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야율이 류청을 데리고 갔단다.”
“허어?”
그러니까 아버지가 날 깨우고 남궁완 아저씨를 살피러 갔을 때 야율이 찾아와 남궁류청에게 잠시 보자고 했다 한다. 남궁류청이 거절하자 아버지가 자신이 옆을 지킬 테니, 가 보라고 했다고.
정말 의외의 일이었다.
‘와 그래도 좀······
사이가 좋아진 건가?’
“근데 아버지, 그럼 남궁완 아저씨 곁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니예요? 류청 아직 안 왔잖아요.”
“아, 너와 얘기하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올라가마.”
그저 별 생각없이 말했던 것인데, 졸지에 아버지를 밥도 못 드시도록 쫓아 보내게 생겼다.
나는 아버지 옷자락을 붙잡았다.
“아뇨, 아버지. 그냥 계세요. 별일이야 있겠어요?”
“아니다. 약속했으니 지켜야지. 그래, 이리되었으니 이 김에 류청도 여기서 식사하고 올라오라고 하거라. 류청도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으니.”
종일 방에만 있던 남궁류청이 걱정되셨던 모양이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시무룩하게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도련님 찾으러 가시는 겁니까?”
목소리가 들린 방향은 건너편 탁자의 무사들 쪽이었다. 우리가 내려왔을 때 나와 아버지를 보고 벌떡 인사했던 분들인데, 내가 아까 복도를 지나가며 본의 아니게 대화를 엿들은 분들이기도 했다.
내가 그들의 대화를 들었듯 그들도 나와 아버지의 대화를 들은 모양이었다.
“네.”
그중 팔에 깁스하듯 붕대를 감고 있던 이가 멀쩡한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도련님이라면 저쪽으로 가셨습니다.”
“감사해요.”
나는 감사를 표하고 걸어나가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완 아저씨 곧 깨어나실 것 같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두 사람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남궁류청이 앞서가는 야율의 등을 노려보듯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높게 솟은 객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친부가 머물고 계신 방은 이 방향에서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어디까지 갈 생각이야?”
앞서던 야율이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남궁류청이 재촉하듯 말했다.
“별로 중요한 용건이 아니면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남궁류청이 아는 또래 사내들 중 야율은 그와 함께 지낸 시간이 꽤 긴 녀석이었다. 몇 없는 친족마저 빼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저 같이 지낸 시간만 길었을 뿐이었다. 관계로 따진다면 되려장가장의 장철보다 더 별로였다.
기분 나쁜 녀석.
남궁류청이 내리는 야율의 평가였다.
어렸을 적 처음 봤을 때부터 유난히 기분이 나빴다. 마주치기만하면 왠지 모르게 적의가 샘솟았다.
게다가 심지어 저 녀석은 자신을 만날 때마다 가끔 정제하지 못한 살기를 흘리곤 했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 만났을 때는 알 수 없던 적의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저 녀석도 자신처럼 제게 이유없는 적의를 느껴서 그럴지도 몰랐다.
지금은 나이 들어서인지 자제하는, 숨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대련을 할 때도 저 녀석과 할 때는 전력을 다하지 않게 되었다. 본능적으로 실력을 숨기며 견제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저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서로 간 실력을 숨기면서도 검을 맞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비등한 실력이라는 것을.
만약 전력을 다해 싸운대도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다는 것을.
그건 그에게는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천산염제의 제자라지만 자신의 실력이 저런 출신도 불분명한 근본도 없는 녀석과 비등하다는 것이.
그나마 어머니가 이름을 날리던 검객이었다지만, 지금은 죽었고 심지어 벽가의 사람이었다.
벽가는 이번에 무림맹을 이 꼴로 만든 무림맹주 위지백의 아주 강력한 지지자 중 하나였다. 그런 녀석이 뭐라도 된다는 것마냥 백리연 옆에 종일 붙어 있는 것이 정말 꼴 보기 싫었다.
대체 언제까지 친한 척 붙어 있을는지.
그렇게 싸늘하게 야율을 바라보던 남궁류청이 갑자기 누가 본다면 싸우자고 결투 신청하나 의문을 가질 것 같은 태도로 말했다.
“이번에 아버지를 찾는 일을 도와줘서 고마워.”
야율이 남궁류청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정신이 없어서 지금껏 한 번도 감사를 표하지 않았더군.”
자신과 비등한 실력부터 백리연 옆에 붙어 다니는 태도, 반반한 얼굴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지만······ 그럼에도 제 아버지를 구하는 일에 도움을 주었다.
물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백리연을 위해서 도와준 것임을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었다.
첩자를 알아본 것은 연이었지만, 저 녀석이 함께 있지 않았다면 놓쳤을 터라는 말을 들은 참이었다.
만약에 아버지가 겪었던 것처럼 산공독을 먹고 천귀조를 비롯한 마교의 습격을 받았더라면······.
시간이 걸려 아버지를 찾았더라도그렇게 되었다면 아버지의 팔은 살리네 마네 의논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 녀석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정말로 인정하고싶지 않지만······.
친부의 팔이 무사히 회복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 왠지 모르게 행동을 흠결 없게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야 친부의 회복이 무탈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궁류청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녹록지 않으니, 후일 네 지원에 최대한 사례할 수 있도록 할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야율이 갑자기 씩 웃었다.
그 모습에 남궁류청은 오소소 소름이 끼쳤다. 떨떠름하게 바라보는 남궁류청을 향해 야율이 말했다.
“부탁이 있어.”
“부탁?”
남궁류청이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네가 나한테?”
야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남궁류청이 의심을 거두지 못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율이 주변을 쓱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천귀조와 만나게 해 줬으면 해.”
“뭐?”
남궁류청이 인상을 찡그렸다.
얼마나 큰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 구나 긴장했는데, 고작 그거라고?
“만나고 싶으면 그냥 가서 만나면 되잖아?”
“아, 나는 못 만나. 백리 대협이 지키는 사람들에게 만나지 못하게 막으라고 하셨거든.”
“대협께서 막으셨다고? 왜?”
“내가 천귀조랑 사이가 안좋으니까.”
남궁류청이 코웃음을 쳤다.
“사람이라면 그 악랄한 마두와 사이가 좋을 수 있나?”
야율이 살짝 시선을 돌렸다가 말했다.
“나는 어릴 적 천귀조에게 잡혀갔던 적이 있었거든.”
“······.”
그제야 떠올랐다. 천귀조는 아이들을 납치했는데 그중 야율이 유일한 생존자였다는 것을.
천귀조에 대해 계속 얘기를 나누면서도 야율과 악연이 있었다는 걸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야율이 말했다.
“이대로 무림맹에 끌려가면 영원히 만나지 못할 테니까.”
“그건 그렇지만 왜······.”
왜 만나려고 하는지 질문하려다 말았다. 별로 좋지도 못한 개인사.
자신이라면 말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남궁류청이 인상을 찡그린 채 말했다.
“대협께서 안 된다고 막으셨는데, 나보고 어떻게 도와 달라는 거야?”
“그건······.”
* * *
천귀조는 객잔 내에 외따로 놓인 창고에 갇혀 있었다. 무림맹 지부도 없는 이곳에 마땅히 가둬 놓을 곳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단전을 부숴 내공이 모두 흩어진 데다, 손발의 힘줄마저 자른 상태였다.
거기에 물과 음식도 죽지 않을 정도만 주고 손발을 묶어 놓기까지 했으니 굳이 철창까지는 필요없었다.
그래도 창고를 지키는 무사들은 있었다. 백리 세가의 무사는 다가오는 인물을 보고 의아한 눈을 했다.
“남궁 공자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
무사들 앞에 선 남궁류청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에 의문을 가진 백리 세가의 무사들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남궁류청이 말했다.
“천귀조와, 잠시, 할, 얘기가, 있습니다.”
“공자님이요?”
“네.”
어색할 정도로 딱딱하게 굳은 표정에 달아오른 낯빛, 괴이한 말투였다. 누가 봐도 이상한 모습에 무사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음······ 무슨 일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하지만 천귀조를 무슨 용건으로·····.”
그때 갑자기 무사 한 명이 말하던 이의 말을 막듯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치고 자신이 말했다.
“들어가시지요.”
막아서던 무사가 놀라서 옆 사람을 돌아보았다.
“뭐·····? 아니, 음,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어차피 묶어 둬서 아무것도 못 하지만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들어가라는 듯이 비켜줬음에도 남궁류청은 움직이지 않았다. 백리세가 무사들이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을 때였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잠시, 자리도 비켜 주실 수 있을 까요?”
“예? 그건······.”
“예. 한 바퀴 돌고 오겠습니다.
편히 계십쇼.”
“아니, 자네······.”
“아, 일단 따라오게.”
“감사합니다.”
무사들이 실랑이를 벌이며 창고에서 멀어졌다.
곧이어 한 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백검단원한테 들었는데 남궁 소가주를 그렇게 만든 게 천귀조라고······.”
어느 정도 멀어져서 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속삭인 모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남궁류청은 모두 들었다.
남궁류청이 제 친부 일로 천귀조에게 뭔가 알아낼 것이 있어서 온 거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렇게 무사들이 자리를 비운 후에도, 남궁류청은 들어가지 않고 계속 창고 앞에 서 있었다.
곧이어 창고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야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