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야율이 가볍게 걸어 들어와 탁자에 쟁반을 내려 놓았다.
아버지가 말했다.
“고맙구나.”
찻주전자를 집어 들려 했으나 아버지의 손이 더 빨랐다.
대신 나는 찻주전자 옆에 뜬금없이 자리한 나무 찜통을 눈짓하며 물었다.
“이건 뭐야?”
“배고플 것 같아서.”
야율이 찜통을 열자 나란히 놓인 만두가 보였다.
“응?”
“······”
야율이 살짝 아쉬운 듯 말했다.
“조금 식었네.”
나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버지는 미묘한 눈길로 야율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럴만도 하지. 아니, 이런 상황에 지금 누가 밥 먹을 생각을 하겠는가?
난 찻잔을 매만지며 말했다.
“고마워······ 그런데 지금은 조금 바빠서 나중에 먹을게.”
“안 돼.”
야율의 단호한 말에 살짝 놀라 바라보자 야율이 말을 이었다.
“네가 그랬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밥은 먹어야 한다고.”
“내가······ 그런 소리를 했어?”
“응.”
나는 입가를 긁적였다.
워낙 아무 말이나 많이 해서 그런 소리를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내가 했을 법한 소리긴 했다. 어릴 적 야율은 또래보다 작고 삐쩍 마른 데다가 밥도 새모이만큼 먹던 터라······.
훤칠하게 자라난 지금 그런 과거가 있었다고 얘기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야율이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밤새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그때 지켜보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야율의 말이 옳다. 식사는 거르지 말아야지.”
그렇게 젓가락을 집으면서도 당혹스러웠다.
‘내가 지금 왜 만두를 먹는 거지······?’
조금 전까지 천귀조가 어떻고 야율은, 흡성마공은 어째야 하는지 심각하게 얘기하던 모든 게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야율이 말했다.
“대협 것도 있어요.”
아버지가 짧게 침묵하고 물었다.
“······나도?”
“네.”
야율이 당연하지 않냐는 표정을 했다.
“······.”
나는 웃음이 터질뻔한 표정을 관리하고 자애롭게 말했다.
“아버지, 식사는 거르지 마셔야죠.”
“······.”
침묵하던 아버지가 야율을 향해 말했다.
“그럼 너도 앉거라. 같이 먹자꾸나.”
야율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미 먹었어요.”
“알겠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큭큭거리며 웃었다.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나는 만두를 하나 집어 들어 입에 물었다.
“음?”
야율이 물었다.
“어때?”
“······맛있어!”
듬뿍 들어 있는 고기에서 나온 육즙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잡내도 하나 없고 만두피도 쫄깃쫄깃했다. 자칫 육즙으로 느끼해지려는 것을 살짝 매콤한 향이 잡아주었다.
“그래? 다행이네.”
몇 개를 연달아 먹자 매운맛이 올라왔다. 나는 입을 손부채질을 하며 찻주전자를 들었다.
야율이 물었다.
“매워?”
“음, 조금? 아버진 어때요?”
“난 괜찮다. 연이 네겐 조금 매울 수 있겠구나.”
“내가 좀 매운 걸 잘 못 먹어.”
“아······.”
“그래도 맛있네. 이거 어디서 사 온 거야? 그러고 보니 다른 분들도 아직 식사 못했겠지? 그분들한테도 사서 드시라고 해야겠다.”
“사 온 거 아닌데.”
차를 마시던 나는 무슨 말이냐는 듯이 야율을 보았다.
야율이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만든 거야.”
“켁! 콜록, 콜록!”
나는 그대로 사레가 들려 기침을 내뱉었다.
“괜찮아? 미안. 덜 맵게 했는데.
그래도 많이 매웠나 보네······.”
그것 때문이겠어?
아버지가 내 등을 두들기며 물었다.
“네가 만든 거라고?”
“네. 좀 전에 객잔 주인이 오고, 식자재가 들어와서요. 백검단 분들과 문제없는지 확인한 후, 만들었어요. 주방장도 왔고 조리를 시작했으니 다른 분들 식사도 준비 될 거예요.”
자연스럽게 의문도 하나 풀렸다.
‘아까 계단 아래서 나한테 끝났냐고 묻던 게 만두 때문이었구나······.’
아버지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말했다.
“고생했다. 실력이 좋구나.”
나도 기침을 겨우 멈추고 입가를 손등으로 닦으며 말했다.
“그러게······. 후우,
처음 만든 솜씨는 아닌데?”
“그냥······
가끔 생각날 때 만들어 먹어서.”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서 지냈다고 들었다. 식재료는 쌓아두면 된다지만 만두를 먹고 싶다면 직접 빚는 수밖에 없었을 터다.
야율이 말을 이었다.
“예전에 너랑 만두 먹은 적 있잖아.”
“응? 아, 그 나가서 먹었던 거 말하는 거야?”
야율이 살짝 미소 지었다.
“응. 그때가 가끔 떠올라서.”
“······그때 우리 갑자기 시비걸려서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지 않나?”
“맞아. 그랬지.”
그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니······.
내 의문이 야율에게도 느껴진 모양이었다. 야율이 살짝 수줍은 기색으로 말했다.
“그래도 너랑 간 거잖아.”
탁.
갑작스러운 소리에 돌아보자 아버지가 탁자에 젓가락을 내려놓은 소리였다.
‘뭐지?’
그리고 왠지 모르게 아버지에게서 못마땅한 기색이 읽혔다.
나와 같이 아버지를 본 야율이 마침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아, 대협. 대협께서 제가 천귀조와 만나는 걸 막으라 하셨나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버지가 야율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 내가 너는 만나지 못하게 막으라 일렀다.
“아버지?”
내 의문 섞인 부름에 아버지가 가만히 있으라는 듯 눈짓했다.
아버지가 야율을 향해 물었다.
왠지 아버지의 목소리가 조금 싸늘하다고 느껴졌다.
“만나서 무얼 하려고?”
“그냥요.”
“그냥?”
“네. 그냥······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요.”
뭐, 궁금해 할 수 있는 것이긴 했다. 자신을 괴롭게 한 악인의 몰락이니까.
‘야율이 그런 걸 보고 싶어 한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만나서 뭐 하겠느냐? 좋은 기억도 아닌 것을.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너와는 최대한 접점이 없는 것이 좋다.”
“그런가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야율이 또 질문했다.
“천귀조를 무림맹에 데려가신다고요?”
아버지가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벌써 들었느냐?”
“네. 개방도가 호송용 감옥에 대해서 얘기하더라고요. 천귀조때문이 아닌가요?”
“······맞다.”
야율은 아주 태평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언제 떠나실 계획이세요?
원래라면 내일이잖아요.”
아버지가 잠시 침묵한 후 말했다.
“호송용 감옥을 마련하는 일도 있고······ 완도 저런 상황이니 당장 떠나긴 어렵다. 며칠이나 머물지는 모르겠구나.”
“네.”
“물어볼 건 그게 다더냐?”
“네.”
아버지가 야율을 물끄러미 응시하다 말했다.
“마교가 무림맹 본성을 습격하고 천귀조가 그 일에 함께한 이상, 무림맹 전체와 관려된 인물을 내 멋대로 처리할 수는 없다.”
“네. 대협 뜻대로 하세요.”
나와 아버지의 걱정이 무색한 반응이었다. 괜찮냐고 물어보려고 할 때였다.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대협, 새 의원이 도착했습니다.”
아버지가 벌떡 일어났다.
* * *
의원 네 명이 다녀갔다. 의원들의 반응은 모두 같았다.
처음의 충격이 가시고 네 번째쯤 되자 담담해졌다. 아니면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다섯 번째 의원이었다.
“제 능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정녕 방도가 없겠소?”
“후우. 벌써 의원이 몇이나 다녀가지 않았습니까? 악양 바닥에 소문이 다 났습니다. 의원 100명을 데려온다 한들······.”
의원이 혀를 끌끌 찼다.
“하여튼 저는 못 합니다. 악양을 다 뒤져도 가능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만신의라면 모를까.”
그때였다. 미약한 기침 소리와 함께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죽은 사람을 어떻게 데려오나?”
“아버지!”
“아저씨!”
“정신이 들었는가!”
남궁완 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 지었다.
“그래. 내가 헛걸 본 건 아니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