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
챙-!
챙-!
순식간이었다.
“도련님을 지켜라!”
“소가주님!”
나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분명 죽일 생각 없다고······!”
천마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3공자의 목숨값은 받아야지 않겠느냐?”
“그게 무슨······설마?”
설마 3공자는 원래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었던 건가?
‘게다가······.’
사실 비무에서 남궁완 아저씨는 3공자를 죽이지 않고 패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회를 얻자마자 가차없이 칼을 찔러 넣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저씨 가족을 죽인 놈들이었는데.
그리고 3공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이 자리에서 없애는 편이 도주가 편할 거라는 계산도 있었을 터였다.
결과적으로 남궁완 아저씨는 복수를 성공한 셈이 되었다.
그리고 뻔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복수가 복수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만약 남궁완 아저씨가 3공자를 죽이지 않았다면 천마가 물러갔으려나?
‘아니, 이제와선 의미없는 얘기지.’
남궁완 아저씨가 나를 확 안아들었다. 나 또한 아저씨를 꽉 끌어안았다.
쏴아아-.
객잔을 빠져나가자 쏟아지는 빗줄기에 순식간에 온몸이 젖어 들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도 있었다. 바깥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병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느새 물러간 듯 싶었다.
게다가 천마는 명령만 내리고 지켜볼 뿐이었다. 우리를 공격하는 건, 교주와 함께 온 이들뿐이었다.
실력 차에 밀리고 있지만, 수가 많지는 않아 어찌 버티고 있었다. 대개 또한 평소의 순한 모습과 달리 싸우기 시작하니 실력이 대단했다.
남궁류청과 야율은 함께 있었는데, 의외로 손발이 매우 잘 맞았다.
‘비무 영향인가?’
그러고 보면 둘이 무예를 겨룬 게 마치 며칠 전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짤랑짤랑. 빗소리를 뚫고 어디선가 희미하게 방울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주변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기 시작했다. 기현상이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진법까지 펼치다니.”
그게 아니라면 이 기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언제는 나중에 보자더니······.’
이상하게 천마의 속내가 짐작이 갔다. 마치 하늘에서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만약 여기서 내가 죽는다면 아쉽긴 하겠지만 그냥 거기까지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남궁완 아저씨의 죽음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정말로 그놈의 대적자인지 뭔지라면 이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또 정 안 되겠다 싶으면 회귀하겠지.
‘차라리 어떻게 회귀할 수 있는지 물어볼 걸 그랬나?’
그 이상한 줄들은 회귀를 반복해서 생긴 건가? 아니면 미래를 바꾸려 들 때 생긴 걸까? 내게도 있는 걸까?
오히려 천마와 만난 덕에 의문만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순간 나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집어 던졌다.
쐐액!
남궁류청의 등 뒤를 노리던 마교도 한 놈이 내가 던진 단검을 황급히 쳐 냈다.
내 단검에 신경을 쓴 순간 야율의 손이 마교도의 가슴팍을 때렸다. 마교도는 가슴팍이 움푹 들어간 채 뒤로 날아갔다.
야율의 손 주변에는 연기 같은 수중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여기서 가장 체력 소모가 빠른 건 야율이었다.
이 빗줄기. 날씨 자체가 극양지체인 그에게 불리했다. 진기를 더 많이 소모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전에 남궁류청과 비무도 한 상태였고.
만약 야율의 상태가 완벽했다면 남궁류청의 등 뒤가 비는 일부터 없었을 것이다.
마교도가 쳐 낸 내 단검이 흙탕물 속에 박히기 전, 남궁류청이 발뒤꿈치로 걷어찼다.
나는 날아온 단검을 받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거지?’
이런 일은 하늘이 안 아려 주나? 천마 속내같은 거나 알려주지 말고······!
그때 꾸준히 이어지던 방울이 딸랑이는 소리가 하나 줄어들었다. 곧 또 하나가 줄어들었다.
정신없이 싸우는 이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싶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뭔가 툭 떨어졌다.
콰광!
객잔의 일부가 부서지며 그쪽에 있던 마교도 몇몇이 휩쓸렸다.
모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싸움을 멈출 정도였다.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가 되고, 빗줄기와 희뿌연 안개를 헤치고 객잔이 부서진 방향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천마가 말했다.
“천산염제.”
“······.”
천산염제가 손에 움켜쥐고 있던 무언가를 툭 던졌다. 구리 조각이었는데, 우그러진 게 원래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나는 얼굴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닦아 낼 생각도 못 하고 눈을 껌뻑였다.
“어르신? 어떻게······?”
나는 야율을 보았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야율과 눈이 마주쳤고, 야율이 고개를 저었다. 그도 천산염제가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 싶었다.
천산염제가 빗줄기를 뚫고 걸어 들어왔다.
“제갈 세가주에게 서신을 받았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화무에게 서신이요?”
“그래.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눈에 띄지 않게 오라더군. 유일한 제자를 죽이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미친 놈. 천산염제를 협박한 거야?
어쨌든 결론적으로 야율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던 건 맞긴 했다.
하지만······.
천산염제가 야율을 잠시 바라봤다. 야율은 어느새 무표정한 얼굴로 천산염제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수염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천산염제가 피식 웃은 듯 싶었다.
천산염제가 말했다.
“그래서 오는 도중에 요 앞에 남궁 세가의 무사들이 웬 정체 모를 녀석들과 싸우고 있길래, 좀 도와주고 있었는데······.”
남궁완 아저씨가 눈을 크게 떴다.
남궁완 아저씨를 호송하기 위해 오던 남궁세가 사람들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3공자가 마교의 습격이 있었다고 했으니 상황도 알맞았다. 그 상황에 천산염제가 도와주었다면, 피해가 별로 없을 수도 있었다.
그때 천산염제가 뭔가를 들어 올렸다.
“갑자기 이놈이 나타나서, 뭐 어쨌든 이놈 덕분에 헤매지 않고 올 수 있었지.”
빗줄기 사이로 선명한 금색 눈동자가 보였다.
“결아!”
대체 언제 빠져나갔는지 모를 결이가 천산염제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아니, 고양이 그렇게 잡으면 안 되는데······!
그때 천산염제가 내게 고양이를 휙 던졌다.
“허어억······!”
나는 깜짝 놀라며 고양이를 받아 들려 했다.
원래라면 수월하게 잡고도 남았다. 그런데 잡으려는 내 움직임과 착지하려는 고양이의 움직임이 어긋나며 퍽! 결이 앞발이 내 콧등을 후려쳤다.
“······.”
바닥에 착지한 결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보았다. 나는 콧등을 문질렀다.
천산염제가 혀를 찼다.
억울했다. 아니, 내 움직임이 문제가 아니라 결이가 반(半) 영물이나 다름 없어서 그런 거라고······!
“하하하.”
때아닌 웃음소리가 들렸다. 천마였다. 천마가 결이와 나를 보고 웃었을 리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말들은 내가 아니라면 영문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지. 꽤 머리를 썼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것도······ 하늘의 뜻이려나?”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린 천마가 나를 보고 미소지었다. 그리고 돌연 표정을 굳히고 천산염제를 응시했다.
천산염제 또한 천마를 바라보았다.
두 절세고수가 눈을 마주쳤다.
두 고수에게서 일어나는 기운에 주변이 일렁여 보일 정도였다.
“······.”
“······.”
피부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긴장감이었다. 마른침조차 삼키지 못했다.
천산염제가 우리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가라.”
나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르신!”
같이 싸워도 모자랄 판에, 여기서 우리에게 가라고 하는 건····.
남궁완 아저씨가 천산염제를 향해 감사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천마가 중얼거렸다.
“다 죽어 가는 늙은이가.”
“그러는 자네는 위명과 비교하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군. 그 몸도 간신히 다루는 것 같은데 말이야.”
몸을 간신히 다룬다고? 그게 무슨······.
하지만 의문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콰아아아아앙-!
그 뒤는 내 눈으로도 거의 확인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격돌한 순간 어마어마한 폭풍이 몰아닥쳤다. 빗방울이 두 사람의 격돌에 순간 사라질 정도였다. 고막이 나간 것처럼 찰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조금 뒤 빗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하고 멀리서 여러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친다!”
“쫓아라!”
쿵- 우직, 콰앙!
“크아아악!”
싸움에 끼어들었는지 피하지 못했는지 누군가의 비명이 빗소리를 뚫고 길게 울려 퍼졌다.
나는 남궁완 아저씨의 목을 꽉 붙잡았다.
천산염제 어르신은 수명의 끝자락이었다. 이미 완전히 영락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 몸 상태론 절대 천마를 이길 수 없었다.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계실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