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아, 놓쳤네.”
“그러게 잘 줬어야지. 뭐 하는거야? 다시 줘.”
소우악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 ······.”
한숨을 내쉰 내가 상자에서 한 송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받아 드는 척하던 백리표가 또다시 떨어트렸다.
백리표의 발아래 짓밟힌 모란 두 송이가 나란히 나뒹굴었다.
“······.”
“아직 남았네. 그거라도 줘.”
이제 상자 속에도 한 송이뿐이었다.
난 더는 웃는 표정을 꾸미지 않고 가만히 쌍둥이들을 바라봤다.
“아 뭐? 실수로 떨어트릴 수도 있지. 불만 있어?”
“맞아. 좀 떨어트릴 수도 있지.”
저들은 느껴지지 않나? 내 뒤편의 남궁완에게서 찌르는 듯한 매서운 기운이 나오는 것이.
난 나서려던 남궁완 앞을 슬쩍 막았다.
그러곤 나무 상자를 쾅 닫았다.
“너······!”
“여기.”
난 이때다 하고 트집을 잡으려던 소우악의 말을 자르며 상자째 백리표에게 내밀었다.
“뭐, 뭐야?”
백리표가 살짝 당황한 얼굴을 했다.
“받아 리리한테 준다면서? 이제 떨어트려도 상자 안에 있으니 밟을 일 없을 거야.”
답변이 궁색한 백리표가 입만 뻐끔거리다가 상자를 잡아챘다.
“······흥! 진작 그럴 것이지. 너때문에 두 송이나 버렸잖아. 가자!”
백리표가 도망치듯 빠르게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소우악과 백리명이 따랐다.
그러곤 백리명이 잠시 내 앞에 멈췄다.
“연이가 참 착해. 하하하.”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린 백리명이 대문을 넘어갔다.
“······.”
“······.”
긴 침묵 후 이를 아득 문 음성이 머리맡에서 들렸다.
“기가 막히는군.”
난 남궁완을 힐끔 보았다.
“왜 날 막았지?”
“신분을 숨기시려던 거 아니었어요?”
“······.”
남궁완은 나서는 순간 신분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신변도 알 수 없는 남정네가 백리 세가의 직계를 나무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한숨을 내쉰 내가 짓밟힌 모란앞에 주저앉았다.
“지는 싸움인걸요.”
남궁완이 설명을 요구하듯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난 입을 삐죽 내밀었다.
“수가 많잖아요. 쌍둥이와 백리명 오라버니 셋이나 되는데, 제가 만약 꽃을 못 주겠다고 우겼다면 어떻게 됐겠어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으나, 그래도 살짝 우울함이 묻어 나왔다.
“저는 사촌에게 꽃도 양보 안하는 야박한 계집애가 되겠죠.”
“······.”
“밟은 걸 화냈다면······ 그럼 애들이 실수한 거 가지고 따지는 못된 애가 될 거고요.”
“실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쌍둥이들과 백리명 셋이 실수라고 주장한다면 누구 말을 믿을까요?”
회귀전에 몇 번이나 겪었던 상황이었다.
아무도······ 누구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게 무슨······!”
남궁완이 소리치는 순간 말발굽 소리가 그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이번엔 익숙한 목소리가 뒤따랐다.
“연이? 네가 왜 여기 있느냐?”
“아버지!’
아버지가 가볍게 안장에서 뛰어내리기 무섭게 내가 달려들었다.
나를 거뜬히 안아 든 아버지의 품에선 미약한 약향이 풍겼다.
아버지가 의아한 얼굴로 날 보았다.
“들어가지 않고 왜 여깄느냐?언두는 어찌하고? 머리는 또 왜 풀었느냐?”
“아버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를?”
아버지가 살짝 크게 뜬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매일 얼굴을 보는 나도 놀랄 정도로 무척 다정했다.
“언두는 어디 갔느냐? 머리는 어찌 이래?”
아버지가 내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아버지 손님이 오셨어요!”
“손님?”
고개를 살짝 기울인 아버지가 곧이어 남궁완을 발견했다.
“······자네!”
확연히 놀란 얼굴이었다.
나와 남궁완을 번갈아 본 아버지가 낮게 속삭였다.
“연아, 누군지 아느냐?”
난 태연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하지만 서신의 필체를 보니 아버지 것이어서, 아버지 손님인 걸 알았어요.”
“그런데 왜 들어가 기다리지 않고?”
“그러게 말일세. 여섯 살 난 아이도 알아보는 필체를 문지기들이 알아보질 못하더군.”
남궁완이 죽립의 가장자리를 매만졌다. 문지기들은 아버지가 왔을 때부터 제대로 눈도 들지 못했다. 거기에 남궁완의 말을 듣자 낯빛이 하얘졌다.
심상찮은 남궁완의 목소리에 표정이 굳은 아버지가 문지기들을 향해 물었다.
“저게 무슨 말인가?”
나와 남궁완을 향해서 뻔뻔하게도 굴던 자들이 어느새 입술에 아교라도 바른 듯 딱 다물었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말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왜 아무도 말을 않는 게지?”
문지기들이 나는 무시해도 감히 내 아버지를 무시할 순 없었다.
결국, 문지기 한 명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백리 세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를 들여보낼 순 어, 없어 막았을 뿐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
“됐네.”
미간에 힘이 들어간 아버지가 다그치려는 순간 남궁완이 막았다. 그러곤 죽립을 찬찬히 벗었다.
적어도 문지기 중 한 명은 그를 알아본 것이 분명하다. 하얗던 낯빛이 이번엔 퍼렇게 질렸기 때문이다.
“백리 세가의 대문이 하늘 같으니 나 같은 사람이 어디 함부로 넘을 수야 있겠는가?”
얼굴을 가린 두건까지 내리자 숨넘어가는 소리까지 내었다.
입매를 비튼 남궁완이 부인할 수조차 없게 호패를 꺼내 들었다.
“남궁 세가의 남궁완일세. 이제 들어가도 되겠는가?”
문지기들을 싸늘하게 바라본 남궁완의 손이 죽립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콰직.
멀쩡한 죽립을 밟은 남궁완이 그대로 걷어찼다.
뻑 소리와 함께 문지기가 얼굴을 감싸며 쓰러졌다. 가장 기분나쁘게 남궁완을 조롱하던 자였다.
쓰러진 문지기 앞에 이젠 거의 형체를 잃은 죽립이 나뒹굴었다.
‘대박······!’
기술 점수 10점, 예술 점수 10점, 도합 만점짜리 슛이었다.
* * *
“······기씨, 아기씨.”
“웅음.”
“아기씨! 아기씨, 일어나세요! 깨워 달라 하셨잖아요!”
“아움 헉!”
다사다난한 외출이었다.
많이 나았다고 자부했지만, 체력은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종잇장 같은 체력을 모두 소모했는지 처소로 돌아오자마자 난 기절하듯 곯아떨어졌다.
‘왜 수업에서 일찍 돌아오게 했는지 알겠어······.’
언두의 감독하에 여종이 뜨끈하게 적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고 머리까지 묶어 주려고 했다.
나는 여종의 손에서 벗어나며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나중에, 일단 가자!”
언두와 함께 방을 나섰다.
하지만 잠이 깨지않아 하품하며 걷는 내 걸음이 뒤뚱거렸다.
“······너무했네. 죽립으로 사람을 때리다니. 내 생전 그런 무례는 처음······.”
“그 정도에서 끝난 걸 다행으로······.”
아버지 방으로 다가갈수록 대화소리가 선명해졌다.
“······이제 자네도 한 가문을 이끄는 소가주인데 화가 난다고 그런 식으로 굴어선······.”
“내가 다른 자들의 눈치를 봐야 한단 뜻인가?”
“그런 말이 아닐세.”
“뭐가 아닌가? 아 하긴, 백리 세가 문지기라고 그자들 편을 들어야겠지.”
“······.”
“아닌가? 왜 말이 없나. 그자들은 날 모욕했고 난 그 값을 치뤘을 뿐이야!”
쾅! 탁자 같은걸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싸운다, 싸워.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역시나 말다툼 소리가 들렸다.
내 뒤를 따르던 언두가 안달복달 어쩔 줄 몰랐다.
난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차랑 간식 갖다 줘.”
언두는 아기씨가 아직 여섯에 불과했지만 남다르다는 걸 일찍 깨달은 참이었다.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안도한 언두가 고개 숙이고 재빠르게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