속으로 고개를 주억거렸으나, 아쉽게도 할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답은 아닌 모양이었다.
분노로 할아버지의 목덜미가 붉어진 것을 본 큰아버지가 황급히 꾸짖었다.
“리리!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 지금껏 뭘 들었어?”
멍하니 입을 벌린 백리리가 곧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 아빠, 왜 화내요?”
“백리리!”
결국, 백리리가 서럽다는 듯 울음을 터트렸다.
백리리 곁 백리명이 어쩔 줄 몰라 동생을 다독였다.
노기등등한 눈길로 주변을 둘러 본 할아버지가 탁자를 탁 내리쳤다.
“됐다! 그냥 모두 가지 마라!”
파국이었다.
그리고 난 억울해 의자에서 펄쩍 뛰고 싶었다.
‘아니 무슨 소리야?! 난 가고 싶어!’
내가 비록 앞날을 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론 모자랐다.
지금이야 아버지와 내 힘으로 적당히 위기를 모면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가능할 거라고 자만하진 않았다. 이 세상에 대해 더 공부해야 했다.
또한, 백리명과 쌍둥이들, 백리리까지 학당에서 탄탄히 쌓은 인맥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할아버지가 백리명을 보내려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다. 인맥을 쌓으라고.
하지만 지금의 백리명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저 봐라, 저 봐라. 완전 좋아하고 있네.’
백리명은 동생을 달래면서도 가지 말란 할아버지의 말에 내심 좋은 기색이었다.
쌍둥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할아버지가 그런 손자들의 마음을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인상을 팍 구기며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식사는 여기까지 하마. 이만 다 물러가!”
그렇다고 벌떡 일어나면 진짜 화를 뒤집어쓸 터.
다들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에 할아버지가 또다시 소리쳤다.
“왜 안 가고 앉아 있어!”
서로 먼저 일어나길 혹은 할아버질 달래 주길 바라며 눈치만 보았다.
그때 내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왜 부르느냐!”
“연이에겐 묻지 않았습니다.”
“······.”
큰아버지와 고모, 그리고 백리명까지 황당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참을 수 없던 고모가 조소하며 말했다.
“이 상황에 그 말이 하고 싶니? 아버지가 화나셨는데 넌 어떻게 연이만 생각해? 그리고 연이가 뭘 알겠어? 리리와 동갑인데. 물어볼 것도 없지.”
화를 누가 내게 했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고모의 말에 언짢은 기색이 가득한 할아버지가 나를 노려보았다.
난 재빨리 시선을 내리깔았다.
“오냐, 좋다. 연이 넌 어찌 생각하느냐? 학당에 가고 싶으냐 싫으냐? 거짓으로 말할 필요 없다!”
한쪽에선 훌쩍거리는 소리가, 한쪽에선 야수처럼 노려보는 시선이.
‘아, 왜 내 차례만 이 모양인데!’
난 엉망진창인 분위기에 주눅이 든 것처럼 어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는······.”
아버지가 괜찮다는 듯 다정한 시선으로 날 보았다.
난 이에 용기를 얻은 듯 말했다.
“저는 할아버지가 왜 화를 내시는지 모르겠어요.”
고모가 그럼 그렇지 코웃음을 치며 턱을 치켜들었다.
난 그런 고모, 그 곁의 쌍둥이들을 보았다.
“악과 표 오라버니는 학당에 가기 싫은 게 아니라 못 가지 않나요?”
“못 간다?”
“네.”
“그게 무슨 뜻이냐?”
할아버지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난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두 오라버니들은 폐관 수련에 들어가야지 않나요?”
“너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고모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고모는 쌍둥이들을 언급했을 때부터 불안한 얼굴이었다.
폐관 수련.
사람을 가두고 오직 수련에만 매진하게 하는 걸 폐관 수련이라고 했다.
일단 수련에 들어가면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보통 벽곡단이라는 보존식을 먹었는데 그게 정말······ 더럽게 맛없었다.
그걸 먹으며 짧으면 한 달, 길면 몇 년을 수련했다.
그리고 쌍둥이들은 태어나 지금껏 떠받들어져 가며 살아왔다.
‘너희가 과연 폐관 수련을 버틸 수 있을까?’
난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하지만 고모, 할아버지께서 3성을 달성할 때 폐관 수련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아버지도 하셨다고 들었는걸요.”
난 쌍둥이들을 돌아보고 눈을 깜빡였다.
“두 오라버니도 하시는 거 아닌가요?”
신동으로 불리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저렇게 노력했는데, 너희들은? 정도의 뜻이었다.
그리고 트집 잡히기 전 약간 씁쓸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오라버니들 정말 부러워. 벌써 3성에 가깝다니 미리 축하할게.”
“야, 너 이 단전도······!”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 지르려던 쌍둥이를 깜짝 놀란 고모가 막았다.
“무슨 소리야? 폐관 수련이라니, 네 아버지는 안 했다!”
“어? 그랬어요?”
고개를 갸웃한 내가 아버지를 돌아봤다.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 봐요. 왜 안 하셨어요, 아버지?”
아버지의 매서운 눈과 마주친 쌍둥이들이 흠칫 놀라며 자리에 앉았다.
눈빛 하나로 쌍둥이들을 얌전하게 만든 후 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잘못 안 건 아니다. 나 또한 폐관 수련에 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이틀 만에 나올 수밖에 없었단다.”
“아, 할머니가 아프셨어요?”
“그래.”
“우움. 몰랐어요.”
그렇게 말하며 고모를 시작으로 씩씩거리고 있는 쌍둥이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고모는 아주 멀쩡했고 쌍둥이들도 아주 건강해 보였다.
내 시선만으로도 할아버지께 뜻을 전달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