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4)
14화
탕, 탁자를 내려친 할아버지가 시선을 모았다.
“연이 말이 옳다! 학당에 갈 때가 아니었군. 의란은 돌아가 표와 악이의 폐관 수련을 준비하거라.”
“아버지!”
“하, 할아버지.”
고모가 화들짝 놀라고, 쌍둥이들의 안색이 꺼멓게 죽었다.
“아버지, 애들이 어떻게 폐관수련을 해요? 한창 클 나이인데 벽곡단만 먹일 순 없잖아요.”
“나도 그 나이 때 폐관수련했다!’
“······.”
“그리고 의란이 너는 어미로서 아이의 장래를 먼저 생각해야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높은 경지를 얻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쉽게 얻는 경지는 없어! 지금은 힘들지라도 다 이게 뒷날을 위한 투자이니라!”
고모는 열두 살이 되어서야 겨우 3성을 넘었다.
백리 세가에선 평범한 축이었으나 고모 곁엔 아버지가 계셨다.
어릴 적 내내 비교당하던 고모는 커서는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충고에 쌍둥이들을 보는 고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머니의 표정을 읽은 쌍둥이들이 기겁해 앞다퉈 말했다.
“할아버지, 저 학당에 가고 싶어요!”
“학당에 나가겠습니다!”
‘음, 괜한 짓을 했나?’
차라리 쌍둥이들이 학당에 안가도록 두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는 모 아니면 도와 같은 성품이었다.
모두 모아 얘기를 꺼낸 이상 보내면 다 보내고 안 보내면 다 안 보냈지, 누구 한 명만 가고 한 명은 안 가고 그렇게 두실 분이 아니었다.
“표야, 악아. 어미 생간엔 폐관 수련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엄마!”
고모와 쌍둥이들은 옥신각신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불구경이 아주 볼만했다. 심지어 내 집에 불 지르려다 불똥 튄 집 아닌가?
난 내려놓았던 젓가락을 들었다.
‘어휴, 밥이나 먹자. 아직 다 못 먹었는데 돌아가야 하나 했네.’
불구경하며 거의 손대지 않아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에 손을 뻗었다.
마침 아버지가 동그란 완자조림을 내 접시에 덜어 줬다.
입에 넣은 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느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에 아버지가 부드럽게 웃었다.
‘해산물? 오징어는 아니고······.’
난 아버지께도 완자를 내밀었다.
“아버지, 아버지도 드셔 보세요. 맛있어요.”
“나는 많이 먹었다.”
“뭐로 만든 걸까요?”
“모르겠구나.”
“이건 미나리 같아요. 바다 생선을 쓴 걸까요?”
그리고 그런 부녀의 모습을 백리패혁 또한 보았다.
승강이하는 자신의 딸과 손자들을.
그와 정반대로 서로 먹어보라며 양보하는 아들과 손녀.
이를 수 없는 답답함에 가슴이 꽉 좋여오며 알 수 없는 언짢은 마음이 치솟았다.
“의강이 넌 애를 굶겨 키우느냐?”
“푸읍.”
갑작스러운 할아버지의 심통에 놀란 난 사레가 들어 캑캑거렸다.
내 등을 두드려 주며 아버지가 익숙하게 할아버지의 심술을 받았다.
“연이가 오늘 음식이 입에 맞나 봅니다.”
“맞아요, 할아버지. 으, 음식이 다 맛있어요.”
고모네 얘기가 해결될 때까지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저리 골이 나셨지?
눈동자를 굴리던 난 최대한 애교있게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도 한번 드셔 보세요. 맛있어요!”
“······흥, 가져와 보거라. 나도 맛 좀 봐야겠다. 뭐가 그리 맛있는지!”
* * *
결국, 모두 학당에 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 순간 희비가 교차하는 쌍둥이들과 고모의 표정이란.
하하, 한동안은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끝난 석찬 이튿날. 문방사우와 천자문 책, 그리고 그날 저녁에 맛있게 먹었던 완자조림이 처소에 왔다. 보낸 사람은 당연히 할아버지셨다.
문방사우는 아버지마저 감탄할 정도였다. 옥의 자연스러운 무늬가 우뚝 선 소나무처럼 보이도록 어우러지는 벼루라니!
‘여섯 살 애한테 이런 걸 주다니 사치스럽다, 사치스러워.’
할아버지께 난 아직 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아이일 텐데 말이다.
거기에 할아버지는 선생님께 내가 몸을 회복하고 나서 천천히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말씀도 넣어 두셨다.
‘학당에 보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말이야.’
하여튼 뭔가를 하면 확실히 하는 성품이었다. 고급 사례품들부터 천명금혼단에 학당까지.
할아버지가 이리 신경을 써 주시니 나도 약소하지만 뭔가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걸 다 가졌다고 볼 수 있는 할아버지께 내가 뭘 드릴 수 있단 말인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는 별거 없었다.
손수건을 내려다본 난 헛웃음을 지었다.
‘아냐,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냐? 힘냈다.’
비록 손수건에 놓은 수가 꽃과 나비가 아니라 토끼와 비슷한 형상이지만······.
원래는 할아버지 성함을 자수로 놓을까 했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내 손으론 불가능했다.
그리고 다음 문제를 또 맞닥뜨렸다.
‘일단 만들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전해 드리지?’
처소 하인을 믿느니 손수건의 토끼가 직접 뛰어간다는 걸 믿었다.
그렇다고 할아버지를 직접 찾아가긴 힘들었다.
‘뭐 최근 할아버지가 내게 잘해주시는 건 맞지만, 그래도 주제넘어선 안 되지.’
나를 받아들여 주신 것이 아니라 다 아버지 때문일 테니까.
고민 끝에 나는······.
“안녕하세요.”
수백당, 할아버지 처소를 지키는 무사의 얼굴엔 ‘얘개 왜 나한테 말을 걸지?’라는 당황이 선명했다.
“제가 저번에 수백당에 머물 때 놓고 간 물건이 있는 것 같아서 들어가 찾아볼 수 있을까요?”
난 당당하게 말했다.
‘역시 정면 돌파지.’
너무나 태연한 아이의 모습에 무사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파악이 안 되었다.
당황한 무사가 곁의 다른 무사를 보았다. 하지만 다른 무사라고 이 상황이 이해되는 건 아니었다.
원래라면 가주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라며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새 소문이 어떤가?
저 아이를 중심으로 한 이야깃거리가 심상치 않았다.
그냥 쫓아내자니 뒤라 꺼림칙했고, 오전에 외출하신 가주님이 언제 돌아오실지도 몰랐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결국, 의논 끝에 한 사람이 안내 겸 감시하기로 했다.
머물렀던 방 앞에 도착한 내가 같이 방에 들어가려던 무사를 막으며 말했다.
“앗, 저 혼자 찾아봐도 될까요?”
“예?”
“조금 비밀스러운 물건이라······.”
제 허리나 닿을까 하는 쪼끄마한 꼬맹이가 진지한 얼굴을 하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무사는 선선히 말했다.
“문 앞에서 기다릴테니, 찾으면 바로 나오십시오. 가주님이 자리를 비우셨으니 공연히 소란을 피우시면 안 됩니다.”
“네!”
무사히 입성하자 곧장 문을 닫고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내가 처음 왔을 때 그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비어 있음에도 얼마나 열심히 관리했는지 먼지 한 톨 쌓여 있지 않았다.
‘어디가 좋을까?’
손수건을 아무 곳에나 덜렁 놓고 나갈 순 없었다. 내가 나가고나면 문밖의 무사가 방을 한 번 둘러볼 테니까.
그러니 그가 바로 발견하지 못하면서, 이 방을 청소하는 하인의 눈에 금방 띌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서랍은 눈에 띄려면 오래 걸릴 것 같고······ 화명 아래? 아, 여긴 손수건에 자국이 남을 것 같은데······. 그래! 저기로 하자.’
난 침상으로 다가갔다.
이불은 주기적으로 널어서 볕을 죄어 줘야 했다.
난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좋아, 좋아.”
“무엇이 좋으냐?”
“허어어억!”
비명이 목 끝에 대롱대롱 걸렸다가 겨우 들어갔다.
가슴을 부여잡은 내가 비틀거리는 걸 단단한 손이 붙잡았다.
“너 때문에 내가 더 놀랐다! 뭘 그리 놀라?”
할아버지도 뾰로통한 얼굴로 날 쏘아봤다.
“귀······ 귀신인 줄 알았어요.”
“그럼 내가 내 처소에서 기척내며 다녀야 한단 말이야? 도둑처럼 들어온 건 네 녀석이지 않으냐!”
난 재빨리 고개 숙였다.
“죄솽해요.”
“······.”
“······.”
“큼, 물건은 찾았느냐? 그것이야?”
할아버지가 내가 손에 든 걸 가리키며 물었다.
“아, 이건 음······.”
이렇게 마주치는 상황까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내가 머뭇거리자 할아버지의 눈초리가 다시 날카로워졌다.
‘어쩔 수 없지.’
난 들고 있던 손수건과 서신을 공손히 내밀었다.
“사실은 할아버지께 드리려고 가져온 것이에요.”
할아버지가 귀를 의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게?”
“······네.”
건네받은 할아버지가 먼저 서신을 펼쳤다. 삐뚤빼뚤한 글씨를 할아버지가 한참 들여다보았다.
‘읽으실······수 있겠지? 그간 연습했으니까.’
읽는 시간이 길어지자 자신감은 하염없이 추락하여 불안한 마음에 입술을 짓씹었다.
다행히 할아버지가 손수건을 보고 말했다.
“네가 이 수를 놓았다고?”
“네!”
“아랫것을 시킨 게 아니고?”
할아버지가 의심의 눈길로 손수건의 수를 살폈다.
‘할아버지, 하인이 이런 솜씨면 잘려요······.’
난 억울하다는 듯 손짓했다.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여기, 여기 토끼예요.”
아닛? 말이 잘못 나왔다.
꽃과 나비라고 했어야 했는데!
토끼, 토끼 하다보니 토끼가 먼저 입에서 나와 버렸다.
“아니, 토끼가 아니라······.”
내 번복에 할아버지의 눈초리에 의심이 서리는 걸 본 내가 서둘러 말했다.
“토끼가······ 토끼가 참 귀엽죠?”
아! 이보다 더 멍청한 소리가 있을까?
할아버지도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