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방심하기는.’
좀만 늦었으면 얼굴에 칼자국을 남길 뻔했다.
‘봐 줄 만한 건 얼굴뿐이거늘······.’
제갈화무는 여전히 웃는 낯이었지만, 방금 남궁류청의 일격에 살짝 놀랐고 기분도 상한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서로 공수를 교환하기를 수 번. 지켜보던 나는 미간을 좁혔다.
‘뭔가 이상한데?’
남궁류청의 움직임이 조금 이상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내공의 보조로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똑같이 움직이는 데 전보다 내공을 배로 사용하고 있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자세히 살피다 제갈화무를 보았다.
‘설마······?’
계속 지켜보다 보니 확실해졌다.
‘아니 이 미친놈이?’
곧이어 서하령이 가장 먼저 이상함을 감지했다.
“어?”
그리고 점차 눈에 띄게 움직임이 느려졌다. 무공을 배우지 않은 이들도 이상함을 느낄 때쯤 제갈화무의 공격을 막은 남궁류청이 쭉 밀려났다.
남궁류청이 기침을 내뱉으며 검을 바닥에 박듯이 세웠다.
제갈화무가 느긋하게 말했다.
“꼬마라 그런지 아직 경험이 부족하구나.”
“너······.”
남궁류청이 씨근덕거리며 제갈화무를 노려보았다.
“이게 무슨······ 세상에······.”
서하령이 이 결과가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곁에서 바람이 불며 강한 기파가 다가왔다.
어느새 나타난 아버지가 안뜰 한가운데 서 있었다. 무표정한 낯의 아버지가 그대로 발을 들어 쾅 내려찍었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훅 돌풍이 일었다. 머리칼이 뒤로 확 펄럭였다.
“류청아, 괜찮으냐?”
응? 이름을 부를 정도라니.
내가 폐관 수련에 들어가 있을 때 아버지가 남궁 세가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아버지의 등장에도 서하령은 남궁류청이 패배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몇 번이나 말했다.
“정말 진 거야? 류청이? 정말로? 정말로 졌다고?”
“······하령아.”
그만 말해······. 몇 번이나 졌다고 하는 거야? 혹시 일부러 말하는 거야?
나는 남궁류청의 뭉개진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 말했다.
“마비산 때문이야.”
“뭐? 마비산?”
서하령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언제? 아까 날린 암기? 그건 류청이 막았는데?”
“저 부채.”
제갈화무가 들고 있던 접선을 눈짓했다.
남궁류청이 든 보검을 막을 수 있는 부채가 보통 물건일 리가 없었다. 그 안에 암기와 독을 담을 수 있는 제갈가의 신병이 있었다.
서하령은 자기가 억울한 듯이 주먹을 쥐고 소리쳤다.
“아니, 마비산이라니! 치사해요!”
제갈화무가 웃으며 말했다.
“패배 앞에선 어떤 것도 의미 없단다. 네 목을 치는 검에 치사하다고 말해 보렴. 빗나가나.”
“이건 비무잖아요!”
“그래 보였어?”
서하령이 움찔 놀라며 말했다.
“······아니에요?”
“비무 맞아.”
“······.”
서하령은 입술을 잔뜩 오므렸다가 제갈화무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를 보았다.
“그럼,
저런 마비산은 어떻게 상대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약간 당황했지만 설명했다.
“어차피 마비산을 저런 식으로 쓰는 사람은 웬만해선 만나기 힘들걸.”
“왜?”
“돈이 화수분처럼 넘치지 않는 이상 저럴 수 없으니까. 류청이 눈치 못 챈거 보면, 무색무취에 가까운 것일 테고, 게다가 이렇게 개방된 공간에서 영향을 미칠 정도면 대체 얼마나 비싼 약일지 상상도 안 간다.”
제갈가의 가주 정도나 되니까 부릴 수 있는 호사였다.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아주 돈이 남아나지?”
“좀 줄까?”
한숨을 내쉬고 서하령을 향해 말을 이어 갔다.
“그래도 조심하긴 해야 해. 만약 내 방에서 계속 싸웠으면 훨씬 적은 양으로도 빠르게 중독됐을걸.”
“그렇구나······.”
서하령이 입을 멍하니 벌렸다.
밖으로 나온 건 나름 제갈화무가 봐준 거라고 볼 수도 있었다.
‘대신 내가 저 자식을 안 봐줬지.’
나는 남궁류청을 바라봤다.
“봐. 벌써 풀리잖아.”
남궁류청이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자세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우리가 대화하는 새 아버지가 남궁류청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아버지의 시선이 한 번에 하인들이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버지가 제갈화무를 냉랭히 바라보자 그가 눈꼬리를 축 늘어트리며 말했다.
“제가 호승심을 이기지 못해서 그만, 죄송합니다.”
그러곤 아버지와 남궁류청을 향해 정중히 포권했다.
“그동안 연이에게 들은 말이 많아서요. 정말 궁금했거든요. 남궁공자께도 실례를 범했습니다. 역시나 남궁 세가. 탄복할 실력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정중한 척이라니. 저렇게 말하니 오히려 약 올리는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
역시나 남궁류청이 검 손잡이를 꽉 쥐었다.
“류청.”
남궁류청일 이를 꽉 깨물더니 검을 들어 검집에 넣었다.
이를 지켜본 아버지가 온기가 싹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둘 다, 날 따라오도록.”
나는 앞서는 아버지를 향해 외쳤다.
“아버지! 가시는 길에 제 방 한 번 보고 가세요!”
* * *
산수연은 며칠에 걸쳐서 벌어졌다. 백리 세가의 위세를 알 수 있었다.
‘저번 칠순은 소박하게 보냈다더니만······.’
대신 팔순인 산수연이 성대해졌다.
다행히 나 같은 어린아이들은 모든 연회 자리에 얼굴을 비칠 필요는 없었다.
아이들을 내보이는 자리가 있는가 하면 어른들끼리만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보통 어른들끼리만 모이는 자리가 훨씬 더 많고, 길었다.
그리고 오늘 자리는 백리가의 직계와 강호 명문대파의 웃어른들만 모이는 연회였다.
“안 가.”
남궁류청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물었다.
“왜? 웃어른들만 모이는 곳이어도 너는 괜찮다고 했잖아?”
남궁세가의 유일 후계자라 얻은 특혜였다.
“제갈 가주 온다며.”
“아, 그렇지?”
제갈화무는 명문인 제갈가의 가주로 웃어른 배분이었다.
남궁류청이 잔뜩 짜증 난 얼굴로 검집을 매만졌다.
방 안의 탁상에는 뭔가 쓰던 흔적이 있었는데, 내 생각엔 아마도 반성문인 것 같았다. 아버지가 쓰라고 했다는 걸 서하령에게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음, 다시 싸우게 되면 둘 다 얼굴은 피해.”
“왜?”
“아깝잖아.”
“나가.”
남궁류청이 나를 향해 정색했다.
나는 실실 웃으며 몸을 돌렸다.
참고로 서하령은 진즉에 근방을 구경한다고 호위와 함께 놀러 나갔다.
소득 없이 돌아온 나는 아버지와 함께 연회장으로 향했다.
연회장은 무척 호화스러웠다.
탁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한쪽에서는 악사가 연주하는 금소리가 들렸다.
천장부터 내려오듯 장식한 섬세한 자수로 장식한 휘장이 화로의 열기를 따라 부드럽게 흔들렸다.
나는 연회장을 신기하게 둘러보았다. 이렇게 큰 연회에 참석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저번 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아프다과 드러누웠지······.’
말도 안 되는 핑계였다.
당시 내가 천명금혼단을 먹은 건 유명한 얘기였다.
단전만 낫지않았을 뿐 건강해 졌으면서, 할아버지 팔순 연회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은 손녀라니!
제대로 불효였다. 온갖 뒷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내 악명이 널리 퍼지는 데 제대로 한 몫 거들었을 것이다.
‘뭐, 참석하면 또 참석하는 대로 뻔뻔하다 했겠지만······.’
어찌 되었든 임신한 소부인도 저렇게 부른 배를 안고 앉아 있는데 얼굴도 안 비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상석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앉아 있고, 그 옆으로 한 번쯤 이름을 들어 봄 직한 많은 강호 지사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초대된 손님들의 시선이 제갈 가주에게 한 번씩 닿는 것이 보였다.
각 문파의 대표로 온 만큼 대부분 표정에 생각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하는 건 다 같을 것이다.
‘백리 세가가 제갈 세가와 친밀한 관계라는 소문이 있더니 정말 이었군.’ 과 ‘제갈 세가주가 모습을 드러내다니 다시 활동하려는 건가?’ 이 정도?
제갈화무 옆자리의 사내가 몸을 기울여 그에게 무언가 말을 건넸다.
제갈화무는 눈을 내리깐 채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찻잔을 들었다. 우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내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듯 제갈화무가 정확히 나를 보았다.
제갈화무가 고개를 살짝 틀며 미소지었다. 그러곤 입 모양으로 ‘왜?’ 라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언니.”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그거, 안 먹을거면 나 줘.”
백리리가 내 탁상 위 접시를 가리켰다. 진달래와 잣을 넣은 꿀떡이 놓여 있었다.
‘시비에게 더 달라고 하면 되지 굳이 내가 먹던 걸?’
따지고 들기 귀찮아 접시 가장자리를 집었다.
“자, 여기······.”
그때 소우악의 팔이 내 앞을 가로지르며 백리리 앞의 상에 꿀떡이 놓인 접시를 내려놓았다.
“내 거 줄게.”
연배상 내 왼쪽은 백리리 오른쪽은 쭉 소우악, 백리표, 백리명 순이었다.
팔을 거두던 소우악이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