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1)
21화
* * *
숨을 들이쉬고문을 연 난 아버지를 향해 달려갔다.
“아버지!”
“내 방 안에서는 뛰지 말라지 않았느냐.”
“헤헤.”
“왜 벌써 일어났느냐? 피곤하진 않고?”
“괜찮아요.”
방금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음에도 아버진 온화한 얼굴로 날 살짝 끌어안았다가 곁에 세웠다.
“이미 앞에서 마주쳤지만 내 딸인 백리연일세.”
내가 끼어든 탓에 말싸움은 멈췄지만, 남궁완은 아직도 기분나쁜 기색이 역력했다.
허름한 옷을 입었을 때도 풍채가 남달랐던 자였다. 깨끗하게 씻고 수염을 밀고 짙은 감색 비단옷까지 입은 남궁완은 굉장한 미남이었다.
이목구비 모두 짙고 눈썹이 부리부리하니 남성적인 느낌을 풍겼는데, 어딘지 모르게 약간 오만하고 위혀적인 느낌이 들었다.
귀공자 같은 내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이었다.
외견부터 성격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다른 둘이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많은 사람의 의문이기도 했다.
‘역시 무공 실력이 비슷해서인가?’
비슷한 나이에 이룬 성취도 서로 대등했다.
항간에 둘 중 누가 먼저 초절정의 경지를 달성할 것인지를 두고 내기도 이뤄지고 있었다.
‘당연히 내 아버지가 먼저 아냐?’
물론 살아 계신다면 말이다······.
아버지가 남궁완을 바라보며 내게 말했다.
“그리고 이쪽은 남궁 세가의 소가주이자 내 오랜 친우인 남궁완이란다.”
“안녕하세요, 백리연이에요. 아버지께 말씀 많이 들었어요.”
“좋은 소린 안 했겠지.”
“······.”
칼같이 튀어나오는 빈정거림에 난 당황하여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문질렀다.
곧이어 언두가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찻주전자와 세 개의 찻 잔, 간단한 간식이 있었다.
난 늘 그랬듯 간식을 집어 들어 아버지 입에 하나 쏙 집어넣었다.
반사적으로 받아먹은 백리의강은 찻주전자를 들고 나서야 아차싶어 남궁완을 보았다.
눈을 가늘게 뜬 남궁완은 입을 살짝 벌린 채 기막히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인 작은 손이 이번엔 남궁완의 입에 간식을 물렸다.
“······!”
모두의 입을 막은 내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남궁완 아저씨 구박하지 마세요.”
“콜록!”
기침이 터진 아버지의 찻잔에 내가 찻물을 채워 주었다.
기가 막힌 남궁완이 턱에 힘을 준 순간 과자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남궁완은 어쩔 수 없이 일단 씹어 넘겼다.
백리의강은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저씨라니? 구박이라니?
천하의 남궁완이 어디서 이런 취급을 받겠는가?
동시에 두 사람의 말문을 막아버린 이가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아버지도 잘못하셨어요.”
“콜록, 콜록, 내 잘못이라니?”
“이건 다 아버지가 서신에 아주 귀-한 손님이라고 안 써서 그래요.”
“······.”
“그 문지기들이 아버지가 서신에 귀한 분이라고만 썼으면 과연 옷차림만으로 아저씨를 무시했을까요? 이건 다 아버지탓이라고 볼 수 있죠!”
내 말이 마음에 든 듯 남궁완이 입꼬리가 삐뚜름히 올라갔다.
남궁완 찻잔까지 모두 채운 난 아버지 무르팍에 앉아 발을 달랑거렸다.
“아버지, 문지기들은 무슨 벌을 받았어요?”
“석 달 감봉에 보름의 근신 처분을 내렸단가.”
역시 벌이라 해 봤자 별거 아니었다.
문지기들이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 없이 뻗대는 걸 본 남궁완도 이런 결말을 예상했겠지. 그러니 대뜸 죽립으로 사람을 후려친 것이다.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곤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하구나, 못난 꼴을 보였어. 내 단단히 일러뒀으니 더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아버지는 이 주제를 여기서 끝내며 문지기들을 내 앞에서 언급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아직 알려야 할 것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아요?”
“무엇이?”
“문지기들이 왜 남궁완 아저씨를 무시했을까요? 나중에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자기들이 벌 받을걸 알았을 텐데, 바보도 아니고.”
남궁완의 예리한 시선이 날 향했다.
“네 말은 고의로 그랬을 거라는 것이냐?”
너무 아는 척을 해서도 안 됐다.
나는 한 발 물러났다.
“고의가 뭐예요?”
남궁완이 살짝 실망한 눈으로 설명했다.
“일부러 그랬을 거냐는 말이다.”
“아하. 하지만 일부러 그런 것도 이상해요. 벌 받는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
내 말을 마지막으로 방 안은 조용해졌다.
하지만 맞은편에 보이는 남궁완의 목젖은 짧게 떨렸다. 흘끗 본 아버지의 목젖도 마찬가지였다.
두 분이 전음으로 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좋아, 성공이군.’
이 정도 의심의 씨앗이라면 두 분 모두 깨달을 것이다.
사실 진즉에 알아챌 일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곳이 자신의 가문이라는 점 때문에.
그리고 남궁완은 남궁 세가의 외아들이기에 세가 내의 암투에 무심했을 뿐이다.
아버지의 표정이 시시각각 심각해졌다. 남궁완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문지기들이 멍청해서 아버지의 서신을 가진 자를 쫓아냈을까? 그냥 괴롭히자고?
나중에 아버지 손님이 자초지종을 얘기하면 벌을 받을 것이 뻔한데?
‘아니, 목적이 있지.’
아버지는 무림 내 명성이 높다.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사정이 안타까운 이들을 많이 도왔고, 그 와중에 사귄 지체 높은 지인과 친우들도 많았다. 지금 내 앞에있는 남궁완처럼.
문지기들의 목적은 간단했다.
아버지 손님이 누군지 어떻게든 파악하는 것이다.
‘결국, 의도한 대로 남궁완의 방문이 백리 세가에 알려졌으니 성공이지.’
분명 곧 있으면 남궁완에게 다른 백리 세가 자제와의 만남을 요청하는 연락이 올 것이다.
아버지와 대화가 끝난 듯 남궁완이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난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냥 멍청이는 아니었군?”
“······.”
지금 누가 누구보고 멍청이라고······?
찻잔을 들던 아버지가 남궁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자 멈칫한 남궁완이 아버지의 시선을 살짝 피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아버진 계속 말없이 남궁완을 소아보았다.
몇 번 헛기침을 한 남궁완이 어색하게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이리 만났으니 선물을 하나 주마.”
갑자기?
아버지가 한 소리 하기 전 남궁완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탁자에 올렸다.
이를 본 아버진 오히려 더 인상을 찡그렸고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단검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남궁완이 단검을 검집에서 뽑았다.
범상치 않은 백색의 날이 보였다. 남궁완이 손목을 살짝 틀자 푸른 빛깔이 살짝 비쳤다 사라졌다.
저 오묘한 빛깔의 검에 대해 들어 본 적 있었다. 하지만 정말 들은 대로라면 여기서 선물로 나올 만한 것이 아니었다.
난 확실히 하기 위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와! 이런 색 검은 처음 봐요!”
“그렇겠지. 이건 백련정강으로 만들었으니까.”
“헉!”
진짜였어!
백련정강으로 만든 검은 무쇠도 자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백련정강으로 만든 검은 한 가문의 보검이 되기에 충분했다.
단검이라지만 이런 귀한 것을 고작 내 선물로 준다고?
‘멍청이 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매몰찼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가져가게.”
“그저 필요할 것 같아서 주는 것뿐일세.”
단검을 다시 감색 검집에 넣은 남궁완이 이를 내 손에 쥐여 주며 속삭였다.
“다음에 널 짜증나게 하는 놈들은 이걸로 찌르거라.”
설마 짜증나게 하는 놈들이란 쌍둥이를 말하는 것일까?
아버지가 날 남궁완에게서 떼어냈다.
“내 딸에게 이상한 소리 하지 말게나. 연이 너 설마 지금 솔깃한 표정을 지은 게야?”
난 눈을 깜빡이며 재빨리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심스럽게 날 보는 아버지께 남궁완이 가볍게 말했다.
“그리고 뭐, 받기로 한 것도 있으니 이 정도야.”
“받기로 한 것이라니?”
나 또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멍하니 바라보다 뒤늦게 떠올렸다
‘향낭! 아니, 진심이었어?’
잊어버리고 있던 일을 떠올린 난 나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렸다.
“연아, 저 말이 무슨 뜻이냐?”
“그······그, 드, 드리기로 한 게 있긴, 있긴 한데······.”
“한데? 뭘 주기로 했단 말이냐?”
“그건······ 그건 비밀이에요!”
아버지가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연이가 벌써 비밀을 만들다니.”
아버진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난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빠르게 비밀을 털어놨다.
“별거 아니에요. 향낭을 만들어 드리기로 했어요.”
“네가 향낭을?”
“네. 어쩌다 보니······.”
서프라이즈가 물 건너갔다는 생각에 입을 삐죽이며 남궁완을 힐끗 보았다.
그러나 남궁완은 자신이 뭘 잘못했냐는 듯 아주 뻔뻔한 얼굴이었다.
“······ 그렇구나.”
그리고 이제 괜찮아지셨을 거라 생각하고 돌아본 아버진 오히려 더 섭섭한 얼굴이셨다!
‘왜? 왜? 뭐야? 뭐가 서운하신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