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그때 백리리가 나타났던 방향에서 새로운 기척이 느껴졌다. 우리 셋은 미리 얘기라도 한 것처럼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하인 복장의 소녀가 나타났다. 백리리의 시비였다.
하얗게 질린 얼굴의 시비가 나를 보고 다급하게 물어보았다.
“혹시 작은 아기씨 못 보셨나요?”
“저쪽으로 갔어.”
시비가 내게 고개를 굽실거리고 허겁지겁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뛰어갔다.
“뭐, 이제 안 쫓아가도 되겠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좀 더 구경시켜 줄 생각이었는데, 남궁류청의 옷을 걸친 채 쏘다닐 수는 없어서 바로 처소로 향했다.
“여기가 내 처소야. 아버지도 함께 있어.”
“여기라고?”
“응.”
중문을 넘어 들어온 서하령이 안뜰부터 전경을 훑었다.
“······아담하네.”
안뜰을 지나칠 때였다. 금쇄가 나타났다.
“아기씨 오셨군요! 4공자님께서 돌아오시거든······.”
빠르게 다가오던 금쇄가 함께 있는 이들을 보고 놀라 멈췄다.
“도, 도련님?”
“너, 날 아나?”
남궁류청이 싸늘하게 말했다.
보통은 모시는 집안의 공자를 도련님이라 불렀다. 그리고 남궁류청은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아는 척을 하자 경계하는 것이었다.
“저, 저는······.”
금쇄가 놀란 듯 살짝 움츠러들었다.
내가 눈초리를 막듯 금쇄 앞에섰다.
“알지 당연히. 예전에 네가 다치게 할 뻔도 했는데.”
“뭐?”
“그때, 너희 둘이 대련하다가 목검 부러져서 날아가던 거 말야.”
“······?”
“어, 어어?”
남궁류청은 금쇄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 듯한 낯이었다. 오히려 서하령이 기억나는 듯 손가락질을 하며 탄성을 냈다.
나는 남궁류청을 향해 설명했다.
원래 너희 가문에서 일하던 이였고, 여행길이 불편할까 저어한 소부인이 딸려 보냈다가 여기 눌러앉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서야 날 선 눈초리가 가라앉았다.
아는 척 좀 했다고 칼 뽑을 것 같은 모습이라니.
‘역시 성격은 여전히 더럽군.’
서하령이 금쇄를 향해 반가움을 표했다. 서하령과 금쇄가 근황을 주고받는 대화를 흘려들으며 내 방이 있는 전각을 보았다.
‘어······?’
그리고 인상을 찡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처소를 구경하러 오셨다고요? 아이고 어쩌지! 제가 오늘 정신이 없어서 방을 정리했는지 안 했는지·····. 아까 소녹이 간다고 하는 것 같았는데·····.”
금쇄가 민망한 것처럼 말하며 서둘러 앞서갔다.
그런데 방문을 연 금쇄가 소리쳤다.
“어머 깜짝이야!”
모두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문발을 걷고 들어간 방에는 두 사람이 서있었다.
방 중앙에 꼿꼿이 서 있는 소녀와 방만한 자세로 차를 마시는 소년.
소녀는 우리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소년에게서 절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금쇄가 머리끝까지 화난 듯 소리쳤다.
“제갈 가주님! 아기씨 처소에 말도 없이 들어와 계시면 어떡해요! 정말 한두 번도 아니고!”
제갈화무가 접선을 흔들면서 감미롭게 말했다.
“혼자 있던 것도 아닌데, 뭐.”
“그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소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화무가 내 뒤쪽에 시선을 두었다.
“이쪽은 남궁류청, 이쪽은 서하령?”
대뜸 이름을 부르는 행태에 놀란 듯 보였던 둘 다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복채 없으니까
점쟁이 짓은 나가서 해.”
제갈화무가 날 물끄러미 응시했다.
청회색 눈동자는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제갈화무가 입을 뗐다.
“왜 남궁류청 겉옷을 입고 있어?”
내가 답하기 전 남궁류청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말 제갈 세가주?”
고개를 끄덕이는 내 앞으로 제갈화무의 목소리가 지나갔다.
“머리를 보면 알지 않나? 집 안에서 수련만 하느라 소식이 느린가보지?”
대뜸 시비 거는 어조에 나는 깜짝 놀라 제갈화무를 돌아봤다.
“너, 왜 그래?”
정작 제갈화무는 말없이 입꼬리를 올릴 뿐이었다.
‘뭔가 좀······ 심사가 뒤틀린 것 같은데.’
만나자마자 이러는 이유가 전혀 짐작 되지 않았다.
남궁류청은 제갈화무를 무시한 채 나를 향해 말했다.
“제갈 가주가 왜 네 방에 있어?”
내가 답하기도 전에 제갈화무가 끼어들었다.
“내가 누군지 알았으면 인사부터 올려야지 않겠어?”
남궁류청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여인의 방을 멋대로 들어가는 무뢰배가 제갈 세가주라니 우습지도 않군.”
“오, 안 믿는다?”
“도둑놈의 혀가 길다. 사람 불러오기 전에 당장 꺼져.”
제갈화무가 접선으로 입가를 가리고 가볍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흐음. 생각보다 더 별론데.”
나는 서둘러 끼어들었다.
“둘 다, 그만. 여긴 내 방이야.”
제갈화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너 허튼짓······.”
말을 마무리 짓기도 전, 제갈화무의 접선이 촥 펴지며 무언가가 날아왔다.
본능적인 움직임 내에서 날아오는 것을 내 손으로 흡수하듯 당겨 잡았다.
손에 닿는 느낌이 뾰족한 바늘과 같았다. 암기였다.
동시에 똑같이 날아간 암기를 서하령이 피하고, 남궁류청은 검집으로 쳐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쫘악.
‘부, 불길한 소리.’
남궁류청이 쳐낸 암기가 하필이면 벽에 건 화폭을 찢으며 박혔다.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이게 무슨 짓인······!”
남궁류청이 소리치는 순간 재차 공격이 들어갔다.
숨을 흡 들이켜며 공격을 피한 남궁류청이 말했다.
“제갈 가주, 미쳤어?”
그 말에 답해 주듯 또 날카로운 무언가가 날아가 남궁류청의 옷자락을 찢었다.
제갈화무의 공격을 몇 번 피한 남궁류청이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검을 뽑아 들었다.
묵직한 먹빛의 검날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가 휘두르는 순간.
쨍그랑.
검풍에 휩쓸린 찻잔이 떨어지며 조각났다.
두 사람의 대결에 팔렸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의 방에서 뭐 하는 짓들이야!”
옅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제갈화무가 말했다.
“아, 물어 줄게.”
접선과 검이 서로 교차했다.
남궁류청이 이를 아득 문 채로 말했다.
“밖으로 나와.”
제갈화무의 접선을 확 밀어낸 남궁류청이 문을 걷어차고 나갔다. 그 한 번에 문짝이 덜렁거렸다.
살살 좀 차지!!
그대로 뒷목을 잡았다가 제갈화무를 향해 소리쳤다.
“나가! 당장 나가!”
제갈화무가 느릿느릿 방을 나갔다.
나는 허탈하게 방을 둘러보았다 화폭은 반절이 찢어져 덜렁거리고 깨지고 쏟아진 찻잔과 찻주전자, 나뒹굴고 있는 의자까지.
그짧은 사이 아주 폭탄맞은 듯 변해 있었다.
“아기씨!”
금쇄가 달려왔다.
금쇄와 소녹은 남궁류청과 제갈화무의 험악한 분위기에 눈치껏 진즉 방을 나갔었다.
“갑자기 도련님하고 제갈 가주가 안뜰에서 싸우시는······! 꺄악!”
방을 본 금쇄가 기절할 것처럼 소리쳤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기씨 방이!”
“······몰라, 나도.”
나는 엉망이 된 방을 뒤로한 채 안뜰로 향했다.
안뜰에서는 이미 싸움이 한참이었다. 둘 다 아주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미친놈들······.’
소란에 하인들이 몰려나와 구경하고 있었다. 산수연 준비로 일손이 대부분 다른 곳에 가 있어 그나마 수가 적었다.
“제갈 세가주시잖아? 언제 오셨대?”
“그런데 제갈 가주님이랑 싸우는 분은 누구야?”
“못 들었어? 남궁 공자래! 오늘 도착했대!”
“근데 둘이 왜 싸워?”
“모르지!”
나는 타박타박 걸어 서하령 곁에 섰다.
“다친 곳은 없어?”
좁은 곳에 있었으니 암기도 그렇고 휘말렸을 수 있었다.
“어? 어.”
서하령은 둘의 싸움을 보느라 대답할 정신도 없어 보였다.
“오오, 와! 헉!”
감탄사도 간간이 터트려 가며 집중하는 중이었다.
나도 더 말 걸지 않고 남궁류청과 제갈화무에게 시선을 돌렸다.
둘 다 내공으로 따지면 비슷비슷했다.
‘역시 공청석유는
남궁류청이 먹었네.’
그게 아니라면 제갈화무와 비슷 할 리가 없었다.
제갈화무는 공청석유를 흡수하며 절맥을 고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강해졌다.
하지만 강해졌다고 한들 저 병을 안은 이상 제갈화무는 오래 싸울 수 없었다.
그때 서하령이 나를 돌아보았다.
“누가 이길 것 같아?”
“제갈화무.”
“뭐 진짜?”
서하령이 놀란 듯 눈을 깜빡이다가 깨달았다는 듯 물었다.
“제갈 세가주 나이, 아니 연세라고 해야하나? 헷갈리네. 아무튼, 몇이야? 꽤 많지?”
“아니, 류청이랑 동갑.”
“뭐? 근데 제갈 세가주가 이길거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류청 또래와 싸웠을 때 한 번도 진 적 없는데. 정말로?”
그야 쟨 또래가 아니니까.
‘넌 사기당하고 있어, 하령아’
육체야 또래지만 정신은 또래라고 부를 수 없었다. 특히 무공에 관련한 것은 더더욱.
남궁류청은 오늘 제갈 세가주의 무공을 처음 견식하는 것일 터였다.
하지만 제갈화무는 이미 몇 번이고 남궁세가의 무공을 보고 심지어 상대해 본 기억도 있을 것이다.
잠시 떨어진 제갈화무가 여유롭게 말했다.
“창궁무애검법은 나날이 발전한다니까.”
남궁류청은 상대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때 서하령이 외쳤다.
“류청! 지지 마! 연이가 제갈 세가주한테 걸었어!”
나는 눈을 부릅뜨고 서하령을 바라봤다.
‘야!’
그러자 제갈화무가 고개를 기울이며 나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기대에 부응해야겠네.”
그 순간 날아온 검에 제갈화무의 백발이 잘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