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아저씨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남궁류청이 황급히 아저씨를 부축했다.
“물 좀.”
나는 재빨리 아저씨 입가에 찻잔을 가져다주었다. 아저씨가 멀쩡한 손으로 찻잔을 뺏어 갔다.
“누굴 중병 환자 취급해?”
그렇게 말하는 아저씨의 손이 살짝 떨렸다.
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정말 이런 모습까지 남궁완 아저씨다웠다.
남궁류청은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둘의 성격을 보아 서로 생전 다정한 말을 한 적 없을 거다.
결국 내가 대신 나섰다.
“아저씨 류청이 엄청나게 걱정했어요. 고생도 엄청했고요.”
남궁류청이 왜 그런 말을 하냐는 듯 나를 노려보았다.
“류청이?”
남궁아저씨가 뿌듯한 눈빛으로 그렇지 못한 말을 했다.
“고생했다기엔 힘이 펄펄 나던데?”
“네?”
“아픈 사람 머리맡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건 무슨 예의야?”
“소리요?”
되물었다가 깨달았다. 팔을 잘라야 한다고 말한 의원에게 돌팔이라고 노발대발하던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걸 들으셨어요?”
“그래. 미약하게 정신은 계속 깨어 있었다. 대체 저놈 때문에 제대로 쉴 수가 있어야지.”
말로는 타박하면서도 아들을 보는 남궁완 아저씨의 눈빛은 다정하고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남궁류청이 싸늘한 표정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지금 그런 얘기 할 상황입니까?”
한숨과 함께 방안이 조용해지고, 어색하게 있던 의원이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짐을 주섬주섬 싸는 의원에게 남궁완 아저씨가 말했다.
“아니요. 좀 더 계셔 주시지요.”
의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인,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요.”
“예. 압니다. 팔을 자르겠습니다.”
“아버지!”
남궁류청이 버럭 소리쳤다.
남궁완 아저씨는 가라앉은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그놈에게 베인 순간 느꼈다.
회복할 수 없을 거라고.”
아버지가 조급하게 말했다.
“조금 더 기다려 보게.”
의원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을 씰룩였다.
남궁완이 고개를 저었다.
“기다린다고 바뀔 것 없네.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의원이 슬쩍 끼어들어 말했다.
“다들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체하다 염증이 어깨로 퍼지면 그때는 팔을 잘라내는 수준이 아니라, 대인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남궁완 아저씨가 다들 들었냐는 듯 우리를 바라보았다.
“아쉬운 건 이해한다. 하지만 내겐 왼팔이 남아 있으니 괜찮다.”
“······.”
그럴 리가. 절대 괜찮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속이야 어쨌든 겉모습만큼은 감탄이 나올 만큼 의연했다. 이미 마음의 정리를 끝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었다.
나는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뇨. 아직 팔을 살릴 방법이 있어요.”
“뭐라고?”
“연아?”
남궁류청이 다급하게 내 팔을 붙잡고 물었다.
“정말 방법이 있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대신 제 방법에 무조건 동의해 주셨으면 해요.”
남궁완과 아버지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도 잘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남궁완 아저씨가 내게 물었다.
“무조건 동의라니······ 팔을 살릴 방법이 있다면 오히려 내가 부탁해야 할 판에.”
그때 의원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하, 방법이 있을 리가. 말이 되는 소리를······. 괜히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말거라.”
아버지는 내가 말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지긋이 아버지를 바라보았고 나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뭔가 떠오른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
“혹시 천······.”
“콜록! 큼큼.”
나는 다급하게 기침을 하며 아버지 말을 막았다.
말이 잘리고 침묵하던 아버지가 의원을 향해 정중하게 부탁했다.
“잠시만 자리를 비켜 주시지요.”
“뭐요? 고작 저 어린 여자애 말에 휘둘리는 겁니까?”
나를 붙잡고 있던 남궁류청이 의원을 휙 돌아보았다.
“이······!”
“류청아.”
곧장 뭐라 소리치려는 기색의 남궁류청을 아버지가 막아섰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의원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넸다.
이내 의원이 언제 성질냈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시 말하라며 내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방을 나갔다.
“······.”
남궁류청이 살짝 감탄하는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상대가 어떤 태도이든 아버지는 늘 진지하고 정중하게 대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불손했던 상대가 태도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의원을 배웅한 아버지가 나를 향해 말했다.
“그, 연아. 정말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느냐? 그 방법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다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완 아저씨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대체 무슨 방법이길래 그러나?
자네들만 알지 말고 좀 말해 주지?”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고개를 돌렸다.
“완, 동의하겠는가?”
남궁완 아저씨가 의심스러운 듯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제야 품에서 작은 목함을 꺼내 들었다.
나는 걱정스러운 아버지의 시선과 의문이 담긴 남궁류청, 남궁완 아저씨의 시선을 받으며 상자를 열었다.
달칵.
향기로운 약향이 순간 확 퍼져 나왔다.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고아한 향기. 신선의 향기가 이런 느낌일까.
고작해야 조약돌 크기의 작은 금색 단약. 그보다 조금 큰 목함에 담겨있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향이었다.
향내를 맡은 순간부터 몸이 편안해지며 마음이 안정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방 안의 모두가 이 신묘한 감각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입을 열었다.
“천명금혼단이에요.”
“뭐?”
남궁완 아저씨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천명금혼단이 있다니? 그건 이미 사용한 것 아니었나?”
남궁류청도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리세가의 천명금혼단은 제갈 세가주가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아니야. 하지만 소문이 틀린 것도 아니야.”
둘의 의문이 틀린 건 아니었다.
외부에는 내가 천명금혼단을 제갈화무에게 써서 그의 수명을 늘렸다고 알려져 있었다.
“화무가 일부러 그렇게 소문낸 거거든.”
제갈화무는 역대 제갈 세가주 중에 가장 병증이 심해 약관도 넘지 못하고 죽을 거라 알려졌다.
참고로 그 소문은 제갈 세가의 실권을 장악하기 위해 그의 친모가 낸 것이었다. 공청석유로 제갈화무의 병을 완화했으나, 내가 공청석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제갈화무는 여러 문제가 얽혀 병증에 차도가 있다는 것을 바깥에 알려야 했다. 그래서 대신 소문낸 것이 천명금혼단이었다.
‘물론 할아버지께는 천명금혼단을 쓰지 않은 것을 말씀드렸지만.’
나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어쨌든 진품임은 의심할 필요없어.”
남궁완 아저씨가 착잡해진 눈빛으로 천명금혼단을 보았다.
“네 뜻은 알겠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말을 잘랐다.
“동의하신다고 했잖아요?”
“······.”
내가 이럴까 봐 미리 동의부터 받아 놓았던 것이다.
“설마 내뱉은 말을 바꾸시는 건 아니죠? 약속을 지키시지 않는, 신의 없는 그런 사람은 아니시죠?”
남궁완 아저씨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그러곤 내게 다가오라는 듯 손가락질 했다.
내가 바짝 다가간 순간 멀쩡한 왼쪽 손으로 내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아!”
“아버지!”
남궁류청이 깜짝 놀라며 나를 제 뒤로 숨겼다.
“류청, 그렇게 노려보면 어쩔거야? 그리고 백리연 넌 사기꾼의 기질이 아주 농후하구나. 어?”
“그러니까 원래 백지 계약서에는 도장 찍는 거 아니랬어요.”
“천명금혼단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아느냐?”
“알아요.”
이것 때문에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의가 상하고 평생 미움받았거늘.
모를 리가.
“그런데 반응을 보니 네 아비도 가져온 줄 모르는 듯 싶다만.”
“맞아요. 아버지는 모르셨어요.
그래도 할아버지께는 말씀드렸어요.”
나는 잠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께 비밀로 한 이유는 천명금혼단이 있는 걸 아시면 혹시 더 무리하시지 않을까 싶어서 비밀로 했던 거고요.”
원래도 제 몸 돌보지 않는 성품이신데, 죽어가던 사람도 살려낸다는 약이 있다면 더 조심성없게 굴까 봐 비밀로 했다.
“제가 천명금혼단을 챙긴 건,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서였어요. 그리고 지금이 바로 최악의 상황이죠.”
내 말을 받듯이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명진 진인이 돌아가셨네.”
남궁완 아저씨가 눈을 부릅떴다.
그간 남궁완 아저씨는 도주하느라 무림맹에 대한 소식은 제대로 듣지 못했을 것이다.
명진 진인.
할아버지의 산수연에 왔던 화산지검.
내게 화산파에 오라고 초대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본성에서 사망한 것이 확인되었다.
그 뒤로도 여럿 언급됐다. 돌아가신 분들, 남궁완 아저씨와 비슷하게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입고 은퇴한 사람들······.
모두 다 들어 본적 있는 이름이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맞이한 적 있는 이들도 많았다.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침중해졌다.
“무당파도 습격을 당해 피해가 크고, 그 외의 다른 몇 곳도 습격을 당했지. 막아 낸 곳도 있지만······ 대부분 피해가 막심하네.”
그리고 다시 내가 아버지의 말을 받아 덧붙였다.
“아저씨까지 잘못되신다면 아버지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
“제가 이걸 쓰는 이유는 아저씨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아버지를 위해서예요.”
무림맹이 이 꼴이 된 이상 남궁완 아저씨는 정말로 중요했다.
무림맹주는 원래도 믿은 적 없었지만, 이번 일로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만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알겠다.”
남궁완 아저씨가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궁세가가 네게 큰 빚을 졌어. 이 빚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갚으마.”
그리고 나는 아저씨 홀로 비장한 각오를 하도록 둘 생각 없었다. 저런 결연한 각오 뒤에는 꼭 좋지 않은 일만 반복되었다.
“아저씨가 남궁 세가의 전부는 아니지 않아요? 남궁 세가 가주님께서도 아직 건재하시고, 류청도 있잖아요. 아저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아저씨가 잘못되더라도 류청이 잘 이끌어 갈 거예요.”
비장한 분위기가 하스스 부서져 날아갔다.
“······네 딸은 물에 빠져도 입은 뜰 거다.”
“전 수영할 줄 알아요.”
“······.”
“······.”
“······.”
나는 말을 잃은 사람들 사이에서 방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