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 * *
우직, 쿠쿵, 쿵, 쾅!
우지끈.
객잔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어느새 주변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기 때문이다. 천산염제가 진법을 펼치는 술사 두엇을 죽였어도 잠깐 시간을 버는 정도였던 모양이다.
객잔 주인과 점원이 제때 도망쳤길 바랐다.
나는 주변을 살피다 말했다.
“아저씨, 이쪽으로 가요.”
아저씨가 내 말에 바로 방향을 틀었다.
“······아는 진법이냐?”
“아뇨, 그냥 보여요.”
“그래.”
남궁완 아저씨가 숨을 들이쉬고 뒤를 향해 소리쳤다.
“다들······! 젠장.”
순간 남궁완 아저씨의 발이 순간 멈출 정도였다.
아저씨를 따라 뒤를 돌아보았던 나 또한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뒤따라오는 이는 넷뿐이었다. 그것도 남궁완 아저씨를 가장근접 경호하던 자들이었다.
금안으로 아직 확인할 수 있는 걸 보아 다른 이들과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진법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뒤따라오던 무사 또한 우리가 멈춰서자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아니, 다들······!”
남궁완 아저씨가 혀를 찼다.
“내가 너무 빨랐나 보군.”
이런 진법 안에서는 아주 바짝 붙지 않으면 순식간에 거리가 멀어질 수 있었다.
아저씨가 나를 달래듯 말했다.
“류청도 진법에 대한 교육은 진즉에 받았으니 조금 해매도 금방 나가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야.”
“······.”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니라.”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남궁완 아저씨와 나까지 합쳐서 고작 여섯.
“진법을 나갈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까요? 지금이라도 류청 쪽으로 가는 게······.”
“아니, 그들도 움직이면 계속 뒤만 쫓다가 완전히 진법 안에 갇힐 수 있다. 심지어는 아군이 아닌 적군으로 오인해 공격할 수도 있지. 진법 안에서는 다른 이를 찾는 게 아니라 생문을 먼저 찾아야 한다.”
남궁완 아저씨가 다시 경공을 펼쳤다.
“수는 적지만, 네가 도와주면 되지 않겠느냐?”
3공자와 비무했을 때를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여러 감정이 복받쳐 빽 소리쳤다.
“그게 쉬운 줄 아세요?”
그렇게 소리치기 무섭게 말했다.
“아저씨, 와요.”
“뭐? 어느 쪽을 말하는 게냐?”
감각이 흐트러진다는 게 이건가보군. 아저씨가 이렇게 가까이 온 적도 못 알아채다니.
“위!”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나는 단검을 뽑아 들었다.
마교도가 위에서 뛰어내리듯 검을 내려찍는 것을 내가 단검으로 막았다.
마교도의 단검이 그대로 숭덩 잘려 나갔다. 예전에 남궁완 아저씨가 주신 단검이었다. 백련정강으로 만든 단검다운 위력이었다.
잘려나감 검날을 잡아챈 남궁완 아저씨가 그대로 마교도에게 되돌려 보냈다.
푹! 신음도 내지 못한 채 마교도가 쓰러졌다.
남궁완 아저씨가 나를 흘끔 보았다.
“역시, 네게 주길 잘했구나.”
뒤이어 덤벼든 다른 마교도의 공격도 아저씨와 남궁 세가의 무사들이 협공해 물리쳤다.
정확한 시간을 가늠하지 못한 채 진법에서 벗어났다.
곧바로 남궁 세가의 지원 병력과 마주칠 수 있었다. 천산염제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이 맞았는지, 전투의 흔적은 있었으나 피해가 크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이제 빠져나가는 것에서 마교도와의 전투로 목적이 바뀌었다.
진법을 펼친 마교도들과 싸우고 있을 때, 진법 안에서 탈출한 이들이 하나둘 씩 나왔다. 계속해서 남궁류청과 야율을 기다렸으나, 그보다 백리 세가에서 보낸 지원병력이 도착하는 게 먼저였다.
내 전서구를 받고 온 것은 아니었고, 마교 병력의 움직임을 뒤늦게 파악한 가문에서 보낸 병력이었다.
백검단주께서 직접 이끌고 온 정예 인원까지 합세하자 전투의 흐름은 순식간에 우리쪽으로 넘어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진법을 깨트리고, 마교도들을 모두 몰아낼 때쯤에는 비가 그쳤다. 그리고 어스레한 저녁 석양빛 아래 드러난 객잔의 모습은 원래 형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천산염제, 천마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와중에 객잔 주인과 점원은 살아남았다. 다행인 일이었다.
그런데 뒷이야기가 기가 막혔다. 마교 놈들이 보호해 준 덕에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객잔이 부서진 피해 보상비까지 넉넉하게 주고 갔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 짓거리인지.’
양민에게는 손을 안 댄다는 건가?
‘그렇다기에는 만신의가 머물던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여 버리지 않았나?’
딱히양민의 목숨을 아낀다든가 그런 것도 아닐 텐데.
마치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그 자리에서 빠져나온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남궁류청과 야율은 여전히 찾을 수가 없었다.
진법 안에서는 꽤 많은 시신이 발견되었다. 아주 다행히도 남궁류청과 야율의 시신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 수색 작업을 지켜볼 수 없었다.
“······.”
마지막 목격자에 의하면 남궁류청과 야율은 함께 진법을 빠져나가고 있었다고 하였다
“······.”
백검단주가 내게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되어 절로 표정이 굳었다.
백검단주는 좀 전까지 전투로 가라아낮지 않은 투기와 핏자국 덕에 위협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외부 사람들이 있기에 내게 다정하고 친절한 할아버지와 같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백검단주가 말했다.
“아가씨, 바로 귀환하시라는 가주님의 명이 있었습니다.”
······.”
“아가씨, 지금 당장 귀환하셔야 합니다. 가주님께서 걱정이 크십니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작게 말했다.
“저 류청이랑 야율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여기 있으면 안 될까요?”
백검단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백리연.”
그때 남궁완 아저씨가 나를 부르며 다가왔다.
“마은은 이해한다만, 넌 최선을 다했다. 걱정하는 가족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먼저니라. 돌아가라.”
“······.”
백검단주가 남궁완 아저씨께 눈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더는 남아 있겠다고 우길 수 없었다.
* * *
악양으로 향할 때는 후덥지근한 열기와 푹푹 찌는 햇살에 고통받았는데, 돌아오는 길은 연일 내린 비와 흐린 하늘로 선선했다.
“······.”
왠지 모르게 상황이 우스웠다.
갈 때는 남궁완 아저씨가, 올 때는 남궁류청이 실종되다니.
아비와 아들이 번갈아 사라지다니. 하늘도 참 얄궂었다.
가문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거리가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백리세가 무사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행이 가문 정문을 넘자, 백검 단원으로 구성된 두 조를 마주쳤다.
다섯 명이 한 조를 이루는데 백검단 정도면 한 조만 되어도 백리 세가에서는 꽤 큰 병력이었다.
그들은 백검단주께 인사를 올리고는 어디론가 빠르게 빠져나갔다.
내 의아한 시선을 느꼈는지 백검단주가 부드럽게 말했다.
“가주님을 만나면 알게 될 거다.”
처소에 도착하자 금쇄와 소녹, 심지어 언두까지 나를 붙잡고 다들 한바탕 눈물바다를 이뤘다.
겨우 진정시키고 꿉꿉한 옷을 벗은 후 깨끗이 씻고 바로 할아버지께 향했다.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거늘 왠지 모르게 오랜만인 느낌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정방 앞을 지키는 노복은 변한 것 없이 여전했다.
“아가씨,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안에 고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내게 노복이 물었다.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나는 살짝 멈칫했다가 답했다.
“네. 없어요.”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노복은 필요한 말 외에는 거의 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충신이었다.
회귀 전에도, 회귀 후에도 늘 할아버지가 계신 문 앞을 지키며 내게 호불호를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그림자 같은 사람이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모든 할아버지의 피를 이은 자들을 평등하게 대우했다. 그래서 내게 이런 친근한 말을 하는 것이 놀라웠다.
“······하여 처음부터 아가씨를 노린 것 같다고 합니다.”
“뭐라?”
탕!
탁자를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노성이 터져 나왔다.
“내 손녀딸을 노리다니, 그것들을 다 쳐 죽이겠다!”
노복이 다급히 말했다.
“연이 아가씨가 오셨습니다.”
내가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서자 대번에 호통이 들렸다.
“왜 이리 늦은 것이야? 늦은 주제에 웃음이 나와?”
“에이, 할아버지를 뵈니까 정말 좋아서 그렇죠.”
“······.”
할아버지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내 할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리 와 보거라.”
내가 세 발 정도 앞에 멈춰 서자 할아버지가 말했다.
“더 가까이.”
거의 코앞까지 다가선 나를 할아버지가 꽉 안았다.
머리맡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
이번에는 내가 입을 꾹 다물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웃기게도 할아버지의 품에 안기자 정말 안심이 되었다.
‘애도 아닌데 말이야.’
회귀 전에는 몇 마디 나눠 본 적 없는 분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아버지는 그래도 나를 아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뿐, 회귀 전에도 친부라는 것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몇 번 뵙지도 못한 데가, 대화는 더더욱 나눠 본 적 없었기에 내 할아버지라기보다는 백리 세가의 가주라는 느낌이 컸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다. 지금까지 멍청하게도.
안겨 있던 나는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안 돼요.”
할아버지가 뜬금없다는 듯이 미간을 좁혔다.
“뭐가 안 된단 말이냐?”
“천마는 제가 쳐 죽일 거예요.”
“······.”
“······.”
두 분 다 말을 잃은 채 눈을 끔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