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쿠릉.
나는 갑자기 울리는 소리에 움찔 놀랐다.
남궁완 아저씨가 무슨 짓이라도 한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내내 꾸물꾸물하던 하늘에서 나는 소리였다. 한 방울씩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와 달리 미동도 없었던 천마가 말을 이었다.
“의문이 들겠지. 왜 이런 말을 해 주는지. 네가 죽는다면 자신에게 불리하다면서 알려 주다니.”
천마가 옅게 웃었다.
“그야 네가 죽을 리가 없지 않으냐?”
“······.”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생을 가진 이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것을. 모든 생명은 이기적이지.”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천마를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날 죽일 생각도 없고, 내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걸 알고 있다면 내게 그런 제안을 한 이유가 뭐죠? 그냥 고약한 취미?”
천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야, 내 말이 기분 나쁘더냐? 하나 기분 나쁠 것이 무엇이 있느냐?”
“······.”
천마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것만으로도 다시 숨이 막힐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나는 네가 오랫동안 가졌을 의문에 답을 해 준 것이다.”
“그냥 알려주는 것뿐이라고요?”
“그래. 네가 이 정보를 알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할지 예상치 못하느냐? 이를 내가 대가없이 알려 주고 있거늘. 여전히 아비 일만 얽히면 감정적으로 변하는구나.”
천마는 무심하게 느껴지는 말투로 찻잔을 들었다.
“또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보거라.”
“······계속 질문하라고요?”
“궁금한 것이 꽤 많을 것 같다만.”
나는 기가 막혀 맞은편에 천마가 있는걸 알면서도 헛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천마가 말을 이었다.
“네가 보기에는 내가 지금 뭘 하는 것 같으냐?”
“······.”
“의도를 따지지말고 내 행동만 보아라. 생각이 너무 많구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마라. 호의는 그저 호의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야.”
정말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과거의 나에게 너 후일 천마랑 탁자에 마주 앉아서 대화함. 이렇게 말하면 미친 소리······ 하고 넘어갈 터였다.
하지만 정말 천마가 나를 죽일 생각이 없고 질문에 답해 줄 생각이라면······
‘이건 기회야.’
나는 바로 물었다.
“아버지가 대적자라는 게 무슨 소린가요?”
“제갈 세가주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나 보군. 하긴, 당연한가?”
나는 미간을 좁혔다.
아버지의 일을 물었는데 갑자기 제갈화무라니?
천마가 말을 이었다.
“네가 미래를 바꿀수록 나 또한 움직이기 쉬워지느니라.”
“······움직이기 쉬워진다니요?”
“시간을 역행한다는 천륜을 거스르는 짓을 했는데, 너만은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고 여겼느냐?”
“천륜이라니요?”
천마는 내 질문에 답해 준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는지,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었다.
“천기라고도 할 수 있지. 매우 귀찮은 것들이다. 그들은 운명을 안배하고 흘러가게 하지. 나 또한 천기에 얽매여 있지.”
거기까지 듣자 깨달았다.
천마의 몸에 엉켜 있던 수많은 줄. 그 줄들이 천마가 말한 천륜, 천기, 운명이라는 것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천마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갈 세가주는 원래 지금 죽어야 했을 운명이니라. 내가 오랜 세월 그렇게 만들어 놓았지.”
“방금······ 운명을 하늘이 안배하는 거라면서요?”
“그래. 그래서 나는 오랜 시간을 들이고 반복하여 그들의 죽음을 운명으로 만들었다.”
그들.
제갈화무만을 말하는 게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죽어야 할 운명이었던 제갈화무를 네가 살렸지.”
“······.”
“천기가 흐트러졌다는 뜻이다.”
천마가 낮게 웃음 지었다.
“그 덕에 이번에는 나 또한 이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네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까 천마 말을 해석해 보자면······ 원래 천마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데, 천기가 흐트러져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건가?
내 의문에 마침표를 찍듯 천마가 말했다.
“네가 누군가를 살린다면 나는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단 뜻이다.”
“설마 그럼 갑자기 무림맹을 습격한 건······.”
“그래. 무림맹의 습격······ 원래라면 지금 행하기 무리였지. 하지만 네가 너무 날뛰었어.”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천마는 후후 웃으며 긍정했다.
“덕분에 가능했다.”
“남궁완 아저씨의 팔만 노린 이유도······.”
“그래. 네가 짐작한 게 맞다. 남궁완의 팔만 노린 것. 그는 천기의 큰 중심축 중 하나. 그가 죽는 건 천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 그러니 힘만 뺏으려 한 것이었다.”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건가요?”
천마가 눈을 가늘게 하며 마치 나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물론 영향이 없지는 않다만······ 이 역할극에서 퇴장할 정도는 아니지. 너는 한창 극 중인 인형의 팔이 떨어졌다고 극을 멈추게 하느냐?”
“······.”
“굳이 이건 나만이 아니라 제갈 세가주 또한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제갈 화무도······ 알고 있다고요?”
“그래. 하지만 알려주지 않은 이유?”
천마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제 명줄 하나 잇자고 천기를 이렇게 흐트려 놓았으니, 차마 네게 진실을 말해 줄 수가 없었겠지. 그리고 진실을 들은 네가 그를 살려주지 않을까 두려웠겠지. 그 또한 이기적인 인간이니.”
나는 천마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살고 싶은 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라고요.”
조금 전에 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말이었다.
게다가 제갈화무를, 제갈 세가를 이렇게 되도록 만든 자면서 되려 탓하다니.
“당신은 이제 사람이 아니라 모르겠지만.”
저 모습을 하고도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내 조소에도 천마는 전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생을 가진 이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것을. 내가 왜 죽음의 고통을 모르겠느냐? 그 고통으로부터 중생을 구원하는 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거늘.”
“그래서 구해 줘야 할 중생을 이렇게 죽게 만들고 그러는 건가요?”
“누가 죽었단 말이냐?”
태연한 답에 나는 황당한 얼굴을 했다.
“당신 명령에 죽은 교도들이 한 둘이 아닌데, 누가 죽었냐니요?”
조금전에 죽은 3공자는 뭔데?
그가 누구 명령을 받고 싸우다 죽었는데?
천마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들은 살아 있는 것이다.”
“······.”
이 미친 사이비 교주 같으니라고. 나는 질려 버렸다.
천마는 내 표정에도 전혀 변함이 없이 담담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말이 길어졌군. 대적자가 무엇이냐고 물었디.”
돌고 돌아 내가 처음 한 질문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진 내가 천명을 거스르려 들 때마다 이를 대적자가 막아섰다.”
대적자가 막아섰다?
순간 남궁류청이 떠올랐다.
남궁류청의 모습은 이 방향에서 보기 힘들었지만, 그가 어떻게 있을지 떠올리기 어렵진 않았다.
천마가 말을 이었다.
“네가 죽으면 네 아비가, 네 아비가 죽으면, 남궁의 아이가, 남궁의 아이가 죽으면, 갑자기 연원도 파악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가. 대적자는 그런 식으로 생긴다.”
천마가 나를 보고 뿌듯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넌 내 손으로 만들어 낸 대적자란다. 그래서 꽤 기대하고 있지.”
나는 놀란 채 천마를 바라보았다.
뭐? 이번에는 내가 대적자라고? 남궁류청이 아니라?
내가 죽으면 아버지가 대적자가 된다고는 했지만, 그게 내가 대적자라는 말로 듣지는 않았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죽을만큼 노력하거라. 나의 능력도 그래서 두고 가는 것이니.”
나는 흠칫 놀랐다.
능력이라니? 설마 원래는 금안을 가져가기 위해서 온 거였나?
그것도 모르고 죽이지 않는다는 말에 이렇게 마주 얘기 나누고 있었다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천마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죽이지 않고 독에 중독시키고,팔을 잘라가고, 능력을 회수해간다. 죽이지 않는다는 말 뒤에 숨겨져 있는 말들을.
“네가 내 앞을 막아설 날을 기다리마.”
그 말을 끝으로 천마가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황급히 질문했다.
“저를 당신이 만들었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천마가 나를 잠시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건 네 아비에게 물어보거라. 만날 수 있다면 말이지.”
의미심장한 어조에 나는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아버지께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천마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도려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분명 쏟아지는 빗줄기 안인데도 전혀 젖지 않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내공수발력에 나는 말을 잃었다.
“때가 된다면 하늘도 내게 복종하리라.”
“······.”
천마를 바라보던 나는 그가 어느정도 멀어지자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등받이에 기대듯 앉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아니, 손이 아니라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천마가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남궁완 아저씨가 다가왔다.
“괜찮으냐?”
“······아뇨.”
남궁완 아저씨가 나를 내려다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 있다가 말씀드릴게요.”
마교 놈들이 모두 나가고 나면, 이라는 뜻을 이해한 것처럼 남궁완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옆에서 손을 잡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야율이었다.
창백한 얼굴이 무슨 야율이 천마와 대화했다고 해도 믿을 법했다.
일사불란하게 들어온 마교도들이 3공자의 시신을 천으로 덮고 정중하게 데리고 갔다.
어느새 객잔 입구까지 걸어간 천마가 몸을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다.
“······.”
“······.”
나와 눈이 마주치고 천마가 미소 지었다.
내가 벌떡 일어나는 순간, 거리와 상관없이 이곳 모두의 귓가에 정확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