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그럼 동의하셨으니까 여기요.”
나는 남궁완 아저씨께 목함을 건네고 아버지를 보았다.
“아저씨가 깨어날 때까지 아무도 접근 못 하게 해 주세요.”
“깨어날 때까지라니?”
“저는 열흘은 잠들어 있었어요. 아저씨는 며칠일지 알 수 없지만, 그 정도 생각하세요.”
“뭐라고?”
“열흘이요. 왜요?”
“아니, 그 전에 말이다.”
나는 내가 한 말을 되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아, 제가 저는, 이라고 했어요?
실수예요. 실수. 좀 정신이 없어서.”
의심스러운 시선이 닿았으나 천명금혼단을 내가 먹었다면 여기 있을리가 없으니 쉽게 넘어갔다.
대신 의문은 다른 쪽이었다.
아버지가 물었다.
“열흘이나 잠들다니, 그런 말은 처음 듣는구나.”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화무에게서 들었어요.”
“그렇구나.”
아버지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 화무.’
여긴 없는 사람에게 사과의 말을 했다. 하지만 거짓말도 아니긴 했다. 가문에서 출발하기 전에 천명금혼단에 대해서 제갈화무에게도 여러가지 조언을 받았다.
제갈가에서 천명금혼단을 손에 넣고 먹은 적이 꽤 있어서 기록도 많았다. 팔이 완전하게 잘렸다면 잘려 나간 직후가 아닌 이상 회복할 수 없지만, 이런 상황은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천명금혼단의 영모한 기운을 이끄는 도움은 필요하겠지만.’
그리고그건 내가 할 수 있었다.
물론 해 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 바로 드세요. 아저씨가드시면 제가 옆에서 도울 거예요.”
* * *
“연아, 일어나야지.”
나직한 목소리. 듣기 좋은 목소리라도 그게 일어나라고 하는 거라면 별로였다.
“너무 오래 잤느니라.
식사는 해야지.”
나는 웅얼거리듯 답했다
“배 안 고파요.”
“먹고 자거라.”
“먹으면 배불러서 바로 못 자요.”
“그럼 움직이면 되지.”
으, 잔소리.
나는 못 들은 척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은 봐줄 생각이 없었다.
“일어나.”
양 허리를 붙잡은 손길이 나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후으에허으에어흐응.”
“이상한 소리 내지 말고.”
내가 칭얼거리는 것을 아버지가 칼같이 잘라냈다. 이제 아이라고 볼나이는 지났건만 어떻게 누워 있는 사람을 벌떡 세우냔 말이다.
‘보통 그렇게 일으키기 어려울 텐데 무공을 익힌 사람들이란······.’
결국 더 자는 것을 포기하고 아버지에게 이끌려 탁자의 대야에 손을 넣었다.
“앗, 차가.”
“당연하지. 야율이 물 가지고 깨우러 간다고 한 지가 아까이거늘 왜 아직도 자는 게야?”
남궁완 아저씨를 찾아내 치료한 이후 거의 사흘을 잠들어 있었다.
그 뒤로도 나는 계속 졸다가 자기를 반복했다.
당시에는 여러 일이 연속으로 벌어져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는데, 모두의 걱정을 사며 사흘을 잠들고 일어나서야 알 수 있었다.
상단전이 엄청나게 넓어져 있었다.
그렇게 잠이 들면 계속해서 꿈을 꿨다.
내가 꾸는 꿈들은 대부분 소설 속 장면들이었다.
소설을 읽고 회귀까지 했다지만 내가 모든 걸 기억하는 건 아니었다. 사소한 일은 대부분 잊어버렸고, 심지어 큰 사건들도 기억이 흐릿했다.
닥치고 나서야 아, 이런 일이 있었지 학 떠오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요새 꾸는 꿈들은 그런 내가 잊어버리고 있던 기억들이었다.
대충 세수를 한 나는 건네받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아버지 저 종이 좀······.”
“여기 있다.”
“먹도······.”
“여기 갈아 뒀구나.”
‘음, 야율이 갈아놓고 갔나 보군.’
붓에 먹물을 대충 묻힌 후 서둘러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꿈, 그러니까 이번에 떠올린 기억들을 적어 내려갔다.
지켜보던 아버지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매번 그렇게 꿈을 적어서 무얼 하려고?”
“그냥 적어 놓는 거죠.”
아버지가 읽을 수 없는 글로 적기에 보고 계셔도 상관없었다.
나는 계속 붓을 움직이며 물었다.
“남궁완 아저씨는 어떠세요?”
“아직 잠들어 있다.”
남궁완 아저씨가 천명금혼단을 드신 후 이레째였다.
고개를 주억거리던 때 갑자기 하품이 나왔다. 그리고 크게 하품을 한 순간 붓이 삐끗하며 글을 써 놓은 종이를 죽 그었다.
“앗!”
아버지가 고개를 내저으며 새 종이를 꺼내 주셨다.
“많이 자지 않았느냐? 계속 하품을 하는구나. 또 잠들지 말고 꼭 나오너라. 알겠느냐?”
“네에.”
아버지가 방을 나가시고 나는 새 종이에 다시 적어 내려가다가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
“짜증 나······.”
아버지가 들으실까 봐 소리는 낼 수 없었다.
기분이 너무 더러웠다. 내 혼신의 연기로 다행히도 아버지는 눈치채지 못하신 듯 싶었다.
아버지가 나를 깨우기 전까지 꾸던 꿈.
꿈속에서 나를 죽일 듯 노려보던 서하령의 눈빛이 선명했다.
그옆에 고개를 틀고 머리를 짚고 있던 남궁류청까지.
‘아니 소설 속 장면을 떠올렸을 뿐인데 이렇게 내가 겪은 것처럼 선명할 필요 있냐고······.’
기분이 나쁜 건 나쁜 거였고, 떠올린 것을 쓰는 건 쓰는 것이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아버지가 또 오실 수 있으니 대충 적어 놓고 방을 나갔다.
방을 나서면서도 나는 연신 하품을 했다. 이쯤 되면 깰 만도 한데 계속 졸렸다. 확실하진 않지만, 상단전이 갑자기 크게 열린 부작용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명 나아지겠지? 계속 이러면 곤란한데······.’
그렇게 복도를 걸어가는 내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1층 식당에서 나누는 대화같았다.
“잠드신 지 벌써 이레째입니다.
의원도 들여보내지 않고, 정말 괜찮은 것 맞을까요? 혹시 잘못 된 것 아닙니까?”
상단전이 열리며 기감이 훨씬 더 예민해졌다. 자연스레 자연지기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도 더 좋아진 상태였다.
“에잇,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재수 없게시리. 쓸데없는 말 할 거면 입 다물게.”
“그저 걱정되어서 그럽니다.”
“하아. 백리 대협이 괜찮다고 하셨으니 믿을 수밖에. 도련님이 옆에서 밤낮으로 간호하시는데, 설마 소가주님이 잘못되셨겠는가? 후, 그저 가문 무사들이나 빨리 왔으면 좋겠군.하필 악양이라서······.”
“그나마 백리 대협께서 소가주님이 깨어나실 때까지 머물러 주신다니 다행입니다.”
원래라면 집중해야 들렸을 대화들이었다. 나는 대화를 뒤로한 채 계속 걸었다.
곧 한 방문 앞을 지키는 사람과 인사를 한 후 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가 남궁완 아저씨 손목을 붙잡고 기를 불어넣고 계셨다.
일주천을 대신해 준다든가 그런것은 아니고, 내공으로 원기를 북돋기 위해 저러고 계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늘 붙어 있던 남궁류청이 없었다.
“류청은요?”
“잠시 자리를 비웠다더구나.”
“오, 웬일이래요?”
잠도 여기서 자고 밥도 여기서 먹던 녀석이 자리를 비우다니.
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그 아이도 가끔은 쉬어야지.”
그럴 리가? 남궁류청이 쉰다고 비웠을 리가 없었다.
‘화장실이라도 갔나?’
남궁완 아저씨는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전혀 깨어날 기색 없이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만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 주고 있었다.
“전 수염은 별로예요.”
“음?”
이곳 세계에서는 나이가 들면 수염을 기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수염을 애지중지 기르면서 매일같이 다듬고 그러는 것을 멋으로 여겼다.
그런데 아버지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그래?”
“어······ 기르실 생각이셨어요?”
“좀 더 나이가 든다면 기르지 않을까 생각하고는 있었다.”
나는 입을 살짝 벌렸다.
“저 수염도 조, 좋은 것 같아요.”
입가를 슬쩍 올린 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재빨리 남궁완 아저씨가 덮고 있는 이불을 들춰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었던 남궁완 아저씨의 상처는 이제 연한 붉은빛의 새살로 덮여 있었다.
팔을 거의 반 바퀴 비스듬하게 덮고 있는 붉은빛 새살만이 상처가 깊었다는 것을 짐작케 할 뿐이었다.
아버지가 나직이 말했다.
“이건 볼 때마다 정말 기적같구나.”
확실히 내가 봐도 정말 신기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남궁완 아저씨의 안색도 이레를 누워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아주 건강했다.
정확히 말하면 이레 전의 안색보다 훨씬 좋았다. 근육도 전혀 빠지지 않았고, 기맥의 흐름도 매우 원활했다.
‘유일하게 걱정되는 건 신경 문제인데······.’
그건 아저씨가 깨어나 봐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일단 내 눈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무인에게 손은 가장 예민한 곳이었다. 깨어나더라도 한동안은 무리하지 말고 절대 안정이 필요했다.
남궁완 아저씨를 자세히 살펴보던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간 차분하던 남궁완 아저씨의 기운이 전과 달리 힘찬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는건······.
나는 신이 나 말했다.
“아버지, 남궁완 아저씨가 곧 깨어나실 것 같아요.”
“······.”
그런데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의아함에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가 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아버지.”
“······.”
“아버지!”
아버지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 뭐라고 했느냐?”
아버지는 최근 저렇게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 잦았다. 특히 남궁완 아저씨를 보고 나면 더 그랬다.
처음에는 대체 왜 이러시나 의문을 가졌는데, 곧 깨달았다.
아저씨가 나은 모습을 보니 내가 천명금혼단을 먹었다면 낫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이었다. 그런 아버지 모습에 나 또한 속이 착잡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
좋은 소식이 있어요.”
“무엇이냐?”
“남궁완 아저씨가 곧 깨어나실 것 같아요.”
“벌써? 열흘은 생각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게요. 그 사람보다 아저씨 상세가 더 좋은가 봐요.”
좀 더 남궁완 아저씨를 살펴보고 아버지와 함께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바로 1층 식당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점소이를 부르려다 말고, 의아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야율은요?”
늘 함께 식사했는데.
아버지가 태연하게 말했다.
“아직 류청과 함께 있는가 보구나.”
“네?”
이게 무슨 소리야? 야율이 남궁류청과 함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