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이를 바라본 내가 고개를 살짝 틀자 흩날리던 머리칼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시선에 닿은 향이 한 마디 정도로 짧아져 있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일주향이 지난 모양이었다.
덜컹.
사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나와 남궁류청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둘이 여기서 무얼 하는 게야?”
남궁류청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사당을 둘러본 아버지가 다 타들어간 향불을 새롭게 꽂았다.
그리고 다시 우리를 돌아보았다.
“이 시각에 대동한 사람도 없이 단둘이서 사당에 있다니.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 너희 둘을 보기라도 했다면, 연이의 평판이 어찌 됐겠느냐?”
남궁류청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말 없는 남궁류청을 대신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 팔을 붙들었다.
“아버지, 가요.”
아버지는 남궁류청을 한 번 바라보고 몸을 돌려 나와 함께 사당을 나왔다.
사당을 나온 아버지는 객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연못 방향으로 향했다. 꽃나무가 가득한 오솔길 사이를 지나자 달이 떠있는 연못이 보였다.
어느 전도 걸었다 생각한 내가 물었다.
“아버지, 다 들으셨죠?”
침묵하던 아버지가 입을 뗐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느냐? 좋은 아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널 ······ 많이 좋아했다.”
“아버지도 알고 계셨어요?”
“그래.”
모를 수가 없었다. 남궁류청의 시선 끝에는 언제나 제 딸이 있었다.
“아버진 제가 류청하고 혼인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남궁세가에 가면 1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텐데.”
“너만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하.”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자식의 행복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정말 바람직한 아버지셨다.
“혹시 네 할아버지가 이리하라고 시켰느냐?”
대단히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할아버지요? 아뇨. 하지만 제게 가문을 물려줄 거라고 말씀하시긴 했어요. 저는 똑똑하니 바로 이해했죠.”
아버지는 살짝 질린 표정을 지었다. 마치 이 순간 그런 말을 하고 싶으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버지가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는 정말 변하지 않는구나. 여섯 살 때나 스물이 다 된 지금이나.”
나는 내심 놀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당연하죠. 아이는 몸이 자라면서 정신도 성장하지만 전 이미 어릴 때 정신이 다 성장한 상태였는걸요.’
나와 다르게 남궁류청은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집착적인 성미는 그대로였다. 과연 그가 포기할지 나도 예상할 수 없었다.
“제가 예전에 말한 적 있잖아요? 전 평생 아버지랑 같이 살거라고요. 기억 안 나세요?”
“그랬지. 하나······ 어릴 때지 않았느냐?”
아버지가 담담히 웃었다.
“어떻게 그걸 또 기억하는구나.”
“저는 아버지가 제 혼담에 찬성하셨다길래 기억 못 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
나는 귀밑머리를 쓸어 넘기며 허공을 보았다. 어차피 이미 할 말은 다 했다. 아버지 또한 다 들었으니 더 말할 필요 없었다.
말없이 한참을 걷던 아버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점은 네 어미를 닮았구나.”
“네?”
나는 놀라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회귀 전까지 합쳐서 아버지가 난생 처음으로 내 어머니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낸 것이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한 번도 내게 어머니에 대한 말을 한 적 없지만, 전혀 짐작 가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몇 번이나 꾸었던 꿈속의 여인.
나를 감옥에서 꺼내주던 매우 수상쩍은······.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나 계례를 치르는 날, 약간의 화장을 하고 면경을 보았을 때 별안간 깨달았다. 그 여인은 성인이 된 나와 닮았다는 것을.
감옥에 갇혀 있던 나를 몰래 빼줄 능력.
무공을 익힌 듯한 모습.
살아계시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이를 찾지도 않는 아버지······.
연못에 뜬 달을 바라보는 아버지를 보며 깨달았다.
질문할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아버지, 제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어요”
* * *
그날 이후 이젠 반대로 남궁류청이 나를 피해 다녔다.
하지만 나와 달리 나를 피해 다니는 모습이 너무 티가 났다. 객잔에 머무는 백검단 사람들이 두 분 싸우셨으면 화해하라고 나와 남궁류청에게 넌지시 말할 정도였다.
전해 들은 바로 남궁류청은 꽤 억울해 했다는 것 같았다.
어쨌든 매일같이 고뇌에 찬 얼굴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남궁류청을 데리고 잠시 어딘가로 다녀온 후, 안색이 나아진 남궁류청은 악양을 떠났다.
내게 작별 인사를 할 때는 꽤 괜찮아져서 마치 그때의 대화가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
아버지께 무슨 말을 하였냐고 여쭤보았으나, 세상에. 아버지는 비밀이라고 하셨다!
남궁류청 자식, 내 아버지랑 비밀을 만들다니!
* * *
4월 말, 무림맹에서 천하제일 비무대회를 열겠다고 알렸다.
개최 시기는 9월이었다. 넓은 대륙에 소식을 전한 후 사람들이 준비하고 올 시간을 주는 것이다.
지역별로 무림맹 지회에서 간단한 예선도 치러야 하니 넉넉하게 잡은 것이었다.
하지만 변한 점이 있었다. 비무대회는 원래 후기지수들만 참석할 수 있도록 참여 연령 제한이 있었다.
원래는 20대 중반까지 제한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30대 중반까지 10살을 늘렸다.
오랫동안 비무 대회가 열리지 않은 탓에 참석하지 못한 후기지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표명했다.
나는 소식을 듣고 기가 차서 말했다.
“위 맹주님도 너무 속 보이는 짓을 하네요.”
아버지도 침묵으로 동의했다.
딱 보아도 이건 가장 유력한 우승자인 남궁류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남궁류청보다 열살이 많다면 그만큼 강한 사람들이 참석하지 않겠는가?
나는 말을 이었다.
“서른이면 후기지수라고 부르기도 어렵지 않나요? 나라면 참석하기도 창피할 것 같은데.”
“대회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을 얻을수 있단다. 꼭 명성을 노리는 것만은 아닐테니 참석자들을 나쁘게만 생각하진 말거라.”
나는 아버지의 말끔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도 참석하시는 거 어때요?”
“뭐?”
“아버지 얼굴이라면 다들 서른도 안 됐다고 생각······.”
“쓸데없는 소리.”
웃음기 하나 없이 정색하며 말을 끊었다.
‘재미없어······.’
농담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번 비무 대회는 이례적인 규모가 될 것이었다.
참석 가능 연령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그것 말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상품.
우승자에게는 늘 엄청난 상금과 단숨에 무림맹에서 한자리 얻을 수 있는 혜택, 그릐고 상품이 주어졌다.
상품은 매번 바뀌었기 때문에 비무 대회가 열리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이번 상품이 무엇인가였다.
가령 아버지가 우승하시던 해의 상품은 소림의 대환단이었다.
소림의 대환단은 공청석유에 버금가는 엄청난 영단이었다. 소림의 신비 비술로도 수많은 승려가 달라붙어 몇십 년에 겨우 하나 만들어 내는 정도였다.
“아버지가 참석하셨을 때, 준결승에서 남궁완 아저씨를 만나서 이겼잖아요. 어땠어요?”
나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당시 관례를 치르자마자 집을 떠나신 아버지는 조금씩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백리 세가의 넷째 아들과 남궁 세가의 유일한 후계자의 대결이었다. 당연히 모두 남궁완 아저씨의 승리를 점쳤다.
“당시 완이 대진 운이 좋지 못했다.”
“운이 좋지 못했다고요?”
“그래. 나와 비무하기 전 벽소협, 벽기현 소저를 상대하였으니까.”
벽기현이면 야율의 어머니 아닌가? 여기서 갑자기 그 이름이 나올 줄 몰랐기에 나는 꽤 놀랐다.
진진이 눈을 빛내며 조심스레말했다.
“저도 스승님께 들은 적 있어요. 남궁 소가주가 4공자님을 만나기 전에 이미 너무 많은 패를 보였다고요.”
진진은 나와 아버지께 비무 대회 소식을 가져온 후, 우리의 대화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진진도 이번에 비무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맞았다. 너희들도 알아 두면 좋을 것이 대회의 비무는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 하나 당시 벽소협과 완은 거의 200합을 싸웠지. 결국 완이 승리하긴 했지만, 나는 완의 검법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
“아하.”
“그리고 나와 대결할 때 내가 세 합 만에 승리해서······.”
아버지가 말끝을 흐리며 찻잔을 들었다.
“세 합니요? 하하하하하! 아저씨 엄청 화났겠네요?”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 합이면 뭐 제대로 대결도 하기전에 바로 진 것이지 않은가?
남궁류청의 승부욕이 어디서 왔겠는가? 다 제 아버지를 닮았다고 말이 많았는데, 아버지께 세 합만에 졌다니······.
아마 화나고 억울해서 잠도 못 주무셨을 터다.
그리고 대환단 외에 가장 유명했던 상품은 150년 전 검선이라 불렸던 이의 비급이었다.
검선께서는 돌아가실 때까지 제자가 한 명도 없었기에 그녀의 무공은 실전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그 비급을 얻기 위해 백도 무림 사이에 전쟁이 날 뻔한 것을 비무대회라는 형식으로 묶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때만큼 치열했던 비무대회가 없었다고 한다. 중간에 누군가 비급을 훔쳐 가려고도 하고 사망자도 엄청나게 나온, 거의 반전쟁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상품도 저 검선의 비급에 버금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5월 중순.
나는 생일을 맞아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
내 생일을 맞아 이곳저곳에서 선물을 보냈다. 처음에는 많은 선물이 들어오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는데, 이제는 모두 귀찮을 따름이었다.
친밀한 사람이 보낸 거라면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느 사람이 친해지자고 보낸 선물은 거절하고, 이를 설명하고······. 괜히 일만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나는 선물이 쌓여 있는 방의 중앙 탁자로 다가갔다.
그중 가장 위의 상자를 열었다.
생생한 복숭아 꽃가지 장식이었는데, 꽃 부분이 옅은 빛깔의 강옥으로 이루어져 은은하게 아름다웠다.
“아, 그건 남궁 공자께서 보내신 선물이에요.”