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백검단주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 가주님, 연이가 말하는 거 들으셨습니까?”
할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틀었다.
백검단주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연아, 내가 죽기 전에는 볼 수 있겠지?”
“물론이죠.”
“흐흐, 그래, 그래. 기대하마.”
할아버지가 머리를 짚었다가 손을 내저었다.
“자넨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이제 가 보게.”
백검단주가 정방을 나가고 나는 할아버지와 마주 앉아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회귀, 천기, 운명 이런 얘기는 할 수 없었다.
천마는 남궁완 아저씨를 죽이지 않고 팔만 노렸던 것이며, 또한 원래는 내가 지닌 금안의 능력을 뺏으러 왔으나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라는 정도······.
그리고 아버지의 독이 천마가 꾸민 일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아버지의 독 이야기를 할 때 할아버지의 눈매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놈의 목적이 대체 무엇인지······.”
나는 할아버지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을 때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할아버지, 악양에서 새롭게 온 연락은 없나요?”
내가 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나는 양손을 꽉 잡은 채 초조한 심경을 억눌렀다.
“있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할아버지가 나를 응시하며 짧게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네가 악양을 떠난 이틀 후에 호수에서 시신 몇 구를 찾아냈는데 마지막까지 야율, 남궁류청과 함께 있으리라 여겼던 무사들이라더구나.”
“······.”
나는 멍하니 바라보다 말했다.
“류청과 야율은요? 같이 발견되었나요?”
“아니, 그 아이들의 시신은 없었다.”
나도 모르는 새 할아버지의 대답을 기다리며 숨을 멈췄던 모양이다.
나는 크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아, 그럼 괜찮아요.”
할아버지가 멈칫하더니 나를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살아 있을 게야. 너무 걱정 말거라.”
할아버지의 어조는 마치 희망을 가지라는 듯한 어조였다.
발끈한 나는그게 아니라 둘은 정말로 살아 있는 거라고 반박하려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하늘인가 뭔가가 정말 있다면, 야율과 류청이 여기서 죽을 리가 없었다.
“네게 알려줄 것이 있다.”
“······또 무슨 소식이 있나요?”
심장을 졸이는 내게 할아버지가 말했다.
“네 고모가 사라졌다.”
“······네? 아니······ 어떻게요?”
고모는 단전을 폐하고 시골 장원의 가문 사당에 유폐되었다.
하나 내공을 모두 잃었다 한들 백리 세가의 무공 구결 같은 것은 다 알고 있었다.
게다가 고모는 잘 알지 못하고 독을 쓴 것이지만, 그 일이 마교와 얽혀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녀를 찾는 건 그저 죄인을 찾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올 때 왠지 소란스러워 보이던 게 그럼······?”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찾지 못했다.”
고모를 보호할 겸 감시하던 백리 세가의 사람들은 모두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고모의 능력으로 그들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할머니 또한 고모가 그렇게 사당에 끌려간 후,쓰러진 상태였다.
“설마······ 마교 짓인가요?”
“모른다. 최악의 경우 그럴 수 있지.”
할아버지가 찻잔을 꽉 쥐었다.
그걸 본 순간 나는 찻잔이 깨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어쨌든 백리의란을 찾느라, 마교 놈들이 움직이는 걸 알아채는 게 늦었다.”
그래서였구나.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바로 코 앞이라고 볼 수 있는 악양에서 마교가 움직이는 것에 반응이 늦었던 이유를.
할아버지 탓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고모는 마교에게 이용당하는 지도 모르고 이용당한 것인 데다, 이미 내공도 모두 잃었으니 감시를 빡빡하게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런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내게 서신 하나를 건넸다.
“읽어 보거라.”
나는 누군가 화를 참지 못한 흔적이 가득한 구깃구깃한 서신을 펼쳤다.
읽어 내려가던 나는 몇 줄 읽다가 빽 소리쳤다.
“우리 가문이 마교랑 내통했다니요!”
* * *
무림맹에서 백리 세가에 마교와 내통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씌웠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맹회 직전에 참석을 취소한 일, 고모가 마교의 독을 쓴 일을 합치자 은근히 그럴듯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게다가 때마침 고모마저 사라졌으니.’
입방아를 찧기 매우 좋았다.
그리고······ 야율이 흡성마공을 배웠고, 이를 아버지가 숨긴 사실도 밝혀졌다.
무림맹은 이 일로 아버지를 구금하려 했으나, 아버지는 이에 저항하다가 빠져나갔다고 했다.
백도 정파의 많은 가문이 무림맹의 행동을 성급하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소문은 이상하게 퍼졌다. 아버지가 내통 사실이 들키자 겁먹어 도망쳤다는 식으로.
소문은 매우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 도한 마교의 짓인가 했으나······ 소문의 출처를 뒤쫓으니 벽가였다. 그들은 돈을 풀어 소문을 부추기고 있었다.
더위가 한풀 꺾인 여름의 끝자락.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함께 갔던 백리 세가의 무사들과 함께 였다.
미리 소식을 듣고 백리 세가 대문 앞에 나와 있던 나를 본 아버지가 말에서 뛰어내렸다.
나는 그대로 달려가 아버지 품에 안겼다. 무사하고 괜찮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동안 걱정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처소로 들어간 아버지는 씻고 곧장 할아버지께 향했다.
“괜챦을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대체 무슨 꼴이더냐”
아버지가 고개를 수그렸다.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대체 어찌 된 일이냐? 네가 무공을 잃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건 아느냐?”
“예.”
아버지가 무림맹에서 빠져나올 때 하필 발작이 일어났다.
다행히 그 자리에 있던 백호단원들과 백리 세가 무사들의 도움으로 부상을 입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이미 많은 이들이 목격한 것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보다 오는 길에 객잔에서 들었습니다. 악양에서 마교와 큰 싸움이 있었다고요.”
아버지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가 말을 이었다.
“류청과 야율이 실종되었다고······.”
나도 모르게 붙잡고 있던 아버지의 팔을 꽉 붙들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류청은 찾았다. 열흘 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포구 마을에서 발견했다더군.”
“아, 정말 다행입니다.”
아버지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곧 다시 미간을 좁혔다.
“그런데 류청’은’, 이라면······?”
“그래. 천산염제의 제자는 아직 못 찾았느니라.”
남궁류청이 발견된 곳에 야율은 없었다.
남궁류청은 곧장 남궁세가로 돌아갔다고 한다. 남궁완 아저씨도 함께 였다. 그리고 당연히 백리 세가에 있던 나는 남궁 세가로 곧장 귀환한 남궁류청과 만날 수 없었다.
주먹을 꽉 쥔 아버지가 말했다.
“찾으러 가야겠습니다. 그 아이는······.”
할아버지가 탁자를 내리쳤다.
“허튼소리! 그 몸으로 또 어딜 나간다는 말이냐!”
겨우 집에 돌아온 지 몇 시진이 지났다고 바로 나가겠다니.
이번만큼은 나도 할아버지가 화 내는 것에 매우 크게 동의했다. 그리고 동의하는 내가 싫었다.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벌써 네게 원한을 가진 마두와 사파들 몇 곳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얻었다!”
“······.”
“그리고 이미 최선을 다해서 찾고 있다.”
남궁 세가와 백리 세가 모두 최선을 다해서 찾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동원 할 수 있는 정도에서의 최선이었다.
무림맹과 격해지는 대림. 움직이기 시작한 마교.
이러한 상황에서 야율의 수색에 많은 인력을 쓸 수는 없었다.
다들 각자 자신의 가족과 가문이 먼저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씁쓸하게 느껴졌다. 안쓰러웠다.
아버지는 내가 사라진다면 마사 제쳐 두고 무조건 찾으러 오실 것이다. 그리고 할아버지도.
그래. 내게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계셨다. 류청에게도 양친과 조부님이 계셨다. 하지만·····.
하지만 야율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내게 더 매달렸던 게 아닐까?’
야율에데고 가문이 있긴 했다, 그것도 가문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벽가의 행태는 치가 떨렸다. 그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야율이 마교도라고 퍼트리고 다녔다.
나날이 무림맹과 우리 가문의 갈등은 심화됐고, 마교 앞에서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인 백도 정파인들은 결국 무림맹주파와 반 무림맹주파로 갈라져 싸우기 시작했다.
얼마 뒤 천마가 자신이 천산염제를 죽였다고 공표했다. 그렇게 천하 십일강은 천하 십강이 되었다.
그와 함께 백도와 흑도의 균형이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산염제는 정사지간, 즉 정파와 사파를 오가는 이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백도인가 흑도인가를 나누자면 백도에 가까웠다.
당연했다. 남궁세가주와 의형제니.
천산염제를 합쳐서 천하 십일강에 이름을 올린 수를 따지면 백도가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천하 십일강은 그냥 강자를 꼽는 것만이 아니었다. 천하 십일강이 있는 지역의 주도권이 정파와 사파, 백도와 흑도 중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는 일이기도 했다.
마교의 무림맹 습격.
천하 십일강 중 한 명의 사망.
무림맹의 내분.
연달아 백도 세력이 약해지는 일뿐이었다. 이에 바로 흑도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강호에 혼돈의 시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