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인상을 잔뜩 찌푸린 남궁류청이 팔짱을 끼고 나를 보았다.
“설명이 필요해 보이는데.”
막개가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한참을 벙긋거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소저.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나. 좀 전에 첩자를 잡았다고 하더니 이젠 놓아주겠다고? 아, 혹시 벌써 발작을 시작했나?”
나는 막개를 응시했다.
개방의 직위 체계는 잘 모르지만, 아버지와 마교에 대해 의논하러오고, 심지어 마교의 근거지에 대한 정보도 파악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막개는 개방에서도 상당한 직위를 지닌 게 확실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혈고는 없어요.”
“뭣? 없었다고?”
막개가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혈고를 가지고 있는 놈들은 보통 말단 중 말단이네.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마교에서도 언제든지 잘래내도 될 정도지.”
실제로 삼개를 심문한 제갈화무가 알아낸 것은 남궁완 아저씨와 천귀조에 대한 것 정도.
그나마 남궁완 아저씨에 대한 걸 아는 것도 삼개가 정보를다루는 개방도, 심지어 분타주의 제자였기 때무이었다.
“혹시 역용을 했었나?”
“네.”
“백면환술은 마교 본단에서 훈련받은 자들만 쓰는 역용술일세. 진짜배기 마교도란 거지. 그렇다면 아는 게 상당할 걸세. 이번 습격부터 그놈들에 대해 알아내야할 것들이 많아.”
“음, 일단 그건 나중으로 미뤄야 하겠네요.”
막개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아니, 첩자를 힘들게 잡아놓고는 그게 무슨······!”
“별로 힘들진 않았어요.”
막개가 다시 입을 벙긋거렸다.
남궁류청은 입술을 꽉 깨문 모습이었다. 순간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막개가 머리를 벅벅 긁고는 애써 참는 기색으로 말했다.
“잘났네. 아주 잘났어. 그래, 쉽게 잡았다치고 놓아주기는 왜 놓아준다는······ 설마?”
막개가 말하다가 스스로 깨달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첩자가 빠져나가면 어디로 가겠어요?”
“본인들의 은신처로 향하겠지. 일부러 풀어주고 첩자의 뒤를 밟자는 건가?”
“네.”
막개가 인상을 찌푸렸다.
“나쁘진 않은 생각이긴 하다만, 너무 위험한 방법일세. 확실히 제 본대가 숨은 곳으로 향할 거라고 어떻게 믿나? 훈련받은 첩자일세. 쉽게 속을 리 없어. 우리가 풀어줬다고 믿고 도리어 우리를 함정에 빠트릴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죠.”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선선히 수긍하자 막개가 수상하다는 듯이 나를 보았다.
나는 손을 뻗어 객잔을 가리켰다.
“지금까지 이 객잔에 누가 있었죠?”
“······소저와 공자?”
“그래요. 저희뿐이었죠.”
백검단원도 몇 분 남아 있지만, 그들을 부리는 사람이 아직 어린 우리인 것이다.
“얕보기 딱 좋지 않겠어요? 만약에 그쪽이라면 제가 일부러 놓아준거라고 믿으시겠어요?”
“······.”
“아버지가 계셨다면 통하지 않았겠죠.”
막개가 턱을 긁으며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마저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첩자의 몸에서 숨겨 둔 산공독을 발견했어요. 여럿 중독 시키고도 남을 양이었죠. 점원으로 위장하고 들어와 있었으니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테고요.”
“설마 마교 놈들이 여길 습격하려고 했다는 말인가?”
“아마도 그렇겠죠. 그게 아니라면 굳이 산공독이라는 구하기 힘든 귀한 독을 잔뜩 가지고 있을리가 있겠어요?”
“마교 놈들이 정말 작정을 했군.”
하지만 다르게 보면 우리를 치기 위한 준비가 내가 첩자를 잡아 냄으로써 제대로 어긋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새 계획을 짜야 할 테고 그 말은 병력을 새로 움직여야 할 거란 뜻이었다.
그리고 병력의 움직임은 천귀조 한 명과 달리 숨기기 어려웠다.
막개 또한 당연히 그 사실을 눈치채고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번에 움직임을 보이면 우리도 마교 놈들이 숨어 있는 본진을 알아낼 수 있긴 하겠군.”
그렇게 넘어가나 싶던 막개가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 계획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보이긴 하다만, 굳이 잡은 첩자를 놓아줘 가면서 근거지를 찾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어차피 소저와 공자의 목적은 남궁 소가주와 백호단원들을 찾는 것이지 않나. 근거지를 찾아서 뭘 하려고?”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야죠.”
막개가 눈을 부릅떴다.
남궁류청도 살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우리가 먼저 공격하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에게원한을 가지고 있는 천귀조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에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의 제자인 남궁류청에게 복수학려 들지 않았던가?
계획이 틀어졌다고 쉽게 물러갈 것 같지 않았다.
마교와 손도 잡은 마당에 남궁완 아저씨의 큰 부상. 게다가 상태가 엉망인 무림맹의 조력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
그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것이다. 게다가 아버지의 내공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괜찮으시지만······ 언제 어떻게 나빠지실지 몰라.’
그러니 차라리 아버지가 괜찮으실 때 움직이는 게 좋았다.
우리가 먼저 공격을 준비하다 아버지 몸에 문제가 생기면 천귀조를 놓치더라도 몸을 뺄 수 있지만, 대비하지 못한 채 습격을 당하면 그게 더 위험했다.
‘어차피 아버지는 언제 발작이 일어날지 모르니 가문에 계시라고 해도 들으실 분이 아니시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셨다.
그때 막개가 말도 안 된다는듯 소리쳤다.
“아니, 소저. 그런 얘기 쉽게 꺼내는 거 아닐세.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야!”
거의 제자리에서 펄쩍 뛸 기세였다.
“어? 아무리 대협과 백리 세가의 백검단이 함께 왔다고 한들, 마교 병력이 얼마나 되는 줄 알고······.”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뭐? 그건 또 어떻게 확인 한 건가? 뭐 첩자에게 얻어낸 정보인가? 아니, 소저 말이 맞는다 치더라도 이대로 기다리면 숨어 있는 남궁 소가주에게 백리대협이 자신을 찾으러 왔다는 소식이 들어갈 테고, 그럼 소가주가 이곳을 찾아올텐데. 남궁 소가주를 찾기 전에 뭐하러마교와 충돌해?”
“마교가 그때까지 가만히 있을까요? 계획이 틀어진 걸 안다면 완 아저씨가 우리에게 오는 걸 어떻게든 막으려 들겠죠.”
“그렇다고 해도 일단 남궁 소가주를 찾고 병력을 합친 후에 습격하는 게 훨씬 안전······.”
“기다릴 시간은 없어요.”
“아니 소저······.”
막개가 말하려는 걸 막으며 남궁류청이 말했다.
“백호단원이 잡혀갔지 않습니까.”
“······아.”
막개는 완전히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가 떠올린 듯한 모습이었다.
“당연히 구출하러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남궁류청이 눈썹을 치켜들며 살짝 조롱하는 어조로 말했다.
“아니면, 개방에서는 개방도가 잡혀가도 그냥 손을 놓는가 보군요?”
“······.”
나는 그만하하는 듯 남궁류청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막개가 입을 벙긋거리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 조금 의논할 시간을 주게나.”
“누구랑요? 책임자로 오셨잖아요. 설마 이제 와서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죠?”
“······.”
“아, 걱정 마세요. 아버지라면 제 계획에 찬성하셨을 거예요. 최대한 빨리 구해야 잡혀간 분도 살아있을 확률이 높을 테니까요.”
잠시 후, 막개가 두 손 두 발을 들고 개방도를 불러 모았다.
* * *
잠시나마 소란스러웠던 객잔은 찾아왔던 개방도들이 빠져나간 후, 다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더군다나 개방도가 나갈 때 남궁류청도 함께 나갔다.
아버지게에게 소식도 전하고, 천귀조와 백호단원이 싸운 곳에 대해 더 아라보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남궁류청을 호위할 무사들도 함께 따라갔다.
객잔의 사람이 더 줄어들었단 소리였다.
석양이 내렸던 하늘은 점차 검푸른 색으로 변해 갔다.
나는 객잔을 돌아다니며 불을 밝히고 초를 든 채 내 방으로 올라갔다.
어두운 방 중앙에 놓인 나무 욕조. 치울 사람이 없으니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 안의 물은 차갑게 식은 지 오래였다.
나는 욕조의 물로 대충 손을 씻고 침상에 앉았다.
그러고는 품에서 작은 나무함을 꺼냈다.
‘귀찮아도 챙겨 다니길 잘했네.’
장식 하나 없는 평범해 보이는 나무함이었다. 관리는 잘되어 있지만 오래된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야율이 첩자를 가둬 놓은 방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점혈하고 나왔다.
그리고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다가 자리를 비웠다.
이는 모두 금안으로 벽 너머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살짝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뭐지? 이 정도로 피곤할 리 없는데.’
그 환상을 본 이후로 금안을 쓰는 게 피곤해졌다.
초창기에 만신의에게 전해 받고 익숙해지면서 점차 사라진 느낌이었는데.
‘역시 환상이랑 금안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이 금안이 검흔을 통해 무공을 알아보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에 뛰어난 능력을 지니긴 했다.
‘하지만 만신의의 서적에는 이런 얘기는 없었는데.’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따로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느낌은 아니었고······ 성 무사님의 시점을 따라간 느낌이었다.
‘성 무사님의 기억을 읽어 낸 건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럴 때 화무가 있었으면······.”
결이가 왜 부르냐는 듯이 내게 폴짝 뛰어 다가왔다.
결이를 통해 제갈화무는 내 상황을 알 수 있어도 내가 제갈화무에게서 답을 받을 수는 없었다.
‘나도 한번 배워 볼까?’
그런데 피와 살점을 먹여야 한댔지? 으음, 그건 좀······.
그때 객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야율이었다.
“잘했어?”
“응.”
첩자를 잡은 후, 내공을 쓰지 못하게 점혈을 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야율은 이번에 다시 점혈할 때 일부러 살짝 실수했다.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풀 수 있을 정도로.
내공만 쓸 수 있다면 묶여있는 걸 풀어내는 건 어렵지 않을 터.
“그 사라은?”
“아직 있어. 눈치 보고 있나 봐.”
그리고 잠시 후, 은밀한 움직임이 보였다.
“움직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